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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345화 (340/360)

< Chapter 46. 유일신 - 5 >

그들이 신의 이상을 알아차린 것은 언제였을까? 세상을 돌보며 모든 것을 보듬어야 할 신이 그 너머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언제였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을 처음으로 입에 올린 이가 바로 가브리엘이었다는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는데.]

[또 뭔가 읽어낸 거냐?]

가브리엘의 예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미카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평소 자주 어울리며 천사장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으로 유명한 그들 ‘다섯 명’ 모두가 업무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물론 가브리엘은 그 시기조차 예측하고 좋은 타이밍을 골라 모두를 집합시킨 것이었겠지만.

가브리엘은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고는 한 남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루시엘, 부탁할 수 있을까.]

[나는 루키페르다. 신이 준 이름으로 부르지 마.]

[그래, 그랬지. 루키페르. 부탁이니 그걸.]

[······후우, 귀찮게 하네.]

그들 정도 되면 사고 정도는 신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혹여 신에게 들려 위험하거나 그 의도를 오해받을 수 있는 말은 곤란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루시엘, 루키페르였다.

그는 그들 중 가장 뛰어났으며 신에게의 의존도가 가장 낮았고, 심지어 스스로 위대해진 신의 힘을 자기 멋대로 비틀어 꼬아 사용하기까지 하는 능력자였다. 당연히 신에게 들키지 않는 공백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제 됐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해보라고.]

[후우······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보였어.]

[점쟁이 아저씨,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요.]

가브리엘을 좋아한다는 것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는 우리엘이 가브리엘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재촉했다. 그것을 보며 미카엘과 라파엘은 조금 언짢아졌으나 미래는 잘 읽는 주제에 눈치는 더럽게 없는 가브리엘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신은 지금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나는 지금 네 뺨을 보고 있다. 패기 딱 좋을 것 같아서.]

[그는 지금 없는 것을 찾아 헤매고 있어. 그는 창조주가 되고 싶어 하고 있다.]

미카엘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반박했다.

[그분은 이미 창조주이시다.]

[그건 아냐.]

[아니지.]

루키페르와 가브리엘이 동시에 부정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뒤틀렸어. 결코 완전하지 못하며 난 순간부터 파멸에 가까워.]

[모든 것에 끝이 있는데 끝을 보지 않고 만들어내니 뒤틀릴 수밖에. 그는 결코 창조주가 될 수 없어.]

[네놈들, 지금 신을 부정하는 것이냐!]

[차라리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있다면 좋겠어. 하지만 그가 정말 신이며 강한 존재라는 게 문제야.]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더욱 침잠했다.

[이대론 모든 것이 끝나. 머지않아서, 확실하게, 모든 세상이 소멸한다.]

[구체적으로 어째서?]

[그가 지금 있는 것을 모두 부수고 새 것으로 채우려 하기 때문에.]

[······.]

미카엘이 말을 잃었다. 가브리엘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신과의 대담 중 그와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섣불리 그를 성토할 수 없었다.

그는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 가브리엘이 망설이는 그를 보며 다그쳐 말했다.

[죽여야 해.]

[어찌, 어찌 감히 우리가 그분을! 우리의 어버이를 어찌!]

[루키페르, 가능할까?]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지.]

루키페르는 뚱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등 뒤로 난 다섯 쌍의 날개를 펄럭였다. 그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날개는 검게 물들었다가 흰색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이미 그가 신의 관리 영역을 우습게 뛰어넘고 있다는 얘기였다.

얼마간 그렇게 장난을 하고 있었을까, 이내 그의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하자고. 아니, 하자. 이젠 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해야겠어.]

[그게 우리에게도 재미있는 일이면 좋을 텐데 말이야······.]

[가브리엘, 전 당신을 도울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다들 도와줄 거죠?]

[우, 우리엘까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가브리엘이 루시퍼를 꼬시는 데 성공하고, 처음부터 가브리엘을 따를 생각뿐이었던 우리엘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니, 그녀의 미소에 약한 라파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내 그들 넷의 시선은 미카엘에게로 집중되었다.

[미카엘, 도와줘. 네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네놈들, 정말······? 우리가, 그분을······?]

[미카엘.]

가브리엘이 그를 올곧은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미카엘의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은 속마음을 투명하게 꿰뚫어보는 듯한 그 눈. 미카엘은 언제나 그 눈이 싫었다.

[너는 아직도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아니.]

미카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지 않았다. 사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만은 줄곧 하고 있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는 신은 이래선 안 된다고, 오롯이 서야 할 자는 그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게 해줘.]

[그러시든가. 변하는 건 없겠지만. 가브리엘, 그럼 이만 헤치자고. 나는 벌써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거든.]

[까불다가 들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루키페르.]

[들키면 그 순간이 바로 ‘역천’의 순간이지.]

루키페르가 히죽 웃으며 자신의 마법을 해제했다. 넷의 천사는 한숨을 쉬며 서로의 자리로 향했으나 미카엘만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생각을 거듭했다.

‘과연······ 신에게는 그 자격이 있는가.’

미카엘은 그 이후로 신의 상태를 살폈다. 천사들을 파견하여 하위세계를 살피고, 보다 큰 도약의 기회가 준비된 세상에 찾아가 사람들을 인도하며 하늘의 권역을 넓히고. 관리하며 다스리는 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탐탁지 못하구나.]

[아버지 신이시여, 어찌 그러십니까.]

[마나는 너무 제멋대로야. 아카식 레코드에는 기준이 없으며, 생명은 항상 위험한 가능성을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당신께서 세상을 사랑한 결과가 아니었습니까.]

[그래, 그랬지.]

신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가싶더니 이내 쯧, 혀를 찼다.

[한 번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구나.]

[······분부하시면, 저는 언제나 그것에 따를 뿐입니다.]

[미카엘,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아. 지금은 물러가라. 내게 네가 필요해지는 날 너를 다시 내 옆으로 부를 것이다.]

미카엘이 역천을 결심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곧장 루키페르와 가브리엘을 찾아갔고, 루키페르는 박장대소하며, 가브리엘은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핵심은 나랑 너야.]

루키페르가 오만하게 지껄였다.

[신이 우리를 통제하지 못하게 할 거야. 그의 구속은 완전하지 않고 그 또한 아카식 레코드의 일부에 불과하지. 그것만 알면 일시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는 건 식은 죽 먹기야.]

[그렇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링 위에 올라설 수 있게 돼. 그렇다 해도 그의 힘이 막강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 그러니 너희 중 가장 강한 내가 앞에서 그를 막겠다.]

자기 자신을 가리켰던 루키페르의 손가락이 다음 순간 반전하여 미카엘을 가리켰다.

[그러면 그 동안 신의 힘의 원천을, 격과 기록을 뺏는 거다. 바로 네가.]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

[모두에게 나누면 돼. 다섯으로 나누면 가능하겠지.]

미카엘이 이를 악물며 그 뒤를 재촉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으로는······?]

[죽여야지.]

가브리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일은 해결되지 않아. 그가 죽지 않으면 언젠가 세상은 똑같은 운명에 휘둘리게 될 뿐이야. 그러니 우리는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야 해.]

그의 목소리가 미카엘의 귓가를 천둥처럼 두드렸다.

[신을 죽이고, 우리가 모든 세상을 관리한다.]

[우리가, 모든 세상을······ 똑바로, 바르게.]

미카엘의 가슴속에서 불꽃같은 의지와 음습한 욕망 한 줄기가 동시에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루키페르가 그것을 알아채고 깔깔 웃었다.

[오, 미카엘. 제법 마음에 드는 표정인데, 그거.]

[닥쳐라, 루키페르. ······나는 단지 깨달았을 뿐이야. 내가 바라보던 신은 처음부터 그곳에는 없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나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좋아, 아주 훌륭한 태도야. 나는 언제나 네 그런 점이 정말 좋았지.]

좋다, 과연 그 안에 무슨 뜻이 담겼을까. 미카엘은 루키페르를 추궁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가자, 모두들. 신을 죽이러.]

가브리엘이 앞장섰다. 위대한 선지자이며 희생자, 무력으로는 결코 정점에 설 수 없음에도 항상 모두의 중심에 섰던 그 남자. 자기 잘난 줄만 아는 루키페르마저 경청하게 만드는 남자.

그러나 미카엘은 이를 갈면서도 더 이상 그 흐름에 휩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부터는 그대로 행할 뿐이었다.

계획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루키페르는 성공적으로 일행을 신의 권역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미카엘 또한 성공적으로 신의 힘을 훔쳐 그들 다섯에게 나누었으나, 그들은 끝내 신을 죽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신은 비루한 꼴로 도망쳤고, 루키페르는 깔깔 웃으며 그들과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으며, 다섯 중 가장 신의 힘을 많이 거둔 미카엘은 네 명으로 줄어든 그들 일행을 사대천사장이라 칭하며 그들의 수장으로 거듭났다.

미카엘은 신에 대한 반역을 오직 루키페르의 짓인 것처럼 꾸몄고, 신의 실종에 대해선 최대한 감추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 모두가 신을 믿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기 시작했다.

하늘의 군단이 유일한 상위집단이었던 순간은 그것으로 끝을 맞이했다.

사탄으로 이름을 바꾼 루키페르는 끝내 오롯한 상위존재가 되어 광휘의 군단을 구축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만을 일삼는 끔찍한 괴물들의 집단 파멸마군이 생겨났고, 마지막으로 그 정체를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석양의 화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것은 혼돈에 빠져들었고 미카엘은 개탄했다. 그리고 유일한 신이 되기를 꿈꾸었다. 자신이 신이 되어 모든 혼란을 바로잡게 되기를 바라며 정진했다.

그렇게 무수한 세월이 흐르면서 미카엘은 점차로 신을 닮아갔다. 정확히는 그가 받아들인 신의 힘이 그를 바꾸어놓았다.

세상을 관리하고 하늘의 영역을 넓히고, 다른 자들을 모두 이단이라 규정하며 처단하고, 천사들을 이끌며 새로이 뽑고, 하늘을 위협하는 모든 가능성을 뿌리 뽑았다.

유일한과 만났고, 그에게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끝내 신으로 거듭났다. 이제 기다리던 때가 되었으니 모든 이단을 처치하고 오래도록 그려왔던 세상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미카엘은 자신의 앞에 선 자, 그리드이며 동시에 신인 자를 향해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지금?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눈치를 채지 못했더냐? 내가 너로부터 빼앗은 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빼앗다니, 그게 무슨······.]

미카엘은 망연히 반문하다 말고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그렇다. 미카엘은 그리드와 만나기 이전까지 자신과 동일한 권능을 사용하는 자를 만난 적이 없다. 그리드의 탄생으로 인해 그것이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실은 아니었던 것이다.

권능은 유일했다.

하지만 신의 힘을 얻는 ‘반대급부’로 그 권능이 쪼개져 신에게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너희를 내 권속으로 들이며 걸어둔 제약이었단다. 루키페르 또한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지만 결국 실패했었지. 미카엘, 나의 아들아. 너는 그것을 알고 있었느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너는 무지하구나.]

신이 인자하게 웃었다.

그러나 미카엘을 사방에서 조여 오는 마력은 결코 인자하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마치 잘못한 아들을 혼내는 아버지처럼.

[그러니 벌을 받아야겠지.]

< Chapter 46. 유일신 - 5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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