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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습격(3) (23/107)

22. 습격(3)

우빈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경험치와 룬이 많이 들어온 건 그렇다 치는데.

띠링-

[인공 마정석][종언]

설명: 종언 아드로스의 힘이 깃든 인공 마석입니다. 인위적으로 제작된 만큼 불안정합니다.

[종언 아드레스의 심복 김백청을 처치하였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정보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조금 전 몬스터가 김백청?’

김백청이라하면 부신의 입구에서 만났던 망나니의 이름이다. 분명 감옥에 갇혔다고 들었는데, 왜 이런 모습으로 마을에 나타난 것일까.

‘인위적이라···’

우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위의 정보만 놓고 보면, 누군가 인위적으로 김백청을 이 상태로 만들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용사를 몬스터로 만들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애초에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무수한 의문이 떠오르다 이정훈의 말이 떠올랐다.

[UN에서 후원하고 싶다고 부신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이 축제는 유엔의 지원으로 개막된 겁니다.]

후원하고 싶다. 저걸 다르게 해석하면 부신은 아직 유엔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설마···

‘미친 새끼.’

우빈은 뭔가를 확신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잘만하면 쉽게 꾀어낼 수 있겠는데.’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저 멀리서 익숙한 사내가 다가왔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계획의 첫 단추를 장식할 인물, 이정훈이었다.

***

무너진 건물 아래.

“씨발, 갑자기 뭐야.”

한 사내가 머리를 부여잡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 사내의 이름은 유철영.

갑작스러운 지진에 건물이 무너져 잠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마를 만져보니, 약간의 피가 흐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체력 좀 올려놓을 걸 그랬나.’

유철영은 17회차 용사로서 엘리드에 1년째 생활 중이다. 하지만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몬스터 사냥하는 야만적인 일 보단, 돈을 만지는 사업이 그에게 더 잘 맞았기 때문이다.

“아, 맞다!”

유철영이 뭔가를 떠올린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램프가 꺼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불, 불!”

바닥을 더듬자, 꺼져버린 램프가 손에 치인다. 

혹시 몰라서 끼워둔 발화 스킬을 사용하자, 화르륵- 램프에 불이 타오른다.

박살 난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사무실을 만들고 사업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게 저번 달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씨발!”

유철영이 다급히 수술대로 향했다. 어렵게 섭외한, NPC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

“야! 야! 일어나! 야!”

아껴두었던 성배까지 입속에 처넣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미 숨이 끊어진 뒤라는 소리이다.

“하아···”

유철영이 한숨을 푹 내쉬며, 수술대 위를 바라본다. 아직 해체를 끝내지 못한 사내가 차갑게 식어있다.

“얼마나 비싸게 주고 사 온 건데···”

콩팥이나 간은 그렇다 치는데, 뇌와 심장은 가격이 상당했다. 이걸 그냥 버리기엔 손해가 너무 컸다.

‘내가 해볼까···’

잠깐의 고민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돈이 급하긴 한가 보네. 저딴 더러운 걸 만질 생각을 다 하고.’

유철영은 이를 바득 갈며, 옆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제발. 살아 있어라.’

이 사무실을 임대하는 비용만 무려 160만 골드. 

만약 남은 한 마리마저 죽어있다면 지랄 같은 사냥이라도 가야 할 상황이었다.

“씨발, 문은 또 왜 안 열려!”

쿵! 쿵!

어깨로 닫힌 문을 두드리자, 콰드득- 문이 부서진다. 

균형을 잃은 유철영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아야야야. 무릎이야. 어?!”

아파할 틈이 없었다. 피를 흘리고 기절한 꼬마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야, 먹어! 먹으라고!”

소년의 입속에 성배를 들이부었다. 

찢어진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며 숨이 편안해진다.

“휴우···”

유철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꼬맹이는 수술대에 누워있는 남자와 함께, 딸려온 서비스다. 서로 부자지간이라고 했던가?

원래라면 적당히 말끔하게 키워서 블랙 마켓에 경매로 올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졌다.

‘어쩔 수 없지.’

남자 꼬맹이는 가격이 얼마 안 하지만, 그딴 걸 따질 여유가 사라져버렸다.

유철영의 표정이 차가워진다.

흠칫!

기절해있던 꼬맹이가 번쩍 눈을 뜬다.

히익!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시, 싫어··· 싫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꼬맹이의 발이 유철영의 얼굴을 퍽! 가격한다.

“으악! 이 새끼가!”

짧은 고통에 유철영의 손이 본능적으로 꼬마의 얼굴을 후려친다.

아이의 몸이 축 처진다. 

“아하··· 진짜 개 빡치네.”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느껴지는 걸로 봐선, 죽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철영이 짜증 나는 상황에 이를 바득 갈던 그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천정으로부터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청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

띠링-

[압박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꽈드득-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변한다. 원래라면 폐가 찌그러지고 눈알부터 위액까지 전부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처음 이 고통을 당했을 때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절로 이가 갈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우빈은 애써 분노를 삭이며, 생각에 잠겼다.

계획은 완벽했다. 

이정훈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오늘 내로 이 고통을 그 새끼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약간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 

우선 지금의 전력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처음 확인할 건 이번 전투로 오른 레벨이었다.

띠링-

레벨: 138(13↑)

HP: 2,270/2,270

MP: 193/193

스태미나: 184/184

생명력: 50(+8)

정신력: 50(+5)

지구력: 50(+9)

근력: 50(+5)

기량: 177(+5)

체력: 50(+10)

지력: 50(+5)

감각: 50(+6)

행운: 50(+5)

미분배: 13

이번 사냥으로 얻은 경험치는 약 16억. 기대 이상의 레벨이 오른 상태였다.

띠링-

기량: 177 → 190(13↑)

이제 스테이터스 분배는 고민할 이유가 사라졌다. 

기량의 위대함은 사냥을 거듭할수록 몸소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200인데.’

과연 순수 스테이터스를 200까지 올린 용사가 있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스테이터스를 올인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우빈이 유일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호기심이 샘솟았다. 

‘아직 룬으로 올릴 수 있나.’

저 수치에서 스테이터스를 1 올리려면 룬이 몇이나 필요할까.

[기량: 190 → 191]

[50,000,000룬으로 스테이터스를 올리시겠습니까?]

“···5천만 룬···”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질 양의 룬이 필요했다.

‘상한선을 정해놓은 건가.’

애초에 올리지 말라고 정해놓은 수치로 느껴졌다. 

하긴 룬으로 스테이터스를 무한대 올릴 수 있다면, 벨런스가 파괴될 테니, 적당한 시스템이라 생각됐다.

스테이터스 분배는 이걸로 됐고, 다음은 아이템 쪽이었다.

띠링-

[인벤토리]

-[비탈의 영혼석]

-[자필:화민서]

-[이동 스크롤:척결]

-[룬석:뇌격]

-[마검 기간테스+8]

-[펜리르의 안장]

-[케르베로스의 송곳니][NEW]

-[심판의 창: 저지먼트][NEW]

-[스킬 카드: 뇌섬격][NEW]

“흠···”

우빈은 인벤토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18회차 용사 전용 보급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들은 확실하게 좋았다.

[케르베로스의 송곳니]

종류: 탈 것

등급: S

레벨: 1

효과

-케르베로스를 소환합니다.

펜리르와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은, 탈것.

[심판의 창: 저지먼트]

종류: 창

등급: S

내구력: 153/153

공격력: 9

근력:+4

기량:+4

효과

-급소 공격 시 데미지 500% 증가.

데미지를 500% 증가시켜주는 개사기 옵션.

[스킬 카드: 뇌섬격]

종류: 스킬 카드

등급: S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강력한 전류로 검을 강화한 뒤 적을 꿰뚫습니다.

가장 인기가 검 전용 스킬 카드까지.

그러나 지금 우빈의 전력을 올려주기엔, 아쉬웠다.

케르베로스는 전투용 탈것이어서 PVP에 유용하지만, 레벨이 1여서 당장 사용할 수 없었다.

심판의 창: 저지먼트는 애초에 익숙하지 않은 무기로써 이용 가치가 낮았다.

그나마 바로 쓸 만한 건 ‘스킬 카드: 뇌섬격’정도인데.

“일단 올려볼까.”

띠링-

[마검 기간테스+8을 장착하였습니다.]

[스킬 카드: 뇌섬격을 네 번째 슬롯에 장착하였습니다.]

우빈은 세팅을 마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자세를 낮추곤, 시동어를 읊조렸다.

띠링-

[뇌섬격을 사용하였습니다.]

콰지지직-

마검으로 강렬한 전류가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스릉- 몸이 앞으로 쏘아진다.

콰과과과과과-

지나간 길로부터 전류가 피어오른다. 대기가 파괴된 듯, 휘청거리는 게 위력이 상당해 보인다.

띠링-

[뇌섬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뇌섬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뇌섬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

허공에 몇 번 더 스킬을 사용하자, 스킬 카드의 레벨이 MAX가 되었다.

[스킬 카드: 뇌섬격]

종류: 스킬 카드

등급: S

레벨: 10

형태: 액티브

효과

-강력한 전류로 검을 강화한 뒤 적을 꿰뚫습니다.

추가 효과

-뇌섬격 데미지 10% 증가

-전류 데미지 10% 증가

-뇌섬격 데미지 20% 증가

-전류 데미지 20% 증가

-뇌섬격 연속 발동 개방

-뇌섬격 시전 속도 100% 증가

-전류 데미지 50% 증가

-뇌섬격 데미지 100% 증가

-연속 발동 시 데미지 50% 증가 (중첩 가능) 

이런저런 효과가 적혀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엄청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연속 발동 개방.

어떻게 바뀐 걸까. 

띠링-

[뇌섬격을 사용하였습니다.]

펑!

우빈의 신형이 쏘아진다. 

콰지지직- 지나간 대기가 찢어지듯, 비명을 지른다. 

원래라면 사용한 뒤, 몸이 경직되며 딜레이가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띠링-

[뇌섬격을 사용하였습니다.]

[뇌섬격을 사용하였습니다.]

........

.....

....

.

펑!펑!펑!

우빈의 신형이 작업실 내부를 이리저리 가른다.

띠링-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8번이 한계인가.’

뇌섬격은 MP가 아닌 스태미나를 잡아먹는 스킬.

8번을 사용하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스태미나가 바닥이 났다.

다음으로 확인할 건, 이번에 얻은 히든 업적 보상이었다.

히든 업적이라 하면 모든 상태 이상 면역 효과를 준 기대치가 있었다.

과연 이번엔 어떤 효과를 주었을까.

꿀꺽-

우빈은 상기된 표정으로 칭호를 확인했다.

띠링-

[동족을 지킨 수호자]

종류: 칭호

등급: S

설명: 악행을 넘어 종족까지 포기한 변절자를 처치한 영웅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합니다.

효과

-대상이 저지른 악한 행위가 표시됩니다.

-표시된 대상의 사고가 표기됩니다.

“악행?” 

모호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대상의 사고가 표기된다니, 생각이라도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

대략 확인을 끝낸 우빈은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확인할 요소는 딱 하나뿐이었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이 작업실 안으로 타인이 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건 딱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민주희로 실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쁘지 않으려나.’

생각해보니, 죽음을 겪어본 경험은 엘리드에서의 1년보다 더 값어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방에서의 고통은 물러터진 정신까지 제대로 새워줄 터.

우빈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올라가던 그때였다.

“우빈씨!”

저 멀리서 주민들의 피난 돕던 민주희가 다급히 다가왔다. 주희의 품 안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한 꼬맹이가 보였다. 

“뭐야 저건.”

하지만 중요한 건 주희와 꼬맹이가 아니었다. 주희의 옆, 한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타인. 그러나 그 사내의 머리 위로 이해할 수 없는 문구들이 나열돼 있었다.

[장기 밀매] [노예 거래] [살인 사주] [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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