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마제-419화 (419/425)

나아갈 진(進) 이야기 화(話) : 황태자 한진화(3)

간택전은 물론이고 후궁전 수로에 물을 대는 물레방아가 망가진 사건 후.

간택전에 있는 궁인이 그렇게 큰 사달을 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결국 그 일은 정 상궁의 손을 넘어 황후전까지 올라갔다.

황후는 두 궁인에게 일을 시킨 것은 정 상궁이었고 두 사람에게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그 일을 불문에 부쳤다.

다만 물레방아를 수리하는 일은 하후대장군부와 패황권가에 따로 상납금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건을 일으킨 것은 하후선과 나하연, 두 사람이었다.

간택전 여인들은 물론 궁인들까지, 하후선과 나하연이 초간택 전에 떨어져 나가기는커녕 어떤 징계나 징벌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말도 안 돼요! 황후전에서 법도를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전이었다면 초간택 전에 쫓겨날 일이었다고요!”

“맞아요. 역시 전하께서 사가에 있었을 때 나 소저와 연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어요. 그날, 다들 보셨잖아요? 황태자 전하께서 나 소저와 조용히 따로 이야기를 나누시던 것.”

“황태자 전하께서 황후전에 뭔가 언질을 했다는 말인가요?”

“후우, 나 소저의 배경이 황태자 전하셨다면…… 이미 끝난 것 아니에요?”

“어차피 다섯 사람 자리는 정해진 건데, 나는 솔직히 윗전으로 모시기에 원씨보다는…….”

“쉿! 와요. 흠흠.”

수군거리던 간택전 여인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까지 자신이 용화는 따놓은 당상인 듯 굴던 원영농이 간택전으로 들어서며 나하연과 하후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편.

궁인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은 간택전 내에 도는 그것과 조금 달랐다.

“우리 황태자 전하께서 얼마나 놀라셨는지. 동그랗게 뜬 눈에 촉촉하게 눈물이 고이면서 ‘나 소저?’ 하시는데!”

“꺄-아!”

“서로 신분도 모르고 무림에서 사랑을 나누다 헤어진 연인, 황궁으로 돌아온 황태자와 집안으로 돌아간 명문가의 여식으로 다시 간택전에서 재회하다라니! 아아, 이 얼마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인가요.”

“그러니까요! 호호호호호!”

궁녀들 사이에서 진화와 나하연의 이야기는 저자에 도는 애정소설 같은 한 편의 이야기로 각색되어 떠돌았다.

아직 방심이 흔들릴 나이의 궁녀들은 그런 이야기에 환장하는 편이었고, 이야기는 점점 살에, 살이 붙어서 궁 안으로 퍼져 나갔다.

“아아, 우리 황태자 전하. 궁중빙화라 불릴 정도로 차가우셨던 이유가 있었네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 황궁으로 오시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이제는 나 소저가 간택전을 통과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러면 만사형통 아니겠어요?”

“아…….”

아름다운 애정소설의 꽉 찬 결말을 기대한 궁녀의 물음에 동료들 중 셋이 차마 대답을 못 하고 눈을 피했다.

세 명의 궁녀는 모두 창신궁 소속으로 간택전의 소식에 밝은 이들이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에요. 무슨 일은…….”

“흠, 흠…….”

세 명의 궁녀는 차마 답을 재촉하는 동기들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동기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 소저가 초간택조차 아슬아슬하다고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궁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이 궁인들 사이를 휩쓰는 동안.

당사자인 진화는 그런 소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혹여 진화의 심기를 상하게 할까, 괜히 진화가 아는 척을 하여 소문을 더 키우게 될까.

동 태감이 건희전 궁인들의 입단속을 철저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작 진화가 때때로 나하연의 소식을 묻는다면 말이다.

“그녀는 어찌하고 있다고 합니까?”

수업을 마치고 이전에 물레방아가 공중에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던 자리를 지날 때쯤, 진화가 무심한 듯 물었다.

진화가 나하연의 소식을 묻는 말에 뒤를 따르던 어린 궁녀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에 동 태감이 못마땅한 눈초리로 궁녀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무탈하게 지내고 계신다 합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동 태감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무탈하게 지내지. 저만! 오직 저만! 어제도 황궁 비품을 죄다 못 쓰게 했다던데, 쫓겨나지 않는 것이 용하지! 암! 그나저나 우리 저하께서 요즘 부쩍 그 여인의 소식을 묻는 것이…… 지금도 무림을 그리워하고 계시는 것인가.’

동 태감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진화를 보았다.

아무리 황태자라도 황궁을 나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 혹여 진화가 답답함을 느끼고 있진 않은지 걱정이었다.

동 태감은 진화가 그 힘만 세고 무신경한 여인, 나하연에게 마음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전하께는 그런 힘세고 드센 여인보다 황후 폐하같이 아름답고 세심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줄 비 마마가 어울리지. 암.’

동 태감이 아는 한 진화는 특별히 여인에 관심이 없었다.

한창 여인에게 관심이 갈 나이인지라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었지만, 어쨌든 진화는 그동안 창신궁을 오가는 아름다운 궁인들 중 누구에게도 눈길 하나 돌리지 않았다.

필시 그동안 큰일이 많아서 여인에게 눈 돌릴 틈도 없이 살아온 탓일 터였다.

‘우리 귀한 황자님이 그 썩을 놈들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동 태감이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며 코를 훌쩍거렸다.

“…….”

진화는 제 눈을 피하는 동 태감을 보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의무학관 시절부터 대뜸 갑 조의 방을 정면 돌파하던 나하연이 아니었던가.

진화는 나하연이 진짜 간택전에 참여할 거라 생각도 못 했지만, 결국 나하연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으니.

‘간택전을 정면 돌파하면 어쩌지? 나 소저가 정말로 간택전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진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진화도 나하연이 한순간의 호기나 재미로 간택전에 참여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무리 나하연이라도 한번 황궁에 들어오면 다시는 자유롭게 밖을 나다닐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나하연 나름대로 모든 것을 각오했었을 터.

다만 자유롭게 무림에서 활약하던 여인이 그런 자유를 포기하고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진화에게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정말로 간택전에 참여하신 겁니까? 대체 무엇 때문에…….”

“하하, 그걸 몰라서 묻소? 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맴도는 건 당연한 세상의 이치요. 조금만 기다리시오. 내가 꽃 주변을 맴도는 똥파리들은 죄다 치워 줄 터이니!”

나하연의 말이 진화의 귓가에 맴돌았다.

* * *

간택전 여인들의 수군거림과 궁인들의 바람이 상충되는 속에서, 수많은 이들의 눈이 나하연을 따랐다.

시기, 질투 많은 간택전 여인들 속에 있는 것도 힘들 것인데, 궁인들마저 불이 붙은 망아지처럼 날뛰니.

정 상궁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상한 기대와 우려가 나하연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진 않을지, 간택전에서 몰려드는 시기와 질투로 인해 나하연이 무너지진 않을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나하연은 의외로 꿋꿋하게 그런 것을 견디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나 소저, 아니 나 채녀는 정말 대단해요. 저런 시선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니.”

하후선이 감탄과 함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하연을 보았다.

나하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하후선의 말을 되물었다.

“저런 시선들?”

그때, 대답은 하후선이 아닌 다른 쪽에서 나왔다.

“새로운 동아줄을 찾아 집안의 야심을 등에 업은 여인들의 욕망과 아름다운 빙화를 향한 욕정에 눈뜬 여인들의 추잡한 질투가 가득 담긴 시선이죠.”

중서령의 장녀, 사마령이었다.

그녀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깐 사이로 어쩐지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으니.

“조용히 웅크리고 저주를 퍼붓는 이탈자들과 기회를 엿보며 음모를 꾸미고 있는 음습한 야망가들의 시선! 궁중 간택전에서 일어나는 암투의 소용돌이! ……그 중심에 선 소감은 어떤가요?”

“…….”

비꼬는 건가.

아니면 시비?

그렇다고 하기엔 나하연과 하후선이 보기에도 사마령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심지어 나하연을 향해선 열렬한 궁인들처럼 눈빛이 반짝이기까지 했다.

“……아슬아슬하다, 초간택에서 떨어질까 봐.”

“아, 하긴.”

나하연의 대답에 사마령의 얼굴이 단번에 심드렁해졌다.

오늘 간택전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나하연은 음모와 암투의 소용돌이든 뭐든 그게 시작하기도 전에 떨어져 나갈 듯했다.

“아니, 어떻게 바늘을 꽂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걸 못하는 거죠?”

“바늘을 던지는 건 그렇게 잘 던지면서!”

사마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묻는 말에 하후선도 맞장구를 쳤다.

바로 어제 있었던 수침방 수업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마마님, 도무지 가까이 두고는 못 할 듯한데,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고 해도 되겠습니까?”

“가까이 두고도 못하는 걸 멀리 떨어뜨린다고……!”

화를 내려던 수침방 상궁은 나하연의 피로 붉게 물든 천을 보며 화를 가라앉혔다.

“후우, 나 채녀, 뭐든, 어떻게든 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수침방 상궁의 말이 떨어지자 나하연은 지체 없이 들고 있던 수틀을 던져 버렸다.

나하연의 행동에 수침방 상궁과 궁인들은 물론 간택전 여인들도 놀라 쳐다보았다.

그 순간.

휘이이이이익-! 탓!

나하연의 수틀이 바늘 하나와 함께 기둥에 박혔다.

동시에.

“앗!”

타타타타타타탓-!

깜짝 놀란 탄성과 함께 수십 개의 바늘이 나하연의 수틀에 박혀 들었다.

색색이 실이 걸린 바늘 수십 개가 정확하게 나하연의 수틀에 박혀 든 모습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개도 삼 년이면 글자를 꿴다는데, 당혜군의 옆에서 십수 년이었다. 나하연에게는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지 않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마마님, 이렇게 바늘 몇백 개만 더 있으면 완성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나, 채녀, 그렇게 했다가 천이 남아나겠어요?”

“예?”

수침방 상궁이 겨우 인내심을 발휘하며 묻는 말에, 나하연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툭.

연약한 수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십 개의 바늘이 꽂힌 천만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기둥에 박혀 있었다.

“나 채녀, 바늘 회수하고 망가진 것들의 값은 따로 청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침방 상궁이 몹시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사건 사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의기투합한 하후선과 사마령은 나하연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성토했다.

“수는 못 놓더라도 옷은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옷을 찢어 놓을 줄은 몰랐죠. 빨래를 찢을 때 알아봤지만.”

“그, 그땐 저도 물기를 최대한 쥐어짜야 한다고만 해서…… 천이 그렇게 약한 줄 몰랐죠! 그것도 나 채녀가 알려 준 거였어요.”

“본래 알고 있는 것을 행하기가 어려운 법이긴 하죠.”

“…….”

유구무언.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던 나하연은 두 사람의 잔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그녀도 할 말이 생겼다.

“하지만 내 덕에 전하의 용포가 더 튼튼해졌소.”

“아! ……일이 이상하게 잘 해결되었죠?”

나하연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하후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사마령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궁인들은 무림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나 채녀의 실수나 과도한 힘으로 인해 일어나는 불상사들이 황태자 저하의 옷을 짓는 데에 참고가 될 수는 있죠. 수침방 상궁 마마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 아니겠어요?”

“그럴까요?”

“그렇죠. 전하께서 움직이시다 용포가 찢어지기라도 했다면, 수침방 궁인들이 큰 고역을 치렀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나 채녀가 도움이 된 건 확실하죠.”

마지막 말을 하며 사마령이 조금 찜찜한 얼굴로 나하연을 보았다.

그랬다.

나하연은 물레방아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수침방에서 사고를 일으켰지만, 의외의 쓸모를 발견하며 용서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무림 고수 출신의 황태자를 맞아서, 나하연 덕분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러모로 운이 좋긴 했어요.”

“아! 이래서 소설의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는 건가 봐요!”

사마령의 말에 하후선이 갑자기 화색이 되어 소리쳤다.

“음, 확실히 그런 법칙이 있긴 있죠. 칼과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도 주인공은 죽지 않죠.”

“아니, 그건 내공을 끌어 올려 기막으로 화살을 막아 낸 것이오.”

“그럼 우리 나 채녀의 궁중암투 대서사도 계속 연장일까요?”

“그건, 그렇겠군요! 처절한 암투를 뜻하지 않는 행운으로 이겨 내는 것도 꽤 재밌겠어요.”

“나는 암투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오만.”

중간중간 나하연이 당황한 얼굴로 끼어들려 했지만, 갑자기 잔뜩 신이 난 사마령과 하후선의 대화에는 전혀 끼어들 수 없었다.

“나 채녀, 앞으로는 걱정 마요. 주인공 곁에는 조력자가 있기 마련! 앞으로 수업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줄게요. 우리만 믿어요!”

“역경과 시련, 음모와 도전에 지지 않고 이겨 내는 거예요. 악녀들을 다 몰아내고 마침내 전하와 행복한 결말을 보도록 해 봐요!”

“내 귀한 꽃의 주변에 붙는 귀찮은 파리를 베러 온 것이긴 하지만, 그대들의 흥미를 채워 줄 생각은 없소.”

“꺄-아. 꽃이래요!”

“은애하는 이를 남몰래 지키려는 여인의 투쟁이라니. 멋지군요.”

“…….”

호들갑을 떠는 하후선과 눈을 빛내는 사마령을 보며, 나하연은 종종 당혜군이 저를 향해 속이 터진다고 표현했을 때의 심정이 이제 이해가 갔다.

***

한편.

나하연이 사마령과 하후선을 양쪽에 두고 지나가는 모습에, 원영농과 그녀의 일파가 눈매를 사납게 좁혔다.

“눈꼴시네요. 천하의 하후대장군부와 중서령 가문의 여식이라는 이들이 고작 지방 호족 여식의 가까이 붙어 있는 꼴이.”

“나무지와 황태자 전하가 인연이 있다는 걸 알고 저리도 들러붙은 거겠죠. 친한 척 곁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전하를 뵐 기회가 늘어나지 않겠어요?”

패황권가가 ‘고작 지방 호족’이라 불릴 곳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녀들 사이에서 나하연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었다.

같은 의미로 ‘나무지’ 또한 나하연을 비하하기 위해 무지렁이와 합쳐 지어낸 말로, 누군가를 험담하기 위해 그들만의 은어나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잠시 후, 한바탕 험담을 하며 떠들던 이들이 맡은 구역으로 가고.

원영농의 곁에는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를 따르는 여인만이 남았다.

사마령이나 나하연과 달리 매우 화려한 외모를 가진 여인은, 가진 재주가 많고 재기가 뛰어나 원영농이 가까이 두고 있는 이였다.

“원 채녀님, 그냥 이렇게 가만히 계실 건가요?”

은밀하게 묻는 목소리에 원영농이 눈썹을 까닥거렸다.

“무슨 뜻이지?”

“이번 간택전은 돌아가는 상황들이 매우 불공정하다는 걸 모두가 느끼고 있어요. 사마 채녀는 몰라도 저 두 사람은 초간택 전에 쫓겨났어야 했죠.”

“그래서?”

“수침방 수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같아요. 모든 평가에서 평가점 이하가 확실한데도 상궁들이 노골적으로 나 채녀를 감싸고 있잖아요?”

“명환,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 보거라.”

아비가 낭관에 불과한 안명환은 집안이 빈약하여 높은 자리에 갈 수 없는 이였다.

그에 반해 머리가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원영농이 후궁전에 들었을 때 상궁감으로 눈여겨보는 중이었다.

안명환은 다른 꿈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이번 간택전에 벌써 황태자 전하의 입김이 닿았다는 소문은 채녀님도 들으셨을 거예요. 법도가 엄준하니 전하께서 노골적으로 끼어드신 것은 아니겠지만, 황후전에서 전하의 심기를 살피고 아랫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한 것이겠죠.”

“그게 뭐가 문제지?”

“이대로라면 나 채녀가 초간택은 물론 삼간택까지 반드시 올라갈 거예요.”

“그건 처음부터 그리 정해진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 전에 떨어뜨리셔야죠! 이대로 삼간택까지 가서 최종 후궁이 된다면, 전하의 총애가 어디로 향하겠어요?”

“……!”

안명환의 말에 원영농의 눈이 커졌다.

삼간택 이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먼 일이었지만, 안명환의 말을 들으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이었다.

원영농의 눈이 뱀처럼 교활하게 젖어 들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뭐지? 아니, 말하지 마라.”

“……?”

“명환, 네게 뭔가 생각이 있으니 말을 꺼낸 거겠지? 네가 나 채녀를 초간택 전에 떨어뜨린다면, 남은 빈 자리는 내가 책임지고 네게 쥐여 주마. 어때?”

새빨간 입술이 안명환에게 속삭였다.

차마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말에 안명환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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