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414화 (414/425)

나아갈 진(進) 이야기 화(話) : 인생의 전환점(3)

하오문주의 집무실.

하오문주 채명지와 남궁희가 마주 앉은 가운데 군조가 어색한 얼굴로 한쪽 구석에 자리했다.

군조는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남궁희를 보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채명지를 보는 등 심적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채명지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군조야, 그러지 말고 나가 보렴.”

“하지만 어머니, 아니 문주님, 저자는, 아니 저분은…….”

남궁희의 앞에서 어머니를 어머니라 불러도 될지.

남궁희를 적대해도 될지, 남궁구의 아버지로 예를 갖춰야 할지.

남궁구와 자신을 친우로 정의할 수 있을지.

채 끝내지도 못한 군조의 말에는 그가 고민하는 것이 다 들어 있었다.

“괜찮으니 나가 봐.”

채명지의 거듭된 권유에 군조는 결국 입을 꾹 다물고 밖으로 나갔다.

둘만 남은 집무실.

채명지와 남궁희가 서로를 노려보며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들 사이로 매섭게 바람이 부는 듯했다.

먼저 침묵을 깨뜨린 건 채명지였다.

“뭐요? 계속 그렇게 볼 거면…… 옷자락이라도 풀까요?”

남궁희가 미간을 와락 구겼다.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여전히 황당한 여자였다.

“……행동으로도 보이지 마라.”

“칫.”

남궁희의 말에 채명지가 아쉬운 표정으로 슬쩍슬쩍 올리던 치맛자락을 놓았다.

“하아…….”

그들 사이로 매서운 바람 대신 깊은 한숨이 흘렀다.

* * *

여자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피처럼 짙은 붉은 옷에 어울리지 않는 평온하고 단아한 얼굴.

이십팔 년 전에도 그랬다.

온 사방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시체가 널브러진 가운데, 여자는 갓 피어난 꽃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어머, 봤어요?”

능청스럽고 뻔뻔스럽기까지 한 말에 기가 막혔다.

남자도 변한 것이 없었다.

힘든 임무를 수행하고 겨우 적진을 빠져나가는가 싶은 순간, 여자는 남자에게 발각되었다.

‘귀천성 잔당인가?’

이토록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여자는 잔뜩 경계심을 높이고 환하게 웃었다.

‘미인계가 통할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이어 가려는 순간.

‘……독한 놈.’

남자는 여자의 턱밑에 검을 들이대고 있었다.

* * *

남자는 인정사정없이 여자를 결박해서 포로로 잡았다.

“하오문이라…….”

“그러는 당신은 어디죠?”

“하오문이 이곳엔 왜 왔지?”

“귀천성 소속은 아니죠?”

여자는 남자의 질문에 질문으로 받아쳤다.

그녀는 손발이 결박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지금 본인이 질문을 할 처지인 것 같은가?”

남자가 조금 황당한 듯 물었다.

그러자 여자는 자신만만하게 남자를 훑어보며 말했다.

“정파죠? 하오문을 알아보고도 곧바로 죽이지 않는 걸 보면. 정파 체면에 사패천 소속을 함부로 죽일 순 없을 테고, 이만 풀어 주는 건 어때요?”

남자는 여자가 몹시 당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고민은 되었다.

당장 여자를 풀어 주기엔 남궁세가의 전선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꺼림칙했고, 포로로 데려가기엔 복귀하는 행로에 귀천성 무인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질문이 안 통하니 협박을 해 보지.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말해라, 내가 당신을 살각에 던져 버리기 전에.”

“읏.”

여자는 남자의 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여자를 보며 남자가 속으로 혀를 찼다.

‘뭐 이렇게 허술해?’

여자는 그런 남자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지에 몰린 새끼 짐승처럼 잔뜩 움츠리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동안 남자는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보았다.

‘살각과 하오문의 물밑 전쟁이 치열하다더니…… 저자들이 모두 살각 출신이었던가?’

남자의 눈이 시체를 하나하나 살폈다.

그러다 시체들 속에 익숙한 이목구비를 발견했다.

‘저자는 살각의 소혈선! 이 여자…… 살각의 후계를 암살한 건가?’

남자가 놀란 눈으로 여자를 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짓을 벌였군.’

소혈선을 포함한 살각 암살자를 죽일 정도라면 여자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신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

살각 암살자들과 소혈선을 모두 죽일 정도라면, 여자가 크게 지친 상태였던 것이 남자에게 행운이었다.

‘역시 결박은 풀지 않는다.’

남자가 결론을 내렸다.

그사이, 여자도 결론을 내렸다.

“나 좀 포로로 들고 가요.”

“……뭐?”

“내가 포로 한다고요. 어차피 당장 문파로 돌아가지도 못해요. 소혈선을 죽였는데, 나도 당분간은 몸을 피해 있어야 하거든요. 적극적으로 협조하죠.”

“…….”

뻔뻔한 여자였다.

남자는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저기, 칼 좀 치워 줄래요?”

남자는 말 대신 그녀의 목에 재차 검을 겨눴다.

여자는 긴장한 얼굴로 검을 내려다보며 치워 달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씨알도 안 먹힐 짓이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항복을 한다는데 뭐가 그렇게 살벌해요?”

남자는 끝까지 검을 치우지 않았다.

짐 덩어리를 데리고 가느라 복귀 행로가 어려워지겠지만, 이 위험한 여자를 자유롭게 두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판단했다.

“참, 어디 문파예요?”

“…….”

위험하지만 대책 없는 여자였다.

* * *

전쟁은 몇 년 더 이어졌다.

살각은 소혈선을 죽인 범인을 찾느라 혈안이 되었지만, 조사 결과 살각에서 하오문 소문주를 습격하다가 동귀어진한 것으로 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살각은 물론 하오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오문의 서하라고.”

“여태 몰랐어요?”

서하, 채명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눈동자가 바람에 촛불 날리듯 흔들리는데 낯빛은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 남궁희가 한숨을 쉬었다.

“가주님의 명이다. 포로에서 손님으로 신분을 전환한다.”

“자, 잠깐. 나 여태 포로였어요?”

남궁희의 말에 채명지가 깜짝 놀란 듯 물었다.

여태 주제 파악도 못 했다니.

남궁희는 채명지를 한심한 눈으로 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난 억울하다고요!”

“억울해?”

채명지는 남궁희를 원망하는 눈으로 쏘아보고, 남궁희는 그런 채명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포로를 이렇게 풀어 둬요! 비단옷에 하녀도 붙여 주고…… 난 또 괜히 기대했네.”

“무슨 기대?”

“난 당신이 날 꼬시는 줄 알았죠. 그래서 되지도 않는 꽃꽂이도 하면서 부지런히 수작에 넘어가고 있었는데! 부리지도 않은 수작에 넘어가려고 애썼다니, 부끄러워서 어떡해요!”

“…….”

억울한 부분이 그것이었던가.

말은 부끄럽다면서 이번에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말하는 채명지의 모습을 남궁희가 황당하다는 듯 보았다.

어쩐지 남궁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어? 당신,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느낌이 아니라 남궁희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남궁희가 놀라서 큰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 보았지만, 이미 절대 보여서는 안 될 사람이 보고 난 이후였다.

“에-! 얼굴 빨개졌네! 하하하하! 당신도 부끄러워하는 거죠? 솔직히 말해 봐요. 이제까지 날 꼬시려고 수작 부린 거 맞죠?”

“아니다!”

“그럼 이제부터 좀 꼬시려고 해 봐요.”

“……뭐?”

남궁희가 얼굴에서 손을 떼고 놀란 눈으로 채명지를 보았다.

채명지가 남궁희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끌어 올린 입꼬리와 달리 그녀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 * *

몇 년, 꿈같이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피비린내 나는 세상만을 보아 온 남궁희와 채명지에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꺄하하하하-!”

“어이구, 우리 구, 웃었어요?”

옥구슬보다 듣기 좋은 아이의 웃음소리와 사랑하는 여인의 목소리에 얼음 같은 남궁희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정말 꿈처럼 지나갔다.

깜깜한 밤.

콰-직.

“…….”

채명지는 까마귀가 떨구고 간 전서를 손에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있던 채명지는 결국 몇 년 동안 귀하게 입었던 청색 비단옷을 벗고 검은 무복을 입었다.

“기어이 가겠다는 건가?”

“……다녀올게요.”

“여전히 거짓을 말할 땐 눈동자가 흔들리는군.”

남궁희의 지적에 채명지가 저도 모르게 그의 눈을 피했다.

‘다녀오겠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살각의 공격에 본 문이 초토화가 되었어요. 문주님이…… 어머니께서 중태에 빠지셨대요.”

“…….”

변명처럼 늘어놓는 채명지의 말을 들으며 남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남궁희를 두고 채명지가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담을 넘기 전.

채명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작은 아이가 잠든 곳으로 향했다.

남궁세가 담벼락에 늘어지듯 핀 능소화 하나를 따서 잠든 아이의 옆에 두었다.

‘다시 오마. 꼭 다시 오마.’

채명지가 잠든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채명지가 아이의 볼을 쓰다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녀의 어머니와 형제, 문도들이 죽어 가고 있을 터였다.

채명지는 피와 눈물을 쏟으며 남궁세가의 담을 넘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렸던 자리에 조용히 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쉐에에에에엑---!

채명지가 남궁세가의 담을 넘자마자 그녀의 뒤로 날카로운 바람이 날아들었다.

타타타다탓!

그녀의 발밑에 일곱 개의 단검이 박혔다.

“……!”

눈을 크게 뜬 채명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남궁세가의 담벼락 위로 남궁희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당신이 이 담벼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의 어미이기 때문이다. 석 달. 그 안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대로 떠난 것으로 간주하겠다.”

석 달 뒤.

남궁세가는 양주로 들어온 귀천성 일파와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제왕검과 의천결사대가 이미 출발했고, 남궁세가에 있는 모든 무단이 그곳으로 갈 것이었다.

그리되면 남궁희와 고혼암풍단만이 남아, 남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잠삼현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를 닫을 것이다.

그것을 채명지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로 한 것은 채명지의 선택이었다.

“밖으로 나간 후 당신은 남궁세가에 대한 어떤 것도 떠들어선 안 된다. 아이를 찾아서도 안 된다. 남궁에서 당신이 가졌던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지키지 않는다면, 어린 자식을 두고 갈 정도로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단숨에 날려 버릴 것이다.”

전쟁은 참으로 잔인했다.

남궁희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죽음을 경고해야 했고, 채명지는 그럼에도 떠나야 했다.

서로 지켜야 할 것이 있었기에 서로의 선택에 대해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방에서 흐느끼고 있을 어린 자식이 가슴에 사무칠 뿐이었다.

* * *

다시 하오문주의 방.

채명지와 남궁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원망 따윈 없었다.

오히려 수십 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채명지의 눈빛은 애틋하기까지 했다.

“경고를 보냈더군요. 그래요. 돌아가는 건 포기하겠어요. 이곳에 남아서 하오문을 책임지기로 한 건 내 선택이니까. 하지만, 그 아이가 밖으로 나왔을 때 만나는 것조차 막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

채명지가 눈을 부릅뜨고 따지는 말에 남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썹을 들썩였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왜 내가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

남궁희의 말에 채명지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뭐……라고요?”

채명지의 머릿속엔 이미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남궁희도 그것을 알기에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거짓말을 못 하는군. 내가 당신에게 보낸 건 경고였다. 남궁세가에서 알게 된 내 정체나 남궁세가의 방비와 관련해서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구와 당신의 만남을 거부한 것은 내가 아니다.”

“하, 하지만 그 아이는…….”

“남궁의 작은 송골매로서 스스로 판단한 거겠지. 당신을 거부한 것은 구다.”

또다시 지진이 난 듯 흔들리는 채명지의 눈동자를 보며 남궁희는 기어코 그 말을 하고 말았다.

“나는 경고를 하러 왔다. 다시는 그 아이와의 만남을 두고 거래를 하자느니 같잖은 도발하지 마라. 겨우 지켜 낸 이곳을 하루아침에 잃고 싶지 않다면.”

“……당신!”

남궁희의 경고에 채명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채명지는 남궁희의 경고가 단지 경고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방을 압박하듯 스산한 기운으로 몰아치던 고혼암풍단의 조용한 위협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를 만나고 싶다면 구를 설득해라.”

남궁희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수십 년 만의 만남을 종결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남궁희가 걸음을 멈췄다.

“아까 그 아이…… 후계로 삼은 거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더군.”

남궁희의 말에 채명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지를 주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한 말.

채명지가 아는 남궁희가 할 법한 말이었다.

“내 할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담을 넘어도 되나요?”

채명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당신이 모든 걸 버릴 각오를 한다면. 다만 작은 송골매가 담을 넘게 해 줄지는 모르겠군.”

“……!”

남궁희가 망설임도 없이 말하고 성큼성큼 방을 나갔다.

하지만 결국 ‘남궁구만 괜찮다면 자신은 괜찮다’는 말이었다.

실로 남궁희다운 허락.

채명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남궁희가 나가고, 군조가 어깨를 떨며 흐느끼는 채명지에게 급히 달려갔다.

군조가 채명지를 보듬었다.

“어머니……!”

“하하, 저 사내는 여전히 귀엽고, 아프구나……. 흥, 저는 좋다는 말을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고.”

채명지가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군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눈물을 닦은 채명지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군조야, 그래도 형제가 있는 것이 좋겠지?”

“네? ……하지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걸요.”

채명지의 물음에 금방 알아채지 못한 군조도 곧 채명지가 누굴 말하는지 알았다.

군조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후후, 괜찮아. 아닌 척 수작 부리는 것을 보면, 겉은 달라도 속은 제 아비를 쏙 빼닮은 것 같으니까. 황궁에 가는 날이 내일이지? 내일은 청색 옷을 입어야겠어.”

남궁희의 허락 아닌 허락을 얻은 채명지는 의욕으로 가득 찼다.

군조는 불안한 듯했지만 채명지를 말리지 않았다.

그가 채명지를 본 후 가장 행복해하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지만, 어머니가 그러시겠다면 예쁜 옷으로 준비할게요.”

“후후후, 그거 다 튕기는 거야. 이 부자는 당기고 당기는 게 답이라고! 나만 믿으렴!”

채명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군조는 계속 불안했다.

어쨌든 채명지를 거부한 것이 남궁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남자, 내게 살기를 보내면서 대화를 차단하지도 않았어. 마치 억지로라도 들으라는 듯. 대체 뭘 노리는 거지?’

군조는 채명지를 향해 살기를 뿜어내던 남궁구를 떠올리며 잔뜩 들떠 있는 채명지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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