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귀환자-57화 (54/360)

< Chapter 11. 내가 캐리한다 - 4 >

몬스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대격변 초기 거대 보스급 몬스터로 출몰했던 표범들과 이곳 던전에 있는 변이종은 기존 지구의 몬스터가 진화하여 만들어지는 타입이고, 그와 반대로 지구에 마나가 충만해져 자연스럽게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메탈 하트와 트롤을 비롯한 타입의 몬스터이다.

천사들은 전자를 토착종, 후자를 이주종이라고 불렀다. 단지 대격변 이후 탄생했을 뿐인데 뭘 이주했다고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본질적으로 두 타입 간의 신체 구조는 그리 다르지 않다. 둘 다 몬스터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어떤 개체는 마석을 품고 있으며 어떤 개체는 뼈가 금속과 같고 어떤 개체는 뇌전을 다룬다. 타입이 어떻건 강한 몬스터는 강하고 약한 몬스터는 약하다.

다만, 가능성의 문제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세상에 마나의 농도가 짙어져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몬스터들은 처음부터 강력하지만 그 성장폭은 그리 크지 않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번 던전에 갇히고 나면 그 안에서 마나를 먹어치우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장을 거듭하며 도전자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어 가끔씩 미친 몬스터가 동족의 기록을 전부 흡수하여 상위 개체로 진화하는 일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본래 지구에 있다가 대격변 이후 마나를 얻어 진화하는 몬스터들은 다르다. 처음엔 약할지 몰라도 그 성장폭이 미지수에 가까워, 지극히 낮은 레벨에서 끝나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신에 가까운 힘을 얻을 때까지 진화하는 빌어먹을 놈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지구의 특수성이 더해져, 천 년을 묵은 동물들은 기본적인 스타팅 레벨도 높은데 빌어먹게도 성장 가능성이 대체로 높다. 지구에서, 사실상 토착종이 머무르는 던전에 들어갈 경우 어떤 경우에도 방심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얘기였다.

[크리티컬 히트!]

[경험치 2,489,775를 얻었습니다.]

[Lv 98 그레이트 썬더 베어의 기록을 얻었습니다.]

[괴력 스킬이 레벨 15가 되었습니다. 괴력 스킬의 후유증이 보다 줄어듭니다.]

기습으로 단방에 몬스터의 목을 쳐날린 유일한을 향해 에르타가 외쳤다.

[그러니까 조심 좀 하라구요!]

“그래서 방어구 안 벗잖아. 아, 괴력 스킬 레벨 업 했다.”

[와, 벌써 15레벨 넘겼어? 그거 하늘 보상 스킬이지?]

[리타 당신이 그 정도로 가볍게 놀라고 넘어가니까 유일한도 이 일을 가볍게 취급하고 있지 않습니까!]

천사들이 뭐라고 떠들건 말건 유일한은 100레벨에 근접한 전기 곰의 사체를 깔끔하게 도축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아무리 그래도 레벨 100에 가까운 몬스터를 잡는데 아무 때나 원킬이 나지는 않았다. 괴력 스킬을 구사하고 있었던 중에 크리티컬 히트까지 터진 덕분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덕에 타이틀의 효과까지 발동했고, 20% 확률 증가의 덕인지는 몰라도 뇌전 속성을 강하게 머금은 마석이 튀어나왔다.

“이걸로 마석은 어느 정도 확보했네.”

[무기나 방어구를 파는 것은 좋지만 마석은 함부로 풀지 않도록 해요. 지금 시점의 지구에 2차 클래스 마석은 당신 생각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재화이니까.]

“알겠다니까 그러네.”

얼마 안 가 다른 지구인들도 2차 클래스 몬스터 정도는 쉽게 잡을 만큼 성장할 것 같은데 뭘 그리 경계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일한의 희망사항이었지만 말이다.

이젠 LA의 다크나이트니 성대인볼트니 하며 주목을 받는 것은 질색이었다. 평생 주목받은 기억이 없는 유일한이기에 더더욱 그것이 고역이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곰의 나머지 부위, 대량의 고기와 뼈와 가죽을 수거했다. 강미래에게 판매할 마법 로브의 재료에 대해선 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래도 이 던전에서 얻은 것들로 충분히 제작하고도 남을 것만 같다.

“사흘짼가?”

[그쯤 되었네요.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요. 메탈 하트 던전에 비하면 충분히 빠른 속도이니까.]

[그 단둘만 공유하는 추억처럼 얘기하는 게 굉장히 기분 나쁜데.]

[던전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자고 있던 당신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에르타의 통렬한 지적에 리타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미녀는 잠꾸러기라서 그래!]

[하지만 모든 잠꾸러기가 미녀가 되는 것은 아니죠. 당신 말대로라면 잠만X는 진즉 히로인이 되었을 거예요.]

“걘 남자라서 히로인이 될 수 없어. 아마도.”

천사들의 한심한 대화를 일축시키며 유일한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파일 벙커를 꺼내드는 것을 본 에르타가 움찔하며 물었다.

[저도 아직 못 느꼈는데, 혹시 강한 몬스터의 기척이 있나요?]

“아니, 내가 새삼스럽게 들어온 날짜를 되짚거나 너희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거나 하니까 괜히 뭔가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대비하는 거야.”

[제게도 당신처럼 그렇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너도 한 천 년 동안 인생 준비해봐. 재미가 없을 수가 없을걸.”

에르타는 유일한의 미래 예측에 어이가 없어했지만,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그 직후 정말로 느껴지기 시작한 강렬한 기운이었다.

유일한이 말없이 그녀를 보며 히죽 웃자 에르타는 약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긴 원래 70레벨 제한 던전이었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3차 클래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토착종이라고 해도 이 속도는 정말 너무해.]

“처음 측정 이후 몬스터들의 성장이 너무 빨리 일어나서 그런 것 아냐? 너희도 지구 상황이 평범하지 않은 거 잘 알잖아. 앞으로는 던전 정보 갱신을 좀 더 빨리하는 게 좋을걸.”

[응, 건의할게.]

어째서 이런 중요한 사안이 지금까지 수정되지 않고 있었느냐, 그것은 바로 지금 시점에 입장 레벨 제한 50 이상의 던전에 덥썩 덥썩 발을 들여놓는 미친놈은 유일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레벨 40 제한 던전에서 2차 클래스 몬스터가 나오는 것과 레벨 70 제한 던전에서 3차 클래스 몬스터가 나오는 것은 위협의 정도가 다르지 않겠는가.

딱 잘라 말해 지금 지구의 던전에서 3차 클래스 몬스터와 만난 경험이 있는 것은 유일한과 나유나, 강하진 뿐이었다. 천사들에게 보고가 들어가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유일한이 아무렇지도 않게 레벨 제한을 무시하고 던전에 들어가니 다들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 지구상에 그처럼 모험을 즐기는 능력자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의 목숨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 나유나와 강하진은 레벨 50제한으로 표기되었던 던전에 거침없이 발을 들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표로 삼던 물건이 그 던전에 있기 때문이었다.

강미래의 2차 전직이 걸린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나유나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없었다면 강하진은 결코 그 일을 감행하지 않았으리라.

거의 대부분의 이세계에서 철칙처럼 지켜지는 것이 있었으니, 던전에 들어갈 땐 반드시 자신의 레벨이 입장 제한보다 10이상 높은지 확인하고, 자신의 파티 멤버가 다섯 명 이상인지 확인하고, 언제든지 도망쳐나올 수 있도록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10년간 이세계에 다녀온 모든 지구인들은 마나를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그러한 생존 수칙을 단단히 익히고 있었다. 유일한을 제외하고 말이다.

[크우아아아아아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새였다. 전신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날갯짓을 할 때마다 주위에 작은 벼락이 떨어지는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새!

본래 무슨 동물이었을지 지금의 모습만 봐선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 던전에 몰려들었던 다른 많은 몬스터와 부딪혀 진화를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할 뿐이었다.

유일한은 사방에서 뇌전의 마나가 몰려들어 녀석의 근처에서 스파크를 튀기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쟤한테 맞으면 좀 아프겠지. 고원 트롤 대장보다 훨씬 세보이는데.”

[조금 아픈 걸로 안 끝날 것 같아.]

유일한은 잠시 고민했지만 곧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저 녀석을 상대로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조금 많이 아픈 정도라면 환영이었다. 유일한이 변태여서가 아니라 초월재생을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레벨까지 성장한 덕에 괴력의 유지시간은 아직도 2분 가량 남아있다. 더구나 괴력의 패널티 시간은 블러드링크로 줄일 수도 있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좋아, 잡아볼까.”

유일한이 바닥을 박찼다. 실로 까다롭게도 녀석은 주위에 계속해서 자그마한 번개를 내리치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먹이기도 전에 들킬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선 녀석보다 아득히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가하는 수밖에!

“흡!”

녀석을 거의 200미터 가까이 전방에 두고 유일한이 높이 점프했다. 예전엔 박차고 더 높이 뛰어오를 건물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러나 유일한은 개의치 않았다. 순수한 그의 각력, 괴력으로 인해 더해지는 힘, 그리고 수많은 단련을 통해 몸에 각인된 최적의 도약 기술이 그를 보조하고 있었으니까!

[조건부 액티브 스킬 도약을 얻었습니다. 괴력 스킬 발동 중에 사용할 수 있으며, 강화된 각력을 이용하여 높이 뛰어오릅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욱 빨리, 더욱 높이 뛸 수 있게 됩니다.]

유일한의 몸이 순간적으로 수백 미터 이상 날아올랐다. 너무 빨리 주위 풍경이 바뀌어 아찔함을 느낄 정도였지만, 그는 다음 순간에는 정신을 차리고 목표물을 조준했다.

그의 기척을 잡아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던전에 인간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은 파악했는지 잔뜩 성질을 부리고 있는 거대 전기새가 지금 그의 발아래에 있었다!

유일한의 신형이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그때 갑자기 전기새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일한은 혀를 차며 허공중에서 발을 허우적거려 궤도를 수정했지만 아무래도 머리에 맞추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아이씨, 가죽 상하겠다.”

[그게 걱정이었어요!?]

자칫하다간 그대로 바닥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때, 유일한은 크로스백의 옵션을 발동했다. 무게 전이! 파일 벙커에 크로스백의 무게를 고스란히 옮긴 것이다.

사흘 동안 모든 전리품을 크로스백에 넣어놓았기에 그 무게는 족히 수십 톤에 이르는 상황! 유일한의 낙하 속도는 점차 빨라지게 되었다.

어느덧 유일한의 시야로 거대 새의 몸통이 가득히 확대되어 들어왔다. 도망은 못 친다! 유일한은 회심의 미소와 함께 파일 벙커를 그대로 놈에게 때려 박았다!

키기기기기긱!

[쿠아아아아아악!]

탄환이 놈의 몸통을 뚫고 들어가면서 내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동시에 전기새의 고통어린 비명이 울려퍼졌다.

파일 벙커는 성공적으로 전기새의 몸통에 틀어박히며 탄환을 발사했지만, 강한 반발력 때문에 놈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지 못해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여태까지 수많은 몬스터를 한 방에 보내왔던 파일 벙커가 처음으로 원킬에 실패한 순간이었다.

[쿠악! 쿠아아아악!]

“큭!”

놈은 어지간히도 아팠던지 지랄발광을 하며 전신으로 번개를 뿜어냈다. 그러나 유일한은 원킬에 실패했음을 깨달은 순간 빠르게 파일 벙커를 놓아버리고는 뒤로 점프하고 있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놈의 날개가 거대한 규모의 번개 회오리를 일으켰다. 잽싼 판단 덕분에 유일한은 회오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남겨진 파일 벙커는 꼼짝없이 그 회오리에 휘말려 허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계속 휘몰아치는 뇌전에 내부가 안 망가졌으면 다행이다.

“우리 벙커 다쳤으면 가만히 안 놔둔다.”

[어차피 죽일 거면서.]

유일한은 무사히 지상에 착지하며 괴력 스킬의 유지시간을 확인했다. 대략 1분 12초 정도였다. 이대로 가시창을 들고 돌격해 놈의 목을 끊어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놈이 휘감고 있는 뇌전 덩어리를 보고 있으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구나 강렬한 일격을 맞은 대가로 유일한의 위치를 파악한 거대 새는 몸에 파일 벙커의 탄환을 매단 채, 그와 별첨으로 뇌전 회오리를 두르고 미친 놈처럼 질주해오고 있었다. 기관차에 치여도 저것보단 나을 것 같다.

유일한은 헤헤 웃으며 뒤로 내달렸다. 그는 자살하는 취미는 없었다.

[초월재생 스킬 수련은 어떻게 됐나요?]

“꽝입니다. 다음 기회를 기대해주세요.”

에르타의 농담에 장난스레 대꾸하며 유일한이 꺼내든 것은 다름아닌 거친 달빛의 본 아틀라틀, 투창기였다. 기본적으로 사거리 증가 옵션이 있지만 적이 그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이 상황에는 별로 맞지 않는 옵션이다.

하늘에 달이라도 떠 있었으면 공격력과 명중률이 40% 증가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실은 저거 산탄인데.”

전기새의 질주를 피해 열심히 달리며 유일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에르타가 반문했다.

[그런데 왜 안 터지고 저러고 있죠?]

“혹여 내가 다칠까봐 탄환이 적의 몸에 완벽히 박히는 순간 터지도록 설계했거든.”

어떻게 하면 그런 탄환을 만들 수 있을까, 정말 재주도 좋았다.

그런데 에르타는 신기하게도 거기까지만 듣고 유일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지금 설마 투창으로 저 탄환을 가격해서 놈의 몸에 박아넣을 생각인가요?]

“응.”

유일한이 본 아틀라틀을 거세게 쥐었다. 놈과의 거리를 확인하고, 괴력 스킬의 유지시간을 확인했다.

29초. 여유롭다.

“후.”

그는 재차 도약했다. 조건부 액티브 스킬인 도약이 그의 움직임을 보조해주고 있어 아까보다도 더욱 높이 떠오를 수 있었다.

기회가 생겨났다. 유일한이 아까와 똑같은 궤도로 창을 던져낼 수 있는 기회, 동시에 허공중에서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유일한을 거대 새가 공격할 기회!

[콰아아아아아!]

거대 새가 입으로 뇌전 덩어리를 토해냈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던 유일한은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충격으로 허공중에서 아주 짧은 순간 정지했다.

“후우우우우.”

유일한의 전신에 황금의 전류가 내달렸다. 괜히 3차 클래스 몬스터가 아닌지라 정말 장난아니게 아팠다. 곧장 초월재생이 발동했지만 그것으로도 완벽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음 순간엔 놈의 돌진에 치여 더한 충격을 입게 되겠지. 그 생각이 유일한을 버티게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전기충격으로 부르르 떨리던 몸이, 범인의 영역을 벗어난 그의 정신력에 의해 떨림을 멈추었다.

“하!”

바로 그순간. 유일한이 아틀라틀을 든 채 팔을 거세게 휘둘러 투창을 쏘아냈다. 그것은 거대 새가 발하고 있는 벼락보다도 더욱 벼락같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보다도 더욱 낙뢰같은 공격이었다.

쏘아내진 단창은 처음 공격을 허용한 이래 몬스터가 계속 몸에 두르고 있던 뇌전의 회오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꿰뚫고, 놈이 발악적으로 쏘아낸 뇌전의 구체를 오히려 흡수하여 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는 유일한이 알 바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단창은 빨려들듯이 탄환의 꼭지점에 도달하여 그것을 강하게 때렸다. 단창이 품고 있던 힘을 그대로 이어받은 탄환이 자연스럽게 놈의 몸속에 파고들고, 다음 순간 놈의 내부에서 터지며 수천, 수만 개의 파편을 토해냈다.

[꾸아아아아아!]

유일한은 거대 새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것을 담담히 지켜보며 바닥에 착지하고는, 다시 하나의 단창을 꺼내어 아틀라틀의 고리에 끼워넣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몬스터를 휘감고 있던 뇌전의 회오리가 점차 약해지는가 싶더니 끝내 사라져버리고, 그 다음 순간 놈이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완벽히 죽은 것이다!

[경험치 6,965,384를 얻었습니다.]

[Lv 122 자이언트 썬더 버드의 기록을 얻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카운터의 습득 조건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앞으로 세 개의 조건을 더 달성하면 카운터의 습득이 가능해집니다.]

[괴력 스킬의 유지시간이 끝나 7분 30초 동안 근력이 6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데스 컬렉터 스킬이 레벨 4가 되었습니다.]

[레벨이 60이 되었습니다. 힘 1, 민첩 2, 체력 1, 마력 1이 올랐습니다.]

놈의 죽음과 동시에 유일한의 전신에 무력감이 찾아들다 말고 레벨 업으로 인해 깨끗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긴 유일한의 표정이 어째 그리 깨끗하지만은 않았다.

[왜 그래, 일한아?]

“왜 이 타이밍에 레벨 업을 했을까, 잠시 생각해봤거든.”

[아.]

유일한이 아틀라틀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때 마침, 여태까지 거대 새의 뇌전 회오리 때문에 허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파일 벙커가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회오리가 다시금 그것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한 가지.

[쿠오오오오!]

[콰아아아우우우!]

“그럼, 내 불길한 예감이 빗나갈 리가 없지!”

[가슴 펴고 자랑하듯이 말하지 말아욧!]

아직 그의 전투가 끝나려면 조금 더 굴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 Chapter 11. 내가 캐리한다 - 4 > 끝

ⓒ 토이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