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3. 내가 신이라고!? - 3 >
[카나가와의 괴변, 몬스터를 멸하는 분노의 창!]
“읽지 마.”
[신의 강림인가? 지구의 변이에 분노한 신의 징벌!]
“읽지 말라고 진짜.”
에르타와 리타는 유일한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를 줄줄이 읽어대며 유일한을 괴롭혔다. 유일한이 질색하면 할수록 귀여웠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호감을 깎을지라도 일단 지금 즐기고 보자는 못된 쾌락주의가 천사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었다.
그는 머지않아 체념한 채 얌전히 팔만 휘두르게 되었다. 아틀라틀의 고리에 걸려 있던 투창이 빠르게 허공을 가르고 네 마리의 몬스터를 동시에 꿰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그 광경을 본 인간들이 하나같이 소리쳤다.
“스, 스사노오!”
“스사노오가 드디어 요코하마에도 강림했어!”
“지원군도 왔다! 스사노오 덕분에 몬스터가 전멸했다고!”
달이 지고 해가 떠올랐어도 유일한이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팔을 휘두르고 또 휘둘러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천사들의 말이 맞았다. 사신 스킬 덕분에 기습 공격력이 한층 더 강해져서인지는 몰라도, 하늘에 해가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일한의 투창은 몬스터를 원킬 내고 있었다. 그뿐인가?
“트, 트리플킬!”
“아냐, 바보야! 쿼드라킬이잖아!”
“맙소사. 펜타킬이야!”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음과 절망만 넘쳐나던 전장이라고 해도, 유일한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곳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말았다. 유일한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상 몬스터를 제외한 그 누구도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투창은 폭풍처럼 몰아쳤고,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전장의 지배자가 있다면 바로 그였다.
인간들은 경악했고, 두려워했고, 경외하게 되었으며, 끝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자 남는 것은 즐거움뿐이었다.
“몬스터 도망간다! 잡아라!”
“1차 클래스는 스사노오께서 상대해주시지 않아, 바보들아! 지금 놈들을 몰아치라고!”
“2차 클래스 유인해라! 저기까지만 뛰어갔다 오면 상황 끝날 거야!”
유일한이 고위 몬스터들을 휩쓸어 버린 덕분에 그 장소에 있던 능력자들은 남은 몬스터들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전멸시켜 할 일이 없어진 능력자들은 스사노오의 폭풍을 뒤따라 이동하며 다른 구역을 도와주게 되었고, 상황이 반복되며 차차 어떤 식으로 유일한을 서포트해주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2차 클래스 몬스터를 한꺼번에 정리하기 쉽도록 유인하고, 1차 클래스는 자신들이 상대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빠른 사냥 속도가 그렇게 하면 더 빨라졌다.
기운이 넘치는 고레벨의 능력자들은 스사노오 군단을 자칭하며 유일한의 뒤를 따랐으며, 유일한이 정리하는 구역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숫자는 점차 늘어만 갔다.
카나가와 현 전역에 퍼져 있던 능력자들이 집결하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 레벨 30 이상의 능력자만 2천 명이 넘었다.
“몰아쳐, 몰아쳐라!”
“우리는 스사노오의 정예병이다!”
“몬스터를 이렇게 신나게 잡는 건 처음이네!”
병력이 한데 뭉치니 똑같은 몬스터를 상대해도 무너지지 않았고 약한 몬스터를 상대로는 휩쓸었다.
그 자체로도 강한데 유일한의 비호가 있으니 본래 자신들의 실력 이상의 힘과 단결력을 보였다. 그러니 그들이 신명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나팔까지 부네.”
[그래도 좋잖아요.]
“좋지.”
어차피 유일한은 2차 클래스만 상대한다. 저들은 유일한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고 그가 상대하기 쉽게 2차 클래스 몬스터들을 유인하며 알아서 1차 클래스 몬스터를 정리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건 이런 상황을 일컫는 것. 유일한은 인간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열심히 창을 날렸다. 한 번에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까지 꿰어내며 그의 투창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
끝내 망막 위로 이런 글귀까지 떠올랐다.
[단기간에 보인 경악스러운 기술의 진전에 창술 스킬의 진화 조건이 완화됩니다.]
“요런 것도 있었네.”
[스킬 진화란 아카식 레코드가 기술의 향상에 합당한 과제를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과제 없이 스스로 진보를 보였으니 진화 조건이 완화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진보해봤자 4차 클래스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는 괴랄한 조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다. 무술 관련 스킬의 진화는 역시 당분간 미뤄두자고 생각하며 유일한은 열심히 창을 날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두 시가 되었을 때, 돌연 유일한의 시야가 탁 트이는가 싶더니 주위의 건물을 다 밀어버린 채, 지평선을 따라 죽 늘어선 무장한 자위대와 능력자들, 바리케이트가 보였다.
보는 순간 깨달았다. 저것은 몬스터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그 말인 즉슨.
“도, 도쿄 방위 라인.”
“미친, 어느새 여기까지 온 거지.”
그렇다. 그들은 카나가와와 도쿄의 경계선에 서게 된 것이다. 물론 도쿄 23구가 아닌 도쿄 도의 경계선이었다.
“빠트린 곳 있나?”
“없어. 카나가와 현은 다 정리했어.”
“미친,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현 하나를 정리한 거야, 우리?”
“말은 바로 해. 우리가 아니라 스사노오 님이지.”
유일한을 따르던 5천에 가까운 숫자의 군단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그들과 마주하게 된 방위 라인의 능력자와 자위대원들도 당황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몬스터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저렇게 많은 숫자의 능력자가 나타나다니!
스사노오가 강림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은 포토샵을 거친 사진과 거치지 않은 사진 만큼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카나가와는 이제 안전하다! 스사노오께서 몬스터들을 멸하셨어!”
“방위 라인 해체하고 우리와 함께 도쿄로 가자!”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인 것 맞나? 우리가 실수하면 도쿄가.”
“이미 도쿄도 위험하잖아! 여기서 떠들고 있을 시간 없어, 스사노오께서는 인간을 신경 쓰지 않으신다! 우리가 그분께 맞춰야 해!”
도쿄 방위 라인은 카나가와에서 인간을 몰아낸 몬스터들이 도쿄로 밀려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설치한 것. 이미 도쿄에서도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고 있으니, 몬스터 한두 마리 넘어오는 정도로는 이 이상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래, 가자!”
길지 않은 고민과 의논, 보고 끝에 결국 방위 라인이 해체되었다. 자위대원들과 능력자들은 스사노오에게 뒤쳐질 지도 모른다는 말에 결국 군단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이상, 내심 스사노오 군단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재앙 같은 환경에서 저렇게 밝게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사노오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스사노오 군단은 순식간에 규모를 세 배 이상으로 늘렸다. 레벨이 낮은 능력자들도 끼어 있었지만 죽지 않고 몬스터를 사냥할 수만 있다면 레벨은 조금씩 오를 것이다.
그리고 방위 라인을 이루고 있던 이들 중에는 한국으로부터 파견된 자랑스러운 강한 친구들 한울도 끼어 있었다.
“아, 이젠 살았다.”
“한 중위, 한울로 배속되고부터 군기가 너무 풀리는 것 같은데.”
“눈치 채셨습니까? 누가 저 좀 잘라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놔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대령니임!”
언제 진급했는지 중위가 된 '미녀' 중위 한여랑과 윤대한 대령, 둘 다 유일한이 알고 있는 이들이다.
드디어 한울과 접촉할 기회가 생겼지만 괜히 지금 다른 이를 건드렸다가 은신 상태가 풀리는 것도 싫었던 유일한은 무구에 대한 협상을 전투가 끝난 후로 미루기로 했다.
유일한은 도쿄에 들어서고도 멈추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은 단 하나, 투창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오른팔로 던지다가 지치면 왼팔로 던지고, 그냥 던지기가 심심해서 괴력 스킬도 썼다.
반복적으로 괴력 스킬을 사용하며 근육의 강화와 약화를 겪던 그는 드디어 일종의 깨달음을 얻는 데에 성공했는데, 그것은 바로 괴력 스킬의 유지 시간이 끝난 후에 생기는 패널티를 빠른 시간 안에 없애는 방법이었다.
“초월재생.”
그렇다. 제법 성장한 초월재생 스킬을 사용하여 손상을 입은 근육을 치료하는 것이다!
유일한은 굳이 괴력 스킬의 패널티 시간 동안 약화된 채 싸우며 부상을 입을 필요 없이, 괴력과 초월재생만으로 스킬 수련의 사이클을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인간은 마나도 없으면서 못 하는 게 없네.]
[리타도 드디어 제 심정을 이해하시는군요.]
말은 쉽지만 실상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러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체 구조를 잘 이해하고 스킬의 힘을 정교하게 다룰 줄 아는 유일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고로 이전 나유나에 의해 치료를 받자 패널티 시간이 줄어들었던 것에 착안하여 완성시킨 기술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깨달음에 의해 괴력 스킬의 패널티는 5초미만으로 줄어들었고, 유일한은 초월재생으로 소모된 휴식 에너지를 블러드링크로 회복하면서 결국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스킬을 수련하기에 이르렀다.
괴력과 초월재생, 극독 내성, 요리 스킬의 수련치가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올랐다.
[괴력 스킬이 Lv 24가 되었습니다.]
[초월재생 스킬이 Lv 23이 되었습니다.]
“스사노오의 힘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어!”
“펜타킬! 또 펜타킬! 이거 이목 좀 끌겠군!”
유일한은 폭풍처럼 몰아치며 대지에서 몬스터들의 목숨과 함께 사람들의 절망과 한숨도 함께 걷어냈다.
레벨 80 언저리의 2차 클래스 한 명이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위대한 업적이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스사노오의 정체가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을 더더욱 하지 않았다. 설령 유일한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그렇게 될지도 몰랐다.
“제기랄, 던전 하나 또 터진다!”
“빌어먹을, 입장 제한 레벨 50짜리 던전인데! 무조건 막아, 방어선 구축하라고!”
마침 머지않은 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유일한은 거의 동시에 쏘아내는 것처럼 투창 네 개를 연달아 쏘아내어 주위에 있던 2차 클래스 몬스터들을 전멸시키고는 바닥을 박찼다.
도약 스킬을 활용해 3초도 안 되어 수백 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유일한의 두 눈에, 머지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터져 나오며 그 안에 있던 몬스터 수천 마리가 동시에 해방되는 광경이 보였다.
그것은 가히 지옥문이 열리는 광경과도 같았지만, 유일한은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딱 좋네.”
유일한은 아틀라틀을 잠시 수납하고는 크로스백으로부터 백여 개의 동그란 덩어리들을 줄줄이 꺼냈다.
그것은 안에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뼈를 수천, 수만 개 담고 거인의 고무줄을 활용한 신관을 설치한 수류탄이었다. 그것도 2차 마석으로 극한에 가깝도록 강화한 수류탄!
여태까지는 주위 인간들이 다칠까봐 사용하지 못했지만, 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유일한의 신기에 가까운 투척 능력과 함께라면 말이다.
[투척 스킬 Lv Max를 자각했습니다. 스킬 진화 조건이 갖추어지면 합성 진화가 가능합니다.]
유일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류탄들을 연달아 던져냈다. 그 와중에 투척 스킬까지 자각했다. 투창은 투척 이전에 창술에 포함되었지만, 수류탄을 던지는 것만은 온전히 투척에 의존하기에 이제야 스킬을 얻게 된 것이다.
[쿠각!]
[위에서, 이상한 돌멩이가, 쿠가각!]
유일한은 자신이 들고 있던 수류탄 백여 개를 모두 던져냈다. 아직 크로스백 안에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이상 던졌다간 인간들까지 다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마지막으로 던져진 수류탄이 몬스터 무리의 중앙에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 최초의 수류탄이 폭발을 일으켰다.
[크리티컬 히트!]
[쿠아아아아아아아!]
[키힉! 키히이이익!]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방비하기 위해 몰려든 인간 모두가 말을 잃었다. 아니, 혹여 자신들에게까지 화가 미칠까 두려워 물러나고 엎드렸다.
[쿠우우우아아아아!]
[쿠훅! 쿠키이이이익!]
던전이 터지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놈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더욱 순간적이었다.
한 번의 폭발, 그것에 자극을 받은 것처럼 이어지는 백여 번의 연달은 폭발. 조용해진 인간들 대신 화산이 폭발하는 것만 같은 굉음, 멸망을 마주하는 몬스터들의 비명만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유일한은 쉴 새 없이 눈앞으로 떠오르는 경험치 획득 글귀들을 가볍게 무시하며 다시 아틀라틀을 들었다. 그리고 수류탄의 폭풍우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유일한을 인식하는데 성공한 몬스터, 3차 클래스로 보이는 보스 몬스터를 향해 투창했다.
[칵!]
[경험치 6,847,374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82가 되었습니다. 힘 2, 민첩 1, 체력 1, 마력 1이 올랐습니다.]
[Lv 103 아크 카트라르의 기록을 얻었습니다.]
[타이틀 '한 방에 천 마리'를 얻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숫자의 적을 공격할 때 크리티컬 히트가 발생할 확률이 50% 상승합니다.]
던전으로부터 빠져나온 모든 몬스터가 죽었고, 사라졌다. 불과 20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스사노오.”
“스사노오······.”
“일본을 구하기 위해 강림한 거야.”
“혹시 타케미카즈치 아닐까.”
“아마테라스?”
인간들은 그 광경을 보며 막연히 중얼거렸다. 급기야는 스사노오가 아닌 다른 신의 이름까지 하나둘 튀어나오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 Chapter 13. 내가 신이라고!? - 3 > 끝
ⓒ 토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