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무너지는 균형(1)
띠링-
[오유주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오유주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파스스스-
아무것도 없는 방 중앙으로 하나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주가 오래된 잠에서 깨어나듯, 평온한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킨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피부가 녹아내린 전생의 육체를 보더니, 흠칫 놀란다.
“으- 이게 뭐야···. 여기는 어디지?”
공포가 떠오른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 장소로 시선이 꽂힌다.
“우빈 오빠?!”
표정이 공포에서 기쁨으로 전환된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우빈에게 다가간다.
“우빈 오빠 맞죠? 역시 살아 계실 줄 알았다니까!”
우빈의 손을 덥석 붙잡으며 안도하는데,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왜 이래?’
만약,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면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없다.
자아가 붕괴할 정도의 트라우마이다.
크로노스의 시련에서 우빈이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을 때마다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초기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주는 아니었다.
회복할 틈도 없이 정신이 붕괴되어버렸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까?
원래라면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냐고 물어봤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띠링-
[대상의 기억을 엿봅니다.]
우빈의 시야로 흐릿한 영상이 재생된다.
칭호: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의 효과를 여러 번 사용해보고 느낀 건, 최근의 기억일수록 또렷하고, 현실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네?! 우빈, 오빠가 던전에서 돌아섰다고요?!!
-이거 우빈 오빠 아이템인데. 이게 왜 경매장에···.
가장 또렷한 장면은 정현태가 유주를 속여 끔찍한 일을 실현하기 직전의 기억이었다.
‘기억을 가지고는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건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예요? 저 몬스터는 또 뭐고···.”
오유주가 우빈에게 여러 질문을 해왔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굳이 답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유주만은 달랐다.
모두가 버릴 때 유일하게 우빈을 위해주던 인물이다. 애초에 지구에 남겨진 동생의 절친이기도 했고.
‘특성도 나쁘지 않았지.’
우빈이 기억하기론, 유주의 특성은 이러했다.
[피의 재생]
종류: 특성
등급: A
효과
-HP가 감소할 때마다 재생력이 향상합니다.
우빈의 특성이나 민주희의 특성과 비견한다면 초라할지도 모르지만, 오유주의 능력은 사기적인 면모가 있었다.
(누적 HP: 11,000,000)
(재생력: 1,100%)
특별한 제약 없는 영구적인 재생력 상승효과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유주의 몸에 상처가 1초 이상 지속되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팔이 잘려도, 복부가 뜯겨나가도, 비정상적인 재생력은 세포 단위로 복구되는 기적을 보여줬다.
다만,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화상, 또는 회복 불가 효과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수천, 수만의 재생력이 무용지물로 바뀌어버린다는 것이었다.
당장 현태에게 당하던 그 시점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름 강자로 평가받던 유주가 아무것도 못 하고 현태와 고블린에게 당해버리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손에 꼽히는 효과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지금 우빈이 가진 몇 가지 요소로 보완만 해준다면,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도 좋은 역할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판단을 내린 우빈은 그런 유주를 보며, 입을 뗐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
우빈을 던전에 버린 것을 시작으로 유주 본인을 이용해 끔찍한 실험을 진행한 이야기까지. 약간의 필터를 거쳐 모든 정황을 이야기해줬다.
“네? 제가 몬스터처럼 변했었다고요? 그게··· 무슨···”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다. 하긴 조금 전까지 자신이 저런 괴물의 모습이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믿겠는가.
우빈은 굳이 귀찮은 설득을 위해 입을 놀리지 않았다.
“따라와.”
보여줄 증거라면 밖에 차고 넘쳤으니까.
철컹-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고, 실험실을 본 유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
【제발··· 제발 그만!!!!!!!!!!!!!!!!!!!!!!!】
이세현의 절규가 고막을 찢듯이 터져 나온다.
이세현의 모습은 처참했다.
투명한 피부는 온데간데없었다.
녹아내린 머리카락, 눈두덩이의 피부가 흘러내려, 눈알을 덮지 못한다. 눈조차 깜빡일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C-51번 약물 투여합니다.”
하지만 이상혁의 행동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그만하라고! 개새끼야!!!! 죽고 싶어?! 배신자 새끼!!!!!!!!!!!】
이세현의 절규 속, 주황빛 액체가 이세현의 몸속으로 투여된다.
【으아!!!!!!!!!!!!!!!!!!!!】
퍼억-
비명 속, 이세현의 복부가 폭발한다.
“C-45 번부터 C-51 번 복수 투여. C-45를 투여하자, 피부, 모발, 안구 등 다수의 신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
이상혁은 이세현의 상태를 상세히 적으며, 정리를 이어나갔다.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이세현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허억-”
이세현이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다시금 정신을 차린다.
“제발··· 상혁아. 내가 다 잘못했어. 그만하자.”
처절하게 부탁하며, 애원한다. 그러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서걱-서걱- 끔찍한 정보를 서류에 적어가고 있을 뿐.
“그만··· 제발. 내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실험실 네가 가질래? 주성이 오빠한테 말해서 메인 공대에 넣어줄까?”
우빈은 망가져 가는 이세현을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어요. 제발···”
그런 우빈의 옆으로 5명의 용사가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이들은 이세현의 개로서 실험실을 관리하던 놈들이다.
이놈들이 하던 일은 다양했다.
노예를 사들이는 공급책을 시작으로 실험 도중 죽은 시체를 처리하는 놈까지.
어찌나 체계적인지, 대기업의 시스템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원래라면 이런 쓰레기 새끼들은 굳이 작업실에 데려올 이유도 없이 죽이는 게 편했다.
안 그래도 작업실은 좁았으며, 귀찮게 고문할 이유조차 없는 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세현을 통해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있다.
우빈의 시선이 하나의 메시지로 향한다.
띠링-
[현재 보유한 포인트: 53,723,254]
300만 정도밖에 없었던 포인트가 5천만으로 증가해있었다.
이세현이 처음 약물을 투입받고 죽었을 당시 약 3,000만 포인트가 들어왔고, 이상혁과 여기 있는 5명을 차례대로 1번씩 죽이자, 약, 2,000만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작업실에서 용사가 죽을 때면 엄청난 포인트가 적립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우빈은 이세현이 죽을 때마다 계속해서 포인트를 확인했다.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이세현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C-52 번부터 C-64 번 복수 투여. C-52 번 투입 시 미약한 경련과 함께·········. 사망.”
생각하는 와중 이세현이 다시금 목숨을 잃는다.
“우, 우빈아! 잠깐 대화 좀 하자.”
되살아난 이세현이 다급히 우빈을 부른다.
띠링-
[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첫 죽음 이후부턴 많은 포인트를 얻지 못했다.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이세현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C-65 번부터 C-87 번 복수 투여. C-65 번 투입 시 혈관이 팽창하고·········. 사망.”
띠링-
[2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들어오는 포인트는 매번 달라졌다.
이세현을 통해 패턴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죽기 전 고통이 심할수록 많이 들어오는 건가.’
약물에 의해 이세현의 고통이 더 커질수록, 많은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고통의 강도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는 구조라니. 문득 호기심이 샘솟았다.
크로노스의 작업실, 도대체 누가 뭘 위해서 제작한 공간일까.
그래도 확실한 건, 어떤 구조로 포인트가 쌓이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빈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띠링-
[방을 개설하였습니다.]
[룸4: 포인트 작업실]
종류: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
등급: ???
설정
-크기: 16X16
시련 난이도: 최상
시련 주기: 1초
새로운 방을 만든 뒤,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이세현의 부하 5명을 처넣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철컹-
문이 닫히자, 순간의 정적이 일었다.
띠링-
[3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2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기분 좋은 알림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포인트는 쓸모가 많았다.
띠링-
[드래곤의 영혼석]
종류: 영혼석
등급: L
레벨: 1
효과
-드래곤의 영체를 소환한다.
당장 영체만 하더라도 그렇다.
[드래곤]
분류: 용족
등급: S
레벨: 1
HP: 1,000/1,000
MP: 100/100
스태미나: 100/100
생명력: 20
정신력: 20
지구력: 20
근력: 20
기량: 20
체력: 20
지력: 20
감각: 20
행운: 20
특성: [용의 진노]
스킬: [타오르는 진노] [용의 비닐] [메가 파이어 브레스] [진룡의 포효] [-] [-] [-]
미친 듯이 좋던 드래고닉의 레벨은 1로 내려가 사용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10년은 걸리겠지.’
만약, 평범한 용사였다면 최소 10년. 미친 듯이 영체만 키워도 레벨 80을 넘기기 힘들다.
하지만 작업대와 포인트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래곤에게 포인트를 주입하시겠습니까?]
[드래곤에게 25,000,000포인트를 주입합니다.]
띠링-
[드래곤의 영혼석]
종류: 영혼석
등급: L
레벨: 100(99↑)
효과
-드래곤의 영체를 소환한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영체의 레벨은 MAX에 도달했다.
‘궁금하네.’
업그레이드 전인 드래고닉조차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그런 드래고닉의 상위 버전이다. 과연 어떤 성능을 보여줄까.
우빈은 기대감을 느끼며, 영혼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주머니 속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주황빛을 가득 머금은 파편이었다.
이 파편은 자아를 잃었을 당시, 아드로스에 감염된 유주의 육신에서 나온 물건이다.
생긴 건 나인테일을 처치하고 얻은 7번째 파편과 똑같았다,
묘한 빛을 머금고 있는 게 아이템 특유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없어.’
상태창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철용이 떨어트렸던 아이템과 똑 닮지 않았는가. 이걸 보자, 딱 하나의 인물이 떠올랐다.
백발의 NPC.
‘역시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네.’
백발의 NPC가 손을 대자, 이철용이 떨어트린 아이템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이 아이템 역시 비슷한 구조로 시스템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보면 알겠지.’
판단을 내린 우빈은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이동 스크롤:척결]
효과
-사용 시 척결의 아지트(하몬 왕국)로 이동합니다.
설명을 보아하니, 척결의 아지트는 5대 왕국 중 하나인 하몬인 것으로 나왔다.
부신은 하몬 소속의 영지. 스크롤을 이용한다면 1시간도 안걸려서 부신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을 내린, 우빈은 스크롤을 사용하기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시킬 수는 없어 보였다.
스크롤을 보던 우빈의 표정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뭐야 이건.’
[이동 스크롤:척결][사용 불가]
종류: 스크롤
등급: A
효과
-사용 시 척결의 아지트(하몬 왕국)로 이동합니다.
(*척결 길드가 해체되어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해체···”
길드가 해체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길드원의 과반수가 길드 해체에 동의하는 경우, 또는
“길드원의 90% 이상이 사망했을 경우.”
우빈이 본 척결은 투표로 해체될 정도로 부실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90% 이상이 사망했다는 건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길드를 탈퇴하였습니다.]
[이상혁 용사님이 길드를 탈퇴하였습니다.]
[장민용 용사님이 길드를 탈퇴하였습니다.]
........
.....
....
.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에, 차주성의 표정이 싸늘해진다.
의자의 받침대를 쉰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콰드득- 움켜쥔, 받침대가 으깨지며, 부서져 내린다.
“데려와.”
차주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곽정수의 손에 한 사내가 끌려온다.
이정훈이었다. 이정훈의 모습은 처참했다.
안구는 물론, 치아와 손톱까지 전부 제거되어있었다.
관절은 기괴하게 꺾여 이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 자결을 방지하기 위해, 목에 구멍까지 뚫려있었다.
하지만 세이버는 이정훈에게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지옥에나 떨어져.”
그저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차주성은 그런 이정훈을 향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
“부신에 출몰했던 몬스터를 죽이고, 정현태까지 처치한 인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누군가요.”
역시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더 이상 질문을 던질 필요도 없었다.
“진행해.”
대답할 의사가 없다면 원하는 답을 찾으면 그만.
“네.”
차주성의 명령에 곽정수가 한 명의 여성을 불렀다.
여성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
“희빈 양.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네.”
이 여성은 세이버 소속 길드원으로서 차주성을 광적으로 따르는 인물, 서희빈이었다.
서희빈의 특성은 특출났다.
띠링-
[심안의 주인]
종류: 특성
등급: S
효과
-대상과 접촉 시,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주의! 대상이 심안의 주인을 거부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그저 접촉하는 것만으로 대상의 내면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대상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능력 하나로, 서희빈은 세이버의 핵심 인력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누군가에게 동료를 잃었을 경우. 그녀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현태를 죽인 인물을 찾아주세요.”
“네.”
차주성의 명령에 서희빈은 이정훈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띠링-
[심안의 주인이 활성화됩니다.]
화아악-
눈앞으로 사내의 수많은 정보가 밀려 들어왔다.
처음 느껴진 건 이 사내의 감정.
공포, 두려움. 분노. 그중 가장 강렬한 감정은 절망이었다.
‘찾아야 돼.’
띠링-
[심안의 주인이 대상을 지배합니다.]
서희빈은 원하는 정보를 찾아, 특성을 강화했다.
수많은 정보 속, 특별한 장면이 떠올랐다.
퓨우웅- 펑!!!
축제가 열린 당일, 평화로운 부신의 입구로 시끄러운 잡음이 터져 나왔다.
콰과과과과과- 펑!!!!
무언가가 쏘아진 듯한 충격과 격동 하는 대지.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그 중심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띠링-
[대상이 심안의 주인을 거부합니다.]
사내의 얼굴이 흐릿해진다.
쿨럭-
이정훈의 입으로 핏물이 터져 나온다. 이미 없어진 눈구멍으로 피눈물이 흐른다.
“더, 이상하면 위험합니다.”
“계속하세요.”
“아··· 네.”
띠링-
[심안의 주인이 활성화됩니다.]
강압적인 명령에 서희빈은 계속해서 사내의 내면을 헤집었다.
그다음 장면엔 부신을 침략한 몬스터가 담겨있었다.
랭커인 이정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괴물이 펑!!! 주먹질 한 방에 터져나간다.
‘누구지?’
띠링-
[대상이 심안의 주인을 거부합니다.]
“!#%%!^#!”
격렬한 저항에 얼굴도, 대화도 전부 흐릿했다.
띠링-
[심안의 주인이 대상을 지배합니다.]
그러나,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수많은 정보의 나열 속, 사내의 이름이, 얼굴이 조금씩 또렷해진다.
그 사내의 이름은···
[강··· ㅇ···]
띠링-
[대상이 심안의 주인을 거부합니다.]
콰직-
이정훈의 머리가 그대로 폭발한다.
띠링-
[용사 이정훈을 살해하였습니다.]
[선악 수치가 255 감소하였습니다.]
[선악: 11(255↓)]
띠링-
(주의! 선악 수치가 0에 도달하면 수배에 오릅니다.)
“어?!”
연속적인 메시지의 나열에 서희빈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원래라면 이정도까지 그녀의 특성을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심안의 주인을 거부하면 고문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격통이 찾아왔으니까.
웬만한 랭커조차, 통증에 굴복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터져나갈 정도로 거부하다니.
서희빈이 손에 묻은 뇌수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던 그때, 차주성이 입을 뗐다.
“누군지 알아내셨나요?”
“아뇨··· 너무 거부가 심해서··· 하지만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원래라면 노이즈가 너무 심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희빈은 흐릿한 사내가 특정할 수 있었다.
‘확실해.’
주먹질에 대상을 폭발시키는 행위하며, 거지 같은 복장 하며.
특히 그 사내의 손에 끼워진 붉은 반지. 그게 그 대상을 증명하고 있었다.
신입을 빼앗은 것은 물론, 최수호를 짓밟고 화민서의 소중한 반지를 빼앗은 개새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그 새끼의 이름은 바로.
“강우빈. 강우빈이라고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