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귀환자-90화 (87/360)

< Chapter 15. 너, 나, 남남 - 8 >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창술은 고유 무술이며 상위 단계의 무술이기에 기본적으로 강한 위력을 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격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담아 내지르는 액티브 스킬과는 또 조금 거리가 있었다.

수많은 궤적 속에 하나의 일격을 숨겨 적에게 예상치 못했던 피해를 입히는, 익혔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훈련과 적과의 눈치 게임을 필요로 하는 스킬!

“요건 몰랐지!”

[크아아아아악!]

그리고 전투 중에 잘만 써먹으면 적 복장 뒤집어놓는 것은 일도 아닌 무척이나 훌륭한 정신 공격 스킬이기도 했다.

[죽여버리겠어!]

유일한에게 뒤통수를 궤적 없는 창격으로 얻어맞고 뇌가 얼핏 드러날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드래곤이 급급히 허공으로 날갯짓을 해 물러나며 사방으로 마법진을 펼쳤다!

[분명 네놈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거늘! 이이익, 더 이상 네놈과는 놀아줄 시간이 없다! 죽어라!]

그러나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창술을 더욱 악랄하게 만드는 것은, 그 무술이 은신과 만났을 때 완벽하게 완성되는 스킬이라는 점.

분명 조금 전까지 유일한이 있는 곳을 인지하고 마법을 쏟아 부은 드래곤은, 다음 순간 자신의 머리 위에 나타나 창을 찔러 넣는 유일한을 자신이 공격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어딜 베는 거냐? 그건 잔상이다!”

[크리티컬 히트!]

[크아아아아아! 베지도 않았는데!]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공격만 해도 두려운 법인데, 그 공격을 날리는 주인까지 언제 모습을 감출지 모른다.

제아무리 신경을 집중해도 둘 중 하나를 놓치는 순간 전투의 흐름을 빼앗기니,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창술과 은신의 조합은 가히 무적이라 칭할 만 했다.

[크흑, 끄르르르르!]

창을 잡아내려다 주인의 모습을 놓치고, 주인을 잡아내려다가 뒤통수에 창격을 얻어맞고 마는 드래곤의 심정은 직접 겪지 않고선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심정을 말해줄 수 있는 놈들은 전부 죽었다. 지금처럼.

[경험치 405,183,039를 얻었습니다.]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창술 스킬 레벨이 11이 되었습니다.]

[괴력 스킬 레벨이 40이 되었습니다. 스킬의 유지시간이 길어집니다.]

유일한은 창을 거두고 땅에 착지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뒤로 허공에 떠 있을 힘을 잃은 드래곤의 시체가 쿵, 바닥에 떨어졌다.

유일한이 창술을 진화시키고 이틀. 이제야 겨우 실전에서의 사용에 익숙해졌다는 판단이 섰다.

“후, 어떻게든 3분 만에 죽였네.”

아무리 여러 조건이 겹쳤다지만, 설마 2차 클래스의 능력자가 4차 클래스의 드래곤을 3분 안에 정리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의 눈도 속이는 외톨이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갱신하고 있는 유일한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잘 싸워서 이겼는데 왜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걸까요.]

“네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서 그래.”

유일한은 에르타에게 심드렁하게 대꾸해주며 드래곤의 사체를 뒤적였지만 4차 클래스 마석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이전에 마석의 드롭율이 17%라는 얘기를 누군가 했던 기억이 나지만 그것은 거짓부렁이임에 틀림없었다.

이틀 동안 족히 삼백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여태 그가 얻은 마석은 달랑 일곱 개 뿐이었다.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마석의 드롭율도 높아진다더니!

[클래스가 높으면 높을수록 마나가 몸에 가득 쌓이기에 마석이 생겨날 확률도 높기는 해요. 하지만 유일한, 드래곤은 그 누구보다도 마나를 잘 다루는 종족이에요. 당연히 체내에 마석이 따로 뭉칠 확률이 적지요. 그 대신.]

“그 대신?”

[어디에나 마나가 흐르기에 육신 자체가 질 좋은 아티팩트의 재료가 되고, 놈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름도 유명한 드래곤 하트는 마석 중에서도 최상위 취급을 받아요.]

드래곤 하트! 언젠가 에르타와 마석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린 유일한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럼 내가 잡은 4차 클래스 드래곤 모두가 최고급 마석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긴가?”

[당연히 아니죠. 5차 클래스 용종조차 가끔씩 뱉는걸요. 드래곤 하트는 마석보다 발견되기가 더 어려워요. 드래곤의 심장이 마나를 품고 특이 진화 현상을 일으켜야만 하니까. 4차 클래스 드래곤에게서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 해요.]

“아오 진짜, 사람 설레게 하지 말고 그걸 일찍 말하라고!”

[당신은 그렇게 분해하면서 발을 동동 구를 때가 제일 귀여워요!]

리타와 어울리더니 안 좋은 것만 잔뜩 배워가지고! 유일한은 투덜거리며 제자리에 섰다.

“다음 장소로 가자. 어쨌든 창술에도 적응했으니 슬슬 다음 타자 가야지.”

[뭐를요?]

“투척 스킬 진화.”

유일한의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는 끝이 없었다. 물론 그의 행동 모두가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목표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끝없는 추진력만은 실로 감탄할 법 했다.

투척 능력만으로 드래곤을 잡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무리다. 그러나 다행히도 4차 클래스를 투척으로 원킬하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은 붙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몬스터의 마무리만 투척으로 하면 되었다.

사실 스킬들의 진화 조건을 확인한 유일한은 자신의 힘으로 4차 클래스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인 다레우에서 미리 조건들을 채워놓고 싶었지만 그런 조건은 투척밖에는 없었다.

체술이나 둔기술, 검술은 모두 해당 무술의 어떤 동작으로 3차 클래스를 일격살 하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 유일한을 좌절케 했던 것이다.

“나머진 일단 미션 완수하고 나서 남은 용종들 상대로 하지 뭐.”

[그냥 세상을 다 가져요, 다.]

막타를 투척으로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진화 조건 달성은 정말이지 금방 이루어졌다.

아직까지는 그 나물에 그 밥인 드래곤과 신나게 전투를 벌이다가 놈이 다 죽어간다 싶으면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나며 투척!

타이밍을 못 맞춰 드래곤이 먼저 픽 죽어버리는 일도 발생했지만 대충 삼십 분이 지날 때쯤엔 조건을 훌륭히 만족시킬 수 있었다.

[2차 클래스 몬스터 투척으로 격살 100,000/100,000]

[3차 클래스 몬스터 투척으로 격살 10,000/10,000]

[3차 클래스 몬스터 투척으로 일격살 100/100]

[4차 클래스 몬스터 투척으로 격살 5/5]

[3차 클래스 마석 400/400]

[4차 클래스 마석 2/2]

[투척 스킬의 합성 진화를 위한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스킬을 진화시키시겠습니까?]

“그래. 나도 인생 좀 편하게 살아보자!”

유일한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투척을 진화시켰다. 그 즉시 그의 망막 위로 이전과는 조금 다른 문구가 새겨졌다.

[합성 진화에는 서브가 되는 맥스 레벨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투척 스킬의 진화에 사격 스킬을 서브로 둘 수 있습니다. 투척 스킬과 사격 스킬을 합성 진화시키시겠습니까?]

유일한은 그 문구가 떠오른 시점에서야 에르타의 말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째서 4차 클래스 마석이 두 배로 소모되는지도 또한.

그야 두 개의 맥스 레벨 스킬을 하나로 합치니 두 배로 필요할 수밖에!

사격 스킬은 이전 총기를 다룰 때 자각한 것으로 물론 스킬 레벨은 Max. 그 이상 진화 가능성이 없어 그냥 보유하고만 있던 스킬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유일한 입장에서는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스킬의 진화를 진행했고, 즉시 찬란한 빛과 묘한 감각이 그를 지배했다. 휴식 스킬의 진화와 창술 스킬의 진화, 정확히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한 각성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진화가 또 기가 막혔다.

[필중 스킬을 익혔습니다. 투척이나 사격 시 투사물의 속도, 사정거리, 명중률, 위력이 대폭 높아지며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성능이 향상됩니다. 마나를 대량으로 소모하여 목표로 한 곳에 무조건 명중시킬 수 있습니다.]

굉장한 반전은 아니다. 사격이나 투척이 궁극에 이르면 대충 이런 능력이 되지 않을까, 에서 이런 능력이라고 봐도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놀랍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패시브로도, 액티브로도 발동하는 스킬의 능력은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했으니까.

“궁니르!?”

[그 말 왜 안 하나 했어요.]

유일한의 전신으로 전능감이 차올랐다. 신화 속에서 나타나는 아티팩트를 사용해서나 가능한 기적을 자신의 스킬로 재현할 수 있게 되다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적은 절대 아니라구요. 필중의 창 궁니르를 가지고 있던 북유럽 신화의 오딘도 펜릴한테 훅 간 거 아시죠?]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진정이 되네.”

스킬 적응을 위해 네 시간씩 창을 던지는 일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유 무술인 그려지지 않는 궤적의 창술과는 성질이 다른 스킬이기도 했고, 어차피 드래곤과의 전투는 유일한의 투창으로 시작되는 만큼 실전에서 적응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유일한은 자신의 마나가 아직 필중을 액티브로 발동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울었지만, 상위 스킬로 진화한 것만으로 필중은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은신이나 창술과 조화되면 더욱 기가 막혔다.

유일한은 한결 더 강력해진 능력으로 더더욱 빠른 속도로 드래곤을 사냥해나갔고, 일주일을 넘어섰을 땐 기어이 레벨 200대의 드래곤들을 전멸시키기에 이르렀다.

[3차 클래스 죽이기 10,000/10,000]

[4차 클래스 죽이기 816/1,000]

그리고 유일한의 존재가 드래곤들에게 들킨 것도 바로 그 시점이었다.

마법진으로 들킨 것이 아니라, 용종은 물론이고 드래곤들이 거의 전멸에 가깝게 죽어나갔다는 사실이 놈들 사이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대륙의 마법진이 기동하고 있었다니!]

[네놈은 누구냐, 여태까지 대륙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더냐!]

유일한은 자신을 쫓아 날아드는 드래곤 무리를 보며 기겁하여 뛰었다. 그중 한 놈의 마빡에선 지금도 새빨간 피가 솟구치는 것이 무척 아파보였는데, 유일한이 걸음을 멈추었다간 곧 그도 그런 꼴이 나고 말 것이다.

“여기 분명 한 마리밖에 없었는데! 얘네들도 순간이동 쓰냐!?”

[4차 클래스 정도 되면 쓸 수도 있죠, 뭐. 그래도 이 마법진만큼 개사기는 아니에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유일한의 강함과 휘몰아치는 활약에 취한 에르타는 이 상황에서조차 낙관적인 말을 하고 있었지만, 생전에 용종들에게 지독히 당한 레타는 겁을 집어먹고 외쳤다.

[지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우선 드래곤이나 용종이 없는 곳으로······.]

“아니. 도망치면 안 돼!”

누구나 도망치고 싶어 할 이 상황에서 고개를 젓는 것이 바로 유일한!

“얘네 조금 지나면 무리 짓기 시작할 거야. 손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이 죽여 놔야 해.”

[아마 그렇겠지요.]

3차 클래스 용종은 몰라도 4차 클래스에 이른 드래곤들은 전부 혼자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거의 절대에 가까운 힘을 얻었고, 원래 땅에 살던 것까지 속 시원히 죽여 놓았는데 뭣 하러 자신과 비슷한 힘을 지닌 동료들하고 부대끼며 살고 싶어 하겠는가.

그것이 지금까지 유일한이 수월하게 4차 클래스를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고, 침입자의 소문이 대륙으로 퍼져나가지 않은 까닭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유일한의 존재가 알려졌다. 드래곤에게 위협이 되는 힘을 가진 남자가, 다레우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마법진까지 이용해가며 동족을 사냥하고 있다는데 어떤 미친 녀석이 독고다이를 고집하겠는가!

드래곤들은 서서히 뭉치고 있었다.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놈들은 아직 유일한의 소식을 듣지 못한 놈이거나, 그 누가 와도 자신의 힘으로 물리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품고 있는 드래곤 정도이겠지.

그리고 놈들의 공통점으로는 띨빵하기에 쉽게 잡아 족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바로 가자. 최대한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놈한테!”

[네!]

사태의 중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레타 역시 서둘렀다. 유일한은 자신을 노려보며 날아오는 드래곤 두 마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곧장 이동했다.

드래곤들은 간발의 차로 유일한을 놓치게 되자 분노하며 포효했다.

[크롸아아아아아아아아!]

[네놈을 재로 만들어버리겠다!]

그들은 유일한이 있던 자리에 온갖 마법을 쏟아 부어 폐허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일한을 상처 입히기는커녕 마법진을 손상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레우 대륙의 마법진은 그런 것이다.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영적이었고, 그 주인이 마법진을 해제하거나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는 이상은 사라지지 않는 것. 그런 능력이 없었다면 여태까지 마법진이 무사히 남아 있었을 리가 없다.

[······훌륭하게도 도망쳤군. 역시 빌어먹게 훌륭한 마법진이야.]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동족들이 놈에게 당할 테지.]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란 말인가. 유일한의 모습이 사라진 대지 위에 남은 두 드래곤은, 여태까지 광분했던 것이 거짓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가라앉은 모습을 보였다.

[정말로 그때가 오고 있어.]

[크흐, 너도 그렇게 생각했는가.]

뒤이어 놈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만약 에르타가 들었더라면 경기를 일으켰을 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역시 파멸마군의 계시는 옳았어. 이세계와의 연결이라, 참으로 멋진 일이지 않은가. 사냥감이 늘어난다. 세계가 더욱 성장한다. 그리고 끝내 하늘에 닿는다!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다레우에는 석양의 화원에 소속된 용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로 환장하게도, 지금 혼돈의 벽에서 천사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초월자 집단 파멸마군에 소속된 드래곤도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무슨 짓을 꾸미는지 알 수 없는 석양의 화원과는 달리 이쪽은 목적도 명쾌했다. 파괴와 포식, 성장!

이쯤 되면 다레우의 멸망에 파멸마군이 관여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부자연스러웠던 용종의 성장세와 그들의 움직임이 설명되는 순간이다.

물론 유일한과 에르타는 이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상위 존재라. 실로 감미로운 단어로구나.]

[크흐, 격을 얻는 것은 내가 먼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선은 저 미꾸라지를 붙잡는 데에 집중해야지.]

미꾸라지, 유일한. 그들은 유일한을 죽일 기세로 공격을 퍼부었으나 유일한은 그 속에서 훌륭히 살아남아 도망쳤다.

변화를 알리는 깃발을 들고 찾아온 것은 반가우나 거기까지, 놈을 더 이상 날뛰도록 내버려두다간 함께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활약할 동족의 수가 줄어버리고 만다. 그 전에 놈을 ‘붙잡을’ 필요가 있다.

[무리를 모아야겠어. 미꾸라지를 잡고, 다가올 변화를 맞이해야지.]

[서두르자. 이미 동족은 모이기 시작했으니.]

드래곤들은 날갯짓하며 이동 마법을 발동했다. 같은 뜻을 품은 동료들을 끌어 모아 유일한을 붙잡기 위해 그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일한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든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수의 드래곤을 처리하고자 바삐 몸을 놀렸다.

“후우, 후우.”

[유일한, 괜찮아요?]

“안 괜찮아. 레타, 빨리 이동.”

미션의 만료 기한까지 단 이틀을 남겨둔 시점, 유일한은 드래곤들의 추적을 피해 이동하며 혼자 있는 드래곤만 골라 사냥하느라 사냥 속도가 크게 둔화된 상태였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마법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주의하시길!]

“괜찮아, 함정도 나 눈치 못 채니까.”

그러나 이제 미션 달성까지 남은 숫자는 단 43마리. 조금만 더 버티면 전직과 함께 그간 쌓였던 경험치로 인한 레벨 업까지 경험하게 된다. 일단 그렇게만 되면 어떻게든 이 난리통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의 유일한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빨리.”

[알겠습니다.]

그는 블러드링크를 쪽쪽 빨아 마시며 레타를 재촉했고, 그녀는 곧장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하늘의 군단의 대리자 님,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해요.]

“······.”

[······.]

[······.]

그리고 기묘한 표지판을 내건 채 깊이 잠들어 있는 황금 비늘의 드래곤을 발견했다.

< Chapter 15. 너, 나, 남남 - 8 > 끝

ⓒ 토이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