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나오다(2) (3/107)

2. 나오다(2)

띠링-

[크로노스의 신전에서 탈출하였습니다.]

[히든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한계를 뛰어넘은 용사를 획득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스킬 카드: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을 획득하였습니다.]

화아악-

강렬한 빛이 부서진 벽 사이로 새어 나온다.

‘드디어···’

드디어 끝이다. 이 생지옥에서 탈출한 것이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어떻게 복수해줄까. 

우선 레벨부터 올려 성장을 해야겠지. 

앞날을 그리며, 부서지는 벽 사이로 흘러나오는 밖의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신선한 풀 내음이 후각을 자극하자,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쨍한 두 개의 태양.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그 끝에 피어있는 거대한 세계수. 

무지갯빛을 내뿜는 나무를 보자,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얼마나 지난 거지.’

우빈은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브작-

발바닥으로 모래알이 밟힌다. 

우빈의 몰골은 처참했다. 아이템을 전부 빼앗겨 가진 거라고는 넝마가 된 속옷이 전부.

그러나 우빈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행색이 아니었다. 정보가 필요했다.

던전에 갇힌 시점으로 며칠이 지났으며 그 새끼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를.

원래라면 도시로 들어가 직접 정보를 수집해야겠지만, 간접적으로 알아낼 수단이 있었다.

띠링-

[커뮤니티를 활성화합니다.]

-동부지역 탐사하실 탱커분 찾습니다. 레벨, 3대 전력 적어서 보내주세요.

-A급 스킬 카드 심연의 칼날+10 팔아요. 제시 부탁드립니다.

-골드로 룬 구매합니다. 100:1

-레드 드래곤 레이드 파티 모집합니다. 누구든 연락주세요.

........

.....

....

.

커뮤니티에는 수천 개가 넘는 글이 있었다.

대부분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하기 위한 쓸모없는 정보만 가득했다.

하지만 우빈은 약간의 힌트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곤은 우빈이 던전에 갇힌 시점에도 대장이 공략하고 싶어 하던 월드 보스였다. 

[레드 드래곤 레이드 파티 모집합니다. 누구든 연락주세요.][작성자:인피티니 월]

그걸 증명하듯, 작성자의 이름에 시선이 갔다.

‘개새끼.’

인피티니 월, 저 이름은 우빈을 배신한 리더, 차주성의 닉네임이었다.

순간 우빈의 두 눈에 강렬한 살기가 넘실거린다.

‘조금만 기다려라.’

당장이라도 찾아가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침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강우빈]

[칭호: 3회차 용사]

레벨: 1

HP: 50/50

MP: 5/5

스태미나: 5

생명력: 5

정신력: 5

지구력: 5

근력: 5

기량: 5

체력: 5

지력: 5

감각: 5

행운: 5

레벨은 고작 1. 고블린 한 마리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약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애써 분노를 누르고 다시 한번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던전에 얼마나 갇혀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수백 년은 흐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직도 레드 드래곤을 잡지 못했다는 건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의미일 터. 거래되는 아이템의 시세 또한 비슷하기도 했고. 

확실한 정보 없이 추측성 글로만 상황을 파악하다 하나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와주세요. 납치를 당한 것 같아요.][민주희]

어떻게 보면 위기에 처한 플레이어가 도움을 요청하는 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라면 대부분이 눈치챘을 것이다.

‘신입인가.’

저 글을 올린 사람은 이제 막 엘리드에 전이된 신입 용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용사는 1년 주기로 엘리드에 전이된다. 그때마다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괴물에게 사람이 죽었다는 둥, 납치를 당했다는 둥. 

띠링-

[도와주세요. 납치를 당한 것 같아요.]

작성자: 민주희

-출근 중 전철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상한 숲에 버려져 있었어요. 18회차니. 엘리드니, 이상한 문구가 보였던 거 같긴 한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저 말고도 다른 분들이 더 계셨었는데,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서···. 핸드폰도 안 터지고 너무 무서워요. 제발 도와주세요.

내용을 보자, 신입 전이자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열었는데, 큰 정보가 담겨있었다.

‘18회차···’

우빈은 3회차 전이자였다. 동료에게 배신당한 시점이 13회차가 시작될 때였으니까.

‘5년 정도인가.’

그 생지옥을 겪은 시간이라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 지나있었다. 

체감상 아무리 안 지났어도 100년은 더 흘렀어야 할 텐데. 

[주먹 강타]

종류: 스킬

등급: F

레벨: 1,541,461,513,235

형태: 액티브

효과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541,461,513,335% 데미지를 입힙니다.

그걸 증명하듯 주먹 강타의 레벨은 이미 정상 범주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

뭔가 이상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우빈에게 있어 중요한 건 그 새끼들이 고통에 비명을 토하며 용서를 구걸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우빈은 게시글을 마저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댓글]

익명: 저도 처음엔 당황스럽고 무서웠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주변에 뭐가 보이시나요. 힌트가 될만한 거 전부 찾아보세요.

└ 민주희: 저기 멀리 엄청 큰 나무가 보여요. 주변에는 나무밖에 안 보이는데, 나무가 생긴 게 이상해요. 사람 얼굴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익명: 그거 말고 또 없어요? 예를 들면 습격했다던 괴물 생김새라던가, 지형이라던가. 아, 바닥 색을 알려주세요.

└ 민주희: 딱히 지형이라고 할 건 없는데···. 아, 바닥 색이 특이해요. 보라색이에요. 습격했던 괴물은 엄청 컸어요. 파란 피부에 사람같이 두 다리로 걸어 다녔는데·········

........

.....

....

.

게시글 하나를 두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바이터: 위에 분 말 듣지 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익명은 거르는 게 좋습니다. 개인 메시지 보낼 테니 메시지 주세요.

└성스러운 기사: 바이터 저 새끼 조심하세요. 노예장사로 돈놀이하는 쓰레기 새끼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

.....

....

.

선의와 비난이 공존했다.

‘아직도 있구나, 신입 사냥.’

시스템은 처음 전이된 용사에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을 해준다. 

우빈이 전이되던 3회차엔 최소한의 하급 무기 정도만 지원받았다.

그 덕에 같이 전이된 동기 중 생존율은 고작 30% 남짓.

하지만 회차가 넘어가고부터는 지원되는 보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12회차 전이자가 보상으로 받은 스킬 카드는 산을 날려버릴 위력을 가진 최상급 스킬 카드가 나왔다나?

그러나 불만은 없었다.

3회차라는 초반 스타팅은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회차가 더 지난 지금. 18회차 녀석들은 어떤 보상을 받았을까.

아무리 못해도 S급에 버금가는 지원을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저 글에 개떼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원래라면 신입 사냥엔 흥미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한 명만 제대로 사냥해도 잃었던 장비를 얼추 복구할 최적의 사냥감.

걸리는 게 있다면 선악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 정도인데. 

이미 자신을 버린 동료를 찢어 죽이겠다 다짐하지 않았던가. 

‘하자.’

우빈은 마음을 정한 듯, 댓글에 적힌 정보를 정리했다.

울창한 숲, 보랏빛 땅. 사람 얼굴 모양의 나무. 파란 피부의 인간형 몬스터.

저걸로 유추해보자면 신입 용사가 전이된 장소는 서북부 바이올렛 우림 부근.

갇혀있던 크로노스의 사원과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지도라던가 나침반이 없어 방향을 찾을 수 없다는 건데. 

띠링-

[현상금 수배지]

-강우진

-아퀼레오스

-사퀴레넌

-밀버튼

-레드 드래곤

-샤이어 고블린

-히드라

-

........

.....

....

.

우빈은 익숙하다는 듯 하나의 시스템창을 열었다.

‘아직도 많네.’

현상금 수배지라는 시스템이었다. 

엘리드에서 오래 살아남은 보스 몬스터라든가, 일정 악행 수치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이런 식으로 현상금이 붙었다.

우빈은 익숙한 네이밍 중 하나의 몬스터에 시선이 꽂혔다.

-자이언트 데스 트리

바이올렛 우림에서 수많은 플레이어와 몬스터를 잡아먹은 남서부의 포식자.

띠링-

[자이언트 데스 트리를 탐색하시겠습니까?]

자이언트 데스 트리를 선택하자 하나의 문구가 떠올랐고, 

띠링-

[자이언트 데스 트리를 탐색합니다.]

푸른 하늘 위로 하나의 빛기둥이 쏟아 올라왔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경험에 미루어보아, 최소 6시간은 걸릴 거리.

우빈은 차갑게 식은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 갔다.

***

무지개 빛을 머금은 세계수를 기점으로, 엘리드의 문명은 발전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곽으로 빠질수록 강한 몬스터가 출몰했으며, 죽음의 향이 짙게 흩날렸다.

우빈이 갇혀있던 크로노스의 던전은 네이비 지역으로 불리는 서쪽 외곽.

몬스터는 넘쳐흘렀으며 한 마리 한 마리가 상위종이였다. 

지금 눈앞에 어슬렁거리는 고블린만 하더라도 그렇다. 

고르르-

일반 고블린의 범주를 뛰어넘은 상위 엘리트 고블린, 5마리씩 무리를 지으며, 고급 장비를 착용하곤 사냥감을 찾아 경계한다.

지금으로선 최악의 상성이었다. 

[주먹 강타]

종류: 스킬

등급: F

레벨: 1,541,461,513,235

형태: 액티브

효과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541,461,513,335% 데미지를 입힙니다.

정상 범주를 뛰어넘는 스킬을 가졌지만, 고블린의 포위망을 뚫고 주먹을 때릴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강우빈]

레벨: 1

HP: 50/50

MP: 5/5

스태미나: 3

거기다 가진 HP는 고작 50. 

엘리트 고블린의 주먹질 1번에도 즉사할 수치였다.

방향을 정하고 출발한 지 고작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막혀버리다니.

‘곤란하네.’

당장 눈앞에 보이는 5마리를 제외하더라도 주변에 널린 엘리트 고블린은 30마리 이상이었다. 

녀석들의 눈을 피해 이동하려면 최소 5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릴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무리해서라도 사냥을 해? 아니면 피해?

오랜만에 돌아가는 사냥 전략에 머리가 복잡하던 그때였다.

-고륵?!

사냥감을 찾던 고블린의 표정이 심각해지는가 싶더니.

쿵!!!!!

거대한 충격이 정면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후웅-

강렬한 먼지폭풍이 전신을 훑고 지나가자 볼 수 있었다.

끼리리릭-

얼핏 봐도 5층짜리 건물에 준하는 거대한 몸집.

쿵!!!!

간단한 걸음에 요동치는 대지.

불길할 정도로 어두운 외피를 가진 거대 골렘이 고블린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고르륵!!!!

엘리트 고블린은 골렘을 발견하자마자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고블린으로 꽉 막혔던 길이 뻥 뚫렸다. 하지만 그 길엔 더욱 거대한 장애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만약, 던전에 갇히기 전의 우빈이었다면 생각할 것도 없었다. 

5층 건물에 준하는 크기. 쇠 재질의 단단한 외피. 두 눈에 서린 붉은 광체는 저 골렘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었다.

‘아이언 골렘인가.’

아이언 골렘.

우빈이 지금 있는 장소, 네이비 산림의 상위 포식자였다. 

무려 100인 공대를 꾸려 일주일 동안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공략하지 못한 괴물로서 저 몬스터를 공략하면서 소모된 룬만 500만 포인트에 가깝다고 들었다.

절대 혼자서는 잡을 수도 감히 도전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강한 필드 보스 몬스터였다.

하지만 우빈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마침 궁금했는데, 딱이네.’

무적이라 불리던 아이언 골렘에겐 큰 약점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보스 레이드를 도전하면 최소 5% 많게는 70%의 전력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은 일주일 동안 레이드를 뛰었음에도 희생자는 0명.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언 골렘의 반격이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었다.

저 보스에게 있어 가장 까다로운 건 규격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방어력이 전부였으니까.

두근-두근-

그렇기에 궁금했다.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541,461,513,335% 데미지를 입힙니다.]

지금 가진 이 스킬이라면 저 괴물을 잡을 수 있을까? 상처를 입힐 수 있지 않을까?

처벅-

우빈은 망설임 없이 골렘을 향해 달려 나갔다.

끼리릭- 쿵!!!

골렘의 육중한 다리가 대지를 두드린다. 풍압에 의한 먼지가 전신을 뒤덮는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이언 골렘의 안중엔 우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뿌연 먼지를 뚫고, 후웅- 있는 힘껏 달려 나가자. 골렘의 지척에 도달할 수 있었다.

꽈드득- 

두 다리를 넓게 펼치곤 주먹을 끌어당긴다. 이윽고 후웅- 주먹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툭-

연약한 주먹이 빌라만 한 골렘의 다리를 두드린다.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쩡!!!!!!!

대기가 휘청거리며, 콰과과과- 대지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끼리리릭- 

골렘으로부터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띠링-

[네이비 산림의 수호자: 아이언 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50,000,000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1,155,000룬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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