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귀환자-197화 (194/360)

< Chapter 29. 나는 창조한다. - 5 >

[파괴자의 천공성]

[등급 - 갓]

[내구도 – 13,565,777/13,565,777]

[사용제한 – 유일한. 소유주를 잃으면 변화한다.]

[옵션 -

1. 공격을 해오는 대상의 마나와 생명력을 빼앗아 내구도 회복

2.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온 모든 이를 자동 요격

3. 다양한 존재의 기록을 흡수하여 성장한다.

4. 요새의 비행이 가능. 급발진, 급상승, 급하강이 가능

5. 요새와 그 안을 구성하는 모든 물건은 주인의 착용 무구로 취급된다. 요새의 주인과 파티를 맺은 이들은 요새의 구성원 취급을 받아 요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6. 요새에 포함된 모든 기물의 방어력과 공격력 20% 상승

7. 요새에 포함된 모든 기물의 방어력과 공격력 30% 상승]

[수많은 세상에서 각각 최상위 위치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기적을 잡아낸 마도공학자가 구축한 전투용 공중기동요새. 요새는 무수한 기록을 흡수하여 그 어떤 것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성장했으나, 형태를 바꾸면서 새로운 가능성마저 얻었다.]

[맙소사, 정말로 만들어버렸잖아!]

리에라는 천사가 되기 전이든, 천사가 된 후로든 갓 등급의 아티팩트를 별로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본 것이 유일한에게 주어진 하늘로부터의 보상 영원의 모래시계 정도.

갓 등급이라는 것은 아티팩트가 그 자체로서 최소한 기록된 신의 힘에 맞먹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파괴자의 천공성의 힘은 감히 단언컨대 리에라가 여태까지 보았던 몇 개 안 되는 갓 등급의 아티팩트 중 당당하게도 최상위에 위치해 있었다.

일곱 개의 옵션이라니! 그것도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것들로만!

[정말 가능한 일이었구나······.]

“그 위 단계가 나타나주길 바라기는 했지만 과욕이겠지. 이걸로도 충분해. 덕분에······.”

원래 옵션은 같은 성질을 지닌 것이 두 개씩이나 붙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래 여섯 가지 옵션으로 끝났어야 할 천공성에 신화의 창조자 타이틀이 성장하며 얻은 새로운 능력으로 인해 옵션 하나가 추가로 붙으면서, 여섯 번째 옵션을 한층 강화시킨 일곱 번째 옵션이 붙어 졸지에 천공성의 모든 무구가 지닌 기능이 50% 수직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갓 등급의 무구를 만드는 모든 이가 신화의 창조자 타이틀을 얻는 걸까?”

[에르타가 말해주지 않았어? 타이틀이란 원래 존재의 기록에 기반을 두고 업적과 맞물려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그건 아냐. 그나저나 설마 타이틀까지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진화할 줄이야······ 타이틀을 이루고 있는 단어도 굉장히 중요하구나.]

설마 아이템의 옵션을 하나 더 붙이는 능력이 탄생할 줄은 몰랐던 리에라가 기가 막힌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사실상 지금 파괴자의 천공성은 갓 등급 그 위의 등급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 천공성을 이루는 무구와 함정, 아티팩트 또한 제각각의 옵션을 지니고 있으니 그것이 중첩되어 이루는 시너지는 대체 얼마나 흉악할 것인가!

[앗, 결계 이제 깨지려고 하는 것 같은데?]

“각오해둬, 리에라. 이제 곧 시작될 테니까.”

유일한이 리에라에게 말을 전달한 바로 다음 순간, 두 달을 이어져오던 영원의 모래시계의 결계가 완벽하게 깨졌다.

[쿠와아아아아앙!]

[부수자, 저 꼴 보기도 싫은 건물을 부수자!]

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두 달 전 유일한에 의해 부지 바깥으로 쫓겨났던 몬스터들이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곧장 안으로 침입해오려고 했지만, 결계의 파괴와 동시에 가동을 시작한 파괴자의 천공성은 놈들을 호락호락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먼저 천공성 일대를 뒤흔드는 굉음과 지진이 일어나 놈들을 1차적으로 뒤로 물리게 하고는, 천공성의 외곽을 따라 드높은 외벽이 치솟았다. 치명적인 전류가 흐르는 외벽이 그 일대의 몬스터들을 일시에 마비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천공성의 진정한 힘은 지금부터다!

“천공성 발진!”

[쪽팔리니까 쩌렁쩌렁하게 외치지 마! 게다가 아직 떠오르지도 않는데!]

“어쩔 수 없잖아, 공중보다는 지상에 몬스터가 훨씬 많으니까!”

그렇기에 먼저 이 일대를 정리한 후에 움직여야지. 유일한이 그렇게 생각한 직후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작 헌드레드 아이즈가 드디어 가동했다.

[저 거울은 뭐지?]

[심상치 않은 기운인데······!]

스무 개의 원통이 천공성 내부에서 넘쳐나는 마나를 빨아들이고, 그렇게 빨아들인 마나가 모두 파괴거울에 고스란히 부여되었다. 백 개의 거울이 차례대로 마나를 충전 받아 밝게 빛나는 모습이 실로 압도적이었다.

“시작된다.”

유일한이 조용히 중얼거린 직후. 마나의 충전과 적의 포착, 두 가지 발동 조건을 모두 만족한 백 개의 파괴거울이 일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일점의 소음도 없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와아, 정말 장관인걸.]

“내가 드디어 해냈어······!”

모르는 이가 보기에 그것은 그저 아름다운 광경일수도 있겠지만 그 힘을 익히 알고 있는 리에라와 유일한이 보기에는 실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몬스터들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저런 것은 없었는데······.]

[분명히 이상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보다 단단해졌다면 보다 강하게 때릴 뿐이다!]

저택 부지의 외벽은 물론이고 그 내부의 형상도 이전과는 딴판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돌진해오는 몬스터들! 그러나 그들의 용기에 대한 보상은 바로 빔이었다.

마치 저택 부지에 특정한 궤도라도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일렬로 떠올라 공전을 시작한 파괴거울이, 부지 안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즉시 정확히 그 위치를 노리고 무자비하게 에너지선을 쏘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티컬 히트!]

[크리티컬 히트!]

[경험치 45,696,019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39,103,458을 얻었습니다.]

공중요새가 갓 등급으로 완성되면서 붙은 새로운 옵션 덕에 요새를 이루는 모든 무생물은 유일한의 착용 무구로 취급된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즉 이제 더 이상 유일한이 서재에서 모니터링하며 관리할 필요도 없이 요새가 요격해 죽이는 모든 몬스터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경험치 314,595,586을······.]

[경험치······.]

유일한은 자신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경험치가 들어오자 어째 기분이 묘했다.

“이것이 바로 매크로를 돌리는 버그 플레이어의 기분인가!?”

[아니거든. 이 정도면 프리서버 수준이거든!]

유일한은 헌드레드 아이즈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몬스터를 요격하는 가운데 자신이 활약할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팔미룡창을 꺼내어 들고 대기했다.

그러나 그의 창이 전투에 쓰이는 일은 없었다. 3차 대격변 직후 유일한을 기습하는 일에 전력을 쏟아낸 몬스터 무리는 그 후로 거짓말처럼 공중 요새 앞에 전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허무해······.”

[어쩐지 너무 기합을 넣더라.]

“후, 강자란 고독한 법이군······.”

[실은 즐기고 있지?]

유일한은 쓸쓸하게 창을 거두며 전리품을 확인했다. 지구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극명한 증거로 그가 이번 전투에서 얻은 4차 클래스 마석만 무려 300개 이상이었고, 3차 클래스 마석으로 넘어가면 세는 것이 지칠 정도로 많았다.

“이 정도면 다레우에서 드래곤을 싹 쓸었을 때 얻었던 마석보다 많은 것 같은데.”

[드래곤의 마석 드랍율이 낮다는 걸 감안해도 이건 터무니없는 숫자인걸······.]

“하지만 본전 회수하려면 아직 멀었지.”

[그래도 지금 한국에 있던 몬스터들은 다 끌어 모아서 죽여 버린 것 같은데? 이 이상 죽이려면 던전을 찾아 탐색해야 해.]

“던전이라.”

유일한은 잠시 던전에 대해 생각했다. 실은 그쪽으로도 생각을 해둔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냐.”

[뭐가 아닌데?]

“나중에 알기 싫어도 알게 될 거야.”

리에라는 굉장히 불안해졌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미리 알아두고 지금부터 불안해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태클 담당 에르타가 있었어야 하는데!

“좋아, 그럼 다른 나라로 떠나는 수밖에!”

[실은 그냥 이 천공성을 띄워보고 싶을 뿐이지?]

“그래! 너무너무 띄우고 싶어!”

역시나 유일한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리에라에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집중했는데, 놀랍게도 그 순간 저택을 비롯해 천공성을 이루고 있는 부지 전체로부터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결계가 생겨났다.

그것은 운항 중 요새의 안정을 위해 발동하는 기본적인 방어막이었으며, 또한 대지와의 연결을 끊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제 뜨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니, 아직 뿌리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어. 그래서 더 준비한 게 있지.”

그가 말을 마치는 순간, 이번엔 요새가 진동을 일으켰다. 특히 결계가 그 자체로 굉장한 진동을 일으켜 대지에 지진을 만들어내는 한편으로 천공성과 대지의 연결 부위를 끊어내고 있었다!

[헉.]

이것 또한 유일한이 만들어낸 아티팩트의 결과물이었지만, 사물이 아닌 마나의 결정체 결계에 진동의 힘을 부여했다는 것이 실로 굉장했다. 리에라는 기분 나쁘게 초고속 진동을 하는 결계를 보며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거 진동마귀?]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었지만, 맞아. 그놈의 사체를 활용했지.”

결계가 진동을 일으키고 얼마나 되는 시간이 흘렀을까? 대지와 결계를 잇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던 경계면이 쩌적,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해방의 소리였다.

[와, 정말 이 무거운 천공성이 통째로······!]

대지의 속박을 조금씩 떨쳐내며 서서히 하늘로 떠오르는 천공성. 태어나 천년이 넘는 세월까지도 유일한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던 소년의 모험심도 같이 떠올랐다.

“뜬다. 정말로 뜬다.”

[이거 조종하는 거, 서재에서 안 해도 돼?]

“일단 조종실을 만들어두긴 했는데.”

유일한은 갓 등급으로 완성되어 그조차도 차마 예상치도 못했던 결과물로 재탄생한 요새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씨익 웃고는 답했다.

“요새 전체가 내가 착용한 무구로 취급되는 지금, 마치 그려지지 않는 궤적을 다룰 때처럼 나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도 이 요새를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그 옵션에 경험치 회수능력 말고도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숨겨져 있었단 말이야!?]

괜히 갓 등급이 아닌지라 아티팩트의 옵션을 보면 하나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일견 평범해보여도 터무니없는 능력을 품고 있거나 하는 것이다. 지금 유일한이 착용 무구로 취급된다는 옵션 하나의 힘으로 요새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천공성은 그로부터 조금 후 지상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와 허공에 둥둥 뜨게 되었다. 유일한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요새를 상공으로 띄워 올렸고, 결국 무려 5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모된 후에야 겨우 그가 원하던 높이에 도달할 수 있었다.

“후후후······.”

이미 루인 콜링을 통해 하늘을 나는 경험은 실컷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하늘 위의 대지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은 각별했다. 유일한은 굉장히 흡족한 기색으로 지상을 내려다보며 지껄였다.

“인간이 마치 쓰레기처럼 보이는구나!”

[지금 이 지구에 인간은 너뿐이거든?]

물론 단순히 비행만 한다면 유일한이 굳이 천공성의 무장을 충실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그의 1차적인 목표는 공중전, 그것도 대량의 몬스터를 상대로 벌이는 전투!

천공성은 하늘에 떠오른 그 순간부터 사방으로 강렬한 마나를 발산하고 있었다. 지구에 뿌려진 파멸의 덫에 비해 족히 5배 이상은 강력한 힘을 지닌 마나. 유일한은 그것이 공중의 몬스터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늘의 대장장이들을 가볍게 농락할 솜씨구나.]

“이미 그쪽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됐어.”

유일한의 눈빛이 반짝였다. 리에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아까 던전에 대해 언급을 했던 것을 떠올리곤 오싹해졌다. 설마, 혹시나 싶었지만······ 아니, 역시 아니겠지.

리에라가 혼자서 생각하느라 진지해져 있는 동안, 유일한은 여전히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이 나서는 외쳤다.

“좋아, 하늘을 다 정리하고 나면 그 다음은 바다다!”

[이거 잠수도 가능해!?]

“물의 침입을 막아줄 결계가 있으니까 깊은 바다라면 얼마든지······?”

리에라는 당연하다는 투로 대꾸하는 유일한을 앞에 두고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설마 유일한이 결계를 만들면서 그런 것까지 상정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기동요새라면 산전수전공중전 정도는 무리 없이 클리어해야 하지 않겠어? 그 정돈 되어야 지구의 숨겨진 던전을 찾지.”

[······.]

그래, 이 녀석을 상대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왜 굳이 그것들을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리에라는 그냥 입을 다물고 가만히 웃기로 했다. 이젠 이 기동요새가 우주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우주전도 가능해.”

[뭐어어어!?]

리에라가 방금 내뱉은 말도 못 지키고 놀라는 가운데 몬스터들의 기척이 점점 더 진해져왔다. 천공성의 포문이 일제히 열렸고, 유일한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전부 쓸어버려!”

< Chapter 29. 나는 창조한다. - 5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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