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현상금 수배자
띠링-
[스킬 카드: 초진동]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1
형태: 패시브
효과
-타격 시 강렬한 진동으로 대상을 파괴합니다.
우빈은 민주희를 뒤따라 걸어가며 업그레이드된 스킬 카드를 바라봤다.
S등급의 스킬 카드가 L등급으로 진화를 이뤄냈다.
따로 추가 재료도 없었으며 룬 또한 소모되지 않았다.
요구되는 조건은 MAX에 도달한 스킬 카드와 민주희의 능력뿐.
‘L등급 이상도 있나?’
당장 작업실로 들어가 초진동을 +10까지 올린 뒤, 저 여자의 특성을 다시 한번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랐다.
그만큼 민주희의 특성과 우빈이 가진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1명쯤은 데리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지.’
동료를 만들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이 정도 혜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초에 식사든 장비 손질이든 뒤치다꺼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기도 했고.
“거의 다 왔어요.”
우빈이 민주희의 처우를 생각하던 그때, 도착을 알려왔다.
‘귀찮아지겠지.’
우빈은 신입 용사들 만날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엘리드에 처음 전이된 그때 지옥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말이 맞다며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세우던 시의원.
폭력으로 사람들을 찍어누르던 경찰.
그런 강자를 이용하며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던 여대생.
떠올리는 것 자체만으로 진절머리나 날 정도로 끔찍했다.
저기 있는 3명 또한 그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한의 상황이 찾아오면 이기적으로 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으니까.
“여기예요!”
민주희가 도착을 알리며 수풀 너머로 튀어 나간다.
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민주희의 표정에 경악이 물든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신의 여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흡! 흡!”
양발과 다리가 포박된 사내들이 짐승처럼 눈을 가린 채 대지를 놔 뒹군다.
그곳엔 3명의 사내가 있었다.
만족한 표정으로 바지를 고쳐 입는 사내. 바닥에 구속된 신입 용사를 구타하는 아저씨.
그 둘을 빤히 지켜보며 중앙에 앉아있는 청년.
“뭐야? 두 새끼가 더 있었어?”
인기척에 바지를 고쳐 입던 사내가 민주희 쪽을 바라본다.
“이게 다 뭐야···”
민주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공포가 채 피어오르기도 전.
스르륵-
민주희의 앞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뒈질까 봐. 제대로 못 즐겼는데. 마침 잘됐네.”
바지를 고쳐 입은 사내가 어느샌가 민주희의 코앞에 도달해있었다.
거대한 손아귀가 민주희의 작은 어깨를 향한다.
“어?!”
민주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공포에 몸이 굳었기도 했지만, 사내의 손길이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저 손아귀에 붙잡혀, 짓눌릴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콰직- 후두둑-
그저 축축한 액체가 얼굴을 잔뜩 두드릴 뿐.
철벅-
상체가 터져나가 힘 잃은 하체가 허망하게 바닥을 두드린다.
민주희는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번 토한 직후라 그런지, 피바다를 보고도 구역질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꿈을 꾸듯 비현실적이었다.
“정신 안 차립니까?”
“네? 아, 네!”
우빈의 다그침에 민주희가 정신을 차린 듯 다급히 거리를 둔다.
우빈은 민주희가 멀어진 걸 확인하곤 정면을 응시했다.
‘위험한데.’
두 사내가 경계가 득한 표정으로 우빈을 응시한다.
방금 터져 죽은 놈은 이무성과 비슷한 레벨로 보였다.
띠링-
[현상범 성기두를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1,500,000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115,000룬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선악 수치가 12 상승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받은 선악 수치로 보나 룬의 양으로 보나 큰 차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18회차 특전으로 인해 3,000,000의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하였습니다.]
[18회차 특전으로 인해 230,000의 룬을 추가로 획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보상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씨발, 저게 말이 돼? 기두가 주먹 한 방에 뒈졌다고?”
신입 용사를 구타하던 사내가 당황한 듯 주춤거린다.
백색 갑옷에 새겨진 사자 문양이 눈에 띈다.
‘라이거 세트인가.’
레벨 100은 돼야 구할 수 있는 세팅이다. 느껴지는 기운 또한 심상치 않은 것이 아무리 낮게 측정해도 레벨 100 언저리의 플레이어.
레벨은 비슷하지만 템 세팅이 확연하게 차이 났다.
주먹 강타가 없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호적수.
그러나 문제는 저 녀석이 아니었다.
‘·········’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 아무 말 없이 중앙에 앉아 우빈을 빤히 바라보는 녀석이었다.
‘리더인가.’
현상금이 붙은 용사는 기본적으로 파티를 꾸리지 않는다.
페널티로 파티 시스템에 제한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현상금 수배 보상 때문에 서로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를 꾸리며 행동한다? 그건 딱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었다.
1명의 압도적인 존재가 다수를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
그걸 증명하듯 녀석이 내뿜은 기운은 상당했다.
특히, 저 녀석이 입고 있는 갑옷.
‘흑요정 세트.’
과거 단 100명만이 사냥할 수 있는 던전이 있었다.
저 갑옷은 그 던전에서 드랍되던 희귀 아이템이다.
실물은 랭커인 검성이 착용한 걸 딱 1번 봤을 정도로 유니크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걸 입고 있는 걸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물량이 풀린 건가. 아니면 저 녀석이 그만한 실력을 갖춘 걸까.
어찌 되었든 확실한 건 녀석은 과거 우빈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민준님, 어떻게 할까요?”
당황한 사내가 리더에게 묻는다. 리더는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낮은 음성이 울려 퍼진다.
“쪽팔리니까 호들갑 좀 떨지 마.”
그 말에 부하인 사내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다문다.
“어렵게 교육해놨더니, 쳐 죽이고 지랄이야.”
리더의 손아귀로 하나의 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
우빈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대검. 검잡이 중앙에 박힌 눈알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기괴함.
‘마검: 기간테스.’
랭킹 51위, 검성이 가지고 있던 전설 마검이었다.
저건 물량이 풀리고 자시고 할 아이템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검성을 죽이고 현상 수배지에 올랐다.’
이러면 모든 것이 대충 들어맞았다.
녀석이 흑요정 세트를 가진 것도, 마검을 소유한 사실도 전부.
그렇다면 저놈은 검성과 호각 혹은 그 이상이란 소리인데.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막연하게 강하다고 판단되던 상대의 전력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랭킹 51위와 필적하는 녀석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과거의 우빈이라면 불가능하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우빈은 랭킹에 들지도 못한 어중이떠중이였고, PVP는 레벨 150에도 간간이 질 정도로 약했으니까.
두근-두근-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딱 1방.
녀석의 착용한 갑옷에, 아니 녀석이 휘두르는 칼이라도 두드릴 수 있다면 승산이 있었다.
문제는 저 녀석의 공격을 어떻게 버티느냐인데.
[강우빈]
칭호: 3회차 용사
레벨: 104
HP: 2,040/2,040
MP: 145/145
스태미나: 97/145
생명력: 42(+6)
정신력: 42(+5)
지구력: 42(+6)
근력: 42(+11)
기량: 42(+10)
체력: 42(+10)
지력: 42(+5)
감각: 42(+7)
행운: 42(+5)
미분배: 103
우빈은 그동안 아껴두었던 미분배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생명력에 전부 투자한다면 즉사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찍자.’
수치가 50을 넘어가면 룬으로 올릴 수 있는 효율이 확 줄어들었지만, 지금은 효율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너는 편하게 죽을 생각하지 마.”
우빈이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스텟 분배를 하려던 그때였다.
후웅-
녀석이 거대한 대검을 휘두른다.
화아악- 숨이 턱 막힐듯한 어둠이 주변을 가득 메우자, 띠링-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기가 당신을 짓누릅니다.]
마기의 효과는 감각을 교란하고 감정을 망가트린다. 결국엔 육체까지 마비시키는 제압용 스킬.
원래라면 앞을 분간하기도 힘든 절망이 온몸을 짓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우빈의 몸엔 그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띠링-
[칭호:한계를 뛰어넘은 용사가 마기를 저항합니다.]
오히려 크게 뛰던 두근거림이 가라앉을 정도로 평온해졌다.
‘딱이잖아.’
이 상황에 딱 들어맞는 묘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털썩-
우빈은 스테이터스 분배를 포기하곤,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허억···허억···”
가쁜 숨을 내쉬며, 인상을 찡그렸다.
전의를 상실한 먹잇감을 포식자가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이미 한번 당해봤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신새끼. 이 새끼는 얼마나 버티려나.”
녀석이 히죽 웃으며 우빈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든다.
“우선 눈알 하나.”
녀석이 우빈의 눈을 향해 단검을 내지른다.
그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마검의 효과를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잘가라.’
우빈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꽈드득-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었고, 후웅- 간결한 선이 공기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