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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79)화 (379/425)

남궁마제

이길 진(進) 바뀔 화(譁) : 비틀린 운명(4)

모든 것엔 방식(方式)이라는 것이 있다.

초목이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일정 방법이나 형식대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혼현마제를 비롯한 몇몇 이들은 그러한 방식을 알아내는 데에 특출났다.

그들은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방식에 개개인의 환경, 신념, 태도, 언행을 더해 중요한 개개인의 방식을 어렵지 않게 알아내고, 또 개개인의 그것들을 연결하여 그 단체나 사회가 나아갈 방식을 유추한다.

혼현마제가 지난 전쟁에서 정사 무림을 정신없이 몰아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들의 방식을 읽음으로써 그들보다 한발 앞서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혼현마제는 계속해서 패배했다.

그리고 궁지에 몰렸다.

‘모든 것이 계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지. 제갈길현이나 제갈가주의 방식은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정의맹 놈들이 움직이는 방식도, 육 대 무단주들의 움직임도…… 단 하나, 내 계산을 벗어난 단 하나의 변수가 모든 것을 틀었다.’

남궁진화.

광마제의 최종 제물로, 제왕검의 손에 구해졌고 언젠가는 광마제의 손에 죽을 존재, 단지 그뿐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마제들의 죽음에 남궁진화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존재가 남궁세가를 변화시켰고, 제국을 변화시켰다.

‘남궁진휘가 군사부에 들어감으로써 정사연합 군사부의 방식이 달라졌다. 적통 황자를 찾음으로써 한 제국 황제의 태도가 달라졌고.’

간과해서는 안 될 변화(變化)였다.

이전의 모든 방식이 달라지고, 혼현마제의 예상은 더 이상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혼현마제는 희생을 감수하며 꾸역꾸역 계획을 이어 왔다.

계획대로 마제들을 죽였고, 역천마제를 배신하고 진국을 세우는 데까지 성공했다.

분명 모든 계획이 완성되는 지점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진국이 실패하고 자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이유는, 결국 자신이 간과한 변화 때문이었다.

약해진 역천마제를 노릴 줄 알았던 정사연합은 잠잠했고, 무엇보다 한 제국이 진국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 네놈 때문이지. 여전히 후계가 혼란한 상황이었다면, 황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적통 황자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더군. 황제가 후계를 걱정하여 몸을 사릴 필요가 없으니. 한 제국은 신 제국을 상대하는 데에 진국을 이용할 필요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이유도 없어졌다. 그게 내가 실패한 이유였다.”

수오의 모습을 한 혼현마제가 진화를 노려보았다.

붉은 안광이 마치 불길을 품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진화를 두렵게 만들진 못했다.

“죽을 때가 되니 생각이 많아졌나 보군.”

진화가 덤덤하게 혼현마제의 분노를 받아 냈다.

아니, 덤덤하게 혼현마제의 분노를 마주했다.

“네놈이 대업을 망친 것이다!”

혼현마제가 분노와 원망을 담아 소리치자.

“네놈들은 더 많은 것을 망쳤지.”

진화도 지지 않고 그의 분노를 비웃었다.

분노로 말하자면 진화의 속에 가득 찬 그것만 할까.

서늘하게 혼현마제를 내려다보는 검은 눈에는 수도 없이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네 무공을 믿고 안심하고 있는 것이라면 착각이다. 역천마제의 손에서도 벗어났던 나다. 네놈이야말로 내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니!”

혼현마제의 온몸에서 기사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 솟아오르던 그것은 이내 붉은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그 뱀들이 하나같이 가느다란 현홍사를 물고 사방으로 뻗쳤다.

“네놈이야말로 살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역천마제가 아니라 그 할아비라도 귀천성의 꼬리를 달고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니까!”

진화의 온몸에서도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진화의 살기에 반응한 그것은 혼현마제에게 이를 드러내듯 뇌전을 번뜩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혼현마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이제야 겨우 네놈을 파악할 수 있었구나. 네놈은 널 죽이는 것보다 저 밖에 있는 남궁세가 놈들을 다치게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테지? 환상 속에서 끊임없이 놈들의 살점을 도려내고 사지를 끊어 낼 것이다. 어디 한번 남궁세가 놈들의 비명을 견뎌 보거라! 하하하하!”

혼현마제가 먹이를 앞에 둔 뱀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진화를 보며 광소를 터뜨렸다.

차라리 광마제라 해도 좋을 정도로 광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진화는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오히려 저 눈빛, 언행 모두 진화를 동요시키기 위해 계산된 모습일 것이라 확신했다.

숨 쉬는 것 하나까지 뇌의 결정에 따를 인간, 그게 바로 혼현마제라는 자였기 때문이다.

이전의 진화였다면 혼현마제의 생각대로 동요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혼현마제는 이번에도 또,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간과했다.

“네놈을 일찍 죽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구나.”

파지지지지직--!

진화의 손에 들린 의천검이 뇌전으로 번뜩였다.

* * *

우우우웅--!

일반 무사들조차 느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의 여파가 산 전체에 퍼졌다.

“이, 이게 무슨……!”

세 번째 봉우리에 진입하려던 송마문 학사들이 발을 들여놓다 말고 물러섰다.

“문주님!”

당황한 학사들이 송마문주를 찾았다.

이미 송마문주는 물론이고 검마제와 수신방주 또한 온 산에 퍼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고 있었다.

“혼현마제의 기운이로군.”

“이…….”

송마문주가 말을 삼켰다.

놀라고 감탄하는 건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옥혼진이, 숨겨져 있던 옥혼진이 더 있었던 듯합니다! 일전에 없앤 것보다 더 치밀하고 강력한 것이…… 송구합니다. 혼현마제가 준비한 함정인 듯합니다.”

“그래. 혼협답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송마문주와 달리 검마제는 마치 이렇게 되길 예상이라도 한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

실제로 검마제는 혼현마제가 이대로 사냥당하듯 당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하긴 했다.

“그자는 뱀이다. 똬리를 틀고 웅크린 채 언제든 상대의 목을 물어뜯을 기회를 보지. 안에 있는 정사연합 놈들이 곤욕을 치르겠군.”

“그, 그렇습니다. 좀 더 상황을 살피고 움직이기로 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안에서 혼현마제와 정사연합 놈들이 서로를 할퀴는 사이 그 뒤를 노리려는 우리의 계획은 더 완벽해졌으니 말입니다.”

검마제의 말에 수신방주가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그 또한 옥혼진을 보고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자면 나쁠 것이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혼현마제의 옥혼진 밖에 있었으니 말이다.

“마학선생, 혼현마제가 죽고 난 이후에는 늦다. 최대한 빨리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라.”

“명을 받듭니다!”

아무리 검마제라도 혼현마제가 작정하고 만든 옥혼진 속으로 아무 대비도 없이 들어갈 순 없었다.

안에는 그들의 적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검마제가 명을 내리고 돌아서자, 송마문주와 수신방주가 고개 숙여 답했다.

검마제가 돌아가고.

송마문주의 입에서 먼저 한숨이 나왔다.

“후우…….”

어쨌거나 한 발만 먼저 산에 들어섰어도 옥혼진 속에 갇힐 뻔했으니.

옥혼진을 모두 거두었다고 장담한 이가 송마문주였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마문주는 혹여 검마제의 질책이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었다.

다행히 검마제가 이렇다 할 질책 없이 넘어갔지만, 어쨌든 이번에도 그가 실수를 할 뻔한 것이었다.

“정사연합 놈들은 안에 있겠지? 대체 안에서 어떤 술수를 부렸을까.”

수신방주가 옥혼진이 있는 안쪽을 보며 눈을 빛내며 묻자, 송마문주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밖에서는 알 수가 없으니. 그보다 산 전체에 옥혼진이라니, 혼현마제의 진법과 환술이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군.”

송마문주는 산 전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의 흐름에 솔직하게 감탄했다.

산 전체에 진을 설치할 수는 없다고 장담한 것이 엊그제였는데, 눈앞의 옥혼진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수하들을 적잖이 잡아먹었으니까. 어쩌면 벌써 힘을 다 찾은 건지도 모르지.”

수신방주가 죽은 수하들의 수를 생각하며 혀를 찼다.

하지만 송마문주의 생각은 달랐다.

“다시 말하지만, 정사연합 놈들을 먼저 움직이게 한 것이 천만다행이군. 그런 혼현마제마저도 놈들이 상대할 테니까. 어느 쪽이 살아남든 피해가 상당할 거다.”

잔인한 결론이지만 실제 그러했다.

혼현마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정사연합의 피해가 커질 것이고, 정사연합의 저항이 거세면 거셀수록 혼현마제 역시 무사할 리 없으니.

둘의 싸움이 더 커진다면 귀천성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었다.

수신방주도 그것을 알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검마제께서는 정사연합이 이길 거라 생각하신 건가? 그런데 왜 혼현마제가 죽고 난 후에는 늦다고 하신 거지?”

“…….”

검마제의 말이 수신방주와 송마문주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 * *

옥혼진 속에 갇힌 정사연합 무인들은 사방에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사, 살려 줘! 살려 줘!”

그들이 죽인 사람들과 그들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사연합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환영임을 알면서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특히 죽은 동료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자, 정사연합 무인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아아악--!”

“나야-! 나라고--!”

퍼—억!

“뭐 해? 환영이고 뭐고 전부 죽여!”

적호단주의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적호단이 움직였다.

잔인한 환영이었다.

그들의 악몽 속에 있던 인물들을 그대로 보여 주는 환영은.

게다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중에 누구 하나 환영에 깊게 물드는 순간, 그땐 아군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이들이 나타날지도 몰랐다.

이전 전쟁에서도 혼현마제의 환영은 그렇게 힘을 발휘했었다.

“네놈들에게 검을 휘두르는 놈들은 전부 적이다! 안 되면 나를 봐라! 나는 절대 다치지도 죽지도 않을 테니까, 이상하다 싶으면 다 나한테 보내라고!”

“예, 단주!”

적호단주의 단호하고 믿음직스러운 외침에, 적호단원들이 금세 혼란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몇몇 경험 많은 조장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단원들의 긴장을 달랬다.

“단주가 제일 위험해요!”

“쓰불! 남궁진혜 새끼가 없는 게 다행이라고 하진 못할망정!”

“하하하! 그건 그러네!”

적호단이 온전한 모습을 찾아 환영과 싸우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악몽과 싸우는 그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흑살대주는 적호단주보다 더 단호하게 대처했다.

“뒤로 물러나! 조장 새끼들만 도끼 들고 나선다! 헷갈리게 하지 말고 나머지는 찌그러져 있어!”

흑살대주는 몇몇 경험 많고 정신력이 강한 인물들만 환영과 마주 서게 했다.

하지만 환영은 이미 만들어진 실체가 아니라 환술에 당한 사람의 머릿속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 곧 물러선 무사들 사이에서 비명과 고함이 터졌다.

“으아아아악-!”

“여기! 여기 왔다고요!”

퍼----억!

흑살대주가 환영에 빠지다 못해 이성을 잃은 대원의 머리를 도끼의 자루로 때렸다.

“그냥 기절해 있어. 또 누구! 못 버티겠다 싶은 놈은 말해라!”

흑살대주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사방을 노려보자, 흑살대원들이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았다.

흑살대에 비하면 경험이 많은 청룡단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안에 도련님들과 아가씨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옥혼진은 결국 혼현마제가 기운을 거두거나, 혼현마제를 죽여야 끝나는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숙청단주와 일행이 혼현마제를 죽일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그래도 일단 위로 올라가서 상황을 확인해 볼 만한 놈이 없는지 봐야겠습니다. 아무리 청룡단 일이라지만, 우리 남궁세가 직계들이 다 위에 있습니다. 안되면 저라도 다녀와야죠.”

“음. 그러면…….”

청룡단 조장 중 하나인 남궁보의 설득에 청룡단주 남궁현도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

우우우웅----!

“어?”

“음?”

끊임없이 달려들어 그들을 괴롭히던 환영이 흔들린 것이다.

콰광---! 쾅! 쾅!

이제까지 옥혼진에 막혀 듣지 못하던 굉음도 들려왔다.

세 번째 봉우리, 꼭대기가 있는 쪽이었다.

“……잘 싸우고 계시는 듯하군. 우리는 이곳에서 임무에 집중한다.”

“충.”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꼭대기 쪽을 보며, 청룡단주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흔들리는 옥혼진의 모습에 안심한 것인지 남궁보도 순순히 명을 받들었다.

한편.

“크아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 부단주!”

쉐에에엑--!

푹! 푹!

달려들던 환영들의 목이 사정없이 부서져 나갔다.

간절한 표정이나 생김이 마치 진짜처럼 생생했지만, 그들의 목을 날리는 무지막지한 손길에는 망설임이라곤 없었다.

“퉤엣! 새끼가 어디서 어리광이야? 징그럽게.”

“……무량수불.”

남궁진혜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살벌한 눈으로 환영들을 노려보았다.

일행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상태에서 나지막하게 도호를 외는 무현의 목소리만 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진휘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옥혼진이라…… 독하네.”

환영들이 잔인한 모습 그대로 쉴 새 없이 달려들었지만, 남궁진혜를 비롯한 일행은 흔들리지 않고 그것들을 상대했다.

그 와중에 남궁구가 천풍검법 하해광풍으로 환영들 속에 섞인 진짜 적들을 향해 몰아쳤다.

쉐에에에엑--! 쉬익! 쉭!

날카로운 예기가 환영 속에 숨은 적들을 귀신같이 골라 베어 나갔다.

아직 어린 후배라고만 생각했는데.

호현기는 거침없는 남궁구의 움직임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떤 비결이라도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걸 물을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남궁구의 뒤를 노리고 잿빛 기운이 날아들었다.

호현기의 두 눈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카---앙!

“댁은 이쪽이야.”

남궁교명이 남궁구의 뒤를 노리고 날아온 채찍을 잘라 버렸다.

‘재수 없는 도련님이…… 많이 달라졌군.’

남궁세가의 장로와 무단주의 아들들도 어릴 적 나름대로 교류가 있었던 터라, 호현기는 남궁교명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집안이 몰락할 뻔도 했다지만, 남궁교명은 호현기의 기억보다 훨씬 번듯하게 자라 있었다.

파팟-!

창궁대연검법 파해일몰!

파파파파파파팟-! 퍼—엉!

푸른 파도가 몰아치듯 땅을 헤집고, 환영과 적을 한 번에 삼키며 나아간 기운이 수성보주 절편 금오진을 노렸다.

퍼—엉.

땅이 터져 나가는 동시에 금오진이 날아오르자, 그의 뒤를 이제는 남궁구가 노렸다.

쉐에에엑-!

카-앙! 쿵!

“크헉!”

수성보주 금오진이 놀라는 동시에 남궁구의 검을 막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틈을 남궁교명이 달려들었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귀천성 한 문파의 수장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호현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유 있게 지켜볼 처지가 아니었군.”

퍼----억!

호현기의 검이 남궁진휘를 노리던 화공문주 공무권 권열휘의 주먹을 막았다.

“이쪽은 안 돼, 아저씨!”

“쓰불! 감히 누굴 건드리는 거야!”

남궁진혜가 눈에 불꽃을 튀며 공무권 권열휘를 향해 푸르고 거대한 기둥을 휘둘렀다.

“쟨 안 돼! 우리 대신 평생 죽도록 일해야 하는 놈이라고!”

동기가 몹시 불손해 보였지만, 어쨌든 분노한 남궁진혜는 공무권 권열휘를 순식간에 밀어붙였다.

쉐에에에에엑---!

권열휘의 뒤에는 무당제일검, 청수검 무현의 태극검이 날아들었다.

“이, 이……!”

“도망칠 곳은 없소.”

청수검 무현의 말처럼, 옥혼진은 혼현마제가 만든 함정이었으나 그들 모두의 감옥이 되었다.

그동안 고심하던 남궁진휘가 검을 들었다.

온몸의 기운을 모으는 듯 넘실거리는 짙푸른 기운이 남궁진휘의 검에 모여들었다.

쉐에에에에에엑---!

제왕무적검법 일휘천낙!

거대한 파도가 사방을 쓸어버리듯 쏘아져 나가고.

콰광---! 쾅! 쾅!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실제로 일행이 선 바닥에는 일자로 큰 균열이 가 있었다.

단, 일행을 향해 쏟아지던 환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 진화의 말이 맞더라고. 진법을 풀 수 없으면 부숴 버리라지.”

“……구, 군사…….”

“내가 힘이 없진 않으니까.”

남궁진휘가 그를 향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화공문주와 수성보주 그리고 일행을 보며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직책상 정사연합 부군사가 맞았지만, 한때는 정파 무림 최고의 신룡이라 불리던 남궁진휘였다.

무당제일검 무현도, 남궁 최고의 무재라는 남궁진혜도 누구도 아닌, 후기지수 최강의 자리는 언제나 남궁진휘의 것이었다.

“귀천성 놈들이 오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라.”

“추--웅!”

남궁진휘의 명에 일행이 힘차게 답했다.

화공문주와 수성보주가 아직 건재했지만, 무현과 남궁진혜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때.

콰광---쾅! 콰광---!

또다시 지축이 흔들리며 굉음이 울렸다.

남궁진휘보다 더 먼 곳에서, 더 크게.

일행이 저도 모르게 꼭대기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세 번째 봉우리에 거대한 벼락이 두어 번 더 내리치고, 세 번째 봉우리였던 그것이 쪼개지고 있었다.

“어? 저게…… 떨어지는데?”

누군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튀어---!”

멀리서 익숙한 고함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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