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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199화 (196/360)

< Chapter 29. 나는 창조한다. - 7 >

유미르가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수십 명의 아이들을 구해낸 후, 녀석들은 유미르를 용사님이라 부르며 따랐다.

“이쪽으로 갈 거야.”

“용사님!”

“같이 가 용사님!”

대격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니 고작해야 서너 살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 녀석들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영리했고, 덩치가 컸다.

말도 곧잘 했을 뿐더러, 유미르가 무슨 말을 하면 잘 알아듣고 그에 따르기까지 했다. 괴물을 끌어모으는 것부터 목숨을 걸고 놈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미끼 역까지 무엇이든지! 유미르가 한 번 자신들을 구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완전히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으나 드래곤인 유미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 인간들이 무엇이 이상한지 알 수 없었고, 그냥 말을 잘 들어서 편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극독과 저주가 담긴 고기도 마냥 잘 먹었고, 그들이 처한 환경이 워낙 괴물 같아서 알아차리기는 힘들지만 서너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유미르는 그들이 어째서 강해지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파티 사냥? 그럴 리가. 괴물을 사냥할 때의 공헌도 정도로 레벨 업을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나 약했다. 녀석들은 그저 방해가 되지 않으면 족하는 수준이었다. 답은 그보다도 더욱 간단했다.

“고기 먹으면 레벨 올라!”

“이상한 스킬도 생겨.”

“나두 드래곤 고기 먹으면 레벨 오르거든.”

“드래곤! 용사님 대단해!”

몬스터의 고기를 먹어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적어도 몬스터들 사이에서, 동족의 고기를 먹어 성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몬스터도 아니고, 이 괴물은 아이들의 동족도 아니다. 유미르는 그 문제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으나 곧 포기하고 말았다.

“강한 건 좋은 거니까.”

이 일에 대해 인류가 알았더라면 ‘인간이 지구의 험난한 환경에 맞추어 진화했다’거나 ‘인간이 몬스터화하는 증거다!’라는 둥 시끄럽게 굴었겠지만 지금 그들은 다 다른 세계로 흩어져 있는 상황.

힘을 숭상하는 유미르는 그저 단순히 그들이 강해지니 좋은 거라고 생각해 그들에게 괴물 고기를 마구 먹일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 마귀 역시 열심히 때려잡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배 스킬을 익혔습니다.]

“어.”

마악 한 명의 여자아이의 입에 찢어 구운 마귀 고기를 넣어주던 찰나 유미르의 망막 위로 그런 문구가 떠올랐다.

“어라.”

“용사님?”

유미르가 동작을 멈추자 의문을 품고 그를 올려다보는 아이. 분명 처음 녀석을 구했을 땐 아이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작아 바닥을 기어 다니던 갓난아기였지만 지금은 대여섯 살은 되어 보였다. 아이들 사이에는 성장의 개인차도 확연히 존재하여, 지금은 그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음.”

자신의 망막 위로 떠오른 글귀를 차분히 정독한 유미르는 아빠 유일한에게 이와 같은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냈다. 유미르에게 있어 아빠는 절대적인 강함의 상징. 그를 조금이라도 더 닮게 된 것 같아 무척 기뻤다.

“내 부하할 사람?”

“저요!”

“저도 할래요!”

당장 눈앞의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손을 들었지만 유미르의 지배 스킬은 이제 막 태동했을 뿐이기에 그들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었다. 유미르는 우선 가장 강한 네 명을 골라 수하로 삼기로 했다.

물론 강해봤자 아직 20레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고작 며칠간 유미르를 따라다니며(개고생을 하긴 했지만) 주는 것만 받아먹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터무니없이 빠른 성장이기도 했다.

“너희도 강해지면 내 부하로 해줄게.”

“아자!”

“신난다!”

부하가 된 아이들은 신나했고 되지 못한 아이들은 언젠가 반드시 유미르의 부하가 되고야 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던 때 유미르는 또다시 인간의 기척을 느끼는 데 성공했다.

“또 어린 애들이다.”

“근처에? 근처에 있어?”

“용사님, 구해주러 갈 거지?”

유미르는 자신이 구해낸 아이들을 돌아보며 잠시 생각하고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얼른 가자, 얼른!”

“방해 안 되게 조심해. 잘못하면 너희도 죽으니까.”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면 좋으련만 기부터 죽이는 유미르. 그러나 아이들은 녀석의 말에 순순히 납득했다. 유미르와 자신들과의 격차, 괴물과 자신들과의 격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고수준이었다.

[크구오오오오오오!]

“이익.”

아무래도 아이들의 기척을 느낀 것은 유미르뿐만이 아닌 듯, 저 멀리서 괴물이 포효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놈들의 이동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니 조금만 더 여유롭게 움직였다간 제법 끔찍한 광경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안 되겠다.”

기왕 구하기로 결심한 것,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유미르는 땅을 긁어내듯 발로 박차고 힘껏 내달렸다. 숨 쉬는 것보다도 자연스러운 은신의 힘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감추고, 물리법칙마저 속였다.

“흐으으으으읍.”

[키히아아아아아!]

다시 한 차례 들려오는 괴성. 아이들의 비명은 그것보다 조금 더 멀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되자 그의 뜀박질에 힘이 더해졌다. 바람의 힘이 한순간에 증폭되어 그의 몸을 앞으로 밀어냈다!

[쿠후우우우우우!]

“하!”

그렇게 얼마나 더 내달렸을까, 어느덧 전신으로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괴물의 뒤통수가 유미르의 눈에 들어왔다.

유미르는 망설이지 않고 바람으로 다시 한 차례 스스로를 가속했다. 순식간에 놈의 머리통과 유미르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은신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흡!”

가속이 이어져 놈과 충돌에 이르기 직전, 유미르가 곧장 주먹을 앞으로 뻗어냈다. 그의 몸에 흐르는 피가 마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먹을 뼈보다도 단단하게 강화시켰다!

[크리티컬 히트!]

[카학!]

혼신의 힘을 담아 날린 일격에 마귀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너머로 지구인 아이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먼젓번 아이들과는 달리 유미르를 보고도 여전히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가, 갑자기 나타났어.”

“무서워······.”

“흐후.”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저들끼리 돌아다닌 기간이 더 길다 보니 마주치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게 된 모양. 유미르는 자신이 무섭다는 말에 조금 우쭐해졌지만, 아직 적을 완벽히 해치운 것이 아니었기에 감사 인사는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는 전신에 바람을 휘감고는 재차 은신했다. 마귀는 크리티컬 히트로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르가 다시 은신하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것이 결국 더욱 아픈 결과를 불러올 터인데!

[크리티컬 히트!]

[크하아아아아아악!]

기습에 당하면 얼음도, 마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욱이 4차 클래스를 앞둔 드래곤의 전력을 다한 일격에 정통으로 당했으니 오죽하겠는가!

기습에 성공한 지금, 둘 사이에 존재하는 50 이상의 레벨 차이는 지금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유미르는 유일한으로부터 그렇게 배웠다. 아니, 정확히는 가르쳐줄 기간도 얼마 없었는데 용케도 스스로 그것을 보고 익힌 셈이지만.

[쿠오오오오오오!]

“아프지? 포기하면 편해. 곧 편하게 해줄게.”

“힉, 무서워!”

유미르는 몸통에 두 군데씩이나 치명상을 입은 마귀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 미소가 조금씩 유일한을 닮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더더욱 전율했다.

“무서워.”

“너무 무서워.”

유미르가 무사히 몬스터를 정리하고 난 후, 그 자리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야 체구만 10미터를 넘어가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단신으로 끝장냈으니 이런 반응이 정상이기는 했다. 이것이야말로 공포, 경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흐후후.”

유미르는 그 사실에 더더욱 뿌듯해했고, 뒤늦게 도착한 아이들은 그 상황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다가는 이내 그 아이들에게 우르르 달려갔다.

“용사님이야.”

“우리 주인님이야.”

“용사님? 주인님?”

그러나 나이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대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는 사실을 용케도 깨달은 최연장자(4살)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잘 들으면 돼!”

“말······.”

“잘 들으면?”

“그러면 살 수 있어!”

아이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했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나온 것들 중에선 가장 명쾌한 설명이었던 모양이다. 차차 혼란이 줄어들고 녀석들이 유미르를 바라보는 눈빛에 힘이 담겼다.

“말 잘 들을게요.”

“살려주세요!”

“그래!”

유미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명쾌하게 승낙했다! 상황이 좋게 정리되자 기분이 좋아진 유미르는 죽어 자빠진 마귀에게서 자신이 먹을 만큼의 고기를 떼어내고는, 나머지 고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너희도 먹어!”

“넵!”

아이들은 다 같이 마귀를 포식했고, 모두가 조금씩 강해졌다. 여태까지의 지구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먹다보니 맛있어!”

“나 레벨이란 거 올랐어!”

“으으, 너무 배고팠어.”

유미르가 궁금한 것 딱 한 가지는 자신이 구하러 오기까지 며칠이 넘는 기간을 이 지옥에서 지냈을 그들이 어떻게 아사하지 않고 살아 있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만은 당사자들도 알지 못했다.

‘몸속에 마나가 가득하네. 아마 마나만 먹구 살았나보다.’

유미르는 그들의 몸 상태를 살피곤 가볍게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유미르가 알기로 마나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는 딱 한 종류가 있다.

‘역시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인가?’

유미르에겐 사실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빠처럼 강해지는 것, 단 하나뿐이니까. 아이들은 그러기 위한 받침대에 불과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강하게 만들기도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 모두 아빠가 했던 일이니까!

“자, 다 먹었으면 가자. 이제 너희도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야 돼.”

“네!”

“응!”

유미르는 그렇게 해서 순조로이 군단의 숫자를 78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군단의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3년간 탄생한 모든 아이가 이 지옥에 떨어졌는데 고작 78명만 생존했을 리가 없었던 것.

물론 죽어나간 이들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수 없게 괴물 근처에 떨어졌으면 끔살이었고, 재수가 없지 않더라도 마나를 생명에너지로 바꾸어 살아갈 힘을 얻지 못하는 아이들도 다 죽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만이 끝까지 숨어서 버티다가는 유미르의 구원을 받았다.

“용사님!”

“용사님을 따르자!”

1년이 지났다. 군단의 숫자는 5,800명 가까이로 늘어났고, 가장 성장이 빠른 아이는 이제 열두 살 정도의 외견으로 보이게끔 성장해 있었다. 그들 중 절반은 2차 클래스에 도달했으며, 가장 먼저 유미르의 권속이 되었던 네 명은 70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미친 듯이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유미르는.

[저기 애들 또 있다. 귀찮으니까 몇 명만 등에 타서 같이 가자.]

“내가 탈래!”

“나두 용사님 탈래!”

4차 클래스를 얻어 훌륭한 드래곤으로 거듭나 있었다.

< Chapter 29. 나는 창조한다. - 7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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