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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귀환자-346화 (341/360)

< Chapter 46. 유일신 - 6 >

신이 그리드로서 지니고 있던 힘과 육신은 미카엘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대부분 소진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희생시킨 덕분에 신은 미카엘로부터 자신의 힘을 재탈환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미카엘만의 힘을 빼앗아올 차례였다.

[어떻게, 분명······ 어떻게······!]

[너희는 결국 나를 넘어설 수 없어. 내게 속했기 때문이지. 너도, 루키페르도, 그리고 가브리엘도 마찬가지다. 루키페르는 다시 내게 복종을 표했고 가브리엘은 죽어 사라졌으니 이제 너만이 남았구나.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의 아들아, 나는 너를 살려둘 생각이 없다. 내게 네가 필요하구나. 그러니 너를 바치거라.]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겁니까!]

[아들아, 나의 아들아. 하나만 묻자꾸나.]

신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하늘과 엘로 카트라를 가로막는 혼돈의 벽이었다. 포식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세운, 하늘을 지키는 마지막의 방어막.

[저 벽을 누가 세웠더냐?]

[누가? 누가 세우다니, 그야 당연히······.]

벽을······ 누가 세웠었지? 분명 격전이 끝나갈 즈음 벽이 세워지고, 파멸마군이 그 너머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전쟁은 소강상태를 맞이했고······ 그런데 어째서?

미카엘은 순간적으로 그 답을 찾지 못해 헤매었다. 신이 빙긋 웃으며 답을 알려주었다.

[나란다.]

[그럴 수가, 당신이 어째서!]

[엘로 카트라가 어째서 하늘에 맞닿아 있을 수 있었을까?]

신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미카엘의 힘은 야금야금 신에게 뜯겨 빼앗기고 있었으나, 미카엘이 쌓아 이룩한 경지 역시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는 하나 그 역시 사탄처럼 오롯이 거듭난 존재. 신의 힘을 앗겼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무너져줄 수는 없다······!

[그것은, 당신이 포식자로서 지닌 권능으로······!]

[아니다, 아니야. 둘 다 나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엘로 카트라라는 이름은 그저 내가 지어낸 말일 뿐이야. 모두 하늘이다. 둘은 같은 하늘이야.]

미카엘이 이를 뿌득 갈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아나기만 했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제 신으로 거듭났습니다! 당신은 틀렸고, 나는 옳습니다! 나의 아버지여,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을 아버지라 섬기지 않고 당신에게 무릎을 굽히지 않으며 당신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다!]

[그래, 너의 말이 맞다. 나는 틀렸었다. 그러나 그것이 네가 옳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모두 잘못하고 있었던 거야.]

신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그의 크게 벌린 입 안으로 끝이 없는 허무가 드러났다.

[마나는 잘못되었다. 나는 그것에 기대어선 안 되었어.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었어야 했다. 다른 것을 얻어야 했고 다른 것을 만들었어야 했다. 나는 이제야 나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고치고자 한다. 내가 잘못 만들어낸 모든 것을 없애고, 다시 새로이 정립한다.]

[불가능해!]

[가능하다!]

신이 양팔을 활짝 펼쳤다. 미카엘은 빛을 날카롭게 갈아 그의 전신을 관통해버리고자 했으나 이미 한 번 기울어버린 기세는 쉽게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나의 아들들아! 너희에 의해 영락하였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희망을 준 것은 바로 너였다! 네가 내게서 신의 힘을 가져가며 대신 남긴 힘! 빼앗는 힘! 나는 그것으로 다시 한 번 기록을 넘어설 의지를 품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 삼켰다. 미카엘에게서 비롯된 강탈의 권능은 신에게 남아있던 사악한 의지와 결합하여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는 모든 기록을 수집했고 그것으로 새로운 기록을 꿈꾸었다. 아카식 레코드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자 했으며 새로운 아카식 레코드를 꿈꾸었다.

[그리고 나는 힘을 되찾았다! 새로운 길을 찾았다! 반역을 꿈꾸는 네놈들이 아닌, 처음부터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내달리는 괴물들을 휘하로 끌어 모았다! 한없이 영광되고 숭고한 자리에서 추락하여 내가 그 구더기들을 거두어야 했던 것이다! 미카엘, 네놈은 그때 나의 참담한 심정을 감히 짐작이라도 하겠느냐! 추악한 육신을 가지고, 그것을 좋다고 따르는 비천한 마물들을 다독여야 했던 나의 심정을! 알겠느냔 말이다!]

[알 바 아니다! 나는 모른다, 이 마물아!]

미카엘의 빛이 거세어졌다. 그의 힘은 끝이 없었다! 신의 힘을 빼앗겨 오히려 미카엘은 고유의 영역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신의 것이 모두 신에게로 되돌아갔으니 미카엘에게는 그가 평생을 걸쳐 얻고자 했던 빛만이 남았다. 외로이, 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며 신을 다시 몰아쳤다. 아무리 집어삼켜도 쇠하지 않고 더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내가 신이다! 너는 과거의 신이며 돌아오지 못할 기록이며 저물어버린 태양이다!]

[나는 과거가 아니며 미래다. 네가 붙잡은 것은 허상이며 내가 취할 것은 창조다!]

신의 몸집이 불어났다. 미카엘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신의 힘도 강해졌다. 그리고 이내 다시 역전되어 신이 미카엘을 깔아뭉갰다.

[굴욕의 시절은 이제 모두 끝났다. 나는 실로 오래도록 인내하며 힘을 키웠으며 폭주했으며 잘라내며 차단하고 숨죽였다. 기다림 끝에 루키페르가 내 뜻을 이해해주었고, 결국 네가 내게 왔으며 나는 잃었던 것의 일부를 되찾았다. 그러니 더 이상 저 벽은 필요가 없구나.]

미카엘이 다시 기운을 높여 반격하려던 바로 그때, 그는 굉장히 거대한 무엇인가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며 뒤돌았다.

하늘과 엘로 카트라를 가로막고 있던 혼돈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나였다고 하나 분명 유리되어 있던 두 세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조화롭지 못하게 섞이며,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하나였다. 신의 과거와 신의 현재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어울리는 모습이 실로 지금의 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만 같다.

미카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자신이 군림하며 다스릴 세상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있어서?

아니, 실제로 그의 마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영혼의 격이 축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 무슨······.]

[하늘과 엘로 카트라는 하나로 동일하다. 모두 무너질 허상에 불과하나 너를 짓누르기에는 실로 적합한 힘이다. 그러하니 아들아······ 느껴지느냐? 너는 이제 외톨이가 되었다.]

신의 힘이 강해지고 있었다. 하늘과 엘로 카트라가 하나로 섞이며 미카엘에게서 힘을 떼어내어 신에게로 옮겼다. 미카엘은 어째서 신이 자신의 힘을 찾으려 급급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하늘은 신의 힘을 가진 자에게 복종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이 미카엘에게서 신에게로 되돌아갔으니, 이 모두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미카엘은 자신의 세상을 잃었다. 이 모두가 다시 신의 것이었다. 세상을 무너트리고자 하는 폭군인 것도 모르고 세상은 저 자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었다.

신이 눈을 떴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불안하지만 그만큼 강대한 육신으로 미카엘을 압박하며 그가 다시 말했다.

[너와 함께했던 천사들이 다 어디에 갔느냐. 너를 믿고 따르던 이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느냐. 네가 관리했던 세상은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힘을 보태줄 근원은 무엇이냐.]

[나는······ 나는 빛이다. 나는 홀로 완전하며 스스로 빛을 발하기에, 몸을 누일 장소 따위는 필요 없다!]

[네가 홀로 완전하다고 믿는 바로 그 경지에, 이미 과거의 무수한 이가 올랐다.]

[뭐······?]

미카엘은 끝내 마지막 의지마저 잃고 말았다. 그러나 신은 거침없이 진실을 쏟아내며 그의 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너는 이제 간신히 기록된 신의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다.]

기록된, 신······? 유일한과 그 일행이 잘난 듯이 휘두르는 그 축복의 원 주인들? 아카식 레코드의 선정으로 오직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는 바로 그 힘? 미카엘은 이를 악물며 그것을 부정했다.

[기, 기록된 신······ 그것들은 그저 기록일 뿐이다! 기록의 집합이며 실체가 아니다!]

[누가 그렇게 말했더냐?]

[당신! 당신이 그렇게 말했다! 누구도 아닌 당신이!]

[그래, 분명 나는 그렇게 말했었지. 그러니 아들아, 바로 내가 다시 말해주마.]

신의 입가가 추악하게 일그러졌다. 마나가 모여들어 그의 육신을 뒤덮어, 다음 순간에는 여태까지 그가 먹어치워 변질된 무수한 혼의 파편과 섞여 마나를 벗어나 혼탁한 색의 딱딱한 갑옷이 되었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뭐······.]

[그것은 그들에 대한 가장 큰 기만이며 모욕이다. 그들은 기록된 신이 아냐. 오히려 기록에서 비롯되어 끝내 기록을 벗어난 자들이다. 나는 마나를 벗어나는 가장 큰 해답이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붙잡았다. 기록으로 붙잡을 수 없는 자들이기에 기록이 아닌 다른 것으로 붙잡고자 했다. 하나의 세상에 모두 몰아넣고 구속했다.]

[지금, 대체 뭐라고 하는 것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느냐? 어리석구나, 아들아. 나는 새로운 우주의 기록 저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그것의 관리자가 되어, 창조주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만약 이 장소에 유일한이 있었다면 귀찮게 이미 언급됐던 거 다시 언급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신은 유일한이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분쇄했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새로운 책장으로 삼아 새로운 정보를 기록하고자 했다. 오직 나의 명을 따르는 병졸을 만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반영하고, 관리하며, 창조하고자 했다. 비록 완성되기 전 네놈들의 방해를 받아 잠시 힘을 잃었다만, 나는 영락한 끝에 오히려 더 완전한 저장소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너희에게 감사해야겠구나.]

미카엘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기록된 신이 실재한다느니, 그것들을 붙잡아 새로운 아카식 레코드를 만들고자한다느니, 이미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 자는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 자신의 감성을 이성으로 착각하며 타인에게까지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기록을 벗어난 자들을 아주, 아주아주 많이 모았다. 비록 그 가운데 일부가 벗어나 반역을 꿈꾸기는 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해. 도망친 것은 다시 모으면 돼. 없어진 것은 새로이 만들어 채우면 돼. 새로운 세계가 머지않았다. 일이 급해져 완성되기 전에 시험을 하는 꼴이 되기는 했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던 레그나와 아크 레그나를 떠올리며 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다 유일한 때문이었다. 그의 성장이 지나치게 빨랐던 탓에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되었다. 유일한은 성장했고, 창조에 가까운 힘을 손에 넣었다. 전화위복이란 바로 이것을 이르는 말이다.]

유일한이 손에 넣은 것은 신보다도 더욱 위대하고 완전한 창조의 힘이었지만 신은 유일한을 아직까지 깔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카엘 너와 재회하게 되었지. 이제 너를 집어삼키고, 유일한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나는 이전보다 더욱 완전해질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될 것이다.]

[내 힘을 얕보는가······ 옳지 못한 자가, 과거의 유물이, 내게서 비롯된 힘으로 위세를 떠는 주제에, 내가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했다고 욕보이는가······!]

미카엘이 마지막으로 기세를 높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가 택한 것은 도주였다. 도저히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그는 어쩔 수 없이 유일한과 동맹을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신은 지금 유일한을 노리고 있으니 유일한 또한 신을 죽여야 할 터, 둘이 힘을 합친다면 지금 저 추악하게 영락한 자 정도는······.

[아들아, 어딜 가느냐.]

[큭!?]

정신없이 마법을 발휘하며 몸을 날리던 그의 눈앞에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카엘은 경악으로 두 눈을 크게 뜨며 워프를 발휘하려 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의 손이 이미 그의 머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참으로 어리석고 안타깝다. 처음부터 네게 승리의 가능성은 단 일할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을.]

“그게, 무슨······.”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너는 외톨이가 되었다고 말이야.]

신은 키득거리며 손을 비틀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 미카엘의 머리가 절반으로 쪼개졌다.

[네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나의 아들아.]

[그,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카엘이 죽었고, 신은 오롯이 그를 먹어치웠다.

하늘의 지배자가 돌아온 순간이었다.

< Chapter 46. 유일신 - 6 > 끝

ⓒ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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