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다 귀환자-311화 (306/360)

< Chapter 43. 너희도 나와 같다. - 2 >

일행은 드래곤이 되어 돌아온 리에라를 보며 전원 말문이 막혔다. 유일한이 어째서 용의 둥지의 수장인지, 하나의 집단의 수장이란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인지 그로써 이 자리의 누구나가 극명하게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존재의 각성을 겪은 리에라 본인이었다.

“드래곤의 피가 내 안에서 흐르고 있는 게 느껴져. 더구나······ 진짜, 정말로 격을 되찾았잖아. 아니, 이건 되찾은 수준이 아니라.”

리에라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구부려보았다. 그 안에 깃든 거력이, 과거 대천사이던 시절의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거대한 마력과 혈류가 느껴져 그녀를 뿌듯하게 했다.

어디 그뿐인가? 드래곤으로 새로이 거듭난 그녀는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드는 미모 또한 지니고 있었다. 대천사였던 시절에는 사랑의 신의 축복이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하위존재로 영락해 축복만이 남아있던 상태에서 다시 격이 오르게 되니 축복과 드래곤의 피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붉은 눈은 더욱 투명하고 깊게 빛났고, 새하얀 도자기 같은 그녀의 피부는 신비스러운 광택을 발했다. 원래부터 아름다웠던 금발엔 약간의 붉은 기운이 섞여, 짙은 마나를 품고 살아있는 것처럼 치렁거렸다. 지금의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

유일한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확인했다.

“기분은 어때, 리에라? 혹시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최고야!”

“야, 거기 스읍.”

리에라는 딱 그렇게 한 마디 대꾸하고는 곧장 유일한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등 뒤에 천사의 날개를 대신해 솟구친 피막의 날개 두 쌍이 쉴 새 없이 파닥거리는 것이 조금 귀여웠다. 그것을 본 헬리에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태클을 걸었다.

[원래 드래곤의 날개와 격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왜 리에라는 두 쌍이야?]

“리에라는 과거 대천사였던 적이 있으니까 거기에 영향을 받은 거겠지. 에잇, 이제 그만 떨어져. 지금 네 수준에 적응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까.”

“힝, 그건 그렇지만.”

리에라는 심지어 하위존재로 영락해있던 기간 동안 얻은 경험치까지 온전히 반영되어 대천사이던 시절을 아득히 초월하는 레벨을 지니게 되었다. 대천사이던 시절에는 430레벨을 넘지 못했는데, 드래곤으로 부화한 지금은 483레벨이 되었으니 그동안 그녀가 유일한과 함께 얼마나 많은 수라장을 거쳐 왔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스킬들이 전부 바뀌고 진화했어. 더구나······ 원한다면 내 모습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아.”

“결계 안에서 변하진 말아줘. 결계가 바로 터져버릴 테니까.”

“······그러면, 나도 쟤네 도와도 될까?”

간신히 유일한의 품에서 물러난 리에라가 결계 바깥에서 혈투를 벌이는 용종과 몬스터의 대전을 보며 눈을 짙게 빛냈다. 아마도 자신의 정확한 힘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유일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애들도 성장해야 하니까 너무 날뛰진 마.”

“알았어, 맡겨둬!”

그녀의 피막 날개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크게 펄럭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이미 결계에서 벗어나 몬스터들 중간에 둥실 떠 있었다. 비행이 아니라 거의 워프 수준의 빠르기였다.

[드, 드래곤!]

[드래곤이 늘어났어!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역시 죽여야 해! 저 안에 있는 남자를 죽여야······ 카학!]

“으랴랴랴랴랴랴랴랴! 엔젤······ 이 아니지, 드래곤 랜스 웨이브으으으!”

드래곤으로 변화했어도 리에라의 처참한 네이밍 센스만큼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녀가 불꽃의 힘을 섞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동은 기술의 이름을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그녀가 내지른 창을 중심으로 발생한 파동이 전장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족히 수십만에 달하는 몬스터가 갈가리 찢기고 터져나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마, 맙소사! 오라버니보다 강해!]

그것에 당하는 몬스터들도, 한창 싸우고 있던 드래곤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계 안에서 그것을 보던 유일한의 일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하라니까 저 망할 천······ 드래곤이!”

“리에라는 천사 시절부터 자신의 힘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지요. 그런 그녀가 그 힘을 버리고 당신을 택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으나······ 아무래도 그 성격이 어디 가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냉정하게 리에라의 상태를 분석하면서도 에르타의 시선은 유일한에게 꽂혀 떨어지질 않고 있었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이 ‘다음은 누구 차례죠? 제 차롄가요? 제 차례겠죠? 제 차례라고 말해줘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일한은 풋 웃어버리곤 손을 까딱였다.

“어서와, 에르타. 6차 클래스는 처음이지?”

강미래는 심연을 헤매고 있었다. 깊고 어두운 안개로 가득한 곳.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끝이 어디인지도, 바닥은 어디인지, 천장은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니, 과연 이곳은 실제로 있는 곳일까? 당장 그것부터가 의문이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그녀는 분명 조금 전까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유일한의 부탁을 받고, 다른 모두와 함께 상위집단이 지배하는 세상을 습격해 그들을 공격하는······ 인도적으로 보면 결코 용납 받지 못할 일.

강미래는 단지 모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유일한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 필사적으로 그것에 임했다. 그리고 그 일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쯤에서 그녀는 떠올려냈다. 분명 기존의 상위집단을 상대하는 일은 제법 수월했다. 에흐야르의 육신에 깃든 오로치와 7차 클래스의 힘을 불완전하게나마 발휘하는 헬리에나, 본래 천사였던 리에라와 에르타를 비롯해 일반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굉장한 동료들과 함께였으니까.

일이 어그러진 것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형의 천사들과 조우한 순간부터였다. 그들은 마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저항력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위 영역에서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고유결계마저 갖추고 있었다.

모든 동료가 그것에 고전했고 강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헬리에나의 도움으로 그들의 능력이 잠깐이나마 무력화된 순간 강미래는 아주 작은 워프 게이트를 놈들의 몸에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그것들을 멸하는 데에 성공했다. 본래 불가능했어야 할 일인데 어떻게 성공시킨 것일까,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래서 죽은 것일까.”

과욕을 부렸기 때문에, 그녀에게 허용되지 않은 일을 행했기에?

본래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위험한 일을 앞두고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그녀였는데, 유일한을 슬프게 만들기 싫다는 생각만으로 폭주한 것이 문제였을까. 그래서 자신은 지금 이렇게 죽어 무의 공간에 떨어진 것일까.

“생각해보면 란포스로 내팽개쳐진 때부터 그랬어.”

과거의 자신이었더라면 그저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만 매진했을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가능한 것만을 하며, 그것으로 최선이라 굳게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본래 자신의 전문 영역도 아닌 차원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지구인들을 구하기 위해서인가? 오빠를 찾기 위해서인가? 나유나를, 자신의 다른 가족을 찾고 싶어서였나?

아니다. 유일한과 만나고 싶어서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와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다. 솔직히 다른 사람 생각은 별로 하지도 않았다. 그냥 유일한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한 번 자각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거세게 부풀어 올라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유나가 섭섭하게 여겨도 사실이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차원의 마도사가 될 수 있었고, 마도의 신의 축복도 받을 수 있었고,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일한 씨······.”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포기했다.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고, 더욱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람이니 그 정도는 되지 않으면 안 되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 사실은 허탈하고 원통했다.

그래도 유일한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상냥하기에 자신을 거절하는 것도 힘겨워할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한 사람인데 항상 타인의 눈치를 보는 그이지 않던가!

그냥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그저 그의 근처에서 걸어가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뜻하지 않게 그를 곤란하게 만든 적도 있지만······.

즐거웠다. 행복했다. 아팠지만, 따스했다.

“하지만 이젠 죽어버렸구나.”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너무나 슬퍼 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고만 싶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아이야.]

어린 아이 같은, 노인 같은, 남자 같은, 여자 같은, 그중 누구도 아닌 것만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너는 실로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구나.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영역을 오직 혼자 힘만으로 개척하고, 당당히 쟁취해내는 그 능력은 실로 새로운 기록이라 평할 만하다.]

“······.”

강미래는 고개를 들었다. 혹시 자신은 죽지 않은 것일까? 그것이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뿐이랴, 너는 다른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빛날 자격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신이다.]

답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웃어버리고 싶을 만큼. 강미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난 죽었나 봐.”

[아이야, 네가 믿건 믿지 않건 괜찮단다. 나는 단지 신으로서 존재할 뿐이니까.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련?]

“후우.”

강미래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했다. 마력은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어차피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다. 그녀는 못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말이나 해보시죠.”

[그럼 어떻게 해서 너와 내가 만날 수 있었는지부터 얘기해보자꾸나.]

“당신은 그 이형의 천사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나는 그들을 죽여 기록을 흡수했고, 당신은 그 기록을 통해 나와 접촉했어요. 아닌가요?”

[······너는 내 생각보다 더욱 뛰어나구나.]

정곡이었다. 그 어떤 힌트도 주어져 있지 않던 상황에서 ‘신’이라는 단어만으로 그런 결론을 내리는 강미래는, 천재가 아니라 예언자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신이라 밝힌 자는 그에 조금 놀란 듯했으나 괜히 신을 자칭하는 것이 아닌지 금세 평정을 되찾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세상은 잘못되었다. 나의 업보가, 나의 죄악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구나.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이 날뛰고 있고, 세상의 숫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마나는 실패였어. 누구에게나 허락된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나는 몰랐고, 그저 공평함만을 추구한 끝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다.]

“중간에 생략된 설명이 너무 많네요.”

[하지만 너는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

강미래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괜히 천재가 아니었으니까.

‘신’의 말이 옳다는 가정 하에, 그는 세상을 만든 장본인이고 마나를 퍼트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마나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이가 강해졌고, 심지어는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세상도 너무 많아졌고, 어쨌든 모든 게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 요는 그것이다.

“그래서 대홍수라도 일으키시겠다고?”

[모든 것을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어라, 홍수보다도 급수가 높은 짓이었다. 강미래는 설마 이거 진짜 신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신에게 확인했다.

“······아담과 하와부터 말인가요?”

[하와가 될 생각은 있느냐?]

“아담은 누군데요?”

[유일한을 네게 주마.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 그를 독점하고 싶지 않느냐. 내가 그것을 이루어주마.]

강미래는 말을 잃었다. 그것을 매혹적인 제안이라 여긴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나는 새로이 군대를 만들었다. 네가 없앤 그것들이 바로 군대의 일원이다. 바로 그곳에 너의 힘이 필요하구나. 네가 상위존재로서의 격을 얻으면 필시 다른 모두를 아래로 둘 권능을 얻으리라. 그러니 네게 내 아래 첫 번째 자리를 주마.]

“하늘의 군단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겠지. 오직 너와 유일한만을 예외로 두겠다.]

강미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것은 지나치게 감미로운 말이었다. 기록을 통해 자신에게 접촉해올 만큼 강한 자라면, 정말로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낼 힘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자신이 유일한을 독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거절합니다.”

[역시 그렇게 되었는가.]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어째서 물었죠?”

[여태까지 나는 계획했던 몇 가지 일에서 실패를 맛보았고, 그것은 모두 인간의 감정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러니 나는 예정을 어긋나게 하는 것이 오직 인간의 감정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너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그 결과는 어떠한가. 너는 유일한을 독점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는가.]

“확실히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강미래는 피식 웃어버리며 대꾸했다.

“당신은 인간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사랑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그리 길지 않은 삶, 사랑의 존재마저 부정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물론 사랑은 구속이 아니라느니, 그저 주는 것이라느니 마음에도 없는 그럴싸한 말을 지껄일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유일한을 갖고 싶었다. 그를 가두어도 좋으니 자신만 볼 수 있도록 꽁꽁 싸매어두고 싶었다. 단지 사랑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었다. 격렬한, 온몸이 으스러질 만큼 격렬한 사랑을 받고 싶었다!

단지.

“정략결혼만큼 토 나오는 게 또 없거든요? 사랑은 쟁취에요, 쟁취.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다시 읽고 오시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미안하지만 너는 내 계획에 유일한 이상으로 큰 방해가 되는구나.]

그 뒤로 나올 말이 익히 예상이 갔다. 죽어주어야겠다, 내가 어째서 지금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같은 흔해빠진 악역의 대사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이곳은 정신의 영역.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놈은 결국 침입자였고 공격자였다.

[따스한 안식을 맞이하거라······ 음?]

놈은 이형의 천사가 무수히 소멸되는 과정에서 간섭하는 데에 성공한 강미래의 의식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점차로 확장하며 그녀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고자 했다. 부동심 스킬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이 상대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아직 그의 휘하 상위존재로 승격되지도 않은 강미래라면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놈의 생각일 뿐이었다.

“병신 헛소리하고 있네.”

강미래는 평생 써보지 않은 험한 말로 신을 매도하며 한 손을 들었다.

그 안에 몰려드는 것은 새하얀 빛, 마나다.

[뭣!?]

이젠 자신에게서 마나가 느껴졌다. 아니, 이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마나였다. 마나가 아닌 것은 그저 마나로 바꾸기만 하면 되었다. 마나가 없으면 만물로부터 불러내면 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여태 왜 모르고 있었을까? 마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속삭이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벌써 개화하다니······ 빠르다, 너무 빨라!]

“후.”

마나가 실패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에너지를 실패라고 단언하는 이 자는 신일지언정 창조주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입 꼬리를 비틀어 신을 비웃으며 손에 가득한 마나로 공간을 후려쳤다.

[하!]

공간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신의 목소리와 의지도 함께 으스러져 소멸되었다. 강미래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 일한 씨가 뭉개주러 갈 때까지 너나 얌전히 기다려라.”

주위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강미래는 의식의 각성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때, 그녀의 망막 위로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당신은 그 어떤 스킬의 도움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마나를 깨달았습니다. 과거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업적입니다. 기록될 수 없는 기록이며 앞으로도 기록되지 않을 기록입니다. 당신은 아카식 레코드 이래 탄생한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마나의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은 홀로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몇 가지의······.]

“때려쳐.”

그러나 강미래는 손에 마나를 끌어 모아 그것마저 후려쳐버렸다. 오직 능력만이 남고,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심화시켜 그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아무런 미련도 없이 걷어찬 것이다.

“혼자는 싫어. 나는 일한 씨 만나러 갈 거야.”

그리고 그녀는 눈을 떴다.

눈앞에 그녀가 그리워하던 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등 뒤에 드래곤의 날개를 달고 있는 모두가 그녀를 맞이했다.

“어서 와요, 미래 씨.”

유일한이 빙긋 웃었다. 강미래는 그의 얼굴과 마주하며 아이처럼 순진하게 웃어버렸다.

이로써 모두가 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 Chapter 43. 너희도 나와 같다. - 2 > 끝

ⓒ 토이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