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tra 2. 역시 내 권속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
“후우.”
미스틱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유일한이 완벽한 신으로 거듭나면서 더 이상 지구를 관리하는 데에 자신이 골머리를 썩을 일이 없어졌는데, 할 일이 줄어들고 나니 그만큼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왜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런 중학생들이나 떠올릴 법한 생각들이 그녀를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지구님, 저는 왜 태어났나요?”
[너는 지구를 제멋대로 망가트리는 유일한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오직 그 외에 다른 의도는 없었다.]
지구가 답했다. 유일한이나 김예슬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는 좀처럼 말을 해주지 않는 그였으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미스틱에게만은 약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이렇게 끙끙대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할 수는 없었던 노릇이다.
“그럼 정말 생각 없이 절 만드신 거네요.”
[뚜렷한 한 가지의 목적이 있었으나 그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이후의 네게 바란 것은 없었다. 일이 모두 해결된 지금은,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되겠지.]
“저는 산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지구가 답한 대로 그녀는 오직 유일한을 죽이기 위해 탄생한 존재다. 맥없이 유일한에게 당해 죽고, 그 후로 유일한의 손에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으나 그 이후로도 유일한의 일을 서포트할 뿐 그 외의 다른 삶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떤 면에서는 갓난아기와 같이 무지했다.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이 따위 하나도 없다. 당장 우리의 주인 유일한에게 묻더라도 그러할 것이다.]
“이제 주인한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도 없어요. 주인은 정말 저를 아껴주거든요. 스스로는 부정하지만, 신으로 거듭나고 주인은 정말 만물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그를 향한 사랑에 빠질까 두려운가?]
“전 사랑이 뭔지도 모르겠는걸요.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면 유일한보다 먼저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처음엔 단지 비슷한 처지에 말장난을 치는 것이 제법 즐거웠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감정은 그것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으로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뭔가······ 그 자식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막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이게 평범한 마음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알아요. 어째설까요? 도저히 그럴 만한 관계가 아녔는데. 맥락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나요?”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가.]
지구가 그녀를 비웃었다.
[세상에 제대로 설명이 되는 일 같은 건 없다. 네가 세상을 설명하려 하는가? 우리는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그저 휩쓸릴 뿐이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삶이다.]
왜 태어났는지 알 수 없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가고 싶은 대로 가고 행하고 싶은 대로 행하면 된다. 그것이 없다면 실로 낭패가 아닐 수 없으나, 지금 미스틱에겐 그것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분위기나 잡고 있는 것도 어차피 그 뱀 때문이겠지? 쓸데없이 네 감정을 부정하거나 도망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지구님께서 저였더라면······.”
[나는 네가 아니다.]
지구가 매몰차게 질문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보충했다.
[나는 네게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너와 같이 삶에, 감정에 휩쓸리고 있는 다른 이에게 물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요. 알겠어요, 물어볼게요.”
미스틱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일한에게 받은 밀짚모자를 굳게 눌러쓰고, 그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이를 찾아 움직였다.
“으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질문을 받은 카리나 스미슨이 침음을 냈다. 그녀의 품에 안긴 잘생긴 사내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미스틱의 손가락을 붙잡고 웃었다.
“꺄우우!”
“너는 사랑을 아니, 닉?”
“우리 애는 아직 그런 거 몰라요. 아마.”
카리나는 닉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괜찮을까요, 미스틱?”
“얼마든지. 나는 지금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얻고 싶어.”
“그러면······ 사실 우리 그이를 처음 봤을 땐, 정말 재수가 없는 놈이란 생각뿐이었어요.”
미카엘 스미슨은 고집과 욕심으로 가득한 남자였다. 자신과, 자신의 클랜과,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목적만 옳고 나머지는 전부 그르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과 환경이 그이를 변화시키더라구요. 처음엔 같은 적을 두었기에 맺은 동맹일 뿐이었죠. 그런데 그는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오만하지만 신사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었어요. 타인을 배척하는 만큼 자기 테두리에 들어온 이를 끔찍이 여겼고, 나중엔 그 테두리가 점점 넓어지기까지 하더군요.”
그의 변화의 계기는, 아마 분하지만 강미래를 향한 사랑이 싹트고 나서가 아니었을까, 카리나는 생각했다. 자신밖에 없던 세상에 타인이 들어오고 나자 자연스럽게 그의 인식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타인을 보고자 하니 타인의 눈으로 비춰진 자신까지 받아들여야 했고, 그 결과 조금씩 겸손해졌어요. 저는 그가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가도 내가 그와 같은 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고, 그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기특하기도 했고······ 나중에 보니 저는 온종일 그이만 바라보고, 그이만 생각하고 있더군요.”
“으음.”
그녀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우와 비교하고 마는 미스틱. 카리나는 생긋 웃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그에게서 나를 보았고, 그렇기에 변화해가는 그를 보며 더없이 큰 감흥을 느꼈어요. 미스틱, 당신도 그렇지 않았나요?”
“나, 나는.”
오로치를 떠올리니 절로 마음이 둥실 떠올랐다. 확실히 오로치와 미스틱은 유일한에게 귀속되어 그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서로를 비웃고, 가끔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분명 그 과정에서 미스틱의 감정은 새싹을 틔운 것이리라.
“답변 고마워. 조금 참고가 되었어.”
“미스틱.”
“응?”
“이때다 싶을 땐······.”
카리나는 닉의 양쪽 귀를 막고는, 미스틱의 귀에 소근소근 속삭였다. 그 말을 들으며 미스틱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알겠죠?”
“으, 으응.”
기름칠을 한 수백 년은 안 한 것 같은 양철로봇과 같은 움직임으로 미스틱이 방을 빠져나갔다. 카리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키득 웃고는 닉을 쓰다듬어주었다. 미카엘 스미슨을 똑 닮아 그 이상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미스틱이 그 다음으로 찾은 이는 다름 아닌 우리엘이었다. 그녀는 공교롭게도 가브리엘과 같이 있었다.
“김예슬은?”
“빅뉴스 두 개를 가지고 일한이 보러 갔지.”
“빅뉴스?”
미스틱이 고개를 갸웃하자 가브리엘이 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한이 동생이 태어날 거다.”
“나머지 하나는?”
“일한이 동생이 태어날 거다······.”
“······.”
미스틱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가브리엘을 째렸다. 그 옆의 우리엘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만 있었다.
“최악······.”
“오해하는 것 같구나, 미스틱. 이제 곧 식도 올릴 예정이다.”
김예슬과는 까마득한 과거에 이미 한 번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엘을 받아들이며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웨딩드레스를 다시 입어보고 싶다나, 뭐라나.
물론 가브리엘에게 거부권은 없었고 우리엘은 가브리엘의 곁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프로포즈 대사는 뭐였어?”
“너희들이 내 날개다······ 미안, 농담이었다. 미안.”
“우리엘.”
미스틱은 가브리엘을 잠정적으로 유일한과 같은 과라고 판단하며 그를 무시하고 우리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하게 된 거야?”
“사랑에 이유가 있나요?”
우리엘은 과거의 오대천사 중 유일한 양심답게 실로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가 너무 좋았답니다. 하늘 한 구석에 숨었다가 나를 놀래키며 낄낄 웃을 때도, 감당하지 못하는 미래를 읽고 괴로워할 때도, 루시엘이나 미카엘의 과격한 논리에 한숨을 내쉴 때도, 인간들을 보듬으며 계시를 전할 때에도······.”
“본인 앞에서 그런 얘기를 늘어놓지 마, 우리엘.”
가브리엘은 쑥스러워했으나 우리엘의 미소는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언제고 어느 때고 말할 수 있어요. 사랑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니까요. 가장 축복받아야 할 찬란하고 아름다운 감정이에요. 모르는 순간 찾아와 깨달았을 땐 이미 나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 감정에서 벗어나는 이도 있지만, 난 계속 내가 그를 사랑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되었어요.”
“수만 년 동안 계속?”
“단 한 순간도 예외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죠, 만약 제 감정이 혹여 변했다 한들, 저는 그때를 후회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를 기다리는 시간 중에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으니까.”
“······.”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아요, 미스틱.”
우리엘이 한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당신의 감정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내보여야 할 것이니까.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불신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긍정해요. 그것으로 충분하답니다.”
“자신을, 긍정······.”
미스틱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너무나 압도적인 세월을 살아오며 압도적으로 굳건하게 감정을 지켜온 그녀이기에 공감은 잘 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진실한 말이 미스틱의 마음에 와 닿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도움이 되었어. 이만 가볼게. 아, 임신 축하해.”
“이번엔 딸이 태어났으면 좋겠구나. 아들은 이제 됐어.”
“난 아들을 낳고 싶어요, 가브리엘. 당신을 똑 닮은 아들을.”
“힉, 일한이 같은 놈은 이제 됐어!”
가브리엘의 말을 유일한에게 고스란히 일러주자고 생각하며 미스틱은 그곳을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차분히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하려 했는데 웬걸, 그곳에는 선객이 와 있었다.
“아, 미스틱이냐.”
“강하진.”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닌데 거 되게 서먹서먹하네.”
강하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미스틱은 흥, 코웃음을 쳤다.
“끝까지 활약 못 했잖아.”
“그래. 어찌어찌 상위존재까지는 이르렀다만 역시 난 이쪽에 영 재주가 없어.”
솔직하게 고백하는 강하진. 그 말마따나 지금 그는 전투와는 영 관련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유일한과 함께한 덕에 세상이 합쳐지는 순간을 함께했던 그는 다른 인간들이 세상에 적응하기도 힘겨워 할 때 영리하게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은 지구의 모든 영역을 잇는 철도산업이었다.
말이 철도지 유일한의 원조를 받아 어지간한 환경에는 탈을 받지 않는 금속의 레일을 깔고, 그 위를 달리는 열차를 만들어 원한다면 세상의 어디든 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당연하지만 유일한의 도움이 많이 있었고, 그 덕에 사업은 완벽히 성공했다.
완벽한 안전과 이상적인 속도, 신과의 협업이라는 근사한 타이틀까지! 그는 무사히 지구의 한국으로 귀환한 그의 아버지 강찬이 명함도 못 내밀 만큼 거대한 기업의 수장이 되었다.
유일한이 공동대표이긴 했으나 유일한은 전면에 나서는 법이 없었으니, 사실상 그가 대표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우리에겐 아니었지만 지구인들에겐 주인만큼이나 잘 알려진 사람이 됐잖아.”
“이제 곧 결혼도 해. 아버지는 한국 여자랑 결혼하길 원하셨지만 그게 뜻대로 되진 않더라.”
레피나라는 세상은 3차 대격변을 겪은 곳으로, 지들끼리 잘 살고 있다가 재생의 덫 때문에 지구로 끌려온 케이스였다. 강하진의 피앙세는 바로 그곳 레피나의 대제국 황제의 외동딸이었다.
“물론 정략결혼이지. 결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도 아닐 거고.”
“너······ 나유나 사랑했지?”
“그래.”
강하진은 쿨하게 긍정했다. 미스틱이 물었다.
“마음 많이 아파?”
“아팠다. 하지만 깨달았을 땐 이미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늦어 있었지. 그래서 감정을 정리했어. 세상사람 중에는 그게 쉽게 되는 쪽과 잘 안 되는 쪽이 있는 모양인데, 다행히도 난 쉽게 되더라고.”
그렇게 쉽게 된 것치곤 표정이 씁쓸해보였다. 그녀는 가벼이 위로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그 배려가 무색하게도 강하진이 직접 입을 열어 말했다.
“녀석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지나치게 여유로웠고, 자만했고, 결국 놓쳤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오만일지 몰라. 유나와 친밀한 남자는 세상에 나 하나뿐이었지만, 어쩌면 유나는 처음부터 나를 미래의 부속품으로만 생각했는지도.”
“음······.”
유일한과의 결혼 이후로 나유나는 더더욱 예뻐졌다. 웃음이 얼굴을 떠나질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리에라나 나유나나 각기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인지라, 유일한과 함께하며 정말 실시간으로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미스틱은 만약 나유나가 강하진과 이어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하기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러니 미스틱.”
“응?”
“이때다 싶으면, 돌격해라.”
강하진이 말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어조로.
“늦기 전에, 상대의 마음이 어떻건, 진심으로 돌격해서 답을 얻어내. 설령 그 끝에 기다리는 게 패배여도 네 마음만은 편안해질 테니까.”
미스틱 또한 그의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응, 알았어. ······그리고 아마 나유나는 한순간도 널 좋아한 적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마음 편히 먹어!”
“나도 알고 있어, 바보야. 그냥 허세를 떨고 싶었을 뿐이야.”
강하진이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답을 얻은 미스틱은 그 순간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돌격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이젠 공중이 아니게 된 공중도시의 한편, 대추방으로 부모를 잃게 된 아이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거기, 더 빠르게!”
“넵, 대사부님!”
오로치는 그곳에서 직접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과 전투 훈련을 다른 수하들과 함께 맡아, 아이들에게는 대사부라는 거창한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오로치!”
“음?”
오로치는 한창 아이들에게 전투 훈련을 시키다 말고 미스틱의 존재를 알아차리곤 귀찮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미스틱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보며 더더욱 귀찮은 표정으로 변했다.
“주인과 관련된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환하게 미소를 지을수록 짜증나는 일을 벌인다는 건데······.”
“오로치이이이이!”
미스틱이 밀짚모자를 벗어던졌다. 잠시 세상의 운영이 마비되겠지만 그 정도는 유일한이 알아서 해주리라 믿으며, 그녀는 모든 마력을 다리에 집중해 힘차게 대지를 박찼다.
“이 바보 녀석, 아이들은 아직 마나의 파장을 잘 견디지 못한단 말이······ 으븝!?”
그리고 달리던 기세 그대로 오로치를 덮쳐 땅에 쓰러트려, 그의 입술에 입술 박치기를 했다. 카리나가 일러준 바로 그 방법이었다! 그녀는 테크닉도 호흡도 무시한 난폭한 키스로 오로치의 혼을 쏙 빼놓고는 그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외쳤다.
“사랑해!”
“이, 이 바보 같은 여자가 뜬금없이 뭔 소리······ 흡!?”
“꺄악!”
“뽀뽀한다! 대사부님 뽀뽀한다!”
현장이 난리가 났다. 훈련을 하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저택에 대기하던 아이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그 장관을 구경했다. 오로치는 저항하고자 했으나 미스틱이 마력으로 그를 억누르고 있어 그것도 불가능했다.
“우리 결혼하자!”
“순서 정도는 지켜라! 난데없는 것도 정도가······.”
“결혼하자!”
“꺄악!”
“휘유우! 멋지다!”
오로치는 필사적으로 마력을 활성화시켜 어떻게든 미스틱에게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미 타겟을 확정한 미스틱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물러날 것 같지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발 빼지 말고 대답 좀 해봐, 이 망할 뱀대가리야!”
“이 여자가 뭘 먹고······ 하, 진짜.”
그녀의 진지한 눈빛과 마주하며 오로치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눈치가 없을 줄이야. 이렇게까지 엉터리면 오히려 속이 시원할 정도였다.
“오로치, 응?”
“······후우.”
그럼에도 그게 싫지 않으니, 실로 사랑이란 감정은 기묘하지. 아마 신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할 것이다. 아, 신은 유일한이었지. 망했다. 오로치는 그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말했다.
“싫다.”
“뭐!?”
미스틱이 나라 잃은 표정으로 절망했다. 오로치는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난 도저히 사랑이 뭔지 모르겠거든. 그러니······ 일단 연애부터 시작해보는 것 어떠냐.”
“······이 바보! 바보가!”
미스틱이 울먹이며 다시금 오로치를 덮쳤다. 그녀를 간신히 받아낸 오로치는 주위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끼며 에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뱀과 저택 커플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Extra 2. 역시 내 권속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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