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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331화 (326/360)

< Chapter 45. 하르마게돈 - 6 >

세상 전체가 하르마게돈에 휩쓸려 평화를 잃어버린 지금, 그 어떤 전장보다도 강렬한 대난전을 겪고 있는 세상이 있었으니 그 세상의 이름은 바로 다레우.

그곳은 용의 둥지의 로드 유일한이 다스리는 세상이며 지금 시점에서 이미 다른 무수한 상위세계를 합친 것보다도 거대하게 탈바꿈하고 만 끔찍한 세상이기도 했다.

[놈을 멸하라!]

[나는 비록 이곳에서 죽더라도, 유일한 그 분 신께서 반드시 네놈을 벌하리라!]

[사탄이시여, 어째서 저를······!]

바로 그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도 수백 개의 게이트가 열려 천사며 타천사며 포식자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는데, 수십 번이나 똑같은 광경과 마주하면서 그 끔찍한 광경에 익숙해져버린 용의 둥지의 진룡들은 게이트가 생겨나는 위치마다 포진하고 저마다 마법과 물리 공격을 퍼부어 놈들을 손쉽게 상대하고 있었다.

“미래 씨, 5분 지났어요.”

“네, 지금 열게요. 유나야, 슬슬 기적 약빨 떨어진다. 한 방 더.”

“미래야, 나 쉬고 싶어어.”

“쉬지 마.”

“쉬지 마요.”

“심지어 이젠 흔한 말 한 마디로 달래주지도 않아!?”

유일한 일행은 다레우에 병합시킨 세상의 숫자가 2천을 넘어가는 시점부터 일반적인 사고를 포기했다. 한 존재가 어떻게 하면 사고를 정지하고 싶어 하기에 이르는지, 생각을 그만둘 수 있게 하는지 지금의 그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네놈들은 결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

[너의 모든 것을 그분께서 끝장내실 것이다!]

“아, 알았어 알았어.”

유일한과 그의 일행에게 죽어나가는 상위존재의 숫자도 이미 수십만을 헤아렸다.

그놈들이 모두 제각기 독창적인 대사를 내뱉었을 리도 없고, 용의 둥지에 속한 전원은 이미 놈들이 어떤 말을 하든 ‘아, 이건 그래도 세 번 밖에 못 들은 말이네?’라거나 ‘이건 백 번 넘게 카운트한 말이네. 요즘 악역들이 즐겨 쓰는 말 상위랭킹에 투고해봐야겠다. 아, 우리가 악역이던가?’같은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저도 진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이젠 일일이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진화해.”

워낙 많은 숫자의 상위존재와 맞붙어 싸우다 보니, 드래곤이나 용종, 혹은 유미르가 이끄는 드래곤 군단 가운데에서 5차 클래스의 진룡이 탄생하는 것도 어느 순간인가부터 별로 놀랍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유일한에게 시선을 받은 것도 루비 다음으로 5차 클래스에 오른 퍼스트 정도였으며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기적의 요람은 지나치도록 많은 기록을 흡수하고 의식을 행사한 끝에 이젠 굳이 실체화하지 않고도 하위존재를 상위존재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아버지, 저도!]

[아아, 아버님!]

[지배자시여! 제가 지배자의 은총을 받아 여기 새로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캡틴, 나두! 나두 용사님이랑 같은 드래곤 된다!”

“아 글쎄 보고하지 말라고!”

기적의 요람은 그곳이 어디이든, 용의 둥지에 들어올 자격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유일한을 인식해 그 의사를 피력하는 존재의 곁에 에너지만을 보내어 그를 상위존재의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더불어 이젠 굳이 그 자리에 유일한이 있을 필요도 없었으니 어떤 의미로 보자면 유일한과 용의 둥지는 보다 상위집단에 걸맞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리라!

[상위세계 다레우의 8차 대격변이 진행됩니다.]

“아, 올 거 왔다. 다들 지각변동 주의해요.”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러던 때 드디어 모두가 각오하고 있던 그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다레우의 8차 대격변이었다!

본래라면 7차 대격변을 겪고 나서 세상이 백 번 정도는 갈아엎어질 만큼의 방대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간신히 새로운 대격변의 가능성 끝자락이라도 붙잡게 되는 법인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수천 개의 세상을 무리 없이 흡수해 커지고 압축하고 커지고 압축하기를 반복한 끝에 기어이 7차 대격변을 이룬지 10시간도 안 되어 8차 대격변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그것은 앞으로 우주가 36번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깨지지 않을 기록이었다.

[아, 저기 드래곤 또 태어난다! 아빠, 애들 늘어났어!]

“그렇구나, 망할!”

7차 대격변으로 인한 생물의 탄생을 막고 거기에 소요되려던 마나를 바쳐 상위세계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8차 대격변쯤 되면 너무나 압도적인 양의 마나가 솟구쳐 세상의 주인인 유일한조차 그것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모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으니 그가 그 대부분을 잡아끌고 있는 것만도 기적이었다! 이대로는 상위세계의 병합 이전에 자신이 끝장나겠다는 결론에 이른 그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불세출의 천재이며 유일한 차원의 마도사 강미래가 서 있었다.

“미래 씨, 게이트 한 번에 얼마나 더 열 수 있죠?”

“어, 그러니까······ 570개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당연하지만, 격전 와중에 강미래 또한 7차 클래스에 이르러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일행이 이렇게나 대활약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녀 덕분이 아니던가!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집단의 수장인 유일한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험치와 기록을 얻고 있는 존재였다. 당연히 게이트를 다루는 능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불과 하루 전의 그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가능한 만큼 전부 다 열어요! [그대는 그대 생각 이상의 것을 할 수 있게 되리!] [나를 대신하여 나의 권능을 행사하게 되리!]”

이미 일대의 마나 밀도가 너무 높아져 하위존재들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으니 지금은 마나를 소모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유일한은 오직 상위존재만이 버틸 수 있는 죽음의 영역이 점점 더 크기를 불리는 것을 보며 눈을 질끈 감고는 선언 스킬을 발동했다!

[마나가 증폭됩니다.]

[일시적으로 격을 초월하게 됩니다.]

[당신의 로드가 당신을 통하여 힘을 행사합니다. 그와의 교감이 높을수록 더욱 강한 위력의 마법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나유나가 발동한 기적의 힘이 집중되어 있던 상황에서 유일한이 선언을 발동하여 강미래에게 추가적으로 버프를 걸어주기까지 하니, 강미래는 일순간이나마 자신이 신이 된 것만 같은 전능감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유일한과 입술을 겹치고 있는 것만 같은 부드러운 달콤함을 만끽하며 자신의 전력을 토해냈다!

“열려라! 열리고 또 열려라! 우리의 지배자가 다스리는 세상을 거부하며 저항하는 모든 자들이 숨은 세계를 낱낱이 이 앞에 대령하라!”

[용의 둥지의 로드가 지닌 권능이 당신의 차원 마법을 강화시킵니다. '모든 숨은 세상'을 드러내고 그들에게로 통하는 게이트를 만들어냅니다. 부족한 마나를 세상에서 흡수하여 대마법이 성공적으로 발동합니다.]

바로 그 순간. 유일한이 선언 스킬로 소모한 것보다도 많은 양의 마나가 강미래에게 흘러 들어가고, 다음 순간 고스란히 빠져나와 다레우의 상공에서 6,891개의 각기 다른 상위세계로 통하는 게이트로 화했다.

강미래는 막연히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불현듯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6,891개?

다음 순간 그녀의 망막 위로 무척 낯선 글귀가 새겨졌다. 그것은 이미 과거 유일한이 한 번 접한 바 있는 글귀와 비슷했다.

[당신은 차원 마법의 극의를 깨달았습니다. 아카식 레코드가 기록하지 못하는 마법, ‘은하수의 궤적’을 터득했습니다. 이 마법은 앞으로도 당신 혼자의 힘으로는 발동할 수 없습니다. 기록되지 않는 존재의 도움이 필요하며, 당신은 언제든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

강미래는 말을 잃었다. 기록하지 못하는 마법? 기록되지 않는 존재?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사태가 어찌 돌아가는지를 파악한 유일한이 홱 고개를 돌렸다.

“일한 씨, 방금 저한테 대체 무슨 ‘선언’을······.”

“책임 반반.”

“일한 씨이이이이!”

유일한과 강미래의 정신적 통일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8차 대격변 과정에 있어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던 다레우의 마나가 집중되어 이런 기적적인 일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더구나 은하수의 궤적은 단순히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여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 세상과 다레우를 완전히 꿰어 그 세상에 속한 이들이 다레우를 전멸시키거나 반대로 전멸되지 않는 한은 결코 쇠하지 않는 반영구적인 게이트였다!

[무슨······!?]

[세상이 열렸다. 맙소사, 이곳만은 결코 내주어서는 안 되는데······ 아니, 유일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허공을 가득 메운 거대한 게이트 수천 개와 그 안에 숨어 있던 수십만 이상의 상위존재를 보며 일행은 바쁘게 움직이던 것도 잊고 제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그것은 적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아군에게는 더 했다. 무사히 5차 클래스에는 이르렀으나 수십만의 상위존재를 감당해낼 자신은 없었던 강하진은 끝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570개밖에 못 연다면서! 밖에는 아니지만!”

“방금 들었겠지만 나랑 일한 씨 공동 책임이야!”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차라리 잘 됐어요!”

동시에 수천 개의 세상과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기적보다는 재앙에 가까웠지만, 지금 유일한에게는 그것도 반갑기만 했다. 유일한의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세상의 마나들, 놈들을 마음대로 날뛰게 해줄 놀이터를 찾았으니까!

“다들 잠깐만 시간 벌어줘요! 우오오오오오, [모두 나에게 힘을 빌려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였다! 선한 이들만 쓸 수 있다는 바로 그 궁극의 기술을 사악하기로는 우주 원탑을 달리는 유일한이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일한, 저 자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

[막아야 해, 놈의 술수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막을 수가 없어.]

어떤 세력이든 비밀스러운 무장 집단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용의 둥지 이전에 존재했던 상위집단 또한 다르지 않아서, 만약에 하나 본영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다음에 본영이 될 법한 상위세계를 몇 개인가 고르고 핵심전력을 파견시켜놓고 있었다. 개중에는 본영에도 보관하지 못할 비밀을 보관하는 곳도 있었다.

그것 모두가 해당하는 세계에 파견되는 전력 외의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지켜온 세상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7차 대격변을 겪은 세상만 무려 아홉 군데!

그러나 유일한의 권능과 강미래의 게이트가 합쳐지니 문을 꽁꽁 걸어 닫고 숨기고 있던 모든 세상이 용서 없이 다레우에 꿰였다. 더욱 악랄한 것은 그들이 아무리 게이트를 닫고 싶어 해도 닫히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게이트를 정지합니다! 어? 안되잖아?]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안 돼!]

[그렇다면 그 원흉을 죽여 없애는 수밖에······!]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겠어!]

그러나 그들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 있었다. 8차 대격변을 겪고 있는 다레우의 흡인력을 버텨내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우리엘을 위시한 진룡들의 방어막을 뚫기엔 그들의 힘이 아주 약간 부족했고, 무엇보다도.

“다들 많이 기다렸지? 반가워.”

[안 돼, 오, 안 돼······!]

순식간에 다레우의 끓어 넘치는 에너지를 모은 유일한이, 그것을 전부 불꽃으로 치환하여 상공에 뚫린 게이트 전부에 쳐박아버렸기 때문이다!

“원기······ 파이널 버스터어어어어어어!”

“네이밍 센스 구렷!”

[크리티컬 히트!]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고, 일행은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나 많은 양의 마나가 진동하여 그들 모두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기록이 폭주하고 세상이 뒤흔들리며 마나가 승화했다. 있었던 것이 죽고 없었던 것이 탄생하고 기록된 것이 지워지고 새로운 기록이 생겨났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실로 끔찍한 비명소리가 모든 세상에 울려 퍼졌다. 유일한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을 저주하는 것만 같은 그 비명을 들으며 막연히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유일한은 끔찍한 비명의 한가운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해방자여, 감사한다.]

[드디어 끝을 맞이했다. 그대 덕에 비로소 죽음을 향한 길이 열렸다.]

[우리는 살아남는 것으로 인해 기록되었고, 죽는 것으로 인해 간신히 기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구나.]

[그대가 만들어갈 세상을 응원한다. 그대가 이룩할 경지에 찬탄한다. 언젠가 반드시 그대가 꺾게 될 자들을 미리 저주한다.]

[구원자이며 징벌자, 파괴자이며 창조자인 그대여.]

[감히 그대를 우리가 한 마음으로 칭하노니.]

[[이제 그대가 신이다.]]

“······뭐?”

유일한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나 다레우의 상공은 이미 모든 게이트가 사라지고 깨끗해져 있었다. 다레우에 일어난 8차 대격변의 혼란을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7,000개에 달하는 상위세계를 깨끗이 없애버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아마도 이제 곧 그 모든 세계와의 결합이 이루어지며 유일한과 미스틱의 정신에 막대한 데미지를 가하겠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조금 전 유일한에게 들려왔던 목소리였다.

“방금 그거, 분명히······.”

“일한 씨? 괜찮아요, 일한 씨?”

유일한 바로 곁에 있었음에도 목소리를 듣지 못한 강미래가 그를 걱정해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세계 수천 개를 쓸어버릴 위력의 마력을 발산했으니 유일한의 정신에 이상이 와도 무리는 없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유일한을 붙들었으나 그의 정신은 지극히 맑고 또렷했다.

“그건, 분명히······.”

“일한아?”

“와아, 대단해! 정말 다 사라져버렸어!”

“그리고 이제 곧 시작되겠지. 내 두통이! 주인님 미워! 미워어어어!”

일행 모두가 다레우의 8차 대격변이 무사히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7천여 개의 게이트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에 기뻐 감탄하고 있을 뿐, 조금 전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이는 없었다.

유일한은 목소리가 오직 자신에게만 들려왔다는 것을 확신하며 중얼거렸다.

“방금 그거, 기록된 신이지······?”

< Chapter 45. 하르마게돈 - 6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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