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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오다(1) (2/107)

1. 나오다(1)

띠링-

[파열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어김없이 시스템창이 떠오른다.

서걱- 후두둑-

엄청난 통증이 복부로부터 터져 나온다.

“으아!!!!”

붉은 창자가 왈칵 쏟아지며, 바닥을 적신다.

원래라면 즉사할 정도의 치명상.

하지만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수 없었다.

이 저주는 편하게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걱- 콰직!!!! 퍼억!

수백 수천의 찰과상으로 고통이 점점 익숙해질 때쯤이었다.

띠링-

[화마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화르륵-

이번엔 전신으로 강렬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

지지직-

세포 하나하나 태워버릴 듯한 수만 볼트의 전류.

화르륵-

피부가 녹아내리며, 전신이 익어가는 화마.

파스스-

손끝부터 썩어들어가는 부패.

수백, 수천에 달하는 고통이 계속해서 괴롭혔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고통이라는 본능이 정신을 갉아먹을 때면, 어김없이 그 패턴이 튀어나왔다.

띠링-

[지옥 겁화 시련이 시작됩니다.]

화르륵-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검은 화마.

이 불꽃은 단순히 육신을 불태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몸이 썩어 문드러질 때의 절망.

육신이 터져나갈 때의 통증.

폐가 얼어붙을 때의 압박. 

단순한 고통을 뛰어넘어, 정신이 닳아 없어지는 경지의 격통이 찾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까맣게 타버린 시야로, 하나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처음엔 죽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고통에 허덕이며 비명을 지를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허억-”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온다.

새까맣게 타들어 갔던 시야가 팍 트인다. 창자가 쏟아져 내리던 배가 깔끔하게 수복돼있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고통은 일상적 평온함에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제발···”

1회차 때까지만 해도 살아났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제발··· 죽여줘···”

하지만 우빈은 알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평온함은 지옥을 더욱 처절하게 느끼게 해 줄 애피타이저라는 그 사실을.

띠링-

[시련이 시작됩니다.]

콰직!!!

어김없이 전신으로 핏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으악!!!!!”

고통과 절망만이 가득한 지옥이 다시 시작되었다.

***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허억-”

몇 번이나 죽었을까. 

‘제발 그만···’

더 이상 살고 싶다는 욕망은 없었다.

‘죽여줘···.’

그저 이 고통을 끝내고 죽음이라는 끝에 도달하고 싶었다.

‘제발······’

하지만 그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띠링-

[감전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으악!

끝없는 고통 속, 바닥을 빌빌 기며, 허덕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었지.’

이런 지옥에서 왜 허덕이고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살인적인 고통은 기억을 되짚어 볼 여유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 장면이 머릿속으로 재생됐다.

우빈은 동료들과 함께, 히든 던전을 공략했었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보스를 처치했고, 유물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이번도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퍽-

그토록 믿던 대장의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자, 시야로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강력한 마법이 전신을 강타합니다.]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어?!”

지배권을 잃은 육신이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오직 눈알만 굴릴 수 있었다.

악을 쓰며 올려다본 시야론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흘러갔다.

“표정 봐봐. 개웃기네.”

절친이라 믿고 의지하던 현태가 히죽 웃으며 우빈의 머리를 짓밟았다.

대장이라 믿었던 리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향한다.

“아, 아”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크크크, 아. 존나 웃겨. 그러게 욕심좀 작작 부렸어야지. 특성 말고는 쓸모도 없는 게 꼬박꼬박 아이템 챙겨가니까 이렇게 되는거야.”

그저 키득대며 조롱하는 정현태의 사악한 표정만이 우빈을 반겨줄 뿐이었다.

띠링-

[정현태님이 강탈을 사용했습니다.]

[아이템을 빼앗겼습니다.]

[정현태님이 강탈을 사용했습니다.]

[아이템을 빼앗겼습니다.]

........

.....

....

.

모든 아이템이 우빈의 지배권을 떠나 바닥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이거는 제가 가질게요.”

“잠깐! 그거 내가 가지려고 했다고.”

목숨을 걸고 등을 맡겼던 동료들이 우빈의 아이템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지 마세요. 어차피 전부 수거해서 가져가면 대장이 재분배 해준다고 했으니까. 나가 계세요.”

“칫.”

현태의 말에 우빈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고 던전 밖으로 향하는 동료를 보자 깨달을 수 있었다.

저들에게 있어 우빈은 그저 아이템을 갈취해가는 객식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씨발···’

왜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파티에서 우빈은 제법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번 레이드 역시 마지막 결정타를 넣은 사람 역시 우빈이지않은가.

그런데 왜 이런 짓을···

애초에 모두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 가족이라 생각했었는데. 

‘왜 나를···’

목숨을 걸고 언제나 모두를 위했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수천수만 번을 생각했다.

“으아!!!!!”

끔찍한 고통 때문인지, 사고를 하기 힘들었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좆 같은 새끼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개새끼들은 버렸다. 

그렇기에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전부 찢어 죽인다.’

나가서 그 씹어 먹을 새끼들 전부를 죽이겠다고.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악으로 버텼다.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까.

판단을 채 내리기도 전.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파스스-

끔찍하게 전신을 찢어발기던 고통이 다시금 사그라들었다.

“후우···”

통증이 가라앉아서일까. 악에 받치던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금 필요한 건 분노가 아니었다. 이 생지옥에서 탈출할 계획뿐.

처음 해야할 건 지금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띠링-

[시련이 시작됩니다.]

죽고 난 뒤, 첫 번째 고통이 찾아오는 시점은 대략 11초 뒤.

“으아악!!!!!!”

우빈은 처절한 고통을 느끼며, 그렇게 무뎌진 칼날을 갈았다.

***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몇 번을 죽었을까. 초반엔 죽은 횟수를 셌지만, 1,000번이 넘어가고부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곤 몇 가지 규칙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건가.’

처음 확인했던 건 상태창이었다.

[강우빈]

3회차 용사

레벨: 1

HP: 50/50

MP: 5/5

스태미나: 5

생명력: 5

정신력: 5

지구력: 5

근력: 5

기량: 5

체력: 5

지력: 5

감각: 5

행운: 5

수년간 올려놓은 레벨은 1로 초기화돼 있었다. 초기화 된 건 레벨뿐만이 아니었다.

죽어가던 육신뿐만 아니라 정신 역시 초기화됐다.

‘좃 같네.’

저 사실은 참으로 끔찍했다.

매번 죽을 때마다 초기화된 정신은 이 지옥을 처음 겪는 것처럼 생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만약, 저 효과가 없었다면 진즉 정신이 파괴돼 자아조차 남지 않았을 테니까.

우빈은 주먹을 꽉 쥐곤 굳게 닫힌 문 앞에 섰다.

모든 상황이 최악이었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레벨, 아이템이 없다는 건 이 감옥에서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단 하나 초기화되지 않는 것이 존재했다.

띠링-

[특성: 무한의 경지]

바로 특성이었다.

특성은 전이된 사람들에게 고유로 부여된 능력.

단순하게 완력을 2배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시작으로 잘린 팔을 재생시키는 기적까지.

특성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우빈의 특성은 나름 쓸만했다.

[무한의 경지]

종류: 특성

등급: S

지정된 스킬: [급소 강타]

효과

-설정한 스킬의 레벨 제한이 사라집니다.

무려 S등급의 특성으로서 스킬의 레벨 제한을 제거해주는 효과를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레벨 10을 올리면 끝인 성장이 우빈에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띠링-

[급소 강타]

종류: 스킬

등급: B

레벨: 101

형태: 패시브

효과

-대상의 급소를 타격할 시 100%의 확률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합니다. 

-치명적인 공격의 데미지가 1,010% 증가합니다.

우빈은 공격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화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지금 이 스킬은 이용할 수가 없었다.

탈출할 방법은 굳게 닫힌 문을 부수는 것뿐인데. 사물엔 급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스킬을 성장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지정된 스킬을 바꾸시겠습니까?]

(주의! 지정된 스킬을 바꿀 시 성장한 스킬은 초기화됩니다.)

무려 수십 년이라는 노력이 깃든 스킬.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든 게 담긴 결과물이었다.

띠링-

[지정된 스킬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빈의 행동엔 망설임이 없었다.

띠링-

[주먹 강타 스킬을 지정하였습니다.]

[주먹 강타]

종류: 스킬

등급: F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01% 데미지를 입힙니다.

선택한 스킬은 레벨 1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기본 스킬.

효율은 물론, 쓰레기 스킬이여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무한히 고통을 즐겨줄 몸뚱이가 전부였으니까.

띠링-

[시련이 시작됩니다.]

서걱-

“윽!!!”

우빈은 쏟아져 내리는 장기를 뒤로한 채, 거대한 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퍽!

주먹이 터져나가고,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퍽!

뼈가 뒤틀려도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 연놈들의 목을 비트는 그 꿈을 실현한다는 일념 하나로.

***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

······

···

몇 년이 흘렀을까. 

10년? 아니 적어도 수백 년은 흐른 것 같은 지옥의 시간이었다.

퍽-

띠링-

[주먹 강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우빈은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퍽-

띠링-

[주먹 강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의지할 건 이 문을 두드리는 것뿐.

퍽-

띠링-

[주먹 강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밖은 어떻게 됐을까. 이미 전부 죽어버린 건 아닐까. 

불길한 의문이 문득 들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퍽-

띠링-

[주먹 강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당장이라도 이 작업을 멈춘다면 절망에 집어 삼켜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퍽-

띠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사망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보이지 않는 희망에 기대며 주먹을 내지르던 어느 날이었다.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퍽!

후두둑-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벽으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우빈인 미친 듯이 주먹을 내질렀다.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

.....

....

.

어둠이 가득하던 실내로 한 줄기의 빛이 새어 나온다.

‘됐다!’

이제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나갈 수 있다!

환희와 함께.

‘개새끼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 벽을 두드린 그 순간이었다.

쩡!!!!

거대한 충격과 함께, 후두둑- 그토록 바라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시도한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주먹엔 우빈의 노력이 새겨져 있었다.

[주먹 강타]

종류: 스킬

등급: F

레벨: 1,541,461,513,235

형태: 액티브

효과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541,461,513,335% 데미지를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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