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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PVP(3) (14/107)

13. PVP(3)

“허억···허억···”

최수호가 거친 숨을 내쉰다. 복부로부터 검은 핏물이 흘러내린다.

‘도대체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녀석이 여태까지 한 거라고는 공격을 막는 것이 전부. 조금 전 딱 1번 검을 휘두른 것 말고는 한 게 없었다. 

그런데 그 한 방이 정확하게 복부를 갈랐다.

‘너무 방심했나···’

최수호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일격이 향한 장소는 목. 

반응조차 하지 못한 듯, 움직이지 못한다. 분명 벨 것 같았는데, 캉!!! 어느샌가 나타난 대검이 검을 막아 세운다.

‘왜 안 맞는 거야!’

이어서 방패를 내질렀다. 

캉!! 콰과과과과- 우빈의 육신이 뒤로 밀려난다. 

녀석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공격을 막은 대검 뒤에서 응시한다.

꽈드득-

이가 갈렸다. 

처음엔 그저 운이 좋아 막은거라 생각했는데, 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확실해졌다.

‘전부 반응하고 있잖아.’

특기가 가드인건가. 최수호 역시 방어에 치중한 탱커였다. 

당연히 공격적인 면이 부족하긴 했지만, 저딴 새끼가 전부 막을 정도로 허접하진 않았다.

‘대충해서 그래. 제대로 하자.’

애써 정신을 부여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도핑과 PVP 전용 스킬 카드를 세팅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거라도 사용하는 수밖에. 

띠링-

[파이어 매지션의 영혼석을 사용하였습니다.]

파스스스-

빛무리가 흩날리며, 하나의 형상이 튀어나온다. 

깔끔한 의복, 기다란 지팡이를 든 마법사. 

화르륵-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강렬한 불꽃 구체가 쏘아진다.

펑!!!

거대한 충격과 함께, 우빈의 육신이 뒤로 밀려난다. 밀려나 멈춘 바닥으로 마법진이 생성되는 가 싶더니 펑!!!! 불기둥이 치솟는다.

파이어 매지션은 A급 영혼석 중에서도 최상의 딜링을 자랑하는 소환체이다.

그 명성에 맞게 화력은 최수호의 공격을 웃돌았다.

그를 증명하듯, 우빈이 맥을 못 추며, 이리저리 튕겨 나간다.

‘뭐야, 별거 없잖아.’

우빈이 착용하고 있던 하의 갑옷이 부서져 내린다. 놈의 육신 여기저기로부터 상처가 늘어간다.

공격을 전부 막길래 뭐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였나보다. 

고작 A급 소환체의 공격에 저렇게 맥을 못 추다니.

‘이대로 끝나면 안 되지.’

하지만 이대로 그냥 끝내게 둘 순 없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최수호의 검은 아직 우빈의 옷깃조차 베지 못했으니까.

“언제까지 막고만 있게? 처맞다 끝나고 싶어?”

최수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도발했다. 

방어 치중하지만 않는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공격하려고. 적응이 끝났거든.”

우빈이 도발에 응한 듯, 가드를 내리곤, 자세를 낮춘다. 명백히 공격해오겠다는 동작!

‘그래 와라!’

최수호는 방패를 치켜올리곤, 자세를 낮췄다. 그 어떠한 공격을 해온다 해도 막을 자신이 있었다.

분명 그랬었다.

“어?!”

스르륵-

우빈의 신형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스릉- 등 뒤로 섬뜩한 섬격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시선을 돌리자 상체가 그대로 잘려 나간 영혼체가 빛무리로 흩어지고 있었다.

“어?!”

사고가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던 그때, 쿵! 발 밑으로 충격이 전해졌다. 

어느샌가 코앞까지 도달한 우빈이 땅을 지지하며, 후웅-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빠르다!’

캉!!! 

무의식적으로 들어 올린 방패로 묵직한 충격이 전해진다. 이어진 발차기가 쾅!!! 방패를 두드린다.

찌-잉한 충격이 방패를 타고 전신을 휘감는다.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파괴 속성···?’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우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릉- 서걱-

깔끔한 호선이 최수호의 육신을 갈랐다.

***

후웅- 

우빈은 가볍게 마검을 휘둘렀다. 

검이 호선을 그리며 최수호의 가슴팍을 가른다. 갑옷이 베이며, 핏물이 왈칵 터져 나온다. 이어서 벨 장소는 허벅지. 

서걱- 

칼날이 허벅지를 베자 근육 섬유 다발이 벌겋게 드러난다.

“으악!”

최수호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검을 휘두르는 감각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다.

‘확실히 스킬이 없으니까, 어색하네.’

던전에 갇히기 전 상급 무투처럼 우빈은 검술 스킬 카드를 사용했었다.

물론, 스킬 카드를 장착한다고 무술의 달인이 되는 게 아닌것처럼, 스킬 카드가 없어졌다고 실력이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었다.

우빈이 검을 사용한 세월만 10년. 이런 초짜 용사에게 질 정도로 실력이 녹슬지는 않은 모양이다.

‘전력으로 싸워보고 싶은데.’

우빈은 아직 제대로 된 전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마검의 외형변환은 물론, 제대로 된 마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확인한 거라고는 그저 미친 듯이 오른 기량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실험해본 게 전부였다. 

“이 새끼가! 어딜 내려다 봐! 건방지게!!!”

최수호가 발악하듯 울부짖으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콰직- 대지를 지탱하는 허벅지로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

‘깡은 좋네.’

후웅- 

최수호의 검이 횡으로 목을 향한다.

제대로 된 검술 스킬 카드가 없는 건가? 아니면 검술에 재능이 없는 건가. 허술하기 그지없는 몸놀림이었다. 

우빈은 가볍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후웅- 최수호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크게 빈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 두드렸다.

띠링-

[초진동이 발동합니다.]

“허억-”

최수호가 숨이 안 쉬어지는 듯, 무릎을 꿇는다.

[스킬 카드: 초진동]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1

형태: 패시브

효과

-타격 시 강렬한 진동으로 대상을 파괴합니다.

L등급이라 그런가. 성능이 확실했다. 

아직 1레벨임에도 불구하고 방패 너머까지 효과가 터지다니.

다만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주먹 강타처럼 사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 아닌 무조건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이라는 것 정도인데.

“이 새끼가!!”

쑤걱-

계속해서 발버둥 치는 최수호의 어깨를 갈랐다.

“으악!!”

잘려 나간 어깨로 피 분수가 솟구친다.

이대로 목을 내려치면 PVP는 강제로 종료될 것이다. 

좀 시시하게 끝난 경향이 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증명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빈은 대검을 높이 쳐들고, 후웅- 그대로 최수호의 머리를 내려치려다 문득 호기심이 떠올랐다.

‘주먹 강타로 치면 어떻게 되려나.’

PVP는 플레이어의 육성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PVP 필드 안에선 팔이 잘려도 머리가 뜯겨나가도, 시스템이 종료되면 전부 회복된다. 

그렇다면 주먹 강타는 어떨까.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던 크로노스의 신전조차 부순 이 스킬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씨익-

우빈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간다.

마검이 최수호를 빗겨나가 캉!!! 바닥을 가르며, 처박히자. 우빈의 주먹이 쏘아졌다.

***

“으악!!!”

최수호가 비명을 지른다. 잘려 나간 어깨로부터 뜨거운 통증이 전신을 뒤덮었다. 

이런 큰 부상은 난생처음이었다. 선배들과 PVP를 할 때도 이렇게 심하게 다친 적은 없었다. 

강하다던 레벨 150의 레이드 몬스터조차 최수호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그런데 왜 저 새끼의 공격은 막을 수 없었던 걸까.

‘아파!’

고통에 사고가 멈춰가던 그때였다.

캉!!!!

다리 옆으로 경쾌한 쇳소리가 터져 나온다.

고통으로 가득하던 정신이 번쩍 든다.

‘씨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저딴 새끼한테 질 정도로 약했던가.

‘병신같이 뭐 하는 거야!’

너무 방심했다. 용사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특성조차 활용하지 않았다. 

‘이 새끼가!’

우빈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얼마나 병신같이 보였으면 주먹질을 해대는 걸까.

철컹-

최수호는 살아남은 왼손을 있는 힘껏 들어 올렸다. 

‘아직 안 끝났어!’

최수호의 특성은 특별했다.

띠링-

[인피티니 가드]

종류: 특성

등급: S

효과

-퍼팩트 가드에 성공 시 데미지를 축적합니다. 축적한 수치에 따라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현재 축적된 데미지: 91,032

(축적된 데미지는 초당 100씩 감소합니다.)

[추가 효과]

-방어력 100% 증가.

-퍼팩트 가드 시 방어력 150 증가.

-모든 스테이터스 5 상승.

........

.....

....

.

가드에 성공만할 수 있다면 끝없는 성장이 가능했다.

이 특성 하나로 세이버에 가입할 수 있었다. 10세대 용사들과 싸워도 전혀 꿀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PVP에선 제대로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패를 뚫고 계속해서 데미지를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방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내가 저딴 공격을 못막을 리가 없잖아!’

철컥- 

최수호는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저딴 주먹질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퉁-

방패 너머로 초라한 울림이 터져 나온다.

‘부족해.’

특성을 쌓기엔 너무나 부족한 데미지였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콰직-

“어?!”

최수호는 1초도 되지 않은 찰나의 순간에 볼 수 있었다.

콰드드득-

방패가 그대로 폭발하는가 싶더니, 펑!!!! 자신의 육체가 터져나가는 끔찍한 광경을.

띠링-

[PVP가 종료되었습니다.]

[승리자: 강우빈]

[강우빈 용사님에게 승리 상품이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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