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1. MVP는 나의 것 - 4 >
유일한은 일부러 많은 활약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 자신이 생각해도 이제 그는 다른 사람보다 제법 많이 강하다. 언젠가 다른 이가 그를 추월해주기를 원했지만 요즘들어 생각해보건대 그런 날은 그가 죽기 전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격차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인해 지구인들이 발전 의지와 자율성을 잃을까 걱정이었다.
“그럼 절대 안 되지. 전부 다 나한테 맡기려고 들 텐데 귀찮아서 죽고 말 거야.”
[그 말 하기 전까진 굉장히 멋져보였는데 이상하다, 갑자기 조금 한심해보여······.]
이전 같았으면 권속들에게 그를 대신해 날뛰도록 지시했을 텐데, 버려진 세상에 다녀온 이후 권속들 중 레벨이 가장 낮은 엘프 도적 피리아조차 123레벨을 달성한 상황이다.
험지에서 사정없이 구르고 왔기에 가뜩이나 높았던 스킬 레벨도 높아졌고, 그들이 돌아오고 무구들을 유일한이 싹 거두어 한 번씩 보수까지 마쳤으니 무장 수준은 말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유일한은 권속들에게도 크게 날뛰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냥 적당히 인간들 틈에서 돌진만 하면서 싸우는 척 하는 정도가 베스트. 대충 호흡 맞춰주고, 위험해 보이는 인간이 있으면 적당히 도와주고, 덤벼드는 놈 위주로 처리한다.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 팀의 절반을 날려버렸다는 게 유일한 문제였다.
“에에잇! 지구의 인간들은 괴물인가!”
“저들에게는 덤비지 마! 동료가 발차기 한 방 맞고 퇴장 당했다!”
유일한 일행은 전진 속도가 느린 태풍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괜찮지만 일단 사정권에 휩쓸리면 그대로 끝장나고 마는 태풍!
그렇다고 그들을 피해 다른 지구인들을 공격하자니 그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뇌신 클랜은 물론이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지만 밀도 높은 나날로 인해 강화된 다른 지구인들 또한 필사적으로 투쟁했다.
“던전 웨이브 같은 건 이제 지긋지긋해!”
“나는 지구의 영웅이 되겠어!”
유일한 일행이 한쪽에서 코스믹 호러를 찍는 동안 인간들은 전쟁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끊임없이 흐르는 피와 땀이 대지를 적시고, 함성이 대기를 가득 채웠다.
“지금 중앙을 뚫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
버려진 세상에 다녀온 이후 비약적으로 강해진 강미래가 그들을 이끌었다. 그녀가 뇌전을 쏘아내면 뚫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나유나의 버프까지 받아 시간을 들여 만든 마법은 적의 무리에 거대한 구멍을 내기에 충분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미친······.”
“이걸 대체 어떻게 이기란 거야!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거지? 우리 세상도 대격변 이후로 200년에 걸쳐 발전해왔는데!”
적들은 그녀의 번개 앞에 전의를 상실했다. 물론 다른 세상에도 특출나게 뛰어나서 그 세상을 대표하는 초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초인들도 나유나의 버프를 받은 강미래 선에서 정리되고 말았다.
그러니 대회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였다.
[지구, 주니어 토너먼트 4강 확정. 잔존 병력 419명.]
지구인 중에서도 약한 이들은 가차 없이 송환되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남은 인원이 419명. 지구의 정예 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이들만 남게 된 것이다. 유일한 일행과 강미래, 나유나를 제외하더라도 평균 레벨이 90을 넘는 수준!
“해냈다, 4강!”
“상위 등급의 파멸의 덫을 정말 얻게 되는 건가?”
“제길······ 우리가 정말 해냈어!”
끝내 지구를 반석 위에 올리는 데 성공한 용사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거나 서로의 등과 어깨를 마구 두드렸다. 가뜩이나 지구 상태가 하드코어해서 여태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런데 그들이, 그들의 힘으로 지구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끝이 아냐. 주니어 토너먼트는 4강이지만, 이제 시니어와도 맞서야 하니 고작 8강인 셈이라고!”
“그래, 우리는 반드시 더 높이 올라가야 해!”
지구인들이 열정에 불타올랐다. 유일한은 그것을 보며 확실히 자신이 활약을 자제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저들은 다른 누구에게 기대어 보호받는 연약한 이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전사들이었다!
유일한은 그들을 향해 작게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리고 저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스피에라에게 확인했다. 그녀는 막 지구의 경기 판정을 마치고 유일한에게 돌아온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니어 상대로는 발리겠지?”
기특한 건 기특한 거고 현실은 현실. 냉정하게 전력을 판단한 유일한의 말에 스피에라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저쪽은 최저 레벨이 130이다. 이 이상은 규정에 걸리니 답해줄 수 없지만.]
넘쳐나는 3차 클래스 군단과 4차 클래스를 다섯 명씩이나 보유한 제국이 속해 있던 세상 페라타는 분명 이질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세상이 지구처럼 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제 곧 3차 대격변을 맞이하는 다른 세상 또한 페라타의 절반, 혹은 그 이상 가는 힘을 쥐고 있었으니까.
시니어 토너먼트를 떠올리니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스피에라에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지만 페라타는 어떻게 됐어?”
[패배했다. 생존한 제도의 귀족들과 기사들은 아예 출전하지 않았고, 카드라 제국의 지방귀족이 보유한 전력과 다른 소수 국가의 지원이 있었지만······ 결국 4강에 이르지는 못했지.]
“아예 출전하지 않았다고······.”
그야 이제 겨우 3차 클래스에 이른 이들이 절반에 3차 클래스 초반에서 헤매는 이들이 나머지 절반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 날 보여주었던 그들의 결집력이라면 4강까지 이르는 것이 마냥 불가능하지도 않았을 터다. 하지만 지금 제국의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겠지.
그 날 그들이 보였던 눈물을, 회한을 떠올리자 미약한 죄책감이 가슴을 스쳤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우습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존자들에게 유일한을 원망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유일한에게도 그가 확신을 갖고 행한 일을 후회할 자격은 없었으니까.
그는 다시 똑같은 상황이 닥쳐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러니 페라타에 대한 생각은 이쯤에서 완전히 접기로 했다.
본선이 시작되기까지의 3시간에 이르는 휴식시간. 유일한은 일행을 불러 모아 드래곤 고기와 늑대 고기로 만든 튀김으로 배불리 먹이며 선언했다.
“8강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어.”
“인간들의 성장은요?”
에리시아의 질문이었다. 유일한은 아주 좋은 질문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답했다.
“내가 인간들의 성장과 자율성을 위해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던가?”
“그러셨죠.”
“그건 거짓말이었다!”
“와오, 코만도!”
엄밀히 말해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으로 행동할 생각은 없었다는 말이 정확하다. 그는 여기까지가 대충 현 지구인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초월적으로 성장한 강미래와 나유나의 힘을 감안해도 그러했다.
“이만큼 싸웠으면 인간들도 성장할 만큼 했겠지. 그리고 그것보다는 던전 브레이크가 덜 일어나서 내가 덜 귀찮아지는 게 중요해.”
인간들을 강하고 자립적인 인간상으로 만들어놓는다고 해도 정작 지구가 더 위험해지면 말짱 꽝이지 않은가! 유일한의 판단은 실로 지당했다.
“뭣보다 앞으로는 얘네 리그가 아니잖아. 적은 최소한 레벨 130이니 너희도 방심하다가 훅 간다. 지성 없는 몬스터의 군단과 집단전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인류의 군단은 질이 달라.”
하나의 세상을 끝장내고 왔으니 이제 그 정돈 만만하다고 뻗대고 싶어도,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난이도의 용족 군단을 상대로 홀로 싸워 이겨낸 유일한이 하는 말이니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더불어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그렇듯 강화된 인류까지 짓밟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경험만 따지면 이 자리에서 그의 말을 반박할 이가 없었다. 따라서 모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잘 알고 있어요오. 우리가 다녀온 버려진 세상도 3차 대격변은 겪은 세상이었으니까. 물론 인류는 멸망한 상태였지만요! 아, 이거 너무 맛있다아. 일한 씨 나랑 결혼해요!”
분명 권속들한테 한 말인데 바로 옆에서 나유나가 대답해왔다. 어쩐지 아까 어디서 와오 소리가 난다 싶더니······. 더구나 입에는 이미 드래곤 고기 튀김이 물려 있는 상황.
유일한은 가차 없이 그녀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아야.”
“우리 애들 거 뺏어먹지 말고 저리 가요.”
“그래, 나유나. 넌 저리 가.”
강미래가 막 유미르에게서 받아든 튀김을 입에 물며 유일한을 지원사격 했다. 유일한은 그녀들을 불러왔을 것이 뻔한 아들 유미르를 심란한 눈으로 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고기는 많으니까 편히 앉아서 먹어요.”
“아자아!”
“자꾸 신세져서 죄송해요.”
“저기서 군침 삼키고 있는 사람들 것도 좀 담아줄 테니까 가서 먹여요. 누가 보면 클랜 마스터가 월급도 안 주는 줄 알겠다.”
아들 덕분에 아버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성장하는 기이한 현장이었다. 그 당사자 유미르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이들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유일한이 꿈에도 그리던 인싸의 모습!
“아빠, 더 줘!”
“······그래, 더 먹어. 네가 우리 유 씨 가문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렇다면 유일한의 아버지 유용한은? 그렇다. 사실은 유용한 역시 대체 어머니와 어떻게 결혼에 골인하셨는지 궁금할 만큼 완벽한 외톨이였던 것이다. 그에게 은신 스킬은 없지만!
8강전의 상대는 곧 밝혀졌다. ‘스누에’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로 대격변 이후로 무려 1,300년이나 흐른 곳! 곧 3차 대격변을 맞이하는 세계이기도 했다.
주니어 토너먼트 출신 4강중에서 운이 좋은 두 팀은 서로 맞붙게 되었다고 하는데 지구와 다른 이름 모를 세계는 얄짤없이 시니어를 상대로 하게 된 것.
“제길······.”
“쉽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꼭 이렇게 되어야만 했나······!”
“대진표는 대체 어떻게 작성된 거지? 담당자를 불러와!”
상대를 알게 되자 인간 중 일부는 분노의 한숨을 토하고, 일부는 어째선지 안도하고, 일부는 절망하고 포기했으며, 일부는 열의를 불태웠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반응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니? 유일한은 그것을 보며 디저트인 사과를 깨물어 먹었다.
“역시 인간은 정말 재미있어.”
[네가 그 말 할 줄 알았어.]
본선은 하나의 경기장에서 반복되어 치러지는 예선과 달리 매 대회마다 환경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일한 일행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세계를 절반쯤 횡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세계가 알아서 유일한 일행에게 맞춰주었다.
[놀랍지? 이게 바로 신의 힘이야.]
“확실히 놀랍긴 해. 정말 터무니없네.”
상위 세계인 루 퓌에라는 그곳의 지배자인 천사들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환경을 변화시키고, 거리를 압축시키고, 공간을 늘이거나, 대상을 결계 안에 집어넣는 등의 변화를 마음껏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낮을 밤으로 바꾸는 것 이외에는 그야말로 무엇이든 가능했다.
“역시 천사님이야!”
“하늘의 군단, 어마어마하구나.”
본선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일한을 비롯한 인간들은 상위 존재들의 진정한 힘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스피에라가 어째서 그렇게나 자신만만해 했는지 파악하게 된 순간이다.
“리에라 넌 이런 환경에서 생환했단 말이야?”
[혼돈의 벽 너머 말이지? 거긴 이 정도는 아냐. 그 따위 변태 종자들보다 신의 힘이 훨씬 위대하다는 게 증명된 순간이지! 그치! 그러니까 일한이 너도 망설임 없이 천사가 되자!]
[새로운 천사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요즘 타 집단과의 충돌이 심해지다 보니 특히 인력이 부족해져서······.]
이젠 리에라뿐만 아니라 에르타까지 유일한에게 적극적으로 천사를 영업하는 실정이었다. 유일한은 그녀들을 귀찮은 듯이 밀어내며 변화를 마친 주위 환경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이 있다면 대지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해서 내려다봤더니 그들은 거대한 판 위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었고, 그것이 공기 중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 그래. 이곳은 상공이기도 했다.
[2차 대격변, 3차 대격변을 거칠수록 세계의 환경은 다양하고 극악하게 변화합니다. 이 대회는 그런 환경을 미리 경험하도록 해 인류를 단련시키기 위한 수련장이기도 합니다.]
지구인 419명은 적당한 규모로 흩어진 채 각자 다른 판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 판들은 결코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일정한 기류를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적당한 때를 잡아 점프한다면 일곱 살짜리라도 건너편 판으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기도 했으니 판을 넘어가지 못해 전투를 벌이지 못하는 상황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같은 판 위에 다른 세계의 사람도 보인다는 점이다.
“다수 대 다수가 아닌 소수 대 소수의 반복이라 이거지.”
저쪽에서도 유일한과 지구인들을 인식했는지 살벌하게 눈을 치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시작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먼저 적을 공격하는 쪽은 곧장 귀환하게 될 것이다.
[경기 시작까지 10초.]
스피에라와 마찬가지로 심판 역할을 맡은 천사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모두에게 들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8초.]
유일한은 주위를 확인했다. 다른 인간들은 스누에의 참가자들이 자신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곤 이를 악물고 있었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벌써 지고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4초.]
“씁.”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저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아 유일한은 혀를 찼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분명한 업적을 이뤘음에도 고개 숙인 채 지구로 돌아가게 될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는 듯해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2초.]
유일한은 자만을 경멸했지만,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까.
[경기 시작.]
그러니 여기서는 어느 정도 인류의 자긍심을 고취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아직까지도 저들이 유일한을 인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유일한은 앞으로 나서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은 그의 마음 상태를 전환하는 신호이자, 자신이 지닌 능력을 보다 잘 구사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미약한 최면을 거는 동작이기도 했다.
“크학!? 이것들 다 뭐야!”
“투창!? 대체 어디서 떨어지는······ 이익, 저것들 막아!”
허공에서 수백 개의 투창이 무시무시한 무게를 품고 떨어져내려 스누에인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거창한 기세와 달리 사실 그 공격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상대는 단순무식한 몬스터도 아니고, 무수한 세월의 고련 속에서 성장한 3차 클래스, 그중에서도 토너먼트의 본선까지 올라올 만큼 강한 자들이었으니까!
물론 유일한이 창을 쏟아낸 속도가 워낙 빨랐고, 그들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공격인 만큼 그것에 당하는 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투창 공격이 유일한의 진짜 공격을 감추기 위한 허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투창을 막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그들의 진열은 단박에 흐트러졌고, 신경이 하늘에 집중되는 바람에 무수한 틈이 생겨났다. 유일한이 노린 것은 바로 그 틈이었다!
“카학!”
날개를 펼쳐 가공할 속도로 날아든 유일한이 무리를 휩쓸었다.
지금 이 장소는 버려진 세상도 아니었고 상대는 용족도 아니었고 유일한은 축복 따위의 버프를 받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가 공격하는 모든 대상은 한 번에 보호막을 잃고 그들의 세상으로 튕겨져 나갔다.
“크학!?”
“대체 지금 누가,”
그로부터 불과 몇 초 후, 또 다른 전장의 일부가 난장판이 되는가 싶더니 곧 잠잠해졌다. 조금 지나 다른 곳에서 그것이 반복되었고, 또 반복되었다. 그것을 보는 이들은 적아를 불문하고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원 돌진.”
“돌진, 돌진!”
“폐하의 절반만이라도 우리가 잡아내야지!”
유일한의 권속들은 그가 명을 내리기가 무섭게 신이 나서는 날뛰었다.
특히 파테가 무자비하게 쏘아내는 화살은 그와 같은 레벨, 혹은 그보다 더 높은 레벨의 전사라고 해도 막아내기 힘들 만큼 빠르고 강력하여 그가 가장 많은 전적을 올리게 했다. 에픽 등급 무구를 하사한 값을 아주 제대로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전투는 그로부터 15분 만에 끝을 맞이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지구의 승리였다. 만약 전장이 좁은 대지였다면 그 절반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겠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무려 300명이 넘어가는 지구인이 리타이어해 과연 3차 대격변을 맞이하는 세계의 힘은 강력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 되었지만, 지구로 돌아온 그들의 얼굴에는 스스로의 무력함에 대한 절망 대신 한 점의 티도 없는 믿음과 경외만이 가득했다.
자신들과 스누에인들의 차이 따위는 우습게 보이도록 하는 한 명의 절대자, 전장의 사신에 대한 경외로!
< Chapter 21. MVP는 나의 것 -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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