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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77화 (74/360)

< Chapter 14. 나도 이젠 - 2 >

한국으로 귀환한 유일한은 곧장 택시를 타고 서울로 귀환하여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의식적으로 어머니를 찾았지만, 이내 자신이 독립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유일한은 피식 웃고 말았다.

“씻고 잠이나 자야지.”

[나두 같이 잘래. 스피에라가 곧 나를 부를 것 같으니까.]

[같이 쉬도록 하세요. 단, 미니 사이즈로.]

며칠 밤낮을 쉬지도 않고 싸웠다고 하면 듣기엔 멋지지만, 실제로 보면 꾀죄죄하고 냄새 나고 좌우지간 말도 안 되게 더럽다. 특히 유일한은 그 전에도 3주 동안 던전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는 거적이라고 불러도 납득할 만큼 상한 장비들을 죄다 벗어놓고, 안에 입고 있던 속옷은 아예 버리고, 갓 태어난 아기라도 해도 믿을 만큼 깨끗하게 씻었다.

전리품, 특히 오로치로부터 얻은 전리품들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리 레벨 업과 초월재생의 힘으로 계속해서 회복했다고는 해도 이미 정신적 피로가 맥스 수치를 찍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침대로 다이빙했다.

“내일 아침에 깨워줘.”

[지금도 아침인데요?]

“잘 자······.”

유일한은 휴식 스킬 마스터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침대에 누운 지 1.5초 만에 훌륭히 숙면 상태에 빠졌다. 바로 옆에서 오로치가 울부짖어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만큼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아직 남은 퀘스트 보상도 전달하지 못했는데.]

[난 일한이랑 자고 있을 테니까 가서 퀘스트 보상 뜯어내 와. 가능하면 스킬로. 우리 일한이한테 도움 되는 걸로.]

[제가 정말 당신과 유일한을 놔두고 다녀와도 되는 걸까요.]

에르타는 리타를 못 믿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리타는 두 말 하지 않고 훠이훠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결국 그녀는 리타의 양심에 맡기고 하늘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양심 없는 천사 리타는 에르타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인간 사이즈 그대로 잠을 자는 유일한 바로 옆에 달라붙었지만, 그 이상 다른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이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쩜 자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까.]

가만 보니 레벨이 계속 오르면서 제법 얼굴 생김새도 단정해진 것 같다. 천 년 동안 보아왔던 얼굴이 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유일한의 얼굴이 아닌 그의 존재 자체였기에 금방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평생 같이 이렇게 지내면 좋겠다, 그치······?]

리타는 나지막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일한의 팔을 끌어당겨 꼭 껴안았다. 만약 유일한이 들었더라면 안 돼, 다음 장면에서 헤어지게 되는 복선이야! 라고 소리쳤겠지만 지금 그는 숙면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태클을 걸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유일한이 그러했듯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한편 하늘로 향한 에르타는 도착하자마자 다른 천사들에게 붙들렸다.

[리타는? 왜 같이 안 왔어?]

[그 인간 얘기 좀 해봐. 4차 클래스 변이종 잡은 거 네 파트너 맞지?]

[나도 소개시켜줘!]

[천사하라고 꼬셔야 되는 거 아냐? 걔라면 금방 상위 존재가 되지 않을까? 지금 밑밥을 깔아야 한다니까!]

여기저기서 천사들이 달라붙고 떠들어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이번에 일어난 일이 충격적이었다는 얘기다.

4차 클래스 몬스터는 적어도 2차 대격변을 겪은 세상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이고, 인간들이 수월히 놈을 막아내기 위해선 적어도 3차 대격변은 지나야 한다.

그런데 이제 고작 1차 대격변을 겪은 세상에서, 그렇게 적은 피해로 4차 클래스의, 그것도 변이종을 막아내다니!

[그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 오버플로. 대체 누가 일으켰는지 알아냈어?]

에르타가 천사 중 한 명에게 따져 묻자, 천사는 실로 허탈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자리에 천사가 제법 있었는데, 누구도 흔적을 잡아내지 못했어.]

[파멸의 덫을 삥땅 친 걸로 보면 분명 배신자의 소행인데 말이야. 확인해봤는데 언제 빼돌렸는지도 모르겠대, 바보들!]

[그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파악하지 못한 페이타만 왕창 깨지고 있어.]

맙소사, 또 제자리걸음이란 말인가. 이런 사태를 대비해 파견되는 천사의 수를 늘렸음에도 또!

이러니 유일한에게 무능하다고 욕을 먹는 것도 싸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르타는 한숨을 쉬었다.

[에르타.]

천사들과 함께 하늘 도시 안으로 발을 들인 에르타의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고개를 든 그녀는 등 뒤에 순백의 창을 멘 용맹한 천사, 스피에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피에라 님. 리타는 지금 휴식 중입니다. 아마 얼마 안 있어 스스로 올라올 테죠.]

[그녀에게 전하라. 더 이상 특훈은 없다고.]

[그녀의 승급이 취소된 것입니까?]

[아니, 승인되었다.]

에르타가 눈을 크게 뜨자 스피에라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혼돈의 벽이 열리고 있다. 마치 하늘의 전력이 지구에 집중된 틈을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더 이상 느긋하게 특훈하고 있을 겨를이 없어.]

혼돈의 벽. 무수한 세상을 관리하고 수호하는 천사들과는 달리 모든 세상과 기록을 먹어치우고자 하는 사악한 상위 존재, 포식자들과의 최전선.

평상시 놈들은 하늘의 힘으로 이루어진 벽을 넘어오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벽의 강도가 약해지는 때가 있다.

놈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순간이며 천사들이 진정한 하늘의 군단으로서 목숨을 건 전투에 나서는 순간이기도 하다.

유일한은 언제나 천사들이 무능하다고 까고 있지만, 많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천사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된다면 다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되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구가 요 모양이 된 것에 천사들의 책임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전투에 리타가 동원됩니까?]

[그녀는 우수해.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없었다면 지구에 내려 보내는 일은 없었을 거야.]

에르타는 배신자 천사를 상대로 공중 삼천 콤보를 달성하던 리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때 스피에라의 말이 이어졌다.

[지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분간 하늘의 군단은 하나의 세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지게 될 거야. 인간들의 손에 맡기게 되겠지.]

에르타의 머리가 어질해졌다.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지구가 이렇게나 난장판이 된 상황인데? 그녀는 다급히 대꾸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지구의 상황은 심상치 않습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일어났을 때 유일한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그대로 끝장났을 겁니다. 우리는 이미 지구에 지은 죄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 유일한이 있었기에 지구는 무사했지, 안 그런가?]

에르타는 스피에라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는, 당연히 하늘의 군단이 조율해야 할 세상을 그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한 명의 인간에게 떠맡기겠다는 것인가?

스피에라와 에르타의 격은 까마득하게 차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타는 격렬하게 분노하고 말았다. 스피에라가 그 모습을 보더니 후, 코웃음을 쳤다.

[역시 그런가? 에르타, 그대 역시 그를 사랑하는가. 실로 우스운 일이다.]

[그저, 파트너를 걱정할 뿐입니다.]

[그대가 지닌 감정에 무슨 이름을 붙이든 좋아. 만난 지 고작 세 달밖에 되지 않은 하위 존재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하위 존재를 차별하는 분이셨습니까?]

[구분할 뿐이다.]

에르타는 입을 다물었다. 마음속으로는 저 썩을 년의 복부에 창을 쑤셔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간 죽도록 맞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모든 세상을 평등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 그러나 혼돈의 벽에서 포식자들을 처단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이며, 우리가 전선에서 밀리면 그만큼 많은 세상이 빛을 잃게 된다. 우리의 몸이 두 개로 불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보다 옳은 선택을 해야 해.]

[저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후.]

전혀 알아들은 표정이 아니었기에, 결국 스피에라는 상부의 결정을 에르타가 보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아직 혼돈의 벽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간이 남기도 했고, 에르타는 지금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파트너이기도 했으니까.

그쯤에서 엿듣고 있던 다른 천사들을 모두 쫓아낸 스피에라는 에르타를 하늘의 휴식처 중 하나로 안내했다. 흔히 천국하면 인간이 떠올리기 쉬운, 구름으로 이루어진 대지 위에서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그런 심심하고 아무도 없는 곳 말이다.

[배신자를 비롯한 상위 존재가 끼어든 상황이라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못해. 기껏 한다는 것이 지구를 새로운 정복 대상쯤으로 여기는 이세계로의 게이트 연결, 오버플로······. 결국 그것들 모두 하위 존재 사이에 일어나는 일일 뿐이지, 안 그런가?]

[분명 하위 존재이지만, 지금 지구의 수준을 2단계 이상 앞서는 재앙입니다!]

[하지만 하위 존재이기에 우리는 그 사태에 직접 나설 수 없지. 할 수 있는 것은 예방과 차단인데, 어디 그것들이 지금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그 책임으로부턴 에르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디까지나 유일한의 파트너 업무를 맡고 있지만 그녀 역시 천사이니까.

스피에라가 냉정하게 말했다.

[상급 천사들조차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어. 단순히 지구에 파견된 천사들이 무능해서일까? 아냐. 우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내부에 충분한 숫자의 배신자를 확보해놓고, 미래의 일까지 미리 계산해놓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그러니 손을 놓아버리자, 그 말입니까? 그대로 지구를 희생시키면, 그러면 모든 일이 끝날 거라 보십니까?]

[이대로 무턱대고 천사를 더 많이 투입해봤자 결국 그들의 뜻대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들. 하늘의 적이 많기에 정확히 배후가 어디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 당장 혼돈의 벽 너머에서 이를 갈고 있는 파멸마군일 수도, 날개를 잿빛으로 물들인 광휘의 군단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지구에 천사가 집중되는 상황을 반기리라는 것도 익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거야. 단순한 지구 방위가 아니라, 지구를 비롯한 모든 세상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 전쟁의 일환으로써.]

[지구인들에게 내던지는 방법 말이죠.]

에르타는 빈정거렸으나 스피에라는 놀랍게도 거기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상위 존재는 상위 존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위 존재는 하위 존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도 상부에서는 그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지구 방위에 있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하늘의 군단의 여유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의 지원과 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내가 알기로 지금 지구에는 압도적인 1위가 있지.]

스피에라는 그렇게 말하곤 에르타를 잡아끌었다.

[하늘의 창고를 개방하지. 그에게 딱 맞는 물건이 있어.]

[스피에라 님을 비롯한 상부의 결정에 납득할 수는 없지만, 주시는 것은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유일한이라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인데 어째서 그대가 감사하지?]

에르타는 말을 잃었고, 스피에라는 키득거렸다. 그리곤 아주 조금, 눈썹을 누그러트리며 그녀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그대의 감정을 조심하도록 해. 포식자들도, 타천사들도 한때 우리처럼 찬란하게 빛을 발했던 존재. 그들의 타락은 전적으로 그들의 감정에서 비롯되었어. 특히 사랑은 위험해. 돌발적이고, 강력하며,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니까.]

[······명심하지요.]

에르타가 툴툴거렸다. 그리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스피에라의 뒤를 따랐다.

유일한이 눈을 떴을 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혹시 24시간 이상 잤는가 해서 확인했더니 그저 5시간 잤을 뿐이었다. 거의 한 달에 가깝게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5시간 만에 육체적 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 피로까지 다 풀려버린 것이다!

“미치겠네, 이젠 잠도 못 자.”

[회복력이 뛰어나서 그래. 나쁜 일은 아니지.]

여전히 유일한의 팔을 끌어안고 누워있던 리타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유일한은 그제야 리타가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놀랐지만, 친누나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의 팔을 걷어냈다.

“배고프니까 밥이나 먹자.”

[좀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확 덮쳐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용기가 리타에게 있었다면 유일한이 천 년 동안 동정을 지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리타가 한숨을 푹푹 쉬며 그를 따라 일어난 순간 허공에 에르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타는 괜히 뜨끔하여 몸을 움츠렸으나 에르타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리타.]

[나 아무 짓도 안 했어!]

[차라리 해두지 그랬어요.]

[응?]

천사들 사이에 오가는 선문답을 보며 유일한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에르타가 한숨을 쉬며 선언했다.

[혼돈의 벽이 열리고 있습니다. 포식자들과의 전투에 이번엔 당신도 동원됩니다. 기뻐하세요, 승급 심사 없이 바로 승급하시게 될 거예요. 이름을 새로 받으시겠네요.]

[너는?]

[저는 유일한의 곁을 지켜야죠.]

리타의 눈이 험악하게 빛났다. 살인, 아니 천사살해라도 저지를 것 같은 그 표정에 에르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사, 상부의 결정이에요. 저는 반대했다구요.]

[나도 알아. 그러니까 그놈들을 죽일 거야.]

[참아욧, 정말 농담으로는 안 끝나니까!]

유일한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리타가 또다시 유일한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만은 파악했다.

하긴, 이제 유일한도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항상 천사 두 명과 붙어 있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못 보게 되는 거야?”

[아냐. 내가 그깟 전투 금방 끝내고 돌아올게.]

리타가 험악한 눈빛을 싹 지우고는 유일한의 머리를 꼭 껴안으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유일한 역시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래. 기다릴 테니까 빨리 와.”

[응.]

리타는 포옹을 풀고 물러나는가 싶더니 유일한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에르타를 돌아보았다.

[나 없을 때 진도 빼면, 알지?]

[무서워요, 진짜 무섭다니까요!]

에르타를 가볍게 협박한 후, 리타는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에르타는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일한에게 다가갔다.

리타와 에르타가 자신한테 이성적으로 호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리가 없는 천년동정 유일한이 고개를 갸웃하며 에르타에게 물었다.

“진도가 무슨 말이야? 너희 혹시 지상에서 연애 하냐?”

[천사들만의 은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것보다 보상이나 받으시죠.]

연애까지는 짐작을 하면서 어떻게 그 대상이 자신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단 말인가! 에르타는 대꾸를 하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한편 유일한은, 에르타가 굉장히 노골적으로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반드시 그 은어에 대해 알아내고자 다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에르타가 그 손 위에 부드럽게 손을 얹는 순간 유일한의 시야로 녹색 글귀들이 떠올랐다.

[하늘 퀘스트 005 던전 웨이브 완료!]

[모든 스테이터스가 7 올랐습니다. 마력이 10 추가로 상승합니다.]

[상위 저주 내성 스킬을 얻었습니다.]

“이거.”

보상이 심상치가 않았다. 무지막지한 양의 스테이터스는 물론이고, 상위 저주 내성이라니! 이걸로 더욱 안심하고 구를 수 있게 될 것 같아 영 기분이 언짢았다.

[끝이 아니에요.]

“더 있다고?”

이미 이 퀘스트 보상의 일부로 크로스백의 능력을 강화시킨 유일한이기에 더더욱 이것들이 뭔 생각으로 이렇게 퍼주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자신이 해낸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겁니다.]

에르타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작은 모래시계였는데, 안에 든 모래가 굳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유일한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싸우자는 거지?”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그는 한숨을 쉬며 모래시계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유일한의 눈 위로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원의 모래시계]

[등급 - 갓]

[옵션 -한 달에 한 번, 소유주와 주위 공간에 결계를 치고 시간을 동결시킬 수 있다. 결계 안에서 시간이 흘러도 결계 바깥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으며, 한 번 발동 시 소유주의 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두 달 동안 유지할 수 있다. 소유주가 허락한 존재 이외에는 결계 안에 들어올 수 없다.]

[사용제한 - 유일한에게 귀속]

[내구도 - 무한]

그를 진정한 외톨이로 만들어줄 아티팩트의 등장이었다.

< Chapter 14. 나도 이젠 - 2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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