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오다(3)
찌잉한 충격이 주먹 끝을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알싸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아픈 축에도 끼지 못했다.
콰과과과과과-
생명을 잃은 골렘의 잔해가 바닥을 내려치며 대지가 요동친다.
“한 방···”
데미지가 들어갈 거라는 기대는 했지만, 한 방에 터져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아이언 골렘은 십수 년 동안 처치하지 못한 필드 보스 몬스터이지 않은가.
레드 드래곤 조차 많은 레이드 시도 끝에 조금씩 상처를 입고 약해졌다.
하지만 아이언 골렘의 같은 경우 상처하나 입히지 못한 그야말로 무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방어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존재가 단 1방에 폭사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설레거나 기쁘다는 감정은 없었다.
그저 보스를 처치해 얻을 보상이 궁금할 뿐.
띠링-
[강우빈]
칭호: 3회차 용사
레벨: 101(100↑)
HP: 1,050/1,050(1,000↑)
MP: 105/105(100↑)
스태미나: 105/105(100↑)
생명력: 5
정신력: 5
지구력: 5
근력: 5
기량: 5
체력: 5
지력: 5
감각: 5
행운: 5
미분배: 100
‘100레벨 업인가.’
우빈이 던전에 갇혔던 시점의 레벨은 171. 복구하기엔 아직 한참 모자랐지만, 실로 엄청난 성장이 아닐 수 없었다.
최상급 길드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신입 용사가 레벨 100을 달성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2년은 걸리는 게 평균 성장 속도였으니까.
그런데 우빈은 고작 몬스터 한 마리를 처치하고 레벨 100을 달성한 것이다.
우빈은 별다른 감흥 없이 바로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띠링-
[보유 룬: 1,155,000]
엄청난 양의 룬이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었다.
하긴 보스 몬스터의 룬을 독식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치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안 그래도 살 게 있었는데, 나쁘지 않네.’
우빈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경험치도 룬도 전부 중요한 보상이었지만, 보스 레이드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템이었다.
특히 지역을 수호하는 월드 보스의 경우엔 어디서도 구하지 못하는 히든 아이템을 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꿀꺽-
우빈은 상기된 표정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띠링-
[스킬 카드: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NEW]
[스킬 카드: 대지진][NEW]
[강연의 펜던트][NEW]
인벤토리에는 총 3개의 아이템이 들어있었다.
그중 첫 번째 아이템에 시선이 꽂혔다.
“크로노스···”
크로노스라 하면 우빈이 생지옥을 겪었던 던전의 이름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던전에서 나왔던 당시 칭호와 특별한 보상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본 기억이 있었다.
띠링-
[칭호]
-3회차 용사
-한계를 뛰어넘은 용사
[한계를 뛰어넘은 용사]
종류: 칭호
등급: L
설명: 불가능에 가까운 크로노스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고통을 뛰어넘은 그대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합니다.
효과
-출혈, 마비, 화상, 환술, 유혹, 수면, 감전, 냉기, 독 등 모든 상태 이상 면역.
“모든 상태 이상 면역?”
뜻밖의 효과에 눈이 커다래졌다.
하급 몬스터와 상급 몬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속성에 있었다.
당장 아까 봤던 엘리트 고블린만 하더라도 그렇다. 독 속성을 가지고 있어 모든 공격에 독이 터져 까다로운 몬스터이다.
그런데 모든 상태 이상 면역 효과라니.
‘미쳤네.’
칭호의 사기적인 효과를 봐서일까. 칭호와 함께 딸려온 보상에 눈이 갔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이어진 문을 생성합니다.
“이건···.”
크로노스의 작업실. 저 단어를 읽는 순간 가슴으로 진한 압박감이 찾아왔다.
두근-두근-
‘설마···’
하는 생각으로 바로 스킬 카드를 슬롯에 장착시켰다.
띠링-
[스킬 카드: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을 첫 번째 슬롯에 장착하였습니다.]
화아악-
강렬한 기운이 전신을 뒤덮는다.
손바닥을 허공에 펼치고, 읊조렸다.
“생성.”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을 생성합니다.]
텅!
짧은 충격이 대기를 타고 흐르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문이 떡하고 생성되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끼이익- 문을 밀자. 익숙한 풍경이 튀어나왔다.
이끼가 낀 돌바닥, 쾌쾌한 죽음의 잔향과 녹이 슨 문.
수천, 수만 번도 넘게 피를 흘리며 죽었던 그 장소였다.
몸에 새겨진 본능 때문에 닭살이 돋았지만, 우빈은 문 안으로 들어섰다.
철컹-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에 입장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의 특별한 효과가 활성화합니다.]
문이 닫히자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크로노스의 축복]
종류: 버프
등급: L
형태: 액티브
효과
-시간의 흐름이 10,000배 가속됩니다.
-죽음에 도달하면 육체를 복구합니다. (*복구된 육체는 초기화됩니다.)
-스킬 숙련도가 10,000배 증가합니다.
-일정 간격으로 랜덤한 시련이 시작됩니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왜 밖의 시간이 5년밖에 흐르지 않았는지, 스킬 레벨이 왜 1조에 육박할 수 있었는지 전부 말이다.
“5만 년이라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래 갇혀있었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을 깨닫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띠링-
[감전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우빈이 크로노스의 던전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는 그때였다. 수만 번도 넘게 들었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콰지지직- 방 내부터 전류가 가득 터져 나왔다.
원래라면 피부가 타들어 가고 체내의 수분이 바싹 말라가는 통증이 밀려와야 정상이었다.
“······”
하지만 우빈의 표정은 평온했다.
“모든 상태 이상 면역이라 이건가.”
밖에 있던 컨디션과 다를 바가 없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우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뻤다. 행복했다.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아서?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개새끼들에게 자신이 당했던 고통을 똑같이 선사할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이어진 문을 생성합니다.
거기다 이 스킬 카드의 레벨은 1이다.
레벨을 올리면 성장도 한다는 건데. 어떤 효과가 붙을까.
‘스텟부터 올리자.’
대략적인 파악을 마친 우빈은 정비하기로 판단했다.
원래라면 제대로 된 정비 없이 바로 출발하려 했지만, 서두를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10,000배 가속됩니다.]
이곳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을 허비해도 밖의 시간은 멈춰있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콰지지직-
강력한 전류가 전신을 뒤덮는 와중. 우빈은 인벤토리를 열어 나머지 아이템을 확인했다.
[스킬 카드: 대지진]
종류: 스킬 카드
등급: S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대상을 타격 시 강렬한 진동을 생성합니다.
‘나쁘지 않은데.’
무려 S등급의 스킬 카드였다.
특히 효과에 적힌 ‘대상’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쏠렸다.
원래 효과엔 포괄적인 문장을 잘 넣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대상’이라는 단어 대신 바닥, 수면, 플레이어, NPC, 몬스터 등 확실한 조건을 지정해준다.
그런데 아무런 지정 없이 대상이라니. 어떻게든 타격만 할 수 있다면 스킬을 발동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띠링-
[스킬 카드: 대지진을 두 번째 슬롯에 장착하였습니다.]
우빈은 스킬 카드를 등록하곤 살짝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살포시 바닥을 톡 두드리자.
띠링-
[대지진을 사용하였습니다.]
쿵!!!!!!
거대한 진동이 터져 나왔다.
구우우우-
작업실이 무너질 듯 진동하였고, 천정으로부터 돌가루가 흘러나온다.
역시 S급 스킬. 성능은 확실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띠링-
HP: 1,050/1,050
MP: 5/105
스태미나: 55/105
MP와 스태미나의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가볍게 바닥을 두드린 것만으로 정신이 아찔해지고 호흡이 가빠왔다.
띠링-
[대지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지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지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지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대지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뭐야?”
[스킬 카드: 대지진]
종류: 스킬 카드
등급: S
레벨: 6(5↑)
형태: 액티브
효과
-대상을 타격 시 강렬한 진동을 생성합니다.
추가 효과
-소모 MP가 10% 감소합니다.
-소모 MP가 30% 감소합니다.
-데미지가 10% 증가합니다.
-데미지가 30% 증가합니다.
-보호막을 파괴합니다.
스킬 카드의 레벨은 많이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숙련도가 쌓이며 성장한다.
특히 카드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숙련도가 극악으로 안 오른다.
당장 우빈이 과거에 가지고 있던 A급 스킬 카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적의 등 뒤로 이동하는 스킬이었기에, 1번의 전투에서도 수십 번도 넘게 사용한 필수 스킬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올린 레벨은 고작 4. 그런데 스킬 1번 사용했다고 S급 스킬 카드가 한 번에 4레벨이나 오르다니.
[스킬 숙련도가 10,000배 증가합니다.]
작업실의 추가 효과 덕분이었다.
‘나쁘지 않네.’
지옥 같던 이 장소가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스킬의 레벨을 10까지 올리고 싶었지만, MP가 부족했기에, 스킬 확인은 이 정도로 하고, 우빈은 남은 아이템 하나를 마저 확인했다.
띠링-
[강연의 펜던트]
종류: 목걸이
등급: S
근력:+4
체력:+3
기량:+1
효과
-일정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충전 실드: 10,000/10,000
마지막 아이템 역시 좋았다. 아니 사기적이었다.
데미지를 흡수하는 실드가 무려 10,000. A급 방어 스킬 정도는 간단히 씹어먹는 효과였다. 거기다 매초 자동회복하는 충전 실드라니.
띠링-
[강연의 펜던트를 착용하였습니다.]
대략적인 보상을 파악한 우빈은 마무리 정비에 나섰다.
[강우빈]
칭호: 3회차 용사
레벨: 101
HP: 1,050/1,050
MP: 5/105
스태미나: 56/105
생명력: 5
정신력: 5
지구력: 5
근력: 5(+4)
기량: 5(+1)
체력: 5(+3)
지력: 5
감각: 5
행운: 5
미분배: 100
스테이터스 분배였다.
‘일단 올려볼까.’
엘리드의 시스템은 평범한 게임과 조금 달랐다.
띠링-
[1,126,152룬으로 스테이터스를 올리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스테이터스가 상승하였습니다.]
[강우빈]
칭호: 3회차 용사
레벨: 101
HP: 1,420/1,420
MP: 42/142
스태미나: 94/142
생명력: 42(37↑)
정신력: 42(37↑)
지구력: 42(37↑)
근력: 42(37↑)
기량: 42(37↑)
체력: 42(37↑)
지력: 42(37↑)
감각: 42(37↑)
행운: 42(37↑)
미분배: 100
룬으로 스테이터스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띠링-
생명력: 42 → 43
[26,601룬으로 생명력을 1 올리시겠습니까?]
스테이터스는 수치가 오르면 오를수록 많은 룬을 잡아먹는다.
그렇기에 미분배 스테이터스는 나중에 올릴수록 효율이 좋았다.
나중에 가선 스테이터스 1을 올리는 데만, 백만 이상의 룬을 잡아먹는 시점이 찾아왔으니까.
띠링-
[스테이터스 성장을 취소하였습니다.]
[보유 룬: 28,848]
우빈은 남은 룬을 확인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에서 나왔습니다.]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이어진 문을 닫습니다.]
짹-짹-
밖으로 나오자, 따스한 햇볕이 얼굴을 두드린다.
안에 들어가 있던 시간은 10분 남짓. 시간대를 계산해보자면 밖의 시간은 1초도 흐르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일까? 궁금했지만, 지금으로선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굳이 확인해볼 필요성도 없었고.
띠링-
[경매장을 활성화합니다.]
[무기][방어구][의복][액세서리][물약][전회][룬석][스킬 카드][탈 것]···
최소한의 성장도 했겠다. 우빈은 바로 경매장을 뒤졌다.
남은 룬은 별로 없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띠링-
[탈 것]
-크림 와이번/S/공중/판매가:150,000,000룬
-윈드 타이거/S/지상/판매가:250,000,000룬
-쿨라드/A/지상/판매가:5,000,000룬
-레파르도/A/지상/판매가:4,000,000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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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이동 수단.
대부분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라와 있었지만, 스크롤을 밑으로 내리자, 저가의 탈것이 떠올랐다.
-난폭한 멧돼지/F/지상/판매가:30,000룬
-에뮤/F/지상/판매가:15,000룬
-굶주린 나방/F/공중/판매가:15,000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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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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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생각이 나는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옛날엔 저 가격의 3배는 됐던 거 같은데.
띠링-
[에뮤를 구매하였습니다.]
우빈은 과거 자주 애용하던 탈것을 한 마리 구매했다.
우우웅-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눈앞으로 하나의 물체가 떠올랐다.
손바닥 정도의 굵은 밧줄.
[에뮤의 고삐를 획득하였습니다.]
우빈은 아이템을 움켜쥐곤 바로 활성화했다.
띠링-
[에뮤의 고삐를 사용하였습니다.]
낡은 밧줄로부터 빛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끼에에엑-
2M 남짓의 생명체가 허공으로부터 튀어나왔다.
그르릉-그르릉-
기다란 목, 작은 부리. 거대한 깃털까지.
영락없는 타조의 외형.
마치 롤러코스터를 안전바 없이 타는 승차감이었지만, 이것보다 가성비 좋은 탈것은 없었기에.
끼에엑-
우빈은 바로 에뮤의 등 뒤에 올라탔고.
“조금만 기다려라. 찢어 죽여줄 테니까.”
복수를 그리며 빛기둥을 향해 이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