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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뜻밖의 보상(2) (35/107)

34. 뜻밖의 보상(2)

“알,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꼭 해내겠습니다.”

이철영은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우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철영의 머릿속엔 온통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그 지옥에서 있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어떻게든 우빈이 말한 일을 꼭 이뤄내야만 했다.

“그것만 잘 처리하면 넌 이제 자유야.”

이번엔 전과 다르게 확실한 약속을 해왔다. 

솔직히 믿음은 안 갔지만, 상관없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됐으니까. 도망치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러면 가보겠-”

이철영이 빠르게 앞날을 그리며, 자리를 피하려는 그때였다.

“씨발, 너 이리 와봐.”

거대한 무언가가 우빈을 향해 다가오는가 싶더니, 우빈의 멱살을 움켜쥐곤 사납게 끌고 가기 시작한다.

“어?! 혀, 형님!”

어느샌가 우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도망쳐?’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감히 행동으로 옮길 수조차 없었다.

이철영은 자신도 모르게 우빈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건물 지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음침한 공간이었다.

이철영은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자 우빈을 끌고 간 사내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 고지태?!”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현 랭킹 5위로서 작년에 엄청난 괴물들을 전부 짓밟고 새롭게 떠오른 신예였으니까.

저 괴물이 왜 형님을 끌고 지하실로 온 걸까?

꿀꺽-

이철영은 숨을 죽인 채, 둘을 응시했다.

***

꽈드득-

우빈은 멱살을 움켜쥔 손을 떼어내기 위해 힘을 주었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칠듯한 압력이 목을 조이며,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윽고, 시야가 흐릿해지며,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이 느낌을 알았다. 

기절하기 직전의 신호.

‘거슬리게 하네.’

판단을 내린 우빈은 사내의 팔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주먹은 팔에 닿지 않았다.

때마침 고지태가 멱살을 놓으며 우빈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기 때문이었다. 

우빈의 신형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처박힌다.

“씨발 새끼야!”

고지태가 망설임 없이 우빈의 복부를 향해 발길질한다.

후웅-

고지태의 발이 허공을 찬다. 우빈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샌가 고지태와 3M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이 새끼 봐라···”

고지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우빈은 목을 쓸어 만지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뭐야 너.”

“뭐긴 뭐야. 너 때문에 시간 날린 놈이지.”

“······”

“적당히 밟고 봐주려고 했더니, 뚜껑 열리게 하네.”

고지태가 작정을 한 듯 허공에서 무언갈 꺼내기 시작한다.

거대한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난생처음 보는 세팅이었다.

양손으로 착용한 거대한 방패. 흡사 거대한 글러브를 착용한 모습이지 않은가.

“잘난 실력 좀 보자.”

캉! 캉!

고지태가 양손에 끼워진 거대한 방패를 부딪치더니 자세를 낮춘다. 흥분했던 호흡이 어느샌가 진정돼있다. 분노로 가득하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간다.

여태까지 만난 놈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진심으로 우빈을 경계하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처음엔 망나니처럼 굴더니 갑자기 왜 저럴까. 아마 발길질을 피하는 그때 느낀 모양이겠지.

‘귀찮게 하네.’

우빈 역시 고지태가 멱살을 붙잡았을 때, 전력은 얼추 파악했다.

단순한 근력 수치는 최소 140 이상. 길드에서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우빈의 몸놀림을 보자마자 바로 경계에 나섰다.

저런 부류의 상대가 제일 까다로웠다.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위기 감지 능력이 뛰어난 새끼들.

무력 하나만 놓고 보자면 우빈은 저 사내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이길 방법은 압도적인 기량 수치를 이용해 주먹 강타로 폭사시키는 것뿐인데. 

‘빡세네.’

만약, 저 사내를 죽이면 선악을 떠나, 척결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이제 막 정보를 얻을 통로를 뚫었는데, 직접 망칠 수는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우빈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이 새끼가 쪼개?”

“자신 있으면 받아 보던가.”

주먹 강타를 써도, 저 새끼가 즉사해도 선악 수치에 구애받지 않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띠링-

[고지태 용사님에게 PVP를 신청하였습니다.]

[설정된 보상: 5,000,000룬]

***

띠링-

[강우빈 용사님이 PVP를 신청하였습니다.]

[PVP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설정된 보상: 5,000,000룬]

고지태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오른다.

“하? 이 새끼 봐라.”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적당히 밟아주고 교육 좀 해주려고 했더니, 감히 PVP를 신청해?

“이게 뭔 의미인지는 알지?”

거기다 마스터에게 받은 500만 룬까지 처 걸고 자빠져있었다.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도발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알지.”

PVP에선 선악에 상관없이 어떠한 부상도 허용이 된다. 

즉, 눈알을 뽑아도, 장기를 적출해도 전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 그 전에 기권해서 PVP가 종료되긴 하지만은.

“진짜. 너는 안 되겠다.”

이건 단순한 도전을 넘어 고지태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머리가 핑 돌 정도로 화가 치솟았지만, 고지태는 인벤토리를 뒤졌다. 

어찌 되었든 PVP를 수락하려면 그만한 값어치의 아이템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

인벤토리를 전부 뒤졌지만, 500만 룬에 해당하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양 빠지게 아이템 여러 개를 쳐 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좃 같네.’

그러다 사용하고 있는 장비에 눈이 갔다. 절대 잃어서도 도박에 걸어서도 안 되는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질 수가 없는 싸움. 그저 아이템을 보관하는 것뿐이었으니까.

[보상을 설정하였습니다.]

고지태는 가지고 있는 최고 가치의 아이템을 설정했다.

그렇게 수락이 완료된 순간.

띠링-

[대전 상대는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우웅- 

우빈과 고지태의 주변으로 푸른 막이 생성되었다.

***

우웅- 

우빈과 고지태의 주변으로 푸른 막이 형성된다.

띠링-

[10분 뒤 PVP가 시작됩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확인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띠링-

[준비를 완료하였습니다.]

원래라면 10분의 대기 시간이 있지만, PVP는 바로 시작되었다.

“뭐야, 갑자기 PVP?”

그 모습을 밖에서 구경하던 이철영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고지태가 거대한 방패를 서로 쾅! 부딪히더니 자세를 낮춘다.

우빈은 별다른 행동 없이 우둑하니 서서 고지태를 응시한다.

싸움이 별다른 식견이 없는 이철영조차 저 싸움의 승패를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랭킹 5위한테. PVP를···’

당연하게도 우빈의 패배를 점철했다. 그냥 도망칠까도 생각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어.’

자신을 지옥으로 빠트린 새끼가 고통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느샌가 이철영의 몸은 떨리지 않았다. 섬뜩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 광경을 두 눈에 새겼다. 

개처럼 처맞을 우빈을 떠올리니, 두근-두근-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때마침.

띠링-

[PVP가 시작됩니다.]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꿀꺽-

이철영은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끌어올리며 순간을 새겼다. 그때였다.

콰지지직- 

우빈이 서 있던 곳으로부터 포탄이 쏘아지듯 전류가 터져 나왔고. 우빈의 신형이 고지태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다.

“어?!”

너무 빨라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찰나.

펑!!!!!!!

마치 풍선이 터지듯 고지태의 육신이 폭발했고,

띠링-

[PVP가 종료되었습니다.]

[승리자: 강우빈]

[강우빈 용사님에게 승리 상품이 지급됩니다.]

푸른 막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떠올랐다.

***

“허억-”

고지태가 가쁜 숨을 들이켜 마시며 정신을 차린다.

“뭐, 뭐야···”

꿈을 꾼 듯 모든 게 얼떨떨했다. 

분명 PVP가 시작되고 저 새끼가 앞으로 돌진해오는 것까지는 확실하게 봤다.

빠르기는 했지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움직임은 눈을 감고서도 막을 수 있는 뻔한 움직임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완벽하게 가드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

“우웩-”

고지태가 헛구역질하며, 허덕인다.

주변에 흩뿌려진 오물 냄새가 비위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손이 덜덜 떨리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영체는 잘 쓰겠습니다.”

우빈이 여유롭게 고지태의 옆을 걸어가며 말한다.

“여, 영체?!”

고지태는 다급히 인벤토리를 뒤졌다. 

“씨발···”

제일 아끼던 영체는 물론, PVP용으로 세팅해놓은 방패 2개까지 말끔하게 삭제돼 있었다.

“야! 어디가! 개새끼야!”

상황 파악이 안 됐지만, 막무가내로 우빈을 불러세웠다. 

고지태의 불음에 우빈이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우빈의 두 눈을 마주한 그 순간.

“무슨 일이시죠?”

꿀꺽-

고지태의 사고는 멈추었다. 

“한 번 더 하실 건가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없으면 가보겠습니다.”

그저 멍하니 멀어지는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우빈은 어느샌가 건물 위로 사라져 버렸다. 

고지태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지하실에 앉아, 이를 바득 갈았다.

“씨발!!!!”

***

“형님! 대단하십니다!”

이철영이 굽실거리며 우빈에게 아양을 떤다.

『어떻게 랭킹 5위를··· 완전 괴물이잖아. 역시 도망 안 치길 잘했어.』

떠오르는 메시지는 약간 거슬렸지만, 우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

띠링-

[인벤토리에 100,000룬을 불러옵니다.]

철벅-

“이, 이건”

우빈은 이철영에게 룬이 가득 든 보자기와 방패 문양이 새겨진 배지를 건넸다.

“꼭 성공하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90도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말하는 본새나 행동하는 게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10만 룬이나 주시다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성공시켜야 해.』

그래도 정신은 제대로 박힌 듯싶었다. 배신한다는 생각 따위는 감히 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으니까.

“오늘 내로 부신을 떠나.”

“네!”

우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철영이 자리를 떠난다.

‘길드를 만드는 게 좋겠는데.’

길드는 파티와 다르게 특별한 기능이 있었다. 

아지트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스크롤 제작을 시작으로 언제든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까지.

하지만 당장 설립할 수는 없었다. 길드 시스템은 5대 왕국에나 가야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생각을 마친 우빈은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미끼는 뿌려졌다. 이제 입질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될 뿐.

척결 아지트로 걸어가며 이번에 얻은 보상을 확인했다.

[드래고닉의 영혼석]

종류: 영혼석

등급: S

레벨: 99

효과

-드래고닉의 영체를 소환한다.

“미쳤네.”

등급은 무려 S급, 레벨은 99에 육박하는 최상급 영체였다.

‘거의 졸업급인데.’

지금은 모르겠지만, 5년 전엔 이것보다 좋은 영체를 본 적이 없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까.

‘랭킹 5위라···.’

강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더 큰 거물이었다.

하지만 PVP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역시 L등급 스킬. 나쁘지 않네.’

[스킬 카드: 뇌광섬]

종류: 스킬 카드

등급: L

레벨: 1

형태: 액티브

효과

-초월적인 전류로 전방의 적을 파멸시킵니다.

새롭게 바뀐 뇌광섬이라는 스킬 카드 덕분이었다.

그저 주먹을 쥐고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메시지가 떠오른다.

[뇌광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 스킬은 주먹 강타와 효율이 너무 좋았다.

‘아직도 거기 있나.’

우빈은 파티 시스템으로 떠 오른 민주희의 이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직도 연습장에 있는지 위치가 그대로이다. 더 이상 부신에서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금쯤이면 세이버 쪽에서도 정현태가 사라졌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테니.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이 있었다.

판단을 내린 우빈은 주희를 향해 다가갔다. 아직도 연습장에 있는지, 위치가 그대로이다.

“그 새끼 어디 있어!”

연습장 쪽에서 시끄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선배! 왜 그러세요!”

“꺄악!”

고지태가 민주희의 멱살을 잡곤, 윽박지른다. 수십 명의 길드원이 고지태를 저지해보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이럴 때 길드장님은 어디는 가신 거야.”

고지태의 행동이 점점 거칠어져 가던 그때였다. 고지태의 거대한 팔 위로 하나의 손이 올라왔다.

“그만하시죠.”

강우빈이었다.

“이 새끼가···”

우빈을 발견한 고지태의 표정이 사납게 구겨진다. 이마로 핏줄까지 솟구친 게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영혼석 내놔.”

고지태의 우빈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어진다. 그러나 손은 우빈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우빈은 고지태와 떨어져서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억울하시면 한 판 더 하시던가요. 이기시면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

우빈의 대답에 고지태는 어떠한 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주먹을 꽉 쥐곤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이내 판단을 내린 듯 몸을 홱-돌린다.

“너 다음에 보자.”

멀어져 가는 고지태를 보며 척결 길드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냥 가신다고?”

“갑자기 왜 저러시지?”

이성이 끊긴 고지태는 오직 길드장님 만이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고작 한마디로 저 지랄병을 한 번에 되돌리다니.

“뭐지?”

수십 명의 길드원이 우빈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우빈은 넘어진 민주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가시죠.”

***

“진짜 가시게요? 이제 밤인데. 자고 아침에 출발하는 게···”

“맞아요. 언니. 우리랑 같이 있어요.”

조기훈과 윤지아가 민주희를 붙잡는다. 

잠깐이지만 다시 만난 시간 동안 정이 든 모양이다. 그건 민주희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서로 얼굴을 안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생사를 함께한 사이였으니까. 

“괜찮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하지만 민주희는 단호했다. 그대로 우빈을 향해 다가갔다.

우빈은 딱히 인사할 사람이 없었다. 길드장이라는 작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정훈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채수연과 지운성이 우빈을 배웅해주러 나왔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이 은혜 꼭 갚을게요!”

“감사합니다!”

채수연과 지운성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우빈은 그런 둘에게 말했다.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백발의 NPC와 이철영이 버린 아이를 내밀었다. 굳이 챙길 이유는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에.

“척결 쪽에서 보살펴줬으면 해서요.”

“네? 이분들을요?”

채수연이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별다른 토는 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운성이를 살려주신 분의 부탁인데, 목숨을 걸고서라도 잘 보살피겠습니다.”

자신감 넘치게 주먹을 꽉 쥐면서 말하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우빈은 인사를 하곤,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띠링-

[화색조의 깃털]

종류: 날 것

등급: S

레벨: 91

효과

-화색조를 소환합니다.

지운성을 치료해준다는 빌미로 화민서에게 뜯어낸 날것이었다. 

띠링-

[화색조를 소환합니다.]

끼에엑-

사용과 동시, 4M 육박하는 거대한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피닉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해야 할까.

“우와···”

“······”

민주희는 그 위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지운성과 채수연은 뭔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우빈과 민주희는 그대로 화색조 위에 올라탔고, 후웅- 화색조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펑-

포탄이 쏘아진 듯 미친 듯한 속도로 화색조가 날아간다.

“꺄악!”

민주희는 있는 힘껏 우빈의 옷을 움켜쥐었다.

‘펜리르보다 3배는 빠른 거 같은데.’

펜리르도 충분히 빠른 탈것이지만, 화색조는 펜리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 덕분에 원하는 장소엔 30분도 지나지 않아도 도착할 수 있었다.

찌르르르-

어느샌가 저버린 태양. 짙은 어둠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그나마 달빛이 주변을 밝히는데, 보이는 건 나무뿐이다.

“뭘 하시려고요?”

머리가 산발이 된 민주희가 불안한 듯, 묻는다. 이 장소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레벨을 올릴 겁니다.”

정현태와의 전투에서도 그렇고 고지태의 멱살잡이에서도 느꼈다.

주먹 강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이 한탄스러웠다.

성장할 필요성이 있었다. 

주먹 강타만 이용한다면 레벨을 올리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띠링-

[마스터 지도를 활성화합니다.]

‘쓸만한데.’

지도를 펼치자 부신 주변으로 수십 개의 정보가 떠올랐다. 

-띠링-

[슬라임 동굴][던전]

[이슬란][던전]

........

.....

....

.

수십 개의 던전을 시작으로,

띠링-

[나인테일][월드 보스]

[백귀][월드 보스]

........

.....

....

.

엘리드 전역에 흩뿌려진 월드 보스까지.

그중 부신의 근처에 눈에 띄는 던전이 있었다.

[제라딘의 유적][히든 던전]

히든 던전.

엘리드 10년 차 우빈조차 히든 던전은 딱 1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찾기 힘들고, 찾았다 하면 인생을 뒤바꿔줄 아이템이 가득한 보물창고였다.

만약, 마스터 지도가 없었다면 수십 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무슨 절벽 위에 던전이 있냐.’

절벽 중턱에 뜬금없이 패어있는 공간이 있었다.

끼에엑-

우빈은 화색조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발걸음을 옮겼다.

덩굴로 가득해서 보이지 않았지만, 덩굴을 파헤치자 거대한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준비하세요.”

우빈의 말에 민주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끼이익- 

가볍게 문을 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제라딘의 유적에 입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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