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진(進) 이야기 화(話) : 황태자 한진화(2)
건희전.
진화가 황태자 자리에 오름으로써 건희전이 동궁이 되었다.
본래라면 지금 일황자가 머물고 있는 진짜 동궁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년에서 삼 년 정도 유예를 가지게 되었다.
일황자가 혼인을 하고 황궁을 떠나는 데에 이 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마침 이 년 후면 황녀인 한연화가 따로 거처를 가져야 할 때였다.
보통 혼인을 하지 않은 황손들은 그 모후의 궁에서 기거하도록 되어 있으니.
이 년 후, 일황자가 비운 동궁을 손봐 진화가 궁을 옳기고 황후의 창신궁에 있던 건희전을 황녀의 거처로 하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진화가 이삼 년 정도 동궁을 양보한다면 말이다.
다행히 진화 또한 큰 궁보다는 조금 더 황후와 어린 황녀의 가까이 머물고 싶었기에 양보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진화는 황태자가 되었음에도 익숙한 처소에서 있을 수 있었다.
다만, 건희전 외엔 모든 상황과 생활이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황태자를 위한 후계 수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 *
황태자가 된 진화에게 가장 힘든 일이라면, 역시 일과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었다.
뭐든 시작이 어렵다지만, 최근 진화는 그게 특히 힘들었다.
“전하, 이제 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동 태감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진화는 안절부절못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제국의 황태자인 동시에 무림에서 다음 세대 천하제일고수라 논하는 신진 고수인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 싶지마는.
“전하, 황녀 마마의 손에서 손가락만 빼시면 되옵니다.”
동 태감은 겨우 한 살도 되지 못한 황녀에게 손가락을 잡히고 그걸 빼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는 진화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결국 진화가 진짜 곤란해지기 전에 지켜보고 있던 황후가 나섰다.
“후후후. 자아, 연화야, 오라버니는 이만 수업에 가셔야 한단다. 손가락 놓아 드려야지?”
“흥아야? 빠야!”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는 아름다운 두 얼굴이 저만 보는 것이 기분 좋았는지 진화의 손가락을 꽉 쥐고 흔들었다.
“이런, 연화가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하지만 이젠 진짜 오라비니를 보내 드릴 때야.”
“아야아-!”
보다 못한 황후가 억지로 아이의 손을 펴서 진화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주려 했다.
하지만 아직 돌도 되지 못한 아이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음? 우, 우리 연화가 폐하를 닮은 모양이구나. 호호호. 어, 어서 놓자-앗. 하!”
“꺄-하!”
황후가 힘을 주며 아이의 손을 펴고, 다행히 그 힘겨루기를 재밌어 한 아이가 진화의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아…….”
황후 덕분에 겨우 풀려난 진화는 뭔가 아쉬운 눈으로 황후와 아기를 보았다.
그때, 동 태감이 스르륵 다가와 진화의 귓가에 속삭였다.
“승상께서 더 이상은 황녀 마마의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
동 태감의 말에 진화는 아쉬움이 가득 남은 듯 진득한 눈길로 아이를 본 후 최대한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일과 중 가장 어려운 창신궁을 나선 후.
진화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
진화의 모습을 보며 동 태감이 안타까운 눈을 했다.
황궁 생활에 적응하시기 힘이 드신 건지, 아니면 마음이 내키지 않으신 건지.
황후궁을 나선 후에 진화의 얼굴에서 표정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흐릿할 정도였다.
‘성심성의껏 모시려 최선을 다했지만, 전하의 마음을 열기엔 부족했던가.’
수많은 궁녀들이 진화를 보며 ‘궁중빙화(宮中氷花)’라며 얼굴을 붉혔지만, 동 태감은 얼어붙은 진화의 표정에 어서 봄날이 오길 간절히 바랐다.
동 태감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화는 황궁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화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이유는 황궁 생활이 힘이 든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것 때문도 아니었다.
동 태감은 진화가 남궁세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만 보아서 몰랐던 것뿐, 진화는 본래 웃음이 많거나 감정 표현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화를 내는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빠른 진화에게 감정 표현은 애써 노력해야 하는 어떤 것 중 하나였으니.
한 번도 배워 본 적 없는 학문에 행정, 정치, 군사, 전쟁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선 갈 길이 너무 바빴다.
다행히 승상 조위례는 전쟁터를 떠돌던 가난한 황자를 작금에 이르러 성군으로 추앙받는 황제로 만들어 낸 좋은 스승이었다.
“오늘은 제시간에 오셨습니다, 전하. 오늘도 황녀 마마께서 손가락을 놓아주시지 않던가요?”
“예. 하지만 오늘은 다행히 어마마마께서 제시간에 동생을 이기셨습니다.”
“허허허허허허!”
귀여운 외손녀와 다시 어미가 된 딸의 일화에 조위례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여동생을 지극히 아끼는 외손주를 보았다.
“모후라고 하셔야 합니다.”
“……모후께서 황녀를 적당한 때에 제지해 주셨습니다.”
“허허허, 황녀 마마가 황태자 전하만 좋아한다고 폐하께서 용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더군요.”
“황녀가 부황을 많이 닮았습니다.”
“여러모로 말이지요. 허허허허허!”
조위례는 진화의 언행 하나하나를 황태자의 자리에 걸맞도록 바꿔 가고 있었다.
또다시 엄격하게 진행되는 수업을 보며 동 태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진화를 보았다.
수업에 집중하려 애쓰는 진화의 등이 무겁고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 * *
한편.
간택전의 여인들은 진화를 볼 날만을 기다리며 설레는 첫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너무 꽃길만 그리고 있었단 걸 깨닫는 데는 반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화아아아악--!
텅. 텅.
“꺄-악!”
“뭐야!”
숙소 문을 나서자마자 무언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몇몇 이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날벼락 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허어! 누가 감히 소리를 키우는 겁니까!”
정 상궁의 말에 여인들의 비명이 일순간 사라졌다.
여인들에게 던져진 것은 빨랫감이었다.
그녀들 앞으로 던져진 것 외에도 숙소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걸 보는 여인들이 얼굴을 찌푸리거나 눈을 크게 떴다.
한눈에도 더러워 보이면서 케케묵은 냄새를 풍기는 것도 그렇지만, 빨래가 가득 쌓인 통이 수십 개가 넘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기 한 시진 전에 이 빨래들을 모두 해 놓도록 합니다.”
정 상궁의 말에 여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황궁에서 나오는 빨랫감을 해결하는 것도 궁녀들이 할 일이긴 했지만, 궁녀들 사이에서도 급이 있었다.
빨래를 하는 것은 궁녀들의 일중 가장 허드렛일에 속하는 것으로, 따로 하급 궁녀로 뽑힌 이들이나 할 일이라. 간택전에 들어온 여인들은 설마 자신들이 이 일을 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서로 눈치를 보던 여인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앞으로 나왔다.
북위대장군부 출신의 원영농이었다.
“간택전 궁인들이 이런 일을 한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황태자 전하를 뫼시고자 궁에 든 것이지, 이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정면을 향해 빳빳하게 치켜 든 턱과 꼿꼿한 자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홀로 앞으로 나서는 담대함.
그리고 창신궁 상궁인 정 상궁과 눈을 마주치고 대립하는…… 성깔머리.
‘호오.’
모든 여인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원영농과 정 상궁의 대립을 지켜보았다.
이 대립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간택전 궁인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것은 물론, 최소한 원영농의 기세도 달라질 것이었다.
원영농 또한 그것을 아는지 마치 키가 작은 정 상궁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듯 고개를 더 빳빳하게 세웠다.
하지만 그건 원영농의, 아니 간택전 여인들의 착각이었다.
그녀들이 정 상궁과 기세싸움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
황제를 위해 열린 간택전만 다섯 번, 이전 황태자를 위해 열린 간택전도 두 번이었다.
매번 귀한 집안의 여식들이 참여했고, 그중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나는 여인들부터 곱게 자라서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사고뭉치들도 있었다.
심지어 정 상궁은 북위대장군부의 적녀인 원귀빈이 간택전에 참여했을 때도 있었고, 기세등등한 원귀빈이 황후전을 농락하려 할 때도 버텼다.
황제가 바뀌고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황궁을 지켜 온 상궁에게 고작 북위대장군부의 질녀의 반항 따윈 하얗게 센 코털 하나 흔들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것이었다.
정 상궁이 매끄럽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살짝 고개를 내렸다.
“엄밀히 간택전은 황태자전의 궁인을 뽑기 위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하는 모든 일이 교육입니다. 여러분이 이 황궁에서 살 자격을 갖추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걸 마치지 못한다면 태자 전하의 그림자조차 뵙기 힘들 것입니다.”
살짝 숙인 고개에서 치켜뜬 눈.
색이 탁해진 눈동자에 서릿발처럼 형형한 정광이 원영농에게 꽂혀들었다.
“딱 한 시진입니다. 생활 전반의 모든 일이 평가에 들어갈 것입니다. 지금도 시간이 가고 있군요.”
정 상궁의 최후통첩에 원영농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 누군가가 나와서 커다란 빨랫감을 안아 들었다.
“빨래는 어디서 하면 되죠?”
중서령의 장녀, 사마령이었다.
학사 집안의 여식답게 여인들 중 가장 단아하고 음전한 그녀가 가장 먼저 더러운 빨랫감을 맨손으로 들어 안자, 눈치를 보던 여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와서 낚아채듯 빨랫감을 들었다.
“한 시진 뒤에 뵙지요.”
정 상궁이 여인들을 보며 인사를 하듯 한마디 던지고 돌아섰다.
다른 간택전 여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원영농이 정 상궁과 그녀를 따르는 궁인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
“원 채녀, 그러지 말고 우리도 얼른 움직여요.”
원영농을 따르는 여인들이 원영농의 빨랫감까지 챙겨 그녀를 재촉했다.
그러자 원영농이 무서운 눈으로 빨랫감을 노려보다 그것을 빼앗듯 들었다.
“앗!”
“감히 상궁 따위가 내게……!”
원영농이 빨랫감을 집어 던지려는 순간.
산더미처럼 빨랫감이 쌓인 통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뭐야?”
“그대는 졌다. 졌으면 수긍할 줄도 알아야지. 애초에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반항할 생각을 하다니,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싸움을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원영농의 수치심을 그대로 찌르는 말에 이제까지 간신히 표정을 관리하던 원영농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감히 내게 그딴 말을 지껄이고, 앗! 지, 지금 무슨 짓을……!”
원영농이 사납게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빨래더미가 그녀를 밀었다.
비켜난 원영농의 시선에 감히 그녀를 가르치듯 조롱한 인물이 들어왔다.
“방금 주제 파악을 하라고 했는데. 내게 손을 올리면, 감당할 수는 있나?”
나하연이 무심한 얼굴로 원영농에게 물었다.
감당을 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묻는 것은, 숙청단에서 그녀가 배운 협박이었다.
나하연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원영농을 향해 씨-익 웃으며 지나쳤다.
뒤에서 여인의 원한이 느껴지는 시선이 따라붙는 가운데.
빨래터로 가는 나하연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이런 싸움에는 안 나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음?”
나하연은 말을 건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생각보다 더 아래로 고개를 내려야 했다.
“무슨 생각이에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묻는 뽀얀 얼굴이 마치 토끼를 닮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나하연과 같이 빨랫감이 산더미처럼 쌓인 통이 들려 있었다.
“음, 하후선이라고 했던가?”
나하연은 하후선을 보며 익숙한 누군가를 떠올렸다.
작은 체구,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에 흉흉한 기운을 가진.
역시 당혜군을 닮았다.
“혹시 빨래할 줄 아나?”
“……아니오.”
나하연의 물음에 하후선이 귀가 처진 토끼처럼 풀이 죽어 답했다.
하후대장군부의 귀하디귀한 적녀로 태어나 빨래를 해 보았을 리 없었다.
그건 이 간택전에 참여한 여인들 다수가 그러할 것이었다.
“호, 혹시 빨래할 줄 아세요?
나하연이 다른 여인들보다 조금 나은 것이 있다면 무림에서 전쟁터를 오가며 열악한 환경을 견디는 인내심이랄까.
“방법은 알고 있지만 직접 해 본 적은 없다.”
“아! 그래도 저보단 낫네요. 방법만 알고 있다면 일단 어떻게든 되겠죠!”
나하연의 말에 하후선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하후선은 빨래터에 앉자마자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알게 되었다.
찌이이이익----!
“헉!”
“……이게, 원래 이렇게 약한가?”
하후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나하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녀들의 손에는 완전히 찢어진, 조금 전까지 빨랫감이었던 거적때기가 있었다.
“상궁님, 저기 나 채녀와 하 채녀가 빨랫감을 다 찢어 놨어요!”
늑대의 실수를 발견한 살쾡이들처럼 사방에서 여인들이 나하연과 하후선의 행태를 일러바치기 바빴다.
궁녀들 또한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정 상궁까지 불러와야 했다.
“흥. 누가 누굴 걱정한 건지. 저래서야 초간택도 어림없겠군.”
원영농이 깔끔하게 빨린 옷가지를 통에 챙겨 넣으며 나하연과 하후선을 비웃었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빨래터로 불려 온 정 상궁은 마치 이런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짧게 한숨만 쉬었을 뿐이었다.
“후우. ……두 분의 힘이 남다른 것을 미리 계산하지 못했군요. 능력에 맞게 분담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두 분은 궁인들이 빨래를 하기 쉽게 물을 길어 주는 것으로 하시죠.”
정 상궁의 말에 하후선과 나하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황궁 빨래터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가 있었지만, 수로에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궁녀들이 발로 밟아 물레방아를 돌려야 했다.
빨래를 찢는 힘이라면 이 많은 궁녀들이 빨래를 하는 데 충분한 물을 실어 올 수 있을 터였다.
“네!”
“현명한 판단입니다.”
하후선과 나하연도 화색이 되어 답했다.
뭐든 조금만 힘을 줘도 찢어지는 빨래보단 낫지 싶었다.
나하연의 말처럼 정 상궁의 지시는 적절했다.
단지 나하연의 힘에 하후선의 힘까지 더해진 효과가 정 상궁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을 뿐.
휭! 휭! 휭! 휭!
나하연과 하후선이 본격적으로 물레방아를 밟자, 물레방아에서 나는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소리가 나면서 빨래터의 수로가 계곡물처럼 철철 흘렀다.
“와.”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어요. 저 두 사람이 움직이니 이렇게 편리하네요.”
“흐, 흥. 개똥도 쓸데가 있다더니.”
“그러게요.”
깨끗한 물이 펑펑 쏟아지자 여인들이 아닌 척 좋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빨래를 헹구었다.
다만 물이 점점 더 펑펑 쏟아진 것이 문제였다.
“자, 잠깐. 물이 넘치겠……!”
중서령의 장녀, 사마령이 당황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꺄아아아앗!”
퍼-----엉!
파아아아아아아앗----!
물레방아가 하늘 높이 떠오르고, 거대한 물기둥이 솟았다.
당황한 나하연이 멍하니 위로 떠오른 물레방아와 물기둥을 보았다.
눈부신 햇살 속에 하늘에서 보석이 떨어지는 듯 연못물이 반짝이며 떨어지고.
그 속에서 천상의 선인처럼 아름다운 누군가가 놀란 얼굴로 나타났다.
“……나 소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황궁에서 이질적이면서 익숙한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이곳을 찾았던 진화는, 물기둥이 솟아 오른 속에서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하연의 보고 크게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