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tra 3. 데미갓 일레븐 >
“엄마, 미안해.”
유일한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어머니 김예슬에게 사죄했다.
“야구 리그는 아직 힘들 것 같아.”
“얼마나 더 걸리겠니?”
“한 20년쯤 더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우리 아들 애썼다.”
김예슬은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축구 경기로 참지 뭐.”
그들의 시야 너머로 펼쳐진 것은 실로 광대한 축구장! 축구팀이 한 백 개 정도는 있어야 제대로 경기가 치러질 것만 같은 장소였으나 아무도 경기장의 규모에 태클을 걸지 않았다. 유일한이 만든 곳이니 태클을 걸 용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 애들 놀기에는 조금 좁지 않을까아?”
아니, 오히려 나유나는 너무 좁을까 걱정을 할 정도였다! 유일한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공간확장 마법 걸려있으니까 안심해.”
“아하!”
바로 그때 경기장 전체를 울리는 커다란 음성이 중계석에서 튀어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세기의 빅 매치, 신의 자녀와 그 권속의 자녀들 사이에 벌어지는 축구 경기! 이제 곧 시작됩니다!]
[다들 기대하도록! 아무리 개겨도 신을 직접 이길 수는 없으니까 비겁하게 승부를 자식 대결로 끌어내리는 졸렬한 권속들의 열등감이 이번 경기의 주 감상 포인트······ 아니, 그 전에 왜 또 내가 중계를 맡아야 하는 건지 설명해라!]
[요즘 루키페르님 명성이 자자하답니다. 그런 이유로 오늘 경기 중계는 저 라지에르와 루키페르님이 함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천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관중석은 이미 만원. 지구를 이루는 무수한 소세계의 지배자들은 어떻게든 신과 같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 수억 대 일의 경쟁률을 뚫었으나, 애석하게도 유일신 유일한을 비롯한 그의 가족은 특별관람석에 앉아 있어 접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역시 권력이 최고라니까.”
“그거 일한이가 말하면 무서워.”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심판은 어디 가고 선수 먼저 나오냐?]
유일한이 아들만 낳지는 않았으므로 당연히 경기는 남녀혼성으로 이루어졌다. 유일한이나 그 권속의 아들딸쯤 되면 태어날 때의 성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꺄아아아아악!”
“유아라님이다!”
유일한과 리에라의 장녀 유아라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의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찬란한 금발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적안을 뽐내며 천천히 느긋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경기장 전체로 퍼트리며!
[저 녀석은 금세기 최강의 신수저 유아라다. 저 녀석을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신을 꺾어야 한다는 소문이 있지. 흠, 노처녀로 죽겠군.]
[루키페르님!]
이 녀석들은 선수 입장을 패션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한 명 한 명씩 최대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었다!
“오, 너무나 아름다워.”
“사랑의 여신의 딸이니 그도 당연한가. 이 어린 나이에 저 정도 미모라니.”
경기장 곳곳에서 찬탄이 흘러나왔다. 이제 고작 7살을 맞이한 유아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하게 자라 15살 정도의 외견을 보이고 있었는데 물론 그것은 드래곤들 특유의 조숙 현상이었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외견의 성장 또한 빨라지는 것!
“아라님, 결혼해주세요!”
“흠, 방금 저 말한 새끼 나중에 데려와.”
유일한은 휘하 진룡에게 짤막한 지시를 내리고는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 뒤로 나유나와 낳은 이란성 남녀쌍둥이 이안과 이나가 함께 입장했다.
나유나의 미모를 물려받은 아이들이니 두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는데, 살짝 나사가 빠진 어머니와 달리 착실하다는 점에서 더욱 의외였다.
[이 녀석들도 이하생략. 신이 낳은 딸 중에 누가 더 나중에 더 아름답게 성장할 것인지를 겨루는 토토가 한창 진행 중인 걸로 안다만 어차피 네놈들에겐 그림 속 워프게이트이니 꿈 깨는 것이 좋다.]
[아, 다음 선수들도 입장합니다!]
유일한과 헬리에나의 아들 유진이 다음 타자였다. 그의 딸 중에 누가 더 예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반면 아들 중 누가 가장 잘생겼는지에 대해서만은 이견이 없었다. 놀랍게도 미의 여신 나유나의 아들을 제치고 유진이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것이다.
[분명 유일신을 절반 닮았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잘 생긴 것인지가 금세기 최대의 미스테리인 유진이다. 성장세도 장녀 유아라 다음이라고 하니 차기 신의 자리가 벌써부터 궁금······ 아, 유일한이 안 물러날 거라고? 나도 안다. 내가 그 꼬라지를 수만 년 봤으니 잘 알지.]
[다음으로 유세아와 유시라의 입장입니다!]
강미래와 에르타는 둘 다 딸을 출산했는데, 마도 연구에 관련해 둘이 어울릴 일이 많았던 만큼 딸끼리도 유독 사이가 좋았다. 조금 위험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좋았는데 경기에까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나왔다.
[위험한데 저거. 투아웃 아니냐?]
[안심하세요, 루키페르님. 저렇게 사이가 좋아 보여도 실은 아버지를 사이에 놓고 경쟁하는 사이라고 합니다.]
[좋아, 원아웃이라니 다행이군.]
다음 차례는 에리시아의 일란성 세쌍둥이 아들 유일우, 유이준, 유삼율. 에리시아의 태생이 늑대라서 그런지, 유독 그녀가 자손 번식 욕구가 강해서 그런지 한 번에 셋을 낳아버린 것이다.
녀석들은 유일한의 자식들 중 가장 호전적인 성격이었고, 성공적으로 달의 여신으로 거듭난 에리시아의 축복을 잔뜩 받아 유독 초반성장이 눈에 띄었다.
[세 놈 다 신의 도시 바깥으로 풀어놓으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야, 울프 폼 금지다.]
그중에서도 녀석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바로 늑대로의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 동시에 드래곤으로의 변신도 가능하고, 차후엔 그들의 어머니가 그러하듯 늑대와 드래곤의 장점을 합한 배틀 모드 키메라로의 변신도 가능하리라 기대되는 녀석들이었다.
“왜요, 루키페르 아저씨! 어차피 다들 능력 쓸 건데!”
[나루X 중급 닌자 시험 보면 모르냐? 원래 그런 건 몰래 해야 돼.]
“차별이다!”
“결국 난장판 될 건데! 내가 할아버지 예지 능력 물려받아서 다 알아요!”
[구라치지 말고 닥쳐라.]
다음으로는 피리아의 딸 유지아. 조용조용하고, 언제나 유일한의 근처에서 그를 보필하는 피리아의 성격을 쏙 빼닮아 그녀 또한 지극히 얌전했다. 어머니를 조금 지나치게 닮아 항상 아버지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모든 것이 다 훌륭했다.
[올해 다섯 살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유지아다. 사실 난 정통 엘프의 피를 물려받은 이 녀석이 의외로 제일 예쁘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만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아빠 곁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가장 알려지지 않았지. 왜 아들들은 괜찮은데 딸년들은 다 지 애비를 연애대상으로 삼으려드는 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루키페르님. 유일신께서 드래곤으로 거듭났으니 당연히 그 자손도 모두 드래곤입니다만, 드래곤의 본질적인 특성이 바로 강함의 추구입니다. 아들들은 절대적인 강자인 아버지 유일한님께 거의 숭앙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딸들은 아버지이기에 앞서 이성인 유일한님께 집착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 부분은 이성이기에 앞서 아버지, 라고 설명해야 하지 않냐. 하긴 모든 신화와 전설을 불문하고 신계는 개족보였으니까 이쯤에서 납득해둘까! 자, 마지막 선수도 나와라!]
마지막 선수이자 골키퍼는 리에라와의 사이에서 본 둘째 유아랑! 올해 네 살로, 드래곤이기에 성장이 빠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선수들 중 가장 키가 작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너무 귀여워!”
“아랑아, 언니한테 장가들렴!”
그리고 유일한의 자녀 중 가장 귀여운 인상으로 유진과는 다른 의미로 인기가 좋았다. 유일한은 감히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을 낚아채려는 년의 정보 또한 수집하라고 지시해두었다.
[유아랑······ 흠, 귀여운 녀석이야.]
[너무 귀엽지요. 우리 아들 삼고 싶어요.]
[그런데 저 녀석 골키퍼는 잘 할 수 있을까?]
[가브리엘님께서 일러주시기를, 오늘 저 아이들 중에 가장 무서운 아이가 아랑이라던데요?]
[무섭긴 하지. 무서울 정도로 귀엽군.]
평범한 인간들은 물론이고 유일한의 권속들마저 홀리는 그 매력이란! 중계자인 루키페르와 라지에르는 녀석이 꼬물거리며 형누나들에게 합류하는 그 순간까지 녀석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다가는 비로소 제정신을 차렸다.
[자, 상대팀 입장이다. 분량 얼마 안 남았으니까 너흰 그냥 한꺼번에······ 자식들 더럽게 말 안 듣네.]
[자녀팀의 큰 언니! 유니 스미슨 입장입니다!]
[잘 자랐군. 신의 첫 번째 축복을 받은 아이다. 아카식 레코드의 기록으로도 최상위 대접을 받고 있으니 진룡 자리는 예약해놨다고 봐야겠지.]
올해로 19세를 맞이한 유니 스미슨은 자신보다 족히 열 살은 어린 아이들 틈에 섞어서 뛰는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겐 확고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대부님하고 결혼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욕심이 크네, 언니.”
“난 ‘현실적’인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큭······!”
유아라와 유니 스미슨이 치열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둘 모두 비슷한 금발에, 각기 적안과 녹안을 지니고 있어 아주 좋은 대비가 되었다. 비록 유아라가 아직 덜 자란 탓에 키에서는 조금 밀리는 면이 있었지만 기세로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동생들아, 우리 아버님을 유니 언니한테 내줄 마음, 있니?”
“아니.”
“절대.”
“유니 누나한테? 풋.”
“어딜.”
유니의 선언은 유일한의 아이들의 전의를 불태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럼에도 유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드래곤의 탐욕은 감춘다고 감춰질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고 싶었다.
“이 시합이 끝나고 나면 너희한테 언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불리게 될 거야!”
“어딜 감히······ 내 아버님을······!”
유아라의 전의가 끓어올랐다. 그녀 주위의 대기가 기이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무엇을 숨기랴, 유일한이 지닌 불꽃의 힘을 가장 크게 물려받은 것이 다름 아닌 그녀였다.
다른 아이들도 제각기 능력을 일발 장전하며 유니 스미슨을 노려보았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루키페르가 코밑을 쓱 훑으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하하, 개판이군.]
[다음 선수 입장합니다! 유니와 마찬가지로 스미슨 부부의 아들 닉 스미슨!]
어머니 카리나를 닮은 유니와는 달리 닉은 아버지 미카엘을 더 닮았다. 조금 재수 없게 생겼지만 잘생기고 날카로운 인상이라, 지구에서 벌써부터 패션모델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목표는 아라, 너야.”
“닥쳐. 남매 쌍으로 지옥 끝까지 보내주지.”
유아라의 전의가 가중되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내보인 살기에 닉이 살짝 겁을 먹고 제 누나 곁으로 붙자 이어서 선수들이 입장했다.
[다음으로는 가브리엘의 두 딸들, 유나연과 유이수다. 유일신의 동생이자 상대팀에게는 고모가 되겠군. 여기서 재밌는 점은······.]
[저 아이들이, 온 우주에 명성을 널리 떨치는 브라더 콤플렉스라는 거죠. 유일한님은 정말 죄 많은 남자라니까요.]
김예슬의 딸 유나연, 우리엘의 딸 유이수. 둘 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미소녀였으나 그 몸에 지닌 마도의 재능은 유세아, 유시라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였다. 그래서 보통 마도계열의 차기 인재로 이 넷을 꼽고는 했다.
“오빠가 슬퍼하는 건 싫으니까 살살해줄게, 살살.”
“응, 다들 사이좋게 하자.”
“고모 지금 마법 썼지! 반칙!”
[지금은 축구지만 나중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전쟁이 생길 것 같은데. 음, 그 토토도 미리 시작해둬야 할까.]
[루키페르님······?]
이어서 미레이와 지를의 아들 헤시안, 오로치와 미스틱의 삼남매 페니아, 페이트, 페나딘, 파테와 미르파의 딸 이레나가 차례대로 입장했다.
[유일한의 가장 가까운 권속이었던 오로치와 미스틱의 자녀라면 그 잠재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죽음의 신의 마나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레나는 까딱하다간 나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헤시안이 객관적으로 제일 밀리는군. 힘내라, 헤시안. 그 열등감과 자괴감이 네놈을 키워줄 것이다!]
[루키페르님!]
[마지막으로.]
두 명의 남녀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나이는 그들 중 가장 어렸으나 눈에서 비치는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세력의 일인자와 이인자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남매다. 날 닮아 싸가지가 없다.]
[둘 중 누가 키퍼를 맡을지 어제 싸우더라구요.]
바로 루키페르와 라지에르 사이에서 나온 남매 아드리안과 아리엘이었다. 겉은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열정의 불꽃을 태워 올리는, 어찌 보면 가장 드래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그들은 강자에 대한 숭앙과 그것을 뛰어넘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유니 언니가 주책이라는 건 알지만······.”
“그것 때문에 져줄 수는 없어, 미안. 이 시합은 우리가 이겨.”
양측 선수들의 기세가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아버지의 명예를, 정조를 수호하고자 하는 신의 자녀팀과, 타고나길 드래곤답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권속의 자녀팀! 유아라와 유니를 선두로 제각기 이를 드러내며 내면의 흉포성을 마음껏 폭주시키고 있었다.
[이걸로 어찌어찌 선수들은 입장했다만······.]
[루키페르님, 정말 이 경기 그대로 진행해도 될까요? 살인사건이 날 것 같은데요.]
[흠······ 아.]
그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유일한이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보였다. 그것을 캐치한 루키페르가 시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오케이냐? 좋아, 죽여도 된단다. 맘껏 죽여라.]
[앗! 얘들아, 변신하지 마! 그래도 일단 인간 모습으로 하렴······ 앗!?]
시합 시작도 전에 축구장이 난장판이 되려던 찰나, 경기장 전체에 압도적인 마나의 파장이 퍼져나가 아이들 전원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했다. 모든 폴리모프와 마법, 스킬이 강제 해제되며 그들을 무장해제로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숨이 멎게 만드는 그 거력이란!
[······이 녀석 언제 이렇게까지 강해졌지? 유일한 저 자식, 죽여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무리 까불어도 죽일 수 없단 얘기였구만.]
[그러게요······ 자신의 강함까지 은신시켰나 봐요.]
루키페르와 라지에르가 동요했다는 사실을 감추려 헛기침을 하는 가운데, 양쪽으로 쫙 늘어선 두 팀 가운데에 원래부터 있었다는 것처럼 한 명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일한을 쏙 빼닮은 외모, 이미 완전히 성장을 끝마쳐 당당한 진룡, 그중에서도 최상위로 승급한 강자.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선수 여러분.”
바로 유미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미르 니이이이이이임!”
경기장이 떠나가라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설령 유일한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있어도, 신의 대리자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의 장남 유미르를 모르는 이는 지구상에 없었다.
안기고 싶은 남자 지구랭킹 넘버원, 얼굴만 봐도 행복한 남자 지구랭킹 넘버원을 동시에 석권하고 있는 지금 시대의 대세! 그의 유일한 단점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한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것이다.
[은신하고 몰래 올라와 있었네. 저 녀석이 심판 유미르다.]
[부심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겠죠.]
[······라지에르, 여태 긴가민가했다만 혹시 저 녀석 9차 클래스 찍은 거 아냐?]
[······맞네요.]
성장속도가 미쳐버린 것도 정도가 있지, 9차 클래스라면 가브리엘이나 루키페르 같은 최상위 권속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개기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제 이 세상에 그렇게나 싸울 상대도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성장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
그러나 유미르는 다른 모든 이의 충격과 공포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선수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다들 변신 금지. 스킬이나 스펠 썼다가 나한테 걸리면 옐로카드. 물론 내 눈을 피할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써도 돼.”
“네, 오라버님!”
“정말 중급 닌자 시험 룰이네······.”
“미르 오라버니······.”
미르의 카리스마는 실로 절대적이어서, 그렇게나 까불던 닉이나 늑대 삼형제도 얌전해지고 말았다.
그는 선수들을 모두 제 위치로 보내며, 가장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골대를 향해 움직이는 막내 유아랑을 보곤 피식 웃었다.
“아랑아, 잘 해봐.”
“웅, 형아야!”
유아랑이 활짝 웃었다. 다음 순간, 녀석의 몸이 허공으로 녹아 사라졌다. 모두가 경악했으나 그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던 유일한만은 히죽 웃고 말았다.
은신 마스터의 계보는 착실히 이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 Extra 3. 데미갓 일레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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