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1. 내가 캐리한다 - 9 >
퀘그나가 나타나는 던전은 유일한의 예상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변이종이 나타나는 던전은 그래도 동물의 종류도, 그에 따른 레벨도 다양하여 사냥하면서도 질리지가 않았는데, 퀘그나의 던전 안에는 뭉크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퀭한 얼굴의 잿빛 몬스터들이 다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퀘그나는 금속과 같은 성질을 지닌 뼈에 마력을 담아두며, 축적된 마력을 적을 향해 뿜어내어 공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평상시 느릿느릿 움직이고는 있지만 적을 인식하면 그 순간부터 절규를 내질러 동료를 부르고, 쉴 새 없이 마력탄을 쏘아내 적을 공격한다. 정말 사냥하기 성가신 몬스터였다.
그런데 이놈을 더욱 성가신 몬스터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놈을 잡을 땐 무조건 단기 결전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적을 인식하면 그 순간부터 뼈에서 마구 마력을 뽑아내 날리기 때문에 치고 박고 하다보면 놈들의 뼈에 담긴 마력이 점점 소모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뼈의 품질도 점점 낮아지고, 종래엔 영 못 써먹을 물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레벨도 낮은 주제에 상대하기 까다롭기까지 한 퀘그나의 효용성은 오직 뼈뿐이다. 그러니 강한 화력을 퍼부어 퀘그나를 빠르게 사냥할 자신이 없는 자들은 설령 퀘그나의 던전을 발견했다고 해도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에르타의 설명이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유일한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얘기였다.
[경험치 335,985를 얻었습니다.]
[Lv 54 퀘그나의 기록을 얻었습니다.]
이 던전에 유일한의 은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몬스터는 없다. 그러니 유일한은 유유히 던전 안으로 나아가며 운 없는 퀘그나의 목을 따기만 하면 되었다. 이 이상 쉽고 편안한 작업이 있을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가 있다. 노가다는 좋아하지만 생산성 없는 노가다는 싫어하는 까다로운 변태 유일한은 그의 기습에 당해 맥없이 쓰러지는 오백스물세 번째의 퀘그나를 내려 보며 중얼거렸다.
“안 돼, 더 이상 이런 의미 없는 데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당신의 성장이 너무 빨라서 그래요. 원래 이놈들은 적당한 수준의 사냥감이 되었어야 했다구요.]
유일한이 퀘그나의 던전에 찾아온 것은 어디까지나 강미래의 마법 무기를 만들 재료를 얻기 위해서이다. 세 마리를 잡은 시점에서 그 목표는 완수되었으니, 경험치가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돌아가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은 이왕 하는 이상 보다 그럴 듯한 무기를 만들고 싶었다.
“보스 없나?”
[보스 등급의 몬스터가 모든 던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놈의 뼈가 있으면 분명 레전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완성된 아티팩트의 능력에 따라 지급액은 달라진다고 했으니, 그 대금은 기대할 만 하리라. 하지만 에르타는 기겁을 하며 외쳤다.
[그 여자 기둥뿌리를 뽑을 작정이세요? 아니, 어쩌면 평생 걸쳐 갚겠다며 청혼을 해올지도 모른다구요!]
“망할 놈의 미디어가 우리 에르타를 다 망쳐놨어.”
[전 지극히 정상이에욧!]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던전의 대미를 장식해주는 보스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갑작스레 닥쳐온 위기, 충격과 공포 속에서도 용기를 불태워 전진하는 주인공!
정작 주인공의 용기에 타죽는 것은 주인공 자신이 아니라 그에게 감명 받아 함께 돌진하는 동료라는 것이 문제지만, 어쨌든 그런 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던전의 왕도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돌연변이 몬스터가 없거나, 던전에 모여든 마나가 부족하면 보스 몬스터는 탄생하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던전에는 없었다.
대개 인간들은 던전에서 상급 몬스터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보스 몬스터가 없다는 것은 그저 희소식에 불과하다.
입장 레벨 제한 50인 던전이 있다고 치자. ‘평상시’ 그런 던전에 들어갈 인간들이라고 해봐야 레벨 60전후의 인간들로 한정된다. 그 이상의 레벨을 지닌 자들은 경험치 효율 때문에라도 다른 던전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던전에서 보스가 나타날 경우 레벨 80은 기본이고 운이 없으면 레벨 90, 제법 낮은 확률이기는 하나 유일한이 겪었던 3차 클래스까지도 출현 가능성이 있다.
그야 보스를 잡으면 높은 경험치와 특별한 전리품을 수거할 수는 있겠지만 세상 그 어떤 보화도 목숨보다 귀중하지는 않다. 따라서 인간들은 결코 놈에게 덤벼들지 않는다. 그저 놈에게 인식당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튈뿐이다.
그러니, 선언하건대 보스 몬스터는 잡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자마자 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보스 몬스터가 나타날 확률은 원래 낮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알아들으셨겠죠?]
에르타의 유창한 설명에 유일한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째 그녀의 설명 가운데 유일한의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평상시라는 말을 강조한 건 어째서지? 혹시 높은 레벨의 인간들이 낮은 레벨의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때도 있어?”
던전은 하늘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몬스터 전용 함정이나 다름없다. 인간들이 보다 안전하게 자기 레벨에 맞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전부 그 덕분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 이세계에 다녀왔더라면 당신도 알았을 텐데.]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 맞지? 내가 상위 존재 될 때까지만 나한테 딱 붙어 기다려라.”
[······지구가 2차 대격변을 겪기 전까진 괜찮아요. 그때가 되면 제가 설명을 드릴게요.]
2차 대격변이건 3차 대격변이건 다시 지구에서 혼자 외톨이가 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유일한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근처에 지나가던 퀘그나를 아무 생각 없이 베었다. 그 순간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났다.
[경험치 359,998을 얻었습니다.]
[데스 컬렉터 스킬이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힘에 남은 망자의 사념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데스 컬렉터 스킬은 유일한이 루키 리퍼가 되며 얻은 유일한 스킬로, 유일한이 죽이는 모든 생명의 힘을 수집하기만 할 뿐인 아무런 의미도 없는 스킬이었다.
생명의 힘을 수집한다고 해서 스테이터스나 마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있는 것들을 죽일 때마다 놈들로부터 희뿌연 연기를 빨아들이는 기괴한 이펙트가 붙었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마 3차 전직으로 완전한 리퍼가 되고, 마나를 다루게 되어 액티브 스킬을 익힌다면 그때 가서 이 스킬로 수집해놓은 생명의 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할 따름이었다.
모아서 해가 될 것도 없고 패시브 스킬인지라 발동하지 않게 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놔둘 뿐.
그런데 스킬이 레벨 10으로 진화하고 나자 유일한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꾸에에에에]
[퀴익, 퀴이이이!]
[카오오오아아아아!]
“큭!”
갑자기 뇌 속에서 메아리치는 비명과 고함소리를 이기지 못해, 유일한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키이이이이이익!]
[쿠아, 쿠아아아아!]
[······나, 를 죽······, 세계······.]
[키크으으으아아아아!]
[버러지 새끼가!]
[유일한, 왜 그러죠? 유일한!]
“빌어먹을, 나도 몰라!”
유일한의 뇌 속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에르타는 사태를 파악할 수도 없다. 그저 그가 잘 버텨내고 일어서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쿠으으으으으]
[부탁······, ······들의 피로······.]
[하찮은 지구인 주제에 감히 나 다키에 폰 일라스트라 님을!]
유일한은 자신의 영혼에 직접 쏟아져 내려오는 소음의 홍수를 견뎌내며 이를 악물었다. 너무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이 목소리 하나하나가 바로 망자의 사념임에 분명했다.
‘진정해라 유일한. 어차피 이미 죽은 것들일 뿐이야.’
놈들은 어차피 한 번씩 유일한이 직접 목숨을 끊어놓은 망자이다. 더구나 그가 빨아들인 생명의 힘에 보너스로 딸려 있던 사념에 불과하다.
조금 시끄러울 뿐이지 그것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쿠이이이이이이!]
[제발······세계, ······한······.]
[네놈을 결코 제국에서······.]
‘다 닥쳐!’
저 마도사의 목소리를 더 듣고 있다간 화병이 나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았던 유일한은 속으로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누구를 향해 외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갈을 마음속으로 내지른 직후 신기하게도 모든 잡음이 사그라졌다.
[데스 컬렉터의 스킬 레벨이 11이 되었습니다.]
“얼씨구.”
아무래도 방금 그가 겪었던 소리 고문은 데스 컬렉터를 얻은 자라면 무조건 한 번은 경험해야 하는 통과의례인 모양이었다. 사신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역시 괴짜 중의 괴짜를 위한 클래스였다.
[여태 자신이 죽인 자들의 사념을 들었단 말인가요? 그런 지독한 걸 맨 정신으로 버텨내다니······ 괜찮은가요?]
“어차피 죽은 것들인데 무슨.”
대체 이런 쓸모도 없는 능력이 왜 주어진단 말인가! 지금은 일단 잠잠해졌지만, 사념이란 것들이 완전히 날아가지 않은 이상은 언젠가 다시 지랄을 할지도 모른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짜증이 솟구쳤다.
이러다 이젠 주기적으로 뇌내 샤우팅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데스 컬렉터라는 스킬은 그냥 강한 힘을 지닌 루키 리퍼에게 주어지는 패널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그 생각을 취소해야 했다.
[내 목소리가······들리나요?]
“······.”
그의 뇌 안에서 부드럽게 진동하는 깨끗하고 맑은 여성의 목소리에 유일한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리 위에서 빠져나와 허공중에 둥둥 떠 있는 상태인 에르타를 지그시 바라보자, 그녀는 답지도 않게 몸을 살짝 비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별로 당신이 걱정된 건 아닙니다. 망자의 사념이란 지독한 구석이 있어서 혹시 영구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 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
“그래, 걱정해줘서 고마워.”
[크으으으으으.]
물론 그도 에르타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은 알고 있다.
그가 죽인, 인간의 말을 하는,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를 내는 존재라면 단 한 명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부탁, 드립니다. 부디 한 번만······.]
“에휴.”
유일한은 성대한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에 아무 몬스터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내게 부탁하고 싶다는 게 뭐지, 레타 카르이하?”
[지금 뭐라고 말했죠, 유일한?]
에르타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가운데, 유일한의 뇌리에는 다시금 부드러운 진동이 전해져 왔다.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법 과격한 내용이었지만.
[이 한 몸을 내던졌어도 끝내 막을 수 없었던 자들······ 부디 저를 대신하여 드래곤 일족에게 피의 복수를!]
지상에서 루키 리퍼 유일한과 그에게 목숨을 잃은 브레이커 레타 카르이하와의 운명적인 랑데부가 일어나던 바로 그때, 하늘에선 함부로 던전을 은닉했던 하급 천사를 처벌하고 있었다.
[5천년 활동정지. 이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사형!]
의장 역할을 맡은 천사의 무른 판결에 반박한 것은 리타였다.
[단순한 던전 은닉이 아니잖아. 모르고 넘어갔으면 세계의 침식이 일어날 뻔 했어.]
[그건 죄질이 크지.]
[대체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려고 한 거야? 지구에 뭐 볼 게 있다고? 혹시 우리 몰래 까까라도 숨겨뒀어?]
리타에게 동조하는 천사들이 많은 듯 보이자 의장은 침음을 토했다.
[그러나 하늘의 군단의 전력을 줄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해. 한 명 한 명의 천사가 소중한 상황이야.]
[썩은 부위는 잘라내야지. 전부 썩어버리기 전에.]
리타가 아닌 다른 천사였다. 리타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외모를 지닌 여성으로, 그 손에는 당장이라도 죄인의 심장을 찌를 것처럼 빛을 발하는 창이 들려 있었다.
[우리 천사의 활동명제에 어긋나는 죄를 저질렀어. 병력이 부족하다 해서 폭탄을 짊어진 자를 무리에 풀어둘 셈인가?]
[그러나.]
[너도 배신자인가?]
천사의 단호한 목소리에는 일말의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실수로 의장이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면 그녀의 창이 의장의 심장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의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지양하도록 해. 상위 존재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급함이다.]
[느긋하게 굴다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더구나 선악을 판단하는 데에는 상위 존재이건 하위 존재이건 하등의 관련이 없지.]
천사가 중앙 기둥에 결박된 죄인의 심장을 향해 창을 정조준 했다. 리타가 그것을 보며 박수를 치자 천사 중 일부는 그녀를 째려보았고 일부는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나를 죽이지 마! 나를 죽이지 마!]
결박된 천사가 울부짖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의장에게 눈을 돌렸으나, 의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너의 어리석었던 선택을 탓해야겠다.]
[아, 안 돼. 이럴 수는······ 이럴 리가 없어! 금방 끝나는 일이라, 그렇게 말했······.]
빛의 창을 든 천사가 가볍게 팔을 휘둘러 창을 쏘아냈다. 그것은 죄인의 복부를 꿰뚫었다.
[커헉!]
[말하라, 배신자여.]
창을 던져낸 여성 천사는 압도적인 기세를 뿌려내며 놈에게 다가가, 한 점 흠 없이 완벽한 미모를 지닌 얼굴을 놈에게 밀착시켰다. 그러나 죄인은 이미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그녀의 미모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네놈의 뒤에 누가 있는가. 파멸마군인가? 석양의 화원인가? 설마 광휘의 군단인가?]
[큭······카흑!]
결박된 천사는 고통에 견디다 못해 피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살아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일까, 그는 퉷, 피가 섞인 침을 여성 천사에게 뱉어내며 외쳤다.
[정박아들, 계산밖엔 하지 못하는 기계의 명을 따르는 한낱 체스 말, 버러지들! 하늘은 무너질 것이다! 빌어먹을 원칙과 통제, 그것이 너희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잘 알았다.]
견디기 힘든 모욕에도 불구하고 천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큰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놈이 단순히 미쳐 날뛰는 타천사가 아닌, 다른 이들로부터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천사는 놈의 복부에 꽂혀 있던 창을 붙잡고 일직선으로 그어 올려버렸다.
[카학!]
[······너는 희생된 거다. 우리를 그렇게 비웃고 있으면서, 자신의 처지는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했구나.]
죄인은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다. 복부를 시작으로 하여 그 윗부분이 깔끔하게 갈라져 죽었기 때문이다.
[꺅.]
[어쩜 저렇게 깔끔한 일격일까.]
[스피에라! 어째서 멋대로······!]
일부 천사가 환호하고 의장을 비롯한 일부 천사는 경악했다. 그러나 천사, 스피에라는 죄인이 쏟아낸 '흑백'의 피를 뒤집어쓰며 담담한 목소리로 선언할 뿐이었다.
[하늘의 역도를 치웠을 뿐이다.]
[그는 아직까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정말로 그를 살릴 수는 없었는가!]
[리타, 따르라.]
천사는 의장의 말을 듣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 지명된 리타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왜? 나 빨리 일한이 보상 들고 내려가 봐야 하는데.]
[기나긴 세월 쌓아온 업보의 둑이 터지기 시작했다. 보다 거대한 전투가 다가오고 있어. ······그러니 네 승급을 위해 오늘부터 특훈을 개시한다.]
리타는 천사들 중에서도 그 몸에 지닌 강한 힘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원래도 강했지만 시간축이 뒤틀린 세계에 임무 관련으로 엮이게 되면서 그 권능도 힘도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스피에라가 괜히 그녀를 지목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리타는 그런 사정은 알 바가 아니었다.
[난 연애사업 중이라 안 돼!]
특훈이라니, 유일한의 마음을 훔치기에도 바쁜데 그런 땀내 나는 짓을 하고 있다간 에르타에게 뒤쳐지고 말리라!
리타는 질색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스피에라는 빛보다도 빠르게 날아들어 리타의 뒷덜미를 잡았다.
[돼.]
[우으아아아, 일한아아아아아!]
리타의 귀가가 조금 늦어진 순간이었으나, 물론 유일한과 에르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Chapter 11. 내가 캐리한다 - 9 > 끝
ⓒ 토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