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마제
나아갈 진(進) 다스릴 화(話) : 제국의 분노(5)
제국의 황제를 부르는 호칭은 ‘폐하’이다.
섬돌 폐(陛)에 아래 하(下).
직접적으로는 섬돌 아래, 섬기는 자들의 입장에서 섬돌 아래에서 뵐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낙양 황성의 대전 앞.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면 왜 그런 호칭이 붙었는지 한눈에 실감할 수 있을 것이었다.
대전 앞 공터에는 제국 조정을 움직이는 수천 명의 문무백관이 모두 시립해 있고, 한가운데에는 높은 투구를 쓴 장수들과 수만 명의 병사들이 갑옷을 갖춰 입고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수천, 수만. 바닥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찬 신하들이 우러러보는 곳.
거대한 인원조차 압도할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은 석돌 계단 위에 황제를 위한 자리가 있었다.
척. 척. 척. 척.
전신에 새하얀 갑주를 걸친 진화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말을 타고 나타났다.
진화의 뒤로는 검은 무복을 입은 숙청단과 적색 무복의 적호단이 군인들과는 사뭇 다른 기세를 뿜으며 진화를 따르고 있었으니.
인세의 사람이 아닌 듯한 자태와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위엄.
수많은 군사들이 내준 길의 한가운데를 가르며 나타난 진화의 모습은 말 그대로 햇빛 아래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했다.
‘천장(天將).’
그렇다.
진화를 보는 문무백관들과 군사들은 똑같은 것을 떠올리며 탄성을 흘렸다.
그때.
하얀 백발을 흐트러짐 없이 넘긴 엄 태감이 나타나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 납시오---!”
내공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 태감의 목소리가 드넓은 대전 전체에 울렸다.
동시에 황금빛 말에서 내려온 진화를 시작으로 수만 명의 대소 신료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까마득하게 높은 석돌 위에 황룡금포를 입은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대전을 등 뒤에 두고 고작 한 사람이 섰을 뿐인데 비어 있는 공간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역적 토벌을 시작할 것이다. 천명을 따르라-!”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한 사람의 기세가 수천, 수만의 좌중을 압도하는 순간이었다.
* * *
“와아아아아아---!”
황제의 명을 받은 제국군이 황궁을 출발했다.
황도에서 출발하는 총군사령관의 직속인 오만 뇌룡군의 행렬이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끝도 없이 이어졌다.
황제와 황후는 진화의 모습이 황궁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려진 소맷자락 아래로 황제가 황후의 손을 잡았다.
‘잘 해낼 것이오.’
‘네. 그렇게 믿습니다.’
정면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덤덤한 표정 아래 감춰진 위로가 힘주어 마주 잡은 손을 통해 전해졌다.
“폐하, 연회장으로 걸음을 옮기시지요.”
“그러지.”
군을 떠나보내고 조정에는 출정을 기념한 연회가 열렸다.
황제가 자리를 뜨기 전엔 모두가 자리를 뜰 수 없었기에, 엄 태감이 늦지 않게 황제를 재촉했다.
“황후, 함께 갑시다.”
“아닙니다. 저는 신료들과 내명부와 함께 움직일 터이니 먼저 걸음 하세요.”
“흐음……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황제의 권유에 황후가 드물게도 고개를 저었다.
일견 아내이기 전에 신하 된 본분을 다하겠다는 말인 듯했는데, 그건 이전부터 이어진 평소 황후의 모습대로였다.
총애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에 황제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황후만의 내조이자 신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어쩐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황제가 떠나고.
황후가 움직였다.
궁중천화(宮中天花). 황제가 구중궁궐에 깊이 감춘 하늘의 꽃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제국, 아니 고금을 통틀어 천하제일미라 손꼽히는 미인의 눈이 처연하게 내려앉았다.
‘이런, 이런. 황후 폐하께서 화가 많이 나셨구나.’
본래 창신궁 소속으로 건희전의 주인이 떠나며 연회를 돕게 된 동 태감이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시릴 정도로 매끈하고 고운 얼굴에 반달같이 휜 눈과 검고 깊은 눈동자, 오뚝하게 솟은 콧날, 생생하게 빛나는 꽃잎같이 포개진 입술까지.
한눈에도 모자 관계를 확신할 정도로 진화와 똑 닮은 얼굴이었지만, 동 태감이 보기에 진화와 황후가 가장 닮은 것은 긴 속눈썹 그림자 아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검은 눈이 서늘하게 내려앉았을 때였다.
스르르르륵…….
귀하디귀한 금포가 스치듯 바닥을 지나고.
연회장으로 향하는 황후의 뒤로 내명부의 모든 궁인들이 따랐다.
여기서 궁인이란 후궁전에서 첩지를 받은 궁인과 채인을 포함한 것이었다.
금빛의 화려한 정복을 입은 황후를 따라 황궁의 꽃이라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뒤따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동시에 연못에 뜬 백조처럼 치열한 광경이었다.
여인들은 황후의 금빛 정복에 부러운 눈빛을 보내는 걸 멈추지 못하면서, 실상은 황후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바닥에 나부끼는 황후의 옷자락처럼 그녀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눈치껏 황후가 서면 서는 것이고, 걸으면 걷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시키듯 황후는 연회장으로 가는 동안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었다.
굽이 높은 신과 주렁주렁 매달린 장신구의 무게 따위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황후의 뒤를 쫓던 궁인들이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황후는 그런 궁인 중 하나의 앞으로 가서 서늘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름이 뭐였지?”
“채, 채인 저소소라 합니다, 마마.”
“……그래. 많이 힘든가 보구나. 하나 공식 석상에서 나를 칭할 때는 폐하라 해야 한단다.”
식은땀을 흘리며 답하는 채인을 보며 황후가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그리고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로 명을 내렸다.
“채인 저씨는 아직 법도가 완전치 못한 듯하니 후궁전으로 데려가거라.”
“마, 마마!”
놀란 저소소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칠 수 있는 건 뼈까지 얼릴 정도로 서늘한 황후의 눈빛뿐이었다.
저소소의 눈동자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미약하게 흔들렸다.
“어리석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구나. 보름치 녹봉을 제하겠다. 데려가거라.”
“예, 폐하.”
동 태감이 재빨리 나서서 궁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제자리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저소소는 그대로 궁녀들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
황후의 뒤에 서 있던 궁인들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황후는 그 앞을 천천히 지나가며, 눈에 띄는 몇몇 궁인들을 저소소처럼 후궁전으로 물렸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연회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황후와 후궁전 궁인들이 연회장으로 가는 동안 숨소리 하나 크게 나지 않았다.
황후가 연회장에 도착하자, 황제의 연회장에 있던 대소 신료들의 눈이 황후에게로 몰렸다.
몇몇 이들은 감탄한 기색으로 황후를 보았고, 몇몇 이들은 아주 당황한 기색으로 황후의 뒤를 보았다.
후자는 간택례에 들여보낸 이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여식을 찾는 이들이었다.
황후는 그중 황문시랑의 곁으로 다가갔다.
“법도를 완전히 깨치지 못한 후궁들은 참여를 금했습니다. 오랜만에 여식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터인데, 황후로서 면구스럽군요.”
“아, 아닙니다! 제 여식이 법도를 깨치지 못했다니…… 오히려 망신을 피하게 되었으니 황후 마마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여식과 같은 실수를 하는군요. 공식 석상에서 황후에 대한 호칭은 ‘폐하’입니다, 황문시랑.”
“……!”
황후의 말에 황문시랑을 비롯하여 그와 함께 있던 이들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들 대부분이 앞서 황후가 돌려보낸 여식들의 집안 소속이었다.
“다행히 후궁전은 이제 이 사람의 소관이군요. 잘 가르쳐 볼 것이니 걱정 마세요.”
황후가 자애롭게 웃으며 황문시랑을 지나쳤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황문시랑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황후의 자애로운 격려가 결코 격려로 들리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후궁전은 황후 소관이라고? ……설마, 내 딸을 영원히 채인에 처박아 둘 것이라는 경고인가?’
황문시랑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단지 가볍게 시험을 해 본 것뿐이었는데, 대가가 상상 이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한편.
자리로 돌아온 황후의 곁에는 당연한 듯 팽연화가 앉았다.
양주대부부인으로서 황실 어른으로 대우하라는 황제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황후와 팽연화는 피를 나눈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워져 있었다.
“저놈, 아니 저 사람들이 우리 진화를 건드렸다는 말이죠?”
“우리 아들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동안 저들이 감히 우리 아들을 흔들도록 내버려 둘 수 없지.”
“저치들이 장안 출신 호족이라고 했지요? 흥, 걱정 말아요, 언니. 뒤뜰에서 농사지어 먹지 않는 이상, 청해상단에서 마음만 먹으면 굶겨 죽일 수도 있어요!”
황후의 서늘한 눈빛이 향한 곳으로 이번에는 팽연화가 독하게 웃어 보였다.
아들이 피 흘리며 싸우는 동안 누구도 자신들의 아들을 흔들지 못하게 하리라, 모정이 비수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순간이었다.
* * *
이번에 대대적인 신 제국 토벌을 명하며, 한 제국에서는 오만의 군대를 추가로 징병하였다.
유례없이 풍족한 국고를 바탕으로 황제는 진화의 직속으로 이만의 정예병을 채워 주었는데, 이만의 뇌룡군(雷龍軍)은 오로지 진화의 군이 되었다.
장안에서는 하후대장군이 이끄는 적호군이 남하 중이고, 남쪽에서는 위장군 원수경이 이끄는 북위군이 익주를 공략 중이었다.
남과 북, 그리고 이제 중앙에서 진화의 뇌룡군이 신 제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뇌룡군에는 특별한 위치의 부대도 있었는데.
“흐흐흐, 이제 단주님도 꼼짝없이 우리 도련님 아래네요.”
“임시잖아, 임시!”
약을 올리는 듯한 남궁구의 말에 적호단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 한 제국군의 대대적인 신 제국 토벌에 정사연합이 함께하면서, 적호단과 숙청단이 완전히 진화의 휘하로 오게 되었는데.
진군 내내 적호단이, 특히 적호단주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던 것은 분해서 그런 게 틀림없었다.
숙청단은 워낙 소수 정예로 이뤄진 특별 무단 같은 성격이라, 이번에도 적호단과 섞이지 않고 진화의 호위 부대로 함께했다.
어차피 숙청단으로서는 평소에도 하던 일이라 크게 분할 것도 없었으니, 남궁구가 마음 놓고 적호단주를 놀릴 수 있었다.
그렇게 진화와 뇌룡군이 쉬지 않고 한중까지 진격했다.
한중에는 반가운 인물들이 한 제국군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정사 연합 소속 무림 결사대가 이황자 저하께 인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많군요. 이황자 한진화이나, 남궁진화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실 겁니다.”
“저희도 무인으로서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젊은 나이에 무의 극을 보았다는 창천화룡을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허허!”
진화의 막사로 꾸려진 지휘부에, 한 자리 한 자리 착석한 이들의 면면이 놀라웠다.
사천당문 가주인 암혼사 당혼과 아미파 장문 복호구검 금정신니, 형산파 장문 무결선인 고결주, 점창파 장문 분광천검 양낙일, 청성파 장문 적하검 공백까지. 전쟁 중이거나 본문을 지키느라 정사연합 본부에선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사천과 호남, 교주 무림의 맹주들이 모두 자리에 있었다.
게다가 그들만이 아니었다.
무당파에서도 대장로인 초옥검 운허가 직접 나와 있었고, 북방제일검이라는 은하명검 모용관천과 팽가 가주 건곤지권 팽여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제갈가주는 늘 그렇듯 군사로서 본부를 지키고 있었고, 남궁세가에서는 당연한 듯이 남궁경이 우기고 우겨 제왕무적단을 데리고 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곳이 정사연합의 총회의장인가 할 정도로, 당금 무림을 이끄는 모든 문파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군은 항복을 받든 정복을 하든 최단 시간 안에 신 제국의 성도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정사연합의 계획은 어찌 되는지요?”
무림을 대표하는 수장들을 두고 당당하게 의견을 묻는 진화의 모습에 모든 수장들이 한 제국의 총군사령관으로서 진화의 권위를 인정했다.
“허허허, 저희는 제국군처럼 광범위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니까요. 항복이나 정복은 없습니다. 모조리 죽이고 토벌할 것입니다.”
암혼사 당혼이 웃으며 답했다.
‘당혜군과 당혜평의 아버지. 사천무림은 귀천성의 공세에 일찌감치 본문을 버려 피해가 적었다고 들었는데, 피해가 적다고 원한까지 적은 것은 아니구나.’
진화는 암혼사 당혼의 호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의 눈이 웃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어쩐지 현오가 ‘당가는 무척 쪼잔하다네. 원한을 사면 골치가 아파.’라고 하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한 제국군과 정사연합은 결국 ‘목적은 다 함께 움직임은 따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뇌룡군으로 성도를 뚫고 숙청단, 적호단과 함께 귀천성 놈들을 노릴 것입니다.”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고, 놈들이 신 제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도망치는 놈들을 모조리 추살할 것입니다.”
진화와 정사연합 대표들이 이미 의논된 세부 사항 중 큰 계획을 확인하는 선에서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
큰 전쟁을 치르기 전 혹은 꿈꾸던 복수를 이루기 전, 각자 마음을 달래기엔 딱 좋을 정도로 가볍고 짧은 시간이었다.
“크으…… 내 아들 잘난 것 봐라!”
한쪽에서 남궁경이 숨을 헐떡이며 감격을 하든 말든 회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모두가 각자의 숙소로 가고.
진화의 막사에는 숙청단만이 남았다.
“떨리네. 드디어 시작이라니.”
“태어나서부터 평생 들었는데 말이야.”
“당혜군, 너는 사천에 있는 본가에는 한 번도 못 가 본 거 아니야?”
“대체 우리 당가가 얼마나 일찍 본가를 빼앗긴 줄 아는 거야! 나도 본가에서 태어나서 기억할 건 기억한다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어머니의 처소 같은 건…….”
“…….”
당혜군의 말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빼앗긴 무림의 일부를 찾는다는 마음과 집으로 돌아간다는 마음.
어떤 것이 더 절실할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 전쟁에 나선 사천무림과 호북, 교주 무림의 문파들이 모두 당혜군과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복수를 떠나서도 질 수 없는 전쟁, 져선 안 되는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그런데 왜 하필 뇌룡군이지? 우리는 숙청단인데.”
침묵을 깨고 분위기를 환기하듯 제갈상이 다른 화제를 꺼냈다.
보통 이런 일은 현오가 나서곤 했는데…….
이 순간마저도 살짝 현오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숙청단원들이 이 전쟁에 꼭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숙청군은 좀 그렇지 않냐? 가뜩이나 시발단이라고 하라는 소리나 듣는데. 나는 좋아, 뇌룡군. 이름도 멋지고.”
제갈상의 말에 녹림소산군 황청산이 눈치껏 맞장구를 쳤다.
그에 이천평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었다.
“나는 숙청군도 나쁘지 않는데? 뇌룡군은 좀…… 메롱군 같지 않아?”
“아니야! 너 닥쳐! 가뜩이나 이상한 시발단 같은 별칭이 붙어서 쪽팔리는데!
“그래, 이상한 별칭을 만들 여지를 주지 마!”
“그치만 저는 숙청단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냐, 그래도 뇌룡군이 조금 더 멋져.”
분위기를 띄우듯 숙청단원들이 한마디씩 의견을 보탰다.
충분히 의견이 오가고, 그제야 진화가 뇌룡군이 숙청군이 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조정에서 말이 나오자마자 잘렸어.”
“…….”
“……숙청(肅淸). 그러고 보니 거기서 들으면 한층 더 위험하게 들리긴 하겠네.”
“그래. 신하 아저씨들이 엄청나게 싫어할 이름이야.”
“특히 차기 황태자의 군대 이름으로는 완전히 부적합하지.”
진화의 말에 모두가 이유를 납득했다.
그렇게 전쟁을 시작하기 전 하루가 조용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