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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주인 없는 성(1) (50/107)

49. 주인 없는 성(1)

전등이 서서히 꺼지듯, 빛이 사그라든다. 

어느샌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구름이 걷히며, 강렬한 빛이 한 사내를 밝혔다. 

“뭐야, 갑자기···” 

“와···.” 

수십 명의 시선이 빛의 중심에 서 있는 사내로 향한다. 

쿵! 

사내의 등 뒤로 거대한 용이 내려앉는다. 용뿐만이 아니었다. 용에 버금가는 검은 불사조가 애완견처럼 고개를 내리깔며 주저앉는다. 

“뭐야, 저 사람···.” 

“용은 영체고 저 새는 날 것이야?” 

사내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히든 퀘스트의 보스를 때려잡은 것도 놀라운데,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은 랭커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좋아 보이지 않는가. 

“와··· 어떻게 구한 거지?” 

“무슨 날 것이 필드 보스처럼 생겼냐···” 

호기심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시선 속. 

“아드로스···” 

우빈의 시선은 오유주를 향했다. 

“우와···” 

오유주가 양 손바닥을 펼쳐 번갈아 보며, 놀라워한다. 

‘특성이 2개.’ 

우빈은 ‘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의 능력으로 유주의 기억을 엿본 상태였다. 

명치에 생겨난 핵을 시작으로 추가로 생성된 특성까지. 

분명 크로노스의 축복으로 실험 전의 효과는 전부 상실했어야 할 텐데, 왜 영향이 남아있는 것일까. 

‘특성이어서 그런 거겠지.’ 

우빈 역시 특성인 ‘무한의 경지’만큼은 크로노스의 버프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가. 

그 결과 죽음을 거듭해도 주먹 강타만큼은 초기화되지 않았고. 

유주 역시 비슷한 맥락 때문에 새로운 능력을 얻은 것으로 보였다. 

‘무슨 효과지?’ 

화민서를 시작해서 김백청까지, 아드로스의 정기에 감염된 용사는 하나같이 사기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비슷한 능력을 갖췄을까? 

유주의 새로운 능력에 흥미를 느끼던 그때였다. 

“마스터! 정신 차려봐요! 마스터!!!” 

고지태가 쓰러진 화민서의 어깨를 부여잡곤 흔든다. 

더 이상 피부는 검지 않았다. 피부는 백옥처럼 하얬으며 전신으로 뒤덮여있던 비늘조차 말끔히 사라졌었다. 

“일어나 보라고!!!” 

“으···” 

고지태의 고함에 화민서의 눈이 부스스 떠지기 시작했다. 화민서뿐만이 아니었다. 

“으악··· 누, 누가 좀 도와줘요!!!” 

“사람 살려···” 

“엄마!!!” 

“아파, 아파!!!!!” 

몬스터로 변했던 수백 수천 명의 주민, 역시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 

띠링- 

[주인 없는 성에 입장하였습니다.] 

[왕좌에 올라 성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박살 난 성에 입장하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 

“테루아! 어디 있니! 아가!!!” 

“흑···흑···” 

정신을 차린 주민들이 잃은 가족을 보며 흐느낀다. 

평화롭던 부신에서 미소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절망과 슬픔만이 가득 울려 퍼질 뿐.

그나마 다행인 건. 

“기억이 안 납니다···” 

감염됐을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온전한 기억이 있었다면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차갑게 식은 가족이 이렇게 된 이유가 전부 자신일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화민서가 반쯤 날아간 길드 사옥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정훈씨랑 같이 지하실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정현태를 처치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거든요.” 

말을 하는 화민서의 표정이 쓰리다. 

“그때였습니다. 부신의 성주 베드로 티 루퍼트의 사망 소식이 떠오른 거죠.” 

마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성으로 들어갔는데,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서 정신을 잃었다?” 

쓸모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말하는 거 맞지? 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놓고.” 

그 사실에 하선율이 화민서에게 다그쳤다.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감이 안 와? 부신에 살던 주민 70% 이상이 사망했어. 용사도 수백 명이 실종됐고.” 

“······.” 

“그 과정에서 너희 길드는 해체까지 당할 정도로 전부 사망했는데, 아무것도 모른다?” 

흥분한 하선율이 공격적으로 화민서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고지태가 하선율의 앞을 막아 세웠다. 

“적당히 하지. 지금 와서 그걸 따지면 뭐 해. 마스터도 피해자라고.” 

“적당히?” 

하선율의 표정이 무섭게 가라앉으며 옆에 서 있는 동료 길드원에게 향한다. 

“랭킹 125위인 김씨 아저씨가 화살을 맞고 감염이 됐었어.” 

“······” 

“만약, 보스를 처치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선율의 나지막한 음성이 고지태의 귓가에 박힌다. 

“최악의 경우 나를 포함 여기 있는 모두 감염됐을 수도 있었다고.” 

하선율이 판단을 내린 듯 몸을 일으켜 세운다. 

“기억이 나든 안 나든, 상관없어. 이제부터 너는 1급 범죄자로 지정하겠다.” 

그 말에 하선율의 부하 길드원이 구속 장치를 들곤, 화민서에게 다가간다. 

“안 꺼져! 이 새끼들이 쳐 돌았나.” 

“저는 괜찮습니다.” 

화민서가 거칠게 나오는 고지태를 저지하며, 양손을 건넨다. 죄인처럼 화민서의 양손이 구속구에 속박된다. 

하선율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고지태를 보며, 읊조린다. 

“너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난 마스터가 뿌려놓은 똥이나 치우고 있어.” 

그렇게 말하곤, 구석에서 상황을 구경하던 사내에게 다가갔다. 

“강우빈이라고 했던가? 나랑 따로 이야기 좀 하자.”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문밖으로 걸어 나갈 뿐. 

“야! 내 말 안 들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에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감히 말을 씹어? 

하선율은 순간 울화가 복받쳐 올라왔지만, 애써 분노를 누르며 뒤쫓아갔다.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잠깐 대화 좀 하자고.” 

“저는 할 말 없습니다.” 

“뭐?!” 

사내의 행동이 거슬렸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독점하질 않나, 열심히 레이드 중인 보스를 강탈하지 않나. 

물론, 한계에 부딪혀 퇴각하려 했지만, 저놈이 그걸 알았을까? 그저 상황을 지켜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난입한 거겠지. 

“진짜 좋게 말해주니까. 뚜껑 열리게 하네. 보스 스틸한 것도 눈감아줬더니.” 

하선율은 순간 이성을 잃은 듯 온 힘을 다해, 손바닥을 내질렀다. 그대로 사내의 손목을 부러트릴 기세로 주먹을 꽉 쥐었다. 

“······”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하선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어디 갔어?’ 

의문이 떠오름과 동시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돋아났다. 

‘우연이 아니라, 이건가.’ 

절대 그냥 보내줄 수 없었다. 최소한 어디서 뭘 하다 굴러들어온 놈이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길드로 꼬실 수 있으면 더 좋았고. 

“알겠어. 귀찮게 안 할 테니까. 딱 하나만 물어보자.” 

여태까진 무시로 일관하던 사내가 멈추어 선다. 

“너 누구냐?”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얼굴조차 몰랐다는 건, 딱 한 가지 경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개척자. 

외곽의 비정상적인 몬스터를 처치하며, 숨겨진 보물 던전을 찾아 모험을 즐기는 독종들.

대개 말도 안 되는 아이템과 능력자는 개척자에게서 자주 등장했었다. 

이 사내도 그런 부류일까? 

궁금증이 무색할 만큼 돌아온 대답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차주성의 옛 친구 정도라고 해두죠.” 

“뭐? 차주성?” 

“만나면 전해주세요. 조만간 진 빚을 갚으러 가겠다고.” 

그 말을 남기곤, 멀어져가는데,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그저 눈매를 좁히며,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 

‘차주성···’ 

*** 

민주희가 주변을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 씹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민주희의 기억 속 부신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주민들의 표정엔 행복이 가득했으며 풍요로움 속, 활기찬 분위기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성한 곳이 없었다. 어떻게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다들 어디 가신 거지···” 

특히, 이곳에 있었던, 윤지아, 조기훈, 김호준의 행방이 묘연했다. 척결에서 맡아 주기로 했던 백발의 NPC 린과 어린아이 역시 보이지 않았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닌지. 

민주희가 불안감에 손톱을 톡하고 물어뜯는 한편. 

“저 둘 맞지?” 

“맞아, 내가 똑똑히 봤어. 검은색 불사조에서 둘이 내렸다니까.” 

히든 퀘스트를 위해 부신으로 온 40여 명의 용사는 두 여인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부신이 멸망한 거? 길드원 중 몇 명이 죽은 거?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용을 소환한 사내의 정체와 아이템의 획득 경로가 궁금할 뿐. 

“혹시 실례가 두 분의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모두가 말을 걸 타이밍을 보고 있던 그때, 한 남성이 민주희와 오유주의 앞에 다가왔다. 

깔끔한 금속 갑옷, 고풍스러운 망토 뒤로, 두 개의 태양이 새겨져 있다. 

“네?” 

“두 분에게 관심이 있어서요. 저는 4회차 전이자이자, 신화소속 용사인 이태양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손바닥을 펼치며 악수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민주희라고 합니다.” 

“이태양? 들어본 적 있어요! 랭킹11위. 염제 맞으시죠? 아, 딱히 소개할 소속은 없네요. 오유주라고 합니다.” 

민주희와 오유주가 인사를 받아준다. 

“저를 아시는군요. 기쁘네요. 랭킹 11위는 4년 전까지였고, 지금은 랭킹 6위입니다.” 

“랭킹 6위요?! 우와··· 대단하시다.” 

“두 분 다 소속이 없으신 건가요? 이런 훌륭한 인재를 못 알아보다니, 다들 눈이 삐었나 보네요.”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다. 능숙한 대화에 40여 명의 시선이 이태양에게 꽂힌다. 

‘카사노바 새끼 넉살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소속이 없어? 그럼 그 남자도 소속이 없는 건가?’ 

이태양은 유명인이었다. 랭킹이 6위인 것도 그렇지만, 여색을 밝히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항간에는 성격이 더럽기로 유명한 같은 길드 소속 마스터 하선율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이 떠돌던데, 오늘 와서 직접 봐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어찌 되었든 40여 명의 사람은 흥미로운 대화에 귀를 쫑긋 새우곤 대화에 집중했다. 

“히든 퀘스트가 클리어되기 직전, 몬스터의 빛이 유주씨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던데. 괜찮으세요?” 

“네?! 아,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뭔가 감염시키는 능력인 것 같아서 걱정되었었거든요.” 

이태양은 대화를 이어나가며 유주와 주희의 반응을 살폈다. 

‘평범한데.’ 

처음엔 약간의 경계를 보였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경계심이 낮아지는 게 느껴졌다. 

둘 다 얼굴이 반반한 게 흥미가 생겼지만, 지금 이태양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장면으로 가득했다. 

4M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 깃털 하나하나로부터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채. 불사조 특유의 부리와 타오르는 듯한 오오라는 그야말로 눈을 멀게 할 정도로 황홀했다. 

‘어디서 구한 거지?’ 

가지고 싶었다.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었다. 

“강우빈씨랑은 어떤 관계 신가요?” 

“음··· 친구의 오빠? 오빠 동생 사이?” 

“저한테 은인 같은 분이세요.” 

대답을 통해 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친 가벼운 관계가 아닌,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사이라는 것을.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이대로 호감을 계속 사 우빈이라는 사내에게 탈것의 정보를 얻어낸다. 

판단을 내린 이태양이 말을 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우빈 씨에게 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엘리드를 구해주신 영웅이신데,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정중한 부탁이었다. 여태까지의 흐름으로 보아 당연히 들어줄 줄 알았다. 하지만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어··· 그게.” 

“굳이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 

뜨뜻미지근한 답변 속. 

“마침 저기 오시네요.” 

우빈이 민주희와 오유주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우빈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을 붙인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개무시를 하곤, 앞으로 걸어 나간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선율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신화 길드 소속 용사 이태양이라고 합니다.” 

손을 내미는 이태양을 지나쳐, 민주희와 오유주 앞에 선다.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둘이 알아서 사용하세요.” 

우빈이 오유주의 손에 두 개의 아이템을 건네곤, 그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뭐야. 건방지게.” 

“누가 보면 국왕인 줄 알겠어.” 

“국왕도 이렇게 개 무시는 안 해.” 

“어이가 없네.”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어야지. 당연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감히 날 무시해?’ 

이태양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불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게 뭐지?” 

[케르베로스의 송곳니] 

종류: 탈 것 

등급: S 

레벨: 1 

효과 

-케르베로스를 소환합니다. 

오유주가 우빈이 준 아이템을 사용하였고, 

띠링- 

[케르베로스를 소환합니다.] 

-크르르 

거대한 짐승이 섬뜩한 울림을 자아내며 튀어나오자, 짜증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저걸 그냥 줬다고?” 

“와··· 개쩐다.” 

어느샌가 사람들의 머릿속엔 불만 따위는 없었다. 

그저, 

‘부럽다.’ 

‘도대체 얼마나 템이 좋으면 저걸 그냥 주냐···’ 

말도 안 되는 선물에 부러움만 가득 할 뿐이었다. 

***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깔렸어요!!!” 

건물 잔해에 깔린 여인의 손을 붙잡고 우는 사내. 

“꿈일 거야··· 꿈일 거야···” 

가족과 친구. 모든 것을 잃은 주민이 허망하게 무릎을 꿇곤 흐느낀다. 

절망이 가득한 폐허의 중심. 

우빈은 도심을 걸어가며, 한 장면을 떠올렸다. 

띠링- 

[하몬 왕국 소속 부신의 성주 ‘베드로 티 루퍼트’ 남작이 사망하였습니다.] 

노이즈 가득한 장면 속, 화민서와 이정훈은 메시지를 보곤 부리나케 성으로 이동했다. 

“꺄아악!!!” 

비명과 함께, 화르륵- 성으로부터 불길이 치솟았다. 

성을 지켜야 할 기사들은 검은 물체에 뒤덮여 감염되어있었다. 

“살려주세요!” 

“으악!!!” 

감염된 기사는 하인을 씹어먹으며, 노예를 도륙했다. 

아비규환의 혼란 속. 

“커헉-” 

이정훈의 명치로부터 거대한 칼날이 솟구쳤다. 이윽고 한 사내의 신형이 드러난다. 

그대로 그 존재에게 화민서는 제압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한 것도 있었지만, 그 사내는 화민서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여기까지는 화민서의 말 그대로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곽정수···’ 

화민서는 그 사내의 존재를 알았다. 

세이버의 핵심 맴버이자, 차주성의 오른팔인 곽정수. 

화민서는 곽정수의 얼굴을 봤음에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왜지?’ 

이유가 궁금했다. 설마, 감염된 직후 곽정수에게 충성심이라도 생긴 것일까. 

표정을 보면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띠링- 

[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 

종류: 칭호 

등급: L 

설명: 엘리드의 살아있는 전설 나인테일을 처치하였습니다. 나인테일의 진실을 꿰뚫어 본 그대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합니다. 

효과 

-대상의 기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쉽네.’ 

확실히 좋은 스킬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사용 시 볼 수 있는 건 오직 대상이 본 장면뿐. 그 당시의 감정, 생각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화민서는 무슨 생각인 걸까. 

우빈은 화민서에게 흥미를 느끼며, 상태창을 열었다. 

띠링- 

[강우빈] 

레벨: 188(12↑) 

HP: 2380/2380 

MP: 238/238 

스태미나: 238/238 

생명력: 50 

정신력: 50 

지구력: 50 

근력: 50 

기량: 225 

체력: 50 

지력: 50 

감각: 50 

행운: 50 

미분배: 12 

레벨은 무려 188. 

과거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수치였다. 이 정도면 상위 500명 안에 들 정도의 수치이지 않을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치 분배를 했다. 

띠링- 

기량: 225 → 237(12↑) 

충만감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다음으로 확인할 건 이번에 얻은 보상이었다. 

[칭호: 구원자] 

여태까지 칭호는 하나같이 사기적인 효과를 보여주었다. 과연 이번엔 어떤 효과가 붙어있을까.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확인했고, 확인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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