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따를 화(化) : 잔인한 사랑(9)
쉐에에엑--!
독부 은요의 옷자락이 흩어질 때마다 독연이 검마제를 노렸다.
쉐에에엑-!
검마제의 검기가 독연을 태우자,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재가 하얗게 흩어졌다.
퍼-엉! 펑! 펑!
계속해서 다가오는 은요의 손 속에 검마제가 검을 회전하여 바람을 일으키며 물러났다.
은요의 독은 역천마제조차 쓰러뜨릴 만큼 강력했지만, 독이 상대에게 닿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검마제가 호흡을 참고 독기가 피부에 닿기 전에 기운을 일으켜 날려 버렸다.
그리고 거리가 나오자마자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엑--!
독무신검 현무강하(玄武降下).
묵빛 검강이 독기를 뚫고 나아갔다.
그것을 본 은요도 눈을 빛내며 팔을 뻗었다.
독요장 홍익(鴻翼).
붉은 불꽃이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검마제를 향해 날아갔다.
퍼-엉!
검마제가 검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날을 세워 은요의 장기를 막았다.
빈틈을 찔러 들어온 공격에 검마제도 모든 충격을 막아 내진 못했다.
“흡!”
스슷.
신음을 참아 가며 버텼지만 살짝 다리가 밀렸다.
다행히 은요는 또다시 검마제의 틈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퍼---엉!
검마제의 검강을 막는 대신 장기를 쏘아 보낸 은요는 뒤늦게 기운을 모아 그것을 막아 내려 해 보았지만, 결국 힘에서 밀리면서 그대로 온몸이 커다란 나무 기둥을 부수고 땅에 처박혔다.
쿠쿵! 쿵!
“커헉!”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은요가 피를 토했다.
파리하게 질린 낯빛에도 불구하고 검마제를 노려보는 눈빛만은 전혀 죽지 않았다.
스르륵.
검마제의 검은 삿갓이 독기에 삭아 땅에 떨어졌다.
무심한 눈으로 떨어진 삿갓을 보던 검마제가 은요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해할 수가 없군, 이런 무모한 싸움을 하는 이유를.”
“너는 이해를 해야…… 콜록콜록. 컥! 컥!”
말을 마치지 못하고 기침을 하던 은요가 결국 한 번 더 피를 토했다.
피를 토하고 난 뒤 은요는 오히려 시원해졌다는 얼굴로 검마제와 마주 섰다.
“후우, 글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날 이해해야지.”
“…….”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당당한 은요의 말에 검마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욕정이든 충성심이든 모두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은요의 과거를 아는 검마제는 그 말이 꼭 그런 의미만은 아니란 걸 알았다.
검마제가 역천마제에게 구원받았듯이 은요 또한 혼현마제 덕에 인생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지극한 애정이군. 인생을 받았으니 목숨을 바친다는 건가?”
“흥, 가가에게 줘야 한다면 내 목숨이 아니라 네 목숨까지 기꺼이 쥐여 줄 수 있어!”
검마제가 비꼬듯 하는 말에 은요가 독하게 받아쳤다.
하지만 검마제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다.
은요 자신이 내뱉은 말도 온전히 진심이었다.
‘무엇을 돌려주든 괜찮아. 어차피 가가가 있어서 이제껏 은요로 살았으니까.’
은요가 검마제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독부 은요.
그녀의 삶은 시작부터 전쟁이었다.
“배고파요. 배고파요, 으아앙-!”
“시끄러워!”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줄줄이 낳아 놓기만 아이들.
유독 약하고 멍청한 계집아이는 남매들 중 다섯째, 계집아이들 중 셋째였다.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애매한 위치에서, 없는 먹을 것마저 위아래 남매들에게 빼앗기고 울 힘도 없이 웅크려 있던 아이.
어느 날, 평소 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아비가 아이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여기 있었구나. 가자!”
“아아…….”
손목이 아프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한 아이는 그길로 생전 처음 보는 곳으로 팔려 갔다.
주루에서도 하급 창기들만 머무는 유곽이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몸부림치다가 피가 터지도록 얻어맞고 꼼짝을 못했죠. 그렇게 멍청하게 누워 있는 내 위로 그날 밤에만 수십 명의 사내들이 다녀갔죠. 바닥에 피가 흥건했고, 그 위에서 사흘 동안 죽을 듯이 앓아누웠어요. 그런데 신기하죠? 죽지를 않더라고요. 내 손으로 피를 치우고, 매일 밤 사내들을 받았어요. 수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어요. 앉은뱅이 년이라도 장사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 오히려 좋다고 하더군요. ……이런 나를, 사 가겠다고요?”
“그런…… 오오, 은화야. 이 가엽고 불쌍한 것. 내 품에 오거라. 남은 여생 동안 널 아껴 주마.”
유곽에서 다시 팔려 나갔다.
피죽도 못 먹은 듯 마른 계집이었지만 하급 창기로 있기에는 너무 빼어난 미모였다.
그래서 더 지독했던 지옥.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저를 자주 찾던 단골이 비싼 값을 치르고 자신을 사 가겠다고 하니, 계집아이도 내심 싫지 않았다.
물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짜-악! 짝!
“…….”
“이 지독한 년! 소리도 안 질러? 그래, 네년의 입에서 악 소리가 나올 때까지 때려 주마!”
짜악! 짝!
계집아이를 자주 찾았던 단골은 정작 그녀를 사 가고 나서는 오히려 그녀를 찾지 않았다.
매일 지독할 정도로 그녀를 때리는 본부인의 말로는, 유곽에 있는 다른 년에게 빠졌다고 했다.
짝! 짜-악!
매일 밤 본부인이 그녀를 때리고, 몸이 피곤한 날에는 그 밑의 다른 부인들이 그녀를 때렸다.
다음 날 낮에는 줄줄이 자식들이 그녀를 때리고, 때때로 그 집의 종들도 그녀를 조롱하고 못살게 굴었다.
처음에는 조금 조심하는가 싶더니 나중엔 얼굴에까지 상처가 남았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식사입니다.”
작고 왜소한 하인이 계집아이의 식사를 챙겼다.
어느 날은 하인이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냐고? 그게 뭔데?”
“몸이 아프지 않냐는 말입니다.”
이상한 날이었다.
“아프지 않냐고? 호호, 이상한 질문이네. 매일 밤 수십 명의 사내들 밑에서 비명을 참든, 매일 저 사람들 손찌검에 비명을 참든, 둘 다 마찬가지 아니야?”
하인이 이상한 질문을 하고 계집아이가 이상한 대답을 한 날.
“저들을 전부 죽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진 않고요?”
“저들을 죽여? 자유? 글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생각이야. 난 저들보다 약하니까.”
“만약 조금 아픈 것만 견디면, 저들을 전부 죽이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
“저들을 전부 죽일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면, 당신이 더 약하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어야지요.”
“……많이 아파?”
“예.”
“그래. ……그래도 하지, 뭐.”
그날부터였다.
작고 왜소한 하인이 온갖 맛있는 것을 가져왔지만 그걸 먹고 나면 계집아이는 지독하게 아팠다.
지독한 냄새와 함께 온몸이 검게 썩어 가자 큰 병이 들었다며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온몸이 타들어 갔다.
수포가 잡히고 터지다가 나중에는 껍질이 다 벗겨졌다.
하인이 주는 것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입안이 다 타 버렸다.
온몸에 있는 전부를 뱉어 냈다 싶을 만큼 많은 피를 토했다.
조금씩 타들어 가는 고통에 매일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죽고 싶었다.
전부 죽여 버리고, 저도 죽어 버리고 싶었다.
하인도 찾아오지 않았다.
‘또 팔린 건가? 아니, 이번엔 버려진 건가.’
성대도 다 타 버린 듯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무의미한 몸부림도 멈추고 그저 ‘있었다.’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저 존재하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이 문을 열었다.
“정말 성공할 줄이야…… 새로 태어난 기분이 어떻습니까?”
하얀 빛이 눈부셨다.
손에 닿는 촉감이 따뜻하기도 했다.
‘손…… 멀쩡하잖아?’
계집아이가 일어섰다.
스스로 몸을 일으키고 첫걸음을 떼었다.
“꺄아아악! 마, 마녀다-!”
계집아이를 본 하녀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죽어!’
쉐에에에엑-!
그녀도 모르게 뿜어낸 독한 마음이 검은 연기처럼 하녀에게 가 닿았다.
“커헉. ……컥!”
하녀가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호오. 처음부터 독연이라…… 재밌군요.”
그녀의 뒤를 따라오며 그 모습을 구경하던 왜소한 하인이 흥미롭다는 듯 감탄했다.
계집아이가 놀라서 하인을 돌아보았다.
“이거, 왜 이래? 내가 한 거야?”
“독성이 완성되었으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독기를 잘 쓸 줄은 몰랐지만요. 어쨌든 약속은 지켜졌군요. 아픔을 참고 살아남았으니……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 겁니다.”
놀란 계집아이의 물음에 하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낫이며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는 사람들을 눈짓했다.
계집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놀라거나 겁을 먹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희였다.
“전부 죽일 수 있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활짝 웃어 보인 계집아이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전부 죽어.”
“커헉! 컥! 이…… 마녀…….”
“왜? 당신도 날 때렸잖아.”
“우에에엑! 왜, 왜…….”
“당신은 날 버렸고.”
“우아아악! 괴, 괴물이다!”
“당신들은 날 망쳤지.”
“아아악! 너, 넌……!”
“당신은 날 팔았고. 너희들은 날 판 돈으로 살았구나.”
“하지 마! 오지 마! 아아아악-!”
“당신은 날 낳았지. 당신이 제일 나빴어.”
계집아이는 그날 모두를 죽였다.
저택과 유곽,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들이 있던 집.
그것들이 있던 마을 세 곳이 전부 초토화되고, 살아남은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계집아이가 품은 시커먼 독기는 전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자, 이제 어찌할 것이냐?”
“저기 높은 성의 사람들은 내가 죽이지 않았어.”
“후후후, 그건 내가 했단다.”
하인의 말투가 바뀌었지만 계집아이는 상관하지 않았다.
“당신은, 약속을 지켰네?”
“나와 함께 갈 것이냐?”
“뭘 할 건데?”
“살아가야지, 잘.”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햇빛이 좋은 날이군. 네 이름은 은요(恩曜)라고 하자.”
* * *
쉐에에에엑---!
펑! 펑! 펑! 펑!
검마제와 은요가 정면에서 부딪혔다.
검마제는 온몸의 기운을 끌어 올려 은요가 뿜어내는 독기를 밀어낼 수 있었지만, 은요는 검마제가 주는 충격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파팟-!
부딪히고 깨진 기의 파편이 흩어지며 은요의 고운 살갗에 상처가 났다.
이를 악문 은요는 검마제의 앞에서 비키지 않았다.
하지만 은요의 각오가 어떠하든 검마제는 이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혼현, 이 독사 같은 놈이 어디로 빠져나갔지?’
검마제의 시선이 은요의 뒤를 향했다.
그러자 은요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여유가 있나 봐?”
은요는 얼굴과 손, 팔 할 것 없이 검마제의 검에 베여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
치명상은 없었지만, 꽤 많은 출혈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은요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스윽.
은요가 온몸의 기운을 일으키자 그녀의 몸에 흐르던 피가 기운에 반응했다.
핏방울이 하나하나 은요의 손끝에 모여들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검마제가 급하게 물러섰다.
독요장 요로우(曜露雨).
알알이 모인 수십 개의 핏방울이 붉게 빛나며 검마제에게 쏘아졌다.
은요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핏방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파파파파파팟---!
검마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검마제는 그것을 피하는 대신 검을 꺾어 들었다.
그리고.
샤샤샤샤샥--!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수십 개의 핏방울을 베어 내고, 또 베어 내고, 모두 베어 내면서, 그 끝에서 공격을 펼치는 은요를 노렸다.
점점 더 창백해진 안색만큼 은요의 속도가 느려졌다.
검마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쉐에에엑---!
독무신검 백호침강(白虎侵降).
묵빛 검기가 하얗게 빛날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 은요를 덮쳤다.
퍼---엉!
쿵! 쿵!
“…….”
은요를 통과한 검기가 숲의 나무들을 쓰러뜨렸다.
천천히 은요의 몸도 쓰러졌다.
“큭!”
검마제가 쓰러진 은요의 곁으로 다가왔다.
“혼현은 어느 쪽으로 갔지?”
검마제의 물음에 은요가 웃음을 흘렸다.
“가가를 쫓다간 진짜로 네 목숨을 주게 될 거야. 내 목숨도, 네 목숨도, 전부…….”
가가…….
은요의 눈동자가 서서히 빛을 잃어 갔다.
검마제는 이해할 수 없는 은요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은요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를 수 없게 되었다.
은요의 시체에서 붉은 피가 흥건하게 새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지독한 독기를 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읏!”
급하게 호흡을 멈춘 검마제가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스스스스스----!
은요의 몸에서 나온 피부터 그녀의 시체까지.
모든 것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독마제의 몸은 독 그 자체라더니, 이런 뜻이었나!’
은요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검마제조차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은요의 몸에 갇혀 있던 독성이 자유롭게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독기에 닿은 모든 것이 죽어 갔다.
* * *
급하게 요석산으로 달려오던 진화가 검마제를 먼저 발견했다.
반갑게 인사할 관계는 아니었으니.
파파파파파팟---!
진화의 검이 다짜고짜 뇌전을 뿜었다.
채---앵!
뇌전을 막아 낸 검마제가 놀란 눈으로 진화와 일행을 보았다.
“네놈들이 어떻게! ……박죽산 쪽으로 혼현마제가 가지 않았나?”
“…….”
혼현마제는 없었지만 진화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마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다급하고 흥분한 모습.
몸에 남은 전투 흔적.
“독마제는, 죽였나?”
진화의 물음에 검마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실소를 흘렸다.
“그렇군. 내 뒤를 치려고 기다리고 있었나?”
검마제가 살기를 뿜으며 진화와 일행을 노려보았다.
‘좋지 않아. 마지막에 그 독기에 닿고 말았군.’
매서운 겉모습과 달리 검마제의 속은 다급했다.
그리고 냉정하게 지금 상황을 계산했다.
‘지금 상태로는 저놈을 죽일 수 없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결론을 내린 검마제는 빠르게 움직였다.
쉐에에에엑---!
독무신검 주작비상(朱雀飛上).
묵빛 검기가 거대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진화와 일행을 한꺼번에 덮쳤다.
쉐에에에엑---!
검은 불길을 보는 진화의 눈빛이 새파랗게 빛나고.
진화는 검을 세워 내리쳤다.
제왕무적검법 일휘천낙!
하늘에서 떨어진 철퇴가 날아오르던 불길을 때렸다.
화아아아아아아----!
일행의 앞에서 거대한 불길이 사장으로 쪼개지며 흩어졌다.
그사이, 검마제가 몸을 날렸다.
“혼현마제가 어린 제자의 몸을 빼앗았다. 혹시 놈을 본다면 놓치지 말도록! 아, 이 앞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
쉐에에에엑-!
진화가 뒤늦게 검기를 날렸지만, 검마제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제대로 싸웠어도 양패구상.
그런 검마제가 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를 쫓을 방법은 없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왜 피한 거지?’
진화가 의문이 남은 시선으로 검마제가 간 곳을 보았다.
그때.
“제자의 몸이라니! 혼현마제가 역천대법에 성공했다는 말 아니야?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하냐! 제자라면 ‘수오’라는 그놈 아니야? 나 아까 본 것 같은데?”
“뭐? 이런, 젠장!”
“단주, 당장 돌아가자!”
남궁구와 남궁교명, 강무련, 나하연이 검마제가 남긴 말을 두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진화도 그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어쩐지 거슬리더라니!’
진화는 화공문과 수성보 무인들 사이에서 몸을 숨기듯 있던 수오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렇게 진화 일행이 왔던 길을 다시 가려는 순간.
스스스스스----!
뭔가 불길한 소리가 그들의 뒤에서 들렸다.
“뭐, 뭐야?”
“일단 뛰어---!”
무언가가 까맣게 숲을 죽이며 다가오는 것을 보며, 진화 일행이 급하게 몸을 날렸다.
진화는 검마제가 다급하게 자리를 피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