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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320화 (315/360)

< Chapter 44. 나는 막을 내리는 자 - 3 >

유일한은 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아무리 그가 복선 마스터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혹시 이것도 예지의 일종인가! 하는 시시한 생각으로 현실도피를 시도할 때쯤 우리엘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브리엘은 이미 당신이 최후까지 무사하리라 예지한 바가 있어요. 물론 예지가 언제나 완전하지 않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저희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여태까지 할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있었을 텐데.”

[해왔어요. 많이 해왔어요. 하지만 유일한, 당신이 찾았던 세계만이 모든 세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요?]

“끙, 변명처럼 들려서 기분이 나쁘다만······ 그렇지. 내가 본 게 전부일 수는 없는 거지. 나는 신이 아니니까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거지.”

[이해해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녀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이 하늘의 군단이 싸놓은 똥을 치우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가브리엘과 우리엘을 위시한 다른 천사들도 그가 모르는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노력하고 있었다고. 유일한은 실로 짜증나게도 그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엘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맞아요. 저희의 잘못은 커요.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모두 감내해낼 것입니다. 제 하잘것없는 목숨을 바쳐 잘못된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진즉 그렇게 했을 것이나, 그럴 수 없기에 여태까지 살아서 발버둥 쳤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 당신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죠.]

“아항, 그러셔.”

유일한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빈정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 마주하는 모든 존재의 복장을 뒤집어놓는 것이 유일한 인생의 최대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것 참 고마운 일이네. 무수한 존재가 나를 위해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었다 이거지? 그것 참 힘들었겠어.”

[어허, 예지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말했지 않느냐. 우리엘도 정말 고생이 많았지.]

[가브리엘······ 난 전혀 고생하지 않았어요. 고생한 건 당신이지요.]

유용한, 아니 가브리엘의 말에 우리엘이 아주 살짝이지만 볼을 붉혔다. 우리엘만 유독 유일한에게 별 반응이 없어 이 녀석은 사대천사장 중에서도 제법 특별한가보다고 생각했던 유일한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가브리엘을 추궁했다.

“바람? 아들이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을 때 아빠는 엄마 놔두고 예쁜 여자랑?”

[나는 바람 같은 단어 모른다, 아들아. 나는.]

나는, 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꼭 ‘하지만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하고 묻는 것만 같아 유일한을 짜증나게 했다.

하지만 자신도 그런 건 모른다고 반문하려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자의 얼굴이 하나둘이 아니었던지라 그는 끙, 소리와 함께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가브리엘이 그런 아들의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적당히 포기하고 받아들여라. 서로가 서로만을 마주보는 사랑은 무척 아름답다고 이 아빠는 생각한다만, 사랑의 형태는 꼭 그것 하나만도 아니라고도 생각한단다. 특히 너처럼 지나치도록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에게는. 그것은 사랑의 신의 축복을 받은 새아가도 아주 잘 알고, 이해해줄 거야.]

“······아빠가 알고 있는 거 다 부시지. 나중에 막 나랑 리에라의 첫날밤을 예지로 봤다느니 뭐니 하는 말 나오면 진짜 아빠고 뭐고 다 뒤집어 엎어버릴 거니까.”

[안타깝, 다행이게도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모른단다.]

유일한의 아버지에 대한 적의가 5포인트 적립되는 순간이었다. 부자가 낯부끄러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고 있자니 우리엘이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모든 것의 결착이 머지않았습니다. 대충 대화가 정리되었다면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넌 일단 우리 아빠한테서 100미터 떨어져라. 아빠한테 눈웃음 한 번 칠 때마다 피 한 방울씩 뽑아낸다.”

[우으으.]

유일한은 우리엘을 경계하면서도 아버지에게서 돌려받은 재생의 덫을 미스틱에게 건네었다. 미스틱이 받으라는 재생의 덫은 받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며 따졌다.

“태생부터 아주 고오오오오급이네, 주인님. 설마 사대천사장의 아드님이실 줄은 몰랐어!”

“그래도 난 상위존재로 태어난 누구랑은 다르게 레벨 1에 마나도 모르는 인간으로 태어났거든?”

“지구 수저는 닥치고 재생의 덫이나 발동시켜라.”

“누가 지구 수저야, 누가! 용 수저 주제에!”

“잠깐, 지구 수저야. 기다려봐. 이렇게 된 김에 다른 일까지 한 번에 해치우자.”

“지구 수저 아니라니까! 씨이잉!”

유일한은 즉석에서 창조 능력을 발휘하여 재생의 덫에 특별한 능력을 추가했다. 그것을 받아든 미스틱이 재생의 덫에서 변화한 점을 즉각 캐치해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정말 진짜.”

“쓸모없는 희생 나오면 주인님 죽을 때까지 타박한다?”

“빨리하기나 해.”

미스틱이 재생의 덫을 던져 발동시켰다. 바로 그 순간, 재생의 덫으로부터 기이한 파동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세상의 모든 파멸의 덫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몬스터를 바깥으로 내어놓았다.

[유일한!?]

“주인, 이게 무슨 짓인가!”

[아들아!?]

우리엘과 오로치는 물론이고 이것만은 예지 능력으로 읽어내지 못했던 가브리엘까지도 경악하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유일한은 그들의 걱정을 코웃음 한 번으로 날려버리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강림 스킬과 선언 스킬을 동시에 발동했다. 당연히 은신은 해제한 후였다.

[나를 보라.]

강림 스킬의 힘을 받아 선언 스킬의 능력이 헤이시아 전체로 확대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세상 전체에 울려 퍼져, 던전이 터져나가 세상으로 튕겨져 나온 모든 몬스터가, 그 몬스터들을 보며 경악하던 인간들이, 그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고 저마다의 장소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다른 존재까지 모두가 유일한을 발견했다.

[인류에게 적의를 품는 자들이여. 인류의 존속에 불만을 품는 자들이여. 내가 보듬고자 하는 자들을 먹어치워 살점을 불리고자 하는 자들이여.]

그의 선언이 이어졌다. 방대하게 쌓였던 마나가 순식간에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에흐야르의 피로 만들어둔 브레스를 마시며 유일한은 끝내 말을 마무리 지었다.

[모두 죽어라.]

그것으로 충분했다. 산과 들에, 하늘에, 바다에, 화산 한가운데에, 지저의 동굴에, 그 모든 곳에서 살아 숨 쉬던 몬스터들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눈을 까뒤집고 그 자리에 누워······ 죽은 것이다.

[강림 스킬의 레벨이 32가 되었습니다.]

[선언 스킬의 레벨이 57이 되었습니다.]

[······.]

[······.]

“······.”

“······.”

그것을 지켜보던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러나 유일한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모든 몬스터의 소멸로 인해 순식간에 세상에 마나가 가득 차올랐고, 재생의 덫은 그 마나를 모두 흡수해 다른 파멸의 덫으로 퍼트리는 것으로 작업 속도를 어마무시하게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파멸의 덫 모두가 재생의 덫으로 물들었다. 앞으로 이 세상에서 던전 브레이크니 오버플로니 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나야말로 바로 너희가 기다리던 신이다.]

유일한이 뻔뻔한 낯짝으로 외쳤다.

[그러니 내게 복종하라.]

이미 마나는 아슬아슬했지만, 쉴 새 없이 차오르는 마나가 선언 스킬에 소모되는 마나를 보충해주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유일한의 마나가 무한한 것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사실 유일한은 강림과 선언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초조하게 체크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애초에 그의 권역도 아닌 하위세계에서 이 정도로 힘을 소모하고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것부터가 기적에 가까웠다. 유일한이 집단의 수장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러했다.

[아들아, 너 정말······.]

“뭘 놀라고 그래. 아빠도 할 수 있잖아.”

가브리엘은 사대천사장인 동시에 석양의 화원의 수장이다. 유일한은 아버지가 스스로의 은신 능력으로 모든 것을 속이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상위존재에 이르렀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것이 맞았다. 단 그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가브리엘의 능력의 한계였다.

[아빠는 석양의 화원이 다스리는 세상이라면 몰라도 다른 하위세계에서는 이런 거 못한다. 더구나 사실 가브리엘 폼에서 석양의 화원 수장 폼으로 변신하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려서 말이지······.]

“변신로봇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 마.”

구구절절이 사연을 늘어놓으려는 가브리엘의 말을 끊어놓은 후, 유일한은 세상 각지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냈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듯 했으나 과거의 기적을 직접 겪었던 자들로부터 서서히 다른 반응이 나왔다.

“그분이 오셨다.”

“그분? 그분이 정말로 우리를 찾아오셨어!”

“우리를 버린 천사들 대신, 그분이!”

“아니, 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신, 저분이야말로 신이시다! 우리를 거두시려 찾아오신 거야!”

물론 반감을 느끼는 자들도 무척 많았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인류는 유일한을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설령 반감을 느끼는 자들이라 할지언정, 유일한의 이적으로 인해 모든 몬스터가 소멸한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유일한은 그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보여줌으로써 탄생한 미약한 희망을 증폭시켜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희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겠다.]

문명이 고스란히 유지될 수는 없겠지. 그들 모두가 격전의 한가운데에 놓이겠지. 삶의 커다란 위협과 마주하게 되겠지.

어쩌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더욱 매섭고 싸늘한 환경이 맞이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일한은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자신이 이곳에 머무르며 이들을 지킬 수는 없었지만, 그들을 거두어 함께 다레우로 향할 수는 있었으니까.

[나를 따르겠는가. 모두의 의지가 하나 될 때 내가 너희를 거두겠다.]

어디서 읽은 것은 있어서 제법 그럴싸한 말을 지껄이는 유일한. 미스틱은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약쟁이 같다고 생각했고, 오로치는 역시 진짜 사기꾼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편 우리엘은 아까 유일한이 보였던 선언 스킬의 위용에 아직까지 넋을 놓고 있었고, 가브리엘은 아들이 완전히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 울적해져 있었다.

“따르겠습니다.”

누군가 말했다. 그 누군가는 생존한 인류를 이끌고 싸우는 최전선의 장군 중 한 명이었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또 누군가가 말했다. 그 누군가는 얼마 남지 않은 인구의 정점에 선, 이제는 황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 위치에 앉아 투쟁하던 외로운 남자였다.

“우리를 이끌어주세요.”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그 누군가는 용병으로 평생을 살아오며 몬스터들과 싸우다가 한쪽 다리와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낙오해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인 늙은 여자였다.

“우리 위에 서려고 하는 놈은 밥맛인데······ 젠장,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체념했다. 상위존재들에게 휘둘리는 삶에 환멸을 느껴 모든 것을 놓아버렸으나, 결국 다시 주어진 동아줄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망국의 기사단장이었다.

[그래.]

유일한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모습이 세상의 인류 모두의 망막에 가득 들어찼다.

[나의 세상으로 너희를 이끌어주겠다.]

[하위세계 헤이시아의 생존 인류로부터 복종 의사를 받아냈습니다. 세상 헤이시아가 당신의 권역으로 들어옵니다.]

[세상 헤이시아와 다레우의 융합이 진행됩니다.]

“자, 일단 이대로 다레우로 돌아갑시다.”

유일한은 헤이시아가 세상 째로 비틀리는 광경 안에서 담담하게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빠는 엄마한테 변명할 각오 단단히 해두시고.”

[끙······ 정말 일한이를 낳은 게 좋은 선택이었을까. 아들이 아니라 딸을 낳았어야 했는데!]

[가브리엘, 힘내요.]

우리엘의 소심한 응원은 가브리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푹푹 한숨을 내쉬는 그때, 드디어 차원의 결합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유일한이 목적했던 재생의 덫 씨뿌리기 작업 ‘첫 번째 스텝’이 모두 끝나는 순간이기도 했고, 여태까지 그를 괴롭히던 의문 중 하나가 완전히 가시는 순간이기도 했으며, 상위집단의 연합전선이 구성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Chapter 44. 나는 막을 내리는 자 - 3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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