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부신(3)
쀼우웅- 펑!!!
“와아!!!!!”
창밖으로 시끄러운 함성과 폭죽 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다. 축제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밖은 시끌벅적했다.
“시식 한번 하고 가세요!”
“주안 전통주 팔아요! 어이 형씨 이거 한번 먹어봐. 끝내준다니까?”
시장통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는 짜증 날 정도로 정겨웠다.
‘많이 발전했네.’
푹신한 이불.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 한 방.
우빈은 침대에 걸쳐 앉아 밖을 바라봤다.
우빈이 던전에 갇힌 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발전된 도시는 볼 수 없었다.
깔끔한 거리하며, 파는 음식 또한 준수해 보인다.
하긴 용사들로 인해, 골칫덩어리였던 몬스터 처리와 사회 구조개혁까지 일어났으니 사회가 성장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우빈은 시선을 돌려, 조금 전 대화를 떠올렸다.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척결 길드 소속인 이정훈. 화민서의 자필을 보여준 뒤론, 상사를 모시듯 우빈을 환대해줬다.
고작 한마디 말로 김백청을 구속하는 행동까지 보여줄 줄이야.
지금 묵고 있는 여관에 음식, 입을 옷까지 챙겨준 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유엔이라···’
우빈은 이정훈에게 궁금한 걸 전부 물어봤다.
가장 처음 물은 건, 세이버 간부들의 행태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레드 드래곤 레이드로 전원이 함께, 다니셨는데. 올해는 모르겠네요. 내부 분열이 있었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어디서 뭘 하시고 계시는지는 저도 모르죠. 저희 마스터가 지금 어디 계시는지도 모르는걸요. 하하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다음으로 물은 건 저 병신같은 폭죽을 왜 터트리고 있냐는 것이었다.
-UN에서 후원하고싶다고 부신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이 축제는 유엔의 지원으로 개막된 겁니다.
“유엔?”
자연스러운 의문에 그게 뭐냐고 묻자 이정훈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처음 들어보시나요? 하긴 작년에 만들어졌으니까. 엘리드의 평화를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연합입니다. 1위 길드 세이버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길드는 가입 돼 있을 거예요. 저희 척결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지만요.
한마디로 길드끼리 동맹을 맺은 거대 단체를 뜻했다.
‘없을 수도 있다는 거네.’
보랏빛 폭죽을 보고 너무 확신한 듯싶었다. 설마 보랏빛 폭죽이 유엔의 상징적인 퍼포먼스일 줄이야.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었는데,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정오라고 했지.’
우빈은 마지막으로 얻은 정보를 떠올렸다.
-유엔을 설립한 간부 중 한 분이 정오에 광장에서 연설한다고 합니다. 누가 오셨는지는 저도 들은 정보가 없어서.
유엔을 설립한 간부. 누구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 새끼들 중 하나가 왔어도 이상하지 않은 자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너무 쉬워도 재미없지.’
대략적인 생각을 마친 우빈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애초 이곳에 온 목적은 세이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우빈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낡은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씻어서 그런지, 한결 표정이 밝아진 민주희. 그 옆으로 백발의 여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아, 네.”
우빈을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아준 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디 가세요?”
민주희가 폴짝 뛰며 우빈의 발걸음에 맞춘다. 우빈은 냉담하게 민주희를 보며 말한다.
“왜 따라오시죠?”
“네?”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까지 한 거로 기억하는데.”
“아···”
우빈의 단호함에 당황한 듯, 볼을 긁적거린다.
“죄송해요.”
“뭐가요?”
“스스로 감당하지도 못한 일에 끼어든 거요··· 우빈 씨가 도와주셨잖아요.”
굳이 도와줬다기보단, 그 새끼가 마음에 안 들어서 한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래서요?”
“우빈씨랑 계속 같이 다니고 싶은데···.”
양손의 검지를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불안감이 느껴진다.
하긴 낯선 세계에서 처음 유대를 쌓은 사람과 떨어지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다. 우빈 역시 겪었던 상황이었기에, 주희의 심정을 알았다.
“안전한 장소에 왔으니까. 그때 받은 계약은 끝났고, 제가 주희 씨랑 같이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애초에 주희를 버리고 갈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주희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이번 역시 아이템을 걸고 계약을 들먹일까?
“18회차 특전이요. 그리고 제 특성을 언제든지 이용하게 해드릴게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저랑 같이 파티를 하는 것만으로 엄청 유익한거 아닌가요? 경험치라던가 획득 룬 증가라던가. 이 지도도 그렇고요.”
주희의 말에 우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주희는 게임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건.
‘계속 공부했나 보네.’
시간이 날 때마다 시스템을 계속해서 분석한 것이다.
고작 하루만에 이정도까지 똘똘해졌을 줄이야.
‘너무 똑똑해지면 곤란한데.’
우빈에게 필요한 건 효율과 능력뿐이다.
괜히 머리가 커져서 귀찮은 의견을 내는 건 필요 없는데.
‘뭣하면 작업실에 가두면 되니까.’
과연 민주희는 크로노스의 작업실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분? 10분? 한 가지 확실한 건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지금의 어눌함은 확실하게 사라질 것이다.
그런 우빈의 오싹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될까요?”
주희가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온다.
우빈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진짜죠? 휴··· 다행이다.”
우빈은 활짝 웃는 민주희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민주희][LV.73][HP:1,220/MP:122]
머리 위로 파란 시스템 메시지가 둥둥 떠 있다.
이것만 있다면 멀리 있어도 잃어버릴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데리고 다닐 필요는 없는데.
‘나쁘지 않으려나.’
원하는 정보를 얻기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우빈은 원래도 말주변이 좋지 않았는데, 혼자서 너무 오래 있던 터라 자신이 없었다.
그에 반에 민주희는 달라 보였다. 엘리드에서 적응하는 능력하며, 지금 역시 능숙하게 대화를 주도했다.
애초에 정보 수집은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둘이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터.
판단을 내린 우빈은 민주희에게 물었다.
“축제 구경하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네?”
우빈의 뜻밖의 제안에 민주희가 당황한 듯 놀란다. 이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좋아요!”
***
퍽- 퍽-
고기를 망치질하는 듯한 파육음이 터져 나온다.
“윽!”
그때마다 김백청은 이를 악다물며 애원했다.
“죄송해요. 한 번만 기회를 다시 주세요.”
퍽!
하지만 폭력은 멈출 줄 몰랐다.
“으악! 제, 제발!”
처절한 애원을 뒤로한 채,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은 사내가 있었다.
“뭐해, 따라.”
사내의 윽박에 겁먹은 여인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을 따른다.
“아, 씨발. 술맛 떨어지게. 표정 안 풀어?”
여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애써 미소를 짓는다.
“이쁜 년으로 보내달라니까. 눈이 삐었나. 진짜. 할 맛도 안 나네.”
사내는 술잔을 바닥에 집어 던지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만.”
사내의 말에 김백청을 구타하던 남성이 행동을 멈춘다.
“죄, 죄송합니다.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기회? 이미 척결 길드에 얼굴 팔려서 다 날아간 거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김백청이 바닥을 벌벌 기며, 손을 싹싹 비빈다.
사내는 자세를 낮춰, 김백청의 머리채를 집어 들었다.
김백청은 사내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내리깐다.
“짜식, 쫄기는.”
사내는 피식 웃으며 김백청의 머리채를 놓았다. 그리곤 뭔가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캉!
경쾌한 울림과 함께, 김백청의 앞으로 주황빛으로 찰랑거리는 포션 하나가 팽그르르 굴러떨어진다.
“마지막 기회야. 나가서 시원하게 날뛰어.”
“네? 이, 이건···.”
사내의 섬뜩한 눈동자가 김백청을 향한다.
“히익!”
소스라치게 놀란 김백청을 보며, 사내가 풋-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병신 새끼 의심은 많아서. 먹어도 안 죽으니까. 가서 날뛰라고, 제한 시간은 10분이다.”
그 말에 김백청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마지막 기회야. 잘 봐줄지 고려해볼 테니까. 제대로 해라.”
사내가 손을 휘휘 저으며 문 쪽으로 걸어 나간다.
“안 되겠다, 한 발 빼고 가야지. 너 일로 와.”
“네?! 네···”
사내는 울먹이는 여인을 끌곤 철컹- 밖으로 사라진다. 어느샌가 옆에 서 있던 남성도 없어져있었다.
피가 낭자하던 방으로 고요함이 감돌았다.
오직 하나의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꽈드득-
분노로 이가 갈리며 잇몸이 찢겨나가는 잡음만이.
“개새끼들, 조금만 기다려라.”
***
육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냄새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한번 드셔보세요!”
“오늘 도축한 신선한 고기입니다! 한번 맛보고 가세요.”
상인들이 음식을 집어 들고, 입 앞에 대령한다. 자연스럽게 침샘이 폭발했다.
꿀꺽-
민주희는 애써 음식을 외면하며 우빈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도착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단호한 발걸음에 밥은 언제 먹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민주희는 자신의 옆을 졸졸 쫓아오는 여인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안에 들어온 뒤로 계속해서 주희를 따라다녔다.
“다친 데는 괜찮으세요?”
“네.”
묘한 분위기가 나는 여성이었다. 머리뿐만 아니라, 눈이랑 눈썹까지 하얀 게 뭔가 영화 속에 나오는 엘프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린이라고 합니다.”
“우와. 이름이 엄청 이쁜데요?”
“그런가요?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민주희라고 합니다!”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여기는 왜 오게 됐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지명이나 정보가 너무 많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민주희는 기뻤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복잡했던 마음이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10분을 걸어가자 우빈이 도착을 알려왔다.
“콜!”
“하프.”
“하프? 이 새끼봐라, 어디 또 구라질이야. 콜이다! 까봐!”
화투를 시작으로 포커와 마작. 심지어는 야바위까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장소였다.
그도 그럴 게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중무장을 갖춘 용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왜··· 설마 도박하시려고요?”
민주희의 의문에 우빈은 바로 계획을 말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일이 끝나면 보상을 확실하게 드리겠습니다.”
우빈은 민주희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고, 민주희는 신입 사원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우빈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
익숙한 초록색 판 위.
딱!
경쾌한 타격음이 터져 나온다.
“아따, 오늘따라 잘 붙네.”
딱-
“아싸~ 고도리!”
익숙한 타격이 터져 나올 때마다, 우빈의 표정은 굳어간다.
“5고!”
상대 남성이 기분 좋게 고를 외친다.
우빈은 우렁찬 외침을 들으며 패를 응시했다.
[3월(광)] [7월]
‘패 한 번, 지랄 같네.’
이번엔 바닥에 깔린 패를 봤다.
[3월]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7월을 내는 병신은 없을 테니까.
판단을 내린 우빈은 3월을 향해 딱 3광을 내려쳤다.
짝! 지고 있지만, 타격음 하나는 기분 좋게 경쾌했다. 그렇게 깐 패는···.
[3월]
“어이구 또 쌌네.”
상대가 안타까운 듯 히죽 웃으며 패를 내려친다.
짝! 명쾌한 소리가 터져지자.
“스톱!”
사내가 마무리를 알려왔다. 사내는 바로 점수 책정에 나섰다.
“피박에 광박, 폭탄까지 했었지? 거기다 5고니까. 이게 다 얼마야.”
열심히 계산하더니, 값을 도출해낸다.
“3,014점. 30,140룬이네. 있어? 설마 없는 건 아니지?”
사내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띠링-
[인벤토리에서 30,140룬을 불러왔습니다.]
우빈의 손바닥 아래로 룬이 가득 들어있는 자루 하나가 턱하고 떨어진다.
“오?! 형씨 쿨한데. 한 판 더 콜?”
사내가 룬 자루를 집어 들며, 묻는다.
“좋습니다.”
우빈은 화투패를 섞으며, 물었다.
“오늘 열리는 유엔 가입 축사 있잖아요. 세이버에서 왔다고 하던데, 혹시 누가 왔는지 아시나요?”
“대충 듣긴 했는데. 세이버가 오는지는 어떻게 알았데?”
그 말에 우빈의 눈매가 좁혀진다.
“누가 왔나요?”
“그것까지는 나도 잘···.”
말을 하던 남성의 눈빛이 변한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패나 돌려.”
뭔가를 숨기는 느낌이 강했다. 게임을 계속한다고 정보를 알려줄까.
“하아···”
판단을 내린 우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가! 한판 더해야지.”
사내의 부름을 가볍게 씹으며, 우빈은 이를 악다물었다.
무려 1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정보를 모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알아낸 정보라면 오늘 연설하는 인물이 세이버 관계자라는 것 정도.
우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레이즈!”
“뭐? 레이즈? 어디서 또 뻥카를. 콜! 까봐! 아 씨발! 이게 스트레이트가 붙는다고?!”
정면 테이블에서 한 남성이 머리를 감싸 안으며 절망한다.
“어머. 또 이겼네요.”
그 테이블의 승자는 다름 아닌 민주희. 민주희가 칩을 쓸어모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뭐야, 왜 이렇게 잘해.’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는데, 도박 실력이 미친 수준이었다.
“저 여자 조심해라. 아까 전 재산 다 잃을 뻔했다.”
“맹해 보이는데, 존나 잘하네, 운이 개 쩌는 건가.”
“그런데 저 여자 아까 성 입구에서 김백청한테 시비 털렸던 그 여자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저기 있네. 김청백한테 개 처맞던 NPC.”
모두의 시선이 민주희에게 쏠린다. 민주희에게 털린 용사만 무려 20명을 넘기고 있었다.
“제가 세이버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런데, 혹시 세이버 길드원분들 중에 아시는 분 계신가요?”
“하아···. 세이버요? 흠··· 저번 주에 술집에서 한 분 뵙기는 했었는데. 왜요?”
“혹시 그분 성함이나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요?”
“······.”
주희의 질문에 경계하는 상대 남성.
“알려주시면 잃으신 돈에 절반을 드릴게요.”
“저, 절반이요?”
주희가 속삭이자, 알고 있는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희에게 돈을 잃었던 남성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꾸벅 인사한다.
주희가 밟은 표정으로 우빈에게 다가왔다.
“이것 보세요! 엄청 땄어요!”
활짝 웃으며 자루를 보여준다. 그 양은 무려 12 만룬.
조금 전처럼 정보를 얻는 대신 얻은 룬의 절반을 상대에게 돌려줬다는 건데,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여기요.”
민주희가 열심히 적은 쪽지를 보여준다.
별다른 기대감은 없었다. 여기 있는 놈들이 애초에 사실을 말할 이유도 없고, 말뿐인 정보는 신용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의 문구가 우빈의 시선에 꽂혔다.
-1시간 전, 부신 입구에서 세이버 원년 맴버, 정현태 목격.
시간과 장소가 저 정보의 신빙성을 더하고 있었다.
‘정현태···’
그렇게 우빈의 분노가 극에 치다르던 한편.
비틀거리며 우빈을 응시하는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섬뜩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입속에 있는 주황빛 포션을 꽈드득- 씹어 먹는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