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2)
원래라면 S등급의 스킬조차 수만 번을 써도 레벨 1을 올리기 힘들었다.
[크로노스의 축복]
종류: 버프
등급: L
형태: 액티브
효과
-시간의 흐름이 10,000배 가속됩니다.
-죽음에 도달하면 육체를 복구합니다. (*복구된 육체는 초기화됩니다.)
-스킬 숙련도가 10,000배 증가합니다.
-일정 간격으로 랜덤한 시련이 시작됩니다.
물론, 크로노스의 축복이 있었기에, 스킬 카드의 레벨을 순식간에 올릴 수 있었지만, 정작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만은 버프를 받지 못했다.
당연히 안 오를 줄 알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작업실에 사람을 넣은 뒤론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어떤 효과가 생겨났을까?
우빈은 바로 스킬 카드를 확인했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3
형태: 액티브
효과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이어진 문을 생성합니다.
추가 효과
-설정 기능 활성화.
-작업대 기능 활성화.(NEW)
“작업대?”
절로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띠링-
[작업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모양.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연결된 문을 생성합니다.]
우빈은 바로 문을 열어, 작업실로 들어갔다.
“으아!!!!!!”
들어가자마자 고통에 피떡이 된 이철영이 울부짖고 있었다.
‘시끄러워.’
여기선 조용하게 능력을 확인하긴 힘들어 보였다.
‘하나 더 만들까?’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시간적인 효율로 보나, 스킬 카드 작업으로 보나 필요한 효과가 가득했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시끄러운 환경은 사양이었다.
띠링-
우빈은 바로 방 개설을 선택했다.
[방 개설]
크기: 8X8
시련 난이도: 없음
시련 주기: -초
[생성/취소]
설정하면서 시련을 아예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띠링-
[500,000 룬을 소모합니다.]
방 개설은 룬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참고로 정현태가 들어가 있는 거대한 방은 무려 200만 룬을 잡아먹었다.
그에 반해, 지금 생성하는 방은 시련의 난이도가 낮아서 그런지, 적은 룬이 필요했다.
‘50만 룬이면 나쁘지 않네.’
성을 쳐들어온 아드로스의 심복을 처치해 240만 룬을, 정현태의 부하를 처치해 80만 룬을 얻었다. 거기다 이정훈에게 아이템은 줬지만, 룬까지는 주지 않은 지금.
[보유 룬: 1,506,715]
정현태의 방을 만드는데 200만 룬을 소모했지만, 충분할 정도로 룬은 넘쳐났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정현태의 부하를 처치하는덴 18회차 버프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버프를 가진 민주희와의 거리가 멀면 버프를 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우빈은 오른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 141(3↑)
생명력: 50
정신력: 50
지구력: 50
근력: 50
기량: 193(3↑)
체력: 50
지력: 50
감각: 50
행운: 50
만약, 18회차 버프가 있었다면 레벨 145는 넘겼을 것이다. 룬 또한 160만가량을 더 얻었을 것이고 그래도 불만은 없다.
지금도 충분히 미친 듯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니까.
띠링-
[방을 개설하였습니다.]
[이름을 설정해주세요.]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마이 룸]
종류: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
등급: ???
설정
-크기: 8X8
시련 난이도: 없음
시련 주기: -
우빈은 방을 개설하고 바로 문을 만들었다.
철컹-
문이 닫히자,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다.
처음 들어온 공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적같이 낡았으며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다. 그러나 시련이 없어서 그런지, 느낌은 많이 달랐다.
우빈은 바로 실험에 나섰다.
‘작업대···’
애초에 스킬 카드의 이름부터 비밀 작업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한다는 걸까.
‘해보면 알겠지.’
우빈은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마이 룸에 작업대를 설치하시겠습니까?]
[1,000,000 룬을 소모합니다.]
어김없이 룬을 필요로 했다. 원래라면 고민법도 했지만 우빈의 행동엔 망설임이 없었다.
띠링-
[작업대를 설치합니다.]
[보유 룬: 1,106,715] → [보유 룬: 106,715]
설치와 동시, 정면으로 빛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윽고, 방이 요동치면서 십자가 형태의 석판이 바닥으로부터 올라왔다.
[작업대]
종류: 제작대
등급: L
내구력: 100/100
설명: 크로노스가 사용하던 작업대입니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집니다.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실험이 가능해진다니, 뭘 말하는 거지.
띠링-
[인벤토리에서 레피드 스타+6를 불러왔습니다.]
우빈은 없어도 상관없는 아이템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이템이 아니라면 떠올릴 수 있는 요소는 단 두 개뿐.
‘사람 아님 몬스터인가.’
애초에 이 방의 시련부터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거기다 실험이라는 저 문구.
‘재미있겠는데.’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어떤 실험을 말하는 것일까.
실험대에 올릴 대상도 있겠다.
끼이익-
우빈은 바로 문을 열어, 이철영에게 다가갔다.
마음 같아선 정현태에게 사용하고 싶었지만, 혹시 잘못돼서 죽어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허억···허억···”
때마침 죽고 살아났는지, 말끔한 모습으로 숨을 허덕인다.
우빈을 발견하곤, 바닥을 네발로 기며 다가온다.
“드디어 오셨군요! 꺼내주세요! 잘 버티면 다음에 풀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우빈은 이 방에 자주 들락거렸다.
정현태가 갇힌 방은 문 자체가 커서 여관 안에선 문을 생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도 그렇고 들어왔지만,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긴, 시련이 진행될 동안은 아파서 미치기 일보 직전이니 모를 수밖에 없으려나.
“하는 거 봐서.”
“네?! 그, 그게 무슨···”
이철영의 표정이 급박하다.
아무래도 우빈이 전에 말했던 말을 계속해서 곱씹은 모양이었다.
“흑···흑··· 제발···”
우빈의 반응이 떨떠름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낀다.
우빈은 이철영의 목덜미를 붙잡곤, 작업실로 끌고 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으로 향하자 내보내 주는 줄 착각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문을 넘어가도 똑같은 장소가 나오자, 이철영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저건 또 뭐죠. 제발···. 그만하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작업대를 보더니, 몸을 덜덜 떤다.
우빈은 이철영의 흐느낌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대로 작업대 위로 올려놓았다.
“으악!”
이철영의 양팔과 다리가 구속되며 작업대에 착 달라붙는다.
띠링-
[작업대에 이철영 용사님을 고정합니다.]
[작업대]
-주입
-분해
-변환
눈앞으로 3개의 선택지가 떠올랐다.
“주입, 분해, 변환?”
뭘 말하는 걸까.
무슨 인체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섬뜩한 선택지가 아닐 수 없었다.
딱히 추가적인 설명도 없고. 효과를 확인하려면 직접 실험해보는 것뿐인데.
우빈은 눈매를 좁히다, 고개를 저었다.
호기심은 들었지만, 인체 실험을 할 정도로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디스트는 아니었다.
애초에 이철영은 복수할 대상자도 아니었고.
‘몬스터로 해보자.’
판단을 내린 우빈은 작업대에서 이철영을 꺼낸 뒤, 등을 발로 차 원래 방으로 밀어 넣었다.
“히익- 제발 제발!”
쾅!
그대로 문을 닫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정현태에게 들을 정보를 떠올렸다.
우선 부신에 있었던 몬스터의 침공에 대한 정보였다.
-차주성이 시켰어. NPC 새끼들이 너무 기세가 등등해졌다고 위기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어.
“아드로스는 뭐야.”
-5년 전 형이 던전에 갇혔던 시점이었을 거야. 5대 길드랑 손잡고 처음으로 처치한 월드 보스야. 차주성이 월드 보스 몬스터 시체로 여러 실험을 진행하자고 했어. 마을에 나타난 건 그 결과물이고.
“차주성은 뭘 하고 싶어 하는 거지?”
돌아온 답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엘리드 정복
엘리드의 완벽한 정복을 원한다고 한다. 단순히 5대 왕국을 넘어, 몬스터가 가득한 외곽 부근까지 통솔할 수 있는.
원래라면 한 새끼씩 잡아서 크로노스의 작업실에 처넣을 생각이었지만, 막상 정현태를 잡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어떻게 괴롭혀주지.’
그냥 잡아서 고통을 주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다.
단순한 고통의 반복으로 마음을 꺾는 것보단 실질적인 절망을 주고 싶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녀석이 꾸미고 있는 계획부터 박살 내야 했다.
처음 망가트릴 장소는 아드로스를 실험하고 있는 실험장.
우빈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허억-”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제발··· 살려주세요!!!”
익숙한 절규가 들려왔다.
‘뭐야?’
***
폭신한 시트. 따스한 햇볕에 얼굴을 때린다.
눈을 감고있지만, 눈이 부신다. 뒤척이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허리가 쑤실 정도로 오래 누워있었지만, 너무 졸렸다.
이렇게 오래 자본 게 언제인지.
시험 준비로 3일 밤을 새웠을 때도 이것보다는 덜 피곤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알람은 왜 안 울리지?’
그 물음이 끝나기도 전 깨달았다.
‘아 맞다 출근!’
어제 합격 통보를 받고 오늘은 첫 출근을 하는 날!
정신을 차린 민주희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
시야로 낡은 나무 가구와 창문 너머로 펼쳐진 중세풍 건물이 보인다.
“아, 맞다···.”
민주희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버렸다.
1년간 3시간씩 자면서 공부해 붙은 7급 공무원.
합격과 동시, 첫 출근을 하다 이 사달이 벌어졌다.
“꿈이 아니었구나···”
양 손바닥으로 눈을 비비며 절망에 빠진 그때였다.
“일어났어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반사적으로 돌린 시야로 백발의 여인이 들어왔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름이 린이라고 했던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외국인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외국인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한국말을 알고 있는 거지?
‘아 머리야.’
분명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술을 마신 다음 날처럼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언제 잠들었더라.’
노이즈가 낀 듯 기억이 흐리멍덩했다.
분명 마을에 괴물이 나타나고 사람들을 구조하다가, 아이와 한 보호자를 만났다.
보호자를 데리고 여관까지 온건 기억나는데···.
기억을 더듬어가던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우빈과 아이의 보호자가 들어왔다.
“아이는 어떻게 하실래요? 데려가실래요?”
“네? 아, 아닙니다.”
우빈의 질문에 아이의 보호자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죠. 가보세요.”
“정, 정말 가도 돼요?”
“싫으시다면 남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아이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던 사내가 헐레벌떡 자리를 피하며 밖으로 나간다.
“네? 잠깐만요! 얘는 어쩌고요!”
주희가 다급히 불러보았지만, 아이의 보호자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급한 일이 생겼나 보죠.”
우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 뒤, 시선을 돌렸다.
“어?! 용사님!”
아니나 다를까. 백발의 NPC가 우빈을 향해 다가오더니, 다급하게 읊조린다.
“그때, 그거 주세요! 꼭 필요해요!”
아직도 그 물건을 달라며 애원한다.
안 그래도 이 NPC에게 흥미가 있어서 방에 들른 참이었다.
-아드로스의 정기는 몬스터랑 용사를 감염시켜. 몬스터의 경우엔 엄청 세지고 경험치랑 룬을 더 많이 줘, 용사의 경우도 비슷하고. 그런데 원래 아이템은 안 나오는데 이번엔 이상했어.
정현태가 혼자 주절주절 흘리듯 말한 내용이다.
우빈 역시 저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원래 김백청을 죽이고 나온 건 내장과 살덩이뿐이었다. 하지만 이 NPC의 손에 거치자 빛을 머금더니 아이템으로 변했다.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게 뭘까.
“잠깐 저 좀 보시죠.”
따로 불러서 궁금증을 해소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철컹-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렸고.
“마스터가 오셨습니다.”
이정훈과 함께, 붉은 머리의 여인이 우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침묵이 감돈다.
수십 명의 용사가 여관 문밖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진짜, 되돌릴 수 있대?”
“나도 할 수 있나? 재작년에 검지 잘릴 것 때문에 제대로 검도 못 잡는데.”
다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다.
“선배,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대단하세요!”
채수연이 동경 어린 시선으로 이정훈을 치켜 새워준다. 하지만 이정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정말 전부 들어드릴 건가요?”
지운성의 육체를 복구하는 대신 우빈이 건 조건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가능하다면 들어줘야죠.”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것 같습니다.”
우빈의 요구는 3가지였다.
1. 1,000만 룬과 S급 날 것 지급.
2. 척결의 정보 제공.
3. 원할 때 권력 제공.
첫 번째 조건부터 욕이 절로 나오는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1,000만 룬이 무슨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당장 길드원 전원이 2달 동안 룬만 모아도 500만 룬을 넘기기 힘들다. 그런데 1,000만 룬도 모자라, S급 날것까지 달라니.
아이템이 무겁다는 이유로 덜컥 줘서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처음부터 이 요구를 노리고 한 행동이었다.
‘젠장···’
고민할 것도 없이 거절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두 번째 조건과 세 번째 조건은 어이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는 요구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마스터의 권한을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아무리 운성이의 육체를 원래대로 만들어준다 해도 과한 요구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정보 제공과 권력 제공은 횟수를 정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육체 복구 1회당 횟수 1번. 괜찮으신가요?
약간의 타협점을 제시하긴 했지만, 화민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조건을 수락하였다.
‘씨발···’
이정훈의 속은 쓰렸다. 전부 자신의 불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감이 최고조로 치솟던 그때였다.
철컹-
굳게 닫혀있던 문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고,
“운성아!”
“뭐야?! 진짜로 다 나았잖아.”
사지 멀쩡한 지운성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