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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마제 (387)화 (387/425)

남궁마제

벼락 진(震) 태울 화(火) : 재로 쌓아 올린 성(1)

진국에서 혼현마제의 죽음이 전해졌을 때.

신 제국 대륜궁에서는 모처럼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리고 역천마제는 곧바로 검마제와 송마문주, 수신방주를 불러올렸다.

검마제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송마문주와 수신방주는 역천마제가 그들을 찾았다는 말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과 검마제는 달랐다.

“남궁진화는 후환이 될 자였습니다. 남궁진화를 처리하고 난 후에 장안으로 가도 되었습니다. 어찌하여 지금 당장 장안인지요?”

검마제가 걱정스러운 듯, 불만스러운 듯 물었다.

검마제는 아직 약관도 넘지 못한 남궁진화와의 대결에 그가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남궁진화가 그를 뛰어넘기 전에 지금 처리했어야 했다.

장안성은 황제의 도시를 지키는 성이다.

한 제국이 아무리 병력을 집결한다고 해도 수성에만 집중한다면, 그가 남궁진화를 처리하고 갈 때까지 얼마든지 더 버틸 수 있다는 것이 검마제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비효율적이기도 하지.’

송마문주도 속으로 불만을 토했다.

고작 장안으로 가라는 말을 하려고 황성에 불러들이다니. 거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얼마를 손해를 보았는지는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뻔했다.

물론 역천마제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싶지마는.

역천마제에게 의문이라도 표할 수 있는 건 오직 검마제뿐이었다.

그것마저도 역천마제가 받아들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허허허, 갑자기 불러올린 것이 불만이더냐?”

역천마제는 검마제의 걱정을 웃어넘겼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제물이 성승과 함께 장안에 있다는구나.”

“아, 드디어……!”

역천마제의 제물이라는 말에 검마제가 탄성을 내었다.

검마제가 눈빛을 일렁이며 역천마제를 보았다.

백자같이 환한 피부에 자애롭게 주름진 얼굴.

매서운 눈매와 단정한 백염백미에서 신선 같은 풍모가 자연스레 흘러나왔고.

젊은 무인들보다 더 건장한 체격과 탄탄하고 곧은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지금 당장 전장에 선 장수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웠다.

백 년을 넘는 동안 역천마제가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마제의 시선이 역천마제의 팔을 향했다.

소매가 흘러내린 덕에 드러난 역천마제의 팔은 상완근에 커다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수십 년 전 전쟁에서 정파 고수들의 합격을 받고 깊은 상처를 입었던 역천마제는 아직도 몇몇 상처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마제는 내내 역천마제의 상처에 신경을 썼으나 역천마제 본인은 그동안 역천대법에 크게 안달하지 않았었다.

적의 손에 최종 제물을 두고도 느긋한 역천제마의 모습에 검마제의 애만 닳아 가는 듯했는데, 드디어 역천마제의 입에서 최종 제물에 대한 말이 나왔다.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광오하기 그지없는 말.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신 제국의 황제이자 귀천성의 주인, 역천마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송마문주와 수신방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새로운 시대에 새 제국, 그에 걸맞은 새 군주들이 필요하다. 송마문과 수신방이 해 줘야 할 일이 많다. 할 수 있겠지?”

“……!”

송마문주와 수신방주는 역천마제의 물음에 크게 몸을 떨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말이 들어와 박혔다.

‘새로운 군주‘들’이라고 했겠다!’

검마제를 제외한 모든 마제들의 자리가 비었다.

팔현성은 역천마제를 비롯하여 새로운 하늘을 여는 운명을 뜻하는 말로, 만약 그들이 모두 운명을 완성하고 자리를 비운 것이라면……?

‘새 제국에는 그에 걸맞은 새 군주들이 필요하겠지. 황제에 오를 역천마제와 그 곁을 지킬 검마제를 제외하고도, 중원 육 주를 다스릴 군주들이!’

송마문주와 수신방주가 크게 전율했다.

그야말로 그들이 바라고 바라던 일이 아니던가.

“운명마저 내 손안에 두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언제 그것을 비켜 나가게 할지, 언제 그것을 취할지, 모두 이 몸의 선택이라! 이제 내 운명을 취할 때가 되었다. 천문이 다가오고 있으니, 그 전까지 내 제물을 가져와라!”

“존명!”

역천마제의 명을 받자마자, 검마제와 송마문주, 수신방주가 빠르게 장안성으로 향했다.

* * *

쾅! 쾅! 쾅! 쾅!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빛뿐이었다.

푸른 번개가 번뜩이고, 그것이 묵빛 기운과 함께 터져 나갔다.

그리고 장안성의 두꺼운 성벽이 부서졌다.

눈으로 좇을 수조차 없는 경지라니.

성벽 위에서 신 제국 병사들을 몰아붙이고 있던 정사연합 무인들이 저도 모르게 빛을 향해 힐끔거렸다.

카----앙!

지축이 흔들리는 기의 여파가 퍼지고.

퍼억! 퍽!

“크읏!”

“큭!”

한 대씩 주고받은 검마제와 진화가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진화는 세 걸음 물러나서 검을 쥔 손목을 점검했고.

검마제는 다섯 걸음 물러나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 냈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진화의 천뢰기가 검마제의 기운을 파고들어, 아무리 기운을 흐트러뜨려도 충격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듣도 보도 못한 것이로군. 기운 속을 파고드는 뇌전이라니!’

검마제가 진화를 노려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검은 눈을 보자니 또다시 속이 울렁이는 듯했다.

그가 이토록 당황스러워해 본 적은 실로 수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도대체 그건 뭐지?’

검마제가 진화의 속을 꿰뚫을 듯 자세히 보았다.

수십만 명에게서 느껴지던 고유의 기감이 하나, 둘 사라지고, 검마제는 오로지 진화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

거칠게 번뜩이는 기운에 온몸의 솜털들이 솟아올랐다.

그때.

역시나 검마제를 보고 있던 진화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뒤? ……아!’

진화의 시선이 자신의 등 뒤에 있음을 알아차린 검마제는, 송마문주와 수신방주를 떠올렸다. 두 번째 벽의 두 번째, 세 번째 문 사이.

세 번째 벽의 단 하나뿐인 정문이 있는 곳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송마문주와 수신방주가 역천마제의 제물을 납치해서 그 문으로 빼돌려야 했다.

‘성공했군.’

검마제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와 동시에.

“현오-!”

쉐에에에엑---!

쉐엑! 쉐에에에엑!

검마제를 향해 매섭게 날아드는 뇌전.

하지만 이 뇌전이 뜻하는 바를 아는 검마제는 진화의 뇌전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들었다.

펑! 펑! 펑! 퍼-엉!

검마제가 진화의 검기를 베고, 부딪혀 깨뜨렸다.

하지만 진화는 어느새 검마제의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채---앵!

“흣!”

챙! 챙!

“현오에게 무슨 수작이지? 설마, 현오가 목적이었나?”

진화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제까지 잔잔한 물결조차 일지 않던 검은 눈이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검마제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미 늦었다.”

“……!”

진화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가야 하는데……!

숙청단은 성벽 위의 병사들을 치우기 바빴고, 태극혜검대 역시 그러했다.

청수검마저 옥허신검을 다른 제자에게 맡기고 싸우고 있었다.

가야 하는데……!

진화는 답답함에 숨이 턱 막혀 오는 듯했다.

카-----앙!

“큿!”

결국 진화는 급한 마음에 오래도록 검마제를 몰아붙일 심산으로 아끼고 있던 힘마저 폭발시키듯 분출했다.

* * *

“와아아아아아----!”

한 제국군이 달려왔다.

“더러운 배신자들을 죽여라-!”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개들이다! 죽여라-!”

하후필과 하후선, 두 범 같은 장수들의 목소리와 함께 한 제국군이 열린 문을 뚫고 노한 파도처럼 밀고 들어왔다.

챙-! 챙-!

귀천성 무인들이 한두 번은 병사들의 창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엔 어쩔 수 없었다.

잘 훈련된 한 제국 정예들 중에서도 정예라 불리는 적호군이었다.

그들은 사납고 용맹했지만 귀천성 무인들과 거리를 유지할 정도로 영리했다.

카-앙!

“걸렸다!”

철컹. 철컹!

“무, 무슨?”

세 명이 조를 짠 적호군은, 앞에 있는 두 사람이 창에 걸린 반월 모양 보조 검으로 귀천성 무인의 검을 걸어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놀란 귀천성 무인이 검을 흔드는 사이.

“지금이다!”

푸욱!

“커헉! 컥!”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적호군이 귀천성 무인의 심장이나 목을 꿰뚫었다.

그런 이들이 수만 명이었다.

채---앵!

푹! 푹!

“크아아악!”

“커헉!”

한 제국군이 두 번째 벽을 순식간에 뚫고 세 번째 벽이 있는 길에 들어섰다.

“방패-!”

투투투투투투툭.

하후 장군들의 명령과 함께 적호군이 화살에 대비해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적호군은 거대한 지네처럼 머리 위로 방패를 들고 그 안에 숨었다.

그리고 세 번째 벽의 마지막 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두 번째 벽과 세 번째 벽 사이 외길은 적호군으로 가득 찼다.

“사부님!”

“허어!”

각우가 성벽 아래에서 폭수문주 곡해와 싸우고 있는 성승과, 성벽 위에서 싸우고 있는 백팔나한, 그리고 세 번째 성벽 위로 새로 올라오고 있는 신 제국군을 보았다.

휘이이이이이익-!

후두두두두두두!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이 한 제국군의 방패에 박혀 들었다.

방패 아래에선 방패를 뚫고 날아든 화살에 맞고 한 제국 병사들이 쓰러졌다.

‘…….’

각우가 복잡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신방주가 현오를 들고 사라지고 수신방 무인들이 그 앞을 지키는 동안, 신 제국 병사들이 세 번째 벽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 제국군이 그곳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믿어야 한다!’

마음을 굳힌 각우가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성벽의…… 성벽 위의 병사들을 죽여라!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를 믿고 싸우는 수십만 병사들이 위험하다!”

“하지만……!”

“어서!”

“충!”

몇몇 금동나한들이 반발하려 했지만, 단호한 각우의 고함에 결국 금동백팔나한들은 성벽 위의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현오가 납치되는 장면을 본 사람이 진화와 소림만은 아니었으니.

“현오--!”

“현오를 구해야 해!”

두 번째, 세 번째 문과 가까이 있던 숙청단과 현무단이 그 모습을 보았다.

“숙-청-단! 어서 가라!”

현무단주, 옥화혜검 운해가 소리쳤다.

지난번 장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도망쳐 온 이후, 현무단주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온화하고 성실한 도장은 온데간데없이, 단호하고 사나운 무인만이 남았다.

현무단 또한 이전보다 훨씬 단호하고 냉담하게 적의 목숨을 거두고 있었다.

적호단이 사납게 몰아치고 청룡단이 매섭게 지난다면, 현무단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직하게 적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조금 느릴지언정 자비 없이 철저했다.

현무단주를 본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다른 숙청단원들도 그들을 보았다.

진화가 없을 때는 남궁구와 남궁교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숙청단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문 닫힌다!”

남궁교명이 세 번째 벽의 문을 가리켰다.

거대한 문을 수십 명의 병사들이 밀기 시작하자, 어느새 반쯤 닫혀 있었다.

“이런, 당혜군---!”

“알아!”

남궁구의 부름과 함께 당혜군이 빠르게 손에 든 것을 뿌렸다.

쉐에에에엑---!

파파팟-!

“아아악!”

당혜군의 단검이 제일 앞에서 줄을 당기던 병사들의 가슴팍에 박혀 들었다.

“막아! 줄을 잡아라! 어서 문을 닫아!”

신 제국군이 바빠졌다.

병사들이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려 애썼다.

“팽씨들! 나하연!”

“간다-!”

“타아아아아앗---!”

남궁구의 외침에 이번에는 팽가 형제와 나하연이 그대로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탓. 탓. 탓. 탓. 탓.

거대한 지네 같은 적호군의 방패를 밟고 달려간 세 사람은, 그대로 문을 향해 돌진했다.

반쯤 닫힌 문은 곧 반쯤 열린 문이라, 반쯤 열린 문은 꼭 닫힌 문과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혼원벽력장(混元霹靂掌) 아랑훼적(餓狼毁適))-!

마강천보(魔强天保)-!

파파파파파팟---!

팽신의 주먹이 거대한 성문의 골격을 부수고, 이어서 팽수가 두 주먹으로 성문을 때리자.

퍼-----엉!

결국 성문이 터져 나갔다.

굵은 나무들이 조각조각 날아가며 병사들의 온몸에 박혀 들었다.

적호군조차 방패를 세우고 몸을 보호했다.

“우아아아악!”

“크아아악!”

성문을 닫던 병사들이 모조리 쓰러지고.

수신방도들이 그 앞을 막기 위해 달려왔다.

하지만.

사천패룡권 흑룡패기-!

퍽! 퍽! 퍽!

나하연이 성문 앞을 가로막는 수신방도들을 모조리 상대하기 시작했다.

뻐어억!

“크어어어!”

떡매를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신방도들의 피와 살이 터져 나갔다.

나하연을 중심으로 한 장 정도 공간이 생겼을 정도였다.

그 뒤를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뛰어들었다.

“현오는?”

“놓쳤어. 하지만…… 저 학사 놈들이 있는 곳에 있겠지.”

남궁구의 물음에 시선을 돌리던 남궁교명이, 신 제국군의 뒤편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송마문 학사들을 발견하고 눈빛을 번뜩였다.

남궁구 또한 그들을 보았다.

“가자!”

쉐에에에엑---!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놈들……!”

쉐엑! 쉐엑! 쉐에에엑---!

검을 들고 달려 나온 신 제국 장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양쪽 어깨와 목이 날아갔다.

“막지 마, 우린 갈 길이 바쁘다고.”

남궁구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살기를 흩뿌렸다.

하지만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수십 명을 죽이면 다시 그 사이로 수백 명이 들어오며, 송마문 학사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밀어라! 전부 밀어 버려!”

“우아아아악!”

적호군 병사들이 창을 세우고 그대로 앞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놀란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의 머리 위로 생겼다.

투구의 뿔에 피를 잔뜩 묻힌 하후선이 그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무림 친구들이 급한 듯하니까 도와주지.”

“가, 감사합니다!”

남궁구와 남궁교명이 거절하지 않고 하후선의 도움을 받았다.

* * *

가야 하는데……!

놈들이 현오를 데려간다면 현오는……!

진화의 머릿속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이전 생의 마지막, 결국 광마제에게 역천대법으로 목숨을 빼앗길 뻔했던 그 순간이.

술사들이 주문 외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고, 나중에는 그들이 피를 뿜어내며 비릿한 혈향이 코를 가득 채울 것이다.

시릴 정도로 차가운 제단에 억지로 눕혀져서 온몸이 만년독수에 천천히 잠식되면.

혼이 찢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목숨을 빼앗기는 공포가 찾아온다!

진화는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의 비릿한 혈향과 독수의 냄새.

등이 얼 정도로 차갑던 제단.

이가 덜덜 떨리던 죽음의 공포와 박탈감 그리고 복수심!

번뜩.

진화의 눈동자에 번개가 내리쳤다.

새까만 우주에 끊임없이 번뜩이는 검은 번개.

그와 동시에 의천검에서 솟은 것인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검은 뇌전이 하나, 둘…… 이어서 수십 개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팟----!

파파파팟-!

섬전십삼검뢰 여여일식-!

한 호흡이 끝나기 전에 수십 초를 쏟아 내는 여여일식이 일 합, 일 합마다 반복되었다.

그 충격 또한 검마제의 팔과 온몸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헛! 큭!”

검마제가 저도 모르게 물러섰다.

‘내가 밀린다고? 물러선다고?’

저도 모르게 한 본능적인 행동에 검마제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이를 악물었다.

일 합마다 수십 초를 나눈 듯한 충격이 계속 누적되었으니 사흘 밤낮으로 싸운 것처럼 지쳤지만, 이대로 길을 비켜 줄 순 없었다.

‘주군의 제물을 가져가야 한다!’

우우우웅--!

검마제의 의지에 반응하듯 그의 귀검이 묵빛 강기를 빛내며 울었다.

채----앵!

검마제가 진화의 검을 막아섰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연속기의 흐름을 깨뜨린 것이다.

진화의 눈이 검마제를 보았다.

진화의 눈동자를 보게 된 검마제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대체 저 기운의 정체는 뭐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부서지고 다시 생기는 세상이라니.

그러나 검마제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가지 못했다.

파지직…….

검마제의 묵빛 검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파지지지직----!

제왕검형 불위-!

마지막 여여일식인 줄 알았던 것은 제왕검형 불위의 연속기였다.

남궁이 그리는 창궁의 자유는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다.

파파파파팟----!

쉐에에에엑-!

“크아앗!”

검마제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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