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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73)화 (373/425)

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잔인한 사랑(8)

옥혼진(獄魂陳).

옥혼진은 혼현마제가 펼치는 모든 환술과 진법의 토대였다.

현홍사로 기운의 흐름을 바꾸고 주변 지형지물을 혼현마제의 의도대로 인식하게 해서 적의 심신을 모두 진법 안에 가둬 놓는 것으로, 말 그대로 상대를 가두는 감옥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특히 다른 진법이나 함정과 결합했을 때에 큰 힘을 발휘했다.

적의 기감을 흐려 놓음으로써 환술로 속이거나 함정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으악! 저리 가! 저리 떨어져!”

챙! 챙! 쉐에에엑-!

환술에 당한 귀천성 무인들이 혼란 속에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는 공중에서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졌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밀림에 사는 전갈과 지네 같은 독충들이 온몸에 달라붙는 환술에 속아 난리를 쳤다.

문산현은 숲이 울창한 산지라는 것 외에 남만 밀림과는 환경이 전혀 달랐지만, 뿌리박힌 중원인들의 편견이 환술을 사실로 믿게 했다.

그때.

쏴아아아---!

송마문주의 부채에서 하얀 가루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뿌옇게 퍼지는 가루 사이로 기운을 쏘아 보냈다.

펑. 펑. 펑. 펑.

연이어 터지는 폭발음.

그것을 본 송마문주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흐름을 틀어놓은 기점(氣點)이다. 잘라 내라.”

“충!”

쉐에엑-! 챙! 챙!

송마문주의 명에 따라 송마문 학사들이 단검을 휘둘렀다.

뭔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숨겨져 있던 현홍사가 잘려 나왔다.

“송구하오나 검마제 님, 옥혼진 안으로 들어온 이상 감각이나 기감을 믿기보다는 분가술로 일일이 기점을 찾아 부수면서 나가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송마문주의 말에 검마제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마문주 마학선생 일유신은 진법에 관한 한 혼현마제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진법가이자 술법사였으니, 검마제라 할지라도 지금은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았다.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모든 무사들을 송마문 학사들의 뒤에 서도록 해 주십시오.”

“송마문주의 명을 따르라.”

“예.”

송마문주의 요청에 검마제가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명을 내렸다.

송마문주가 검마제에게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수신방주 때문이었다.

귀천성에서도 세력이 크고 강성한 송마문의 문주이자 마학선생의 명성이라면 다른 무사들에게는 얼마든지 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수신방주 신귀 장배경만큼은 세력이나 명성 면에서 송마문주에게 밀리지 않았기에 검마제를 통해 협조를 얻은 것이다.

검마제를 통해 수신방주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 대등한 그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수신방주 또한 검마제의 명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동시에 나무 위를 달리던 방도들을 불러 모았다.

“송마문이 진법을 파훼할 때까지 대기한다.”

“존명.”

수신방주의 명에 수신방도들 또한 그의 뒤에 자리했다.

모든 이들이 한데 모이고.

송마문주가 기점이 있을 만한 곳에 학사들을 자리 잡게 했다.

“포분(抛粉).”

파-팟!

송마문주의 신호에 따라 학사들이 처음 송마문주가 했던 것처럼 하얀 가루를 퍼뜨렸다.

“수기(數氣).”

송마문주와 학사들의 손에 수인이 맺히고.

“파기(破氣)!”

펑! 펑! 펑!

송마문주의 호령과 함께 학사들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 기운이 기운의 흐름이 바뀌는 곳을 찾아 깨어졌다.

“베어라!”

수신방주의 명에 수신방 무사들이 기점으로 밝혀진 곳에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엑! 챙! 챙! 챙!

그들은 송마문 학사들이 했던 것처럼 기점에서 무언가를 잘라 냈다.

송마문주가 힐끗 수신방주와 방도들을 보았다.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나서서 도와주는 수신방주가 의외였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일이 빨라질 터였다.

그렇게 송마문이 기점을 찾고 수신방이 숨어 있는 현홍사를 잘라 내며 조금씩 전진하는 속도가 빨라질 즈음이었다.

훼에에엥.

뜬금없는 바람 소리였다.

송마문주가 미심쩍은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때.

쉐에에에엑----!

쏴아아아악-! 휙! 휙! 휙!

바람을 가르고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금속성이 그들을 항해 날아들었다.

송마문주가 놀란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검마제의 검이 빛을 뿜었다.

번-----쩍.

투두두두두둑.

검강이 번뜩이는 것을 본 뒤 조각난 현홍사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귀천성 무인들은 물론 송마문주와 수신방주마저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게 섬뜩함이 몰려왔다.

“혼현마제가 이 또한 예상한 모양이군.”

“……!”

검마제의 말에 송마문주가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혼현마제가 우리가 이렇게 모일 것을 예상하고, 아니, 처음부터 우리가 이렇게 모이도록 만든 것이군요!”

송마문주의 말에 수신방주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로 소름 끼치는 자였다.

송마문주는 물론 자신들 모두의 능력과 행동을 전부 예상했다는 것이.

하지만 혼현마제가 마련한 진짜 함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쉬이이이--!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퍼졌다.

“커헉!”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독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검마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커헉! 컥!”

“쿨럭!”

사방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숨을 참아라!”

“연기를 날려 보내!”

휘이이이익!

퍼-엉! 펑!

송마문주가 기운을 일으켜 부채를 휘둘러 검은 연기를 날리고, 수신방주 또한 검은 연기가 들어오는 곳을 향해 권기를 날렸다.

하지만 이미 많은 귀천성 무사들이 쓰러졌다.

현홍사로 만든 함정은 실패했지만 귀천성 무인들 대다수가 다치거나 죽었으니, 결국 혼현마제의 의도가 통했다 해야 할 것이었다.

주변에서 벌어진 혼란을 지켜보다 결국 검마제가 나섰다.

“…….”

검마제의 전신에서 검은 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모든 힘이 검마제의 검에 집결되는 순간.

쉐에에에에엑---!

검마제의 검이 그들의 왼쪽에 있던 숲을 베었다.

그런데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검마제가 숲을 향해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은요.”

잠잠한 숲속에서 독마제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혼현마제의 명은 최대한 많은 귀천성 무인들을 죽여 그들의 발길을 늦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부에게 검마제와 대면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라고도 하였다.

하지만 독부는 그럴 수 없었다.

송마문주가 귀천성 무인들을 이끌고 혼현마제의 옥혼진을 하나씩 파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마문의 활약 덕에 귀천성 무인들의 희생이 예상보다 많이 줄었고, 마지막에는 혼현마제가 준비하고 독부 자신이 도왔던 회심의 함정이 검마제로 인해 실패했다.

‘여기서 멈춰…….’

간절하게 바랐던 것 같다.

독연을 피워 올리며, 독부는 이것으로 모두 끝이 나길 바랐다.

독부의 바람대로 귀천성 무인들이 그녀의 독에 쓰러졌다.

하지만 검마제는 독연의 움직임을 읽고 기어이 그녀를 찾아내었다.

쉐에에엑-!

“칫!”

날아드는 검기를 피해 독부가 몸을 날렸다.

그사이.

“혼현마제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찾아라.”

“충!”

검마제가 독부가 나타났던 생문으로 송마문주와 수신방주를 비롯한 살아남은 이들을 빼돌렸다.

독부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째려보았지만, 검마제의 검이 그녀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붙잡았다.

독부 은요가 그녀의 별호에 걸맞은 독기 가득한 눈으로 검마제를 노려보고, 검마제가 서늘한 눈으로 독부의 눈빛을 마주했다.

기세가 강렬한 것은 독부였지만, 검마제 쪽이 훨씬 여유 있어 보였다.

실제로도 검마제는 독부를 두고 여유가 있었다.

“놈이 도망갔나 보군.”

검마제가 혼자 남은 독부를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조롱이나 조소한 것도 아니건만, 독부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우리가 떠나는 건 계획의 일부야. 여긴 너희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지. 넌 네 발로 함정에 걸어 들어온 것이고.”

독부가 날카롭게 대응했다.

하지만 검마제는 오히려 이 부분에서 입꼬리를 말았다.

“네가 내 앞에 나타나 건?”

검마제가 노골적으로 조소를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감히 역천마제 님께 독조를 터뜨리고 도망쳤던 주제에 제 앞에 나타나다니, 제게 목을 쳐 달라고 내미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정녕 내 함정이 맞나?”

검마제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자 독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 선택이야.”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니고?”

독부의 대답을 듣자마자 검마제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과연 혼현마제가 상황이 이리될 줄 모르고 네게 이곳을 맡겼을까?”

검마제의 물음이 독부의 속내를 찌른 듯 독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이내, 독부가 피-식 짧은 바람 소리와 함께 웃음을 흘렸다.

“너야말로, 내가 그것도 모르고 남았을 것 같아?”

독부의 웃음이 그녀 자신을 향한 것인지, 그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번에야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던지 검마제의 덤덤한 표정이 깨졌다.

“어쩌겠어, 그게 내 사랑인걸.”

독부 은요가 화사하게 웃어 버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새까만 독무가 퍼지기 시작했다.

* * *

“쳐라-!”

흑살대주의 말과 함께 숲의 짙은 그림자처럼 검은 무복을 입은 흑살대원들이 달려 나왔다.

쉐에에엑! 퍽! 퍽!

흑살대원들이 작은 나무를 쳐 내듯 앞을 막은 적들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피가 사방으로 터지고 사람의 팔다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살각을 상대했을 때처럼 바닥이 금세 피로 젖어들었다.

“젠장! 누가 순순히 당해 줄 줄 알고!”

화공문주 공무권(恐武拳) 권열휘가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흑살대원들을 향해 휘둘렀다.

“모두 모여라! 전방진을 펼쳐라!”

화공문주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수성보주 금오진이 수성보 무사들을 한데 모았다.

수성보는 상단을 호위하는 표사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곳이라, 방어진을 짜는 데에 능숙했다.

그런 사이 수성보주가 사방을 돌아보았다.

흑살대가 막무가내로 그들을 공격하는 듯하지만, 지금 그들은 적호단, 청룡단, 흑살대에 둘러싸인 형국이었다.

“흑살대 놈들, 필시 우리를 흐트러뜨리려는 수작이오!”

“그래서?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모두 모이라 하시오. 저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산을 뚫고 나간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오!”

화공문주의 물음에 답을 내놓으며 수성보주가 슬쩍 혼현마제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수오의 모습으로 무사들 사이에 숨어 있던 혼현마제가 수성보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확신을 얻은 수성보주가 단호하게 화공문주를 재촉했다.

“어서!”

“젠장! 전부 모여라! 등을 맞대고 모여!”

다른 문파나 세가라면 몰라도 정파와 사파에서 정예들만 골라 만든 무단인 적호단, 청룡단, 흑살대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화공문주 또한 모르지 않았다.

등껍질에 숨은 거북이처럼 얻어맞으면서 견디는 건 화공문주의 성미에 맞지 않았지만, 일단은 살아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얼씨구? 웅크리고 도망간다고 하면, 우리는 도망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줄 알고?”

적호단주는 뻔히 보이는 수를 펼치며 천천히 전진하는 화공문과 수성보 무사들을 보며 기가 찬 듯 웃었다.

그리고 옷소매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도록 힘을 모으고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으아아악!”

“크헉!”

적호단주의 주먹 한 방에 화공문 무사들 서넛이 한 번에 튕겨 나갔다.

미친 호랑이, 미친 곰, 미친 개 등등 적호단주 팽치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팽치의 별호는 실로 간단했다.

경격권(硬格拳) 팽치.

하북팽가에 붙일 수 있는 모든 거창한 말들을 뒤로하고, 경격(硬格).

단단하게 때린다.

그 말속에는 비호처럼 날랜 몸놀림과 단번에 뼈와 살을 부수는 천력, 중원에서 손꼽히는 명가인 하북팽가의 탄탄한 무공이 모두 들어 있었다.

“뭐 하냐! 꼬리 내리고 도망치는 놈들이라고 적이 아닌 건 아니다! 전부 죽여-!”

“추-웅!”

적호단주 팽치의 우렁찬 말과 함께 적호단원들 또한 흑살대원들처럼 화공문과 수성보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이 빌어먹을 놈!”

“그래도 네놈보단 나은 놈이지!”

퍼—억! 퍽! 퍽! 퍽!

화공문주 권열휘와 적호단주 팽치가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세력이 불리하여 도망치는 처지였지만, 권열휘 또한 한 일파의 문주로서 적호단주에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타타타타탓-!

하북팽가 하면 건공신장이나 혼원벽력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나, 사실 하북팽가의 모든 무공의 근간은 타고난 체격과 천력을 다루는 방법에 있었다.

파팟-!

한 발을 회 축으로 온몸의 힘을 다 담아 휘두르는 파갑추에 화공문주가 양팔을 모아서 겨우 막아 내고도 뒤로 밀려났다.

“크아아앗-!”

불이 붙은 듯 기운이 펄펄 끓는 화공권은 화공문주가 문파를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의 전부였다.

체술의 다양함이나 권의 변화는 하북팽가의 것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나, 파괴력만큼은 받은 것을 돌려주기에 충분했다.

퍼---억!

적호단주가 팔뚝에 실리는 힘을 온몸으로 받치면서 화공문주의 화공권을 막았다.

“하핫! 제법인데!”

“크으으, 죽여 버리겠다!”

적호단주가 신이 난 듯 날뛰고, 화공문주도 흥분을 가라앉힐 줄 몰랐다.

흑살대주 또한 수성보주를 단번에 두 동강을 낼 듯 대도를 휘둘렀지만, 수성보주는 겨우 네 손가락 굵기의 채찍을 흑살대주의 대도에 감아 버텼다.

“언제 철이 들는지, 쯧쯧쯧.”

청룡단주가 각자 상대를 잡고 신나게 싸우고 있는 적호단주와 흑살대주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숫자는 비등하지만 전력으로 치자면 청룡단과 적호단, 흑살대가 확실히 우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는 뻔했다.

다만,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으면 곤란했다.

“저놈들은 우리가 이곳에 왜 왔는지 다 잊은 모양이니, 우리라도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예, 숙부님.”

청룡단주 남궁현의 말에 진화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파파파팟----!

천뢰제왕검법 낙엽.

“우아아악!”

“아악!”

여덟 갈래로 날아간 뇌전에 비명을 지른 사람은 화공문과 수성보뿐 아니었다.

“야, 인마!”

방금 진화의 뇌전이 앞머리를 스쳐 간 적호단주가 제대로 놀란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청룡단주가 할 말을 잃고 진화를 보았다.

‘대체 내 말을 뭘 어떻게 들은 거지?’

단지 목적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한 것뿐이건만.

현경의 고수가 날린 검기는 바닥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며 이곳에 있던 모두를 위협했다.

하지만 진화는 당당했다.

“저들의 방어진이 무너졌으니, 어서 처리하고 움직이지요.”

“……!”

진화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 적들을 본 청룡단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여덟 갈래의 뇌전이 갈라놓은 땅.

그것을 피하느라 수성보의 전방진이 무너져 있었다.

그때.

콰과광----쾅!

깊숙한 숲속 어디선가 굉음이 메아리쳤다.

뭔가 잔뜩 무너지는 소리처럼 숲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청룡단주가 굳은 얼굴로 진화를 보았다.

“이곳은 이제 우리가 처리할 테니, 숙청단을 이끌고 요석산으로 넘어가 보아라. 숲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으니 검마제와 독마제가 붙은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곳은…….”

“본래도 우리가 유리했다. 네 덕에 수성보의 전방진까지 무너졌으니 저들을 정리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러니 어서 움직이거라. 네가 검마제와 독마제 중 하나라도 잡아낸다면 우리는 성과를 얻는 것이다!”

“예!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청룡단주의 단호한 말에 진화도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섰다.

진화의 신호에 전투에 참여하고 있던 남궁구와 남궁교명, 강무련, 나하연이 망설임 없이 몸을 빼고 진화의 뒤를 따랐다.

쉐에에에엑-!

섬-뜩.

숲으로 들어가던 진화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모골이 송연한 느낌.

어쩐지 익숙한 불길함이 뒤통수를 때리면서 진화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왜 그래, 도련님?”

“…….”

남궁구가 의아한 듯 묻는 가운데, 진화의 눈이 누군가를 찾았다.

‘수오…… 혼현마제의 제자라고 했던가.’

혼현마제와는 달랐다.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혼현마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이라. 

“…….”

잠시 수오에게 시선을 두던 진화는 제가 비슷한 기운을 느끼고 예민해졌던 것이라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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