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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주인 없는 성(2) (51/107)

50. 주인 없는 성(2)

철컹- 

문이 닫히자 고요한 침묵이 감돈다. 

지금 있는 장소는 척결 길드의 회의실. 

언제나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던 장소였다. 

꿈을 그리고 앞날을 그리며 언젠가는 찾아올 희망을 만들어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독한 침묵과 문밖에서 주민들의 절규만이 흐느껴질 뿐. 

‘씨발··· 좃 같네.’ 

고지태는 입술을 잘끈 씹으며 쓴 절망감을 느꼈다. 

만약, 이곳에 계속 있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왜 이렇게 된 거지. 

고지태는 엘리드에 전이되고 지옥 같은 삶을 보냈다. 

도움을 준다던 선대 용사에게 속아 노예 시장으로 팔려 간 것이다. 

투기장을 시작으로 귀족들의 더러운 짓거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복수를 갈망하며, 주인 새끼라는 귀족에게 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블랙 마켓에서 부여된 각인 스킬은 감히 거부할 수 없는 복종을 선사해주었으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개 같은 귀족의 개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점점 빛을 잃어가던 그때, 나타난 것이 화민서였다. 

-괜찮으신가요? 

흐트러짐 없이 건네는 손길에, 동경하고 말았다. 

“척결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척결. 

부조리한 귀족을 시작으로 타락한 용사까지. 사회의 악을 전부 처단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길드였다. 

아이덴티티부터 마음에 들었다. 

길드 생활을 이어나가던 도중 화민서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도민준. 

척결이 만들어진 이유이자 화민서의 모든 것을 앗아간 개새끼. 

어떻게든 대신 처리해주고 싶었다. 

화민서가 자신에게 구원을 안겨준 것처럼, 어떻게든 그녀를 구제해주고 싶었다. 

그 결과, 화민서를 뛰어넘어 랭킹 5위라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뭘 위해서 노력한 거야···’ 

그러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화민서의 복수를 대신 실현해준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소속 길드의 식구를 지켜주지도 못했다.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한 것일까. 

‘쓸모없는 병신 새끼···’ 

무력감과 절망에 고지태의 눈빛이 서서히 꺼져가던 그때였다. 

고지태의 시야로 하나의 종이가 들어왔다. 

보고함. 

마스터에게 올릴 중요한 정보나 건의 사항을 무기명으로 올리는 함이었다. 

이 사달이 벌어질 때 누군가 적어놓은 메시지일까? 

고지태는 별다른 기대감 없이 바로 쪽지를 펼쳤고, 

“······” 

읽어가는 고지태의 두 눈에 강렬한 빛이 서렸다. 

*** 

하선율을 선두로, 신화의 길드원 4명이 화민서를 원으로 둘러싸 경계한다. 

아무리 전의가 상실했다고는 하나, 화민서는 랭킹 11위의 괴물이자, 이번 사건의 원흉이지 않은가. 

최대한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다. 

조용한 침묵 속 걸음 소리만이 메아리치는 와중, 선두에 선 하선율은 뒤따르는 길드원들을 보며, 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끼는 또 어디로 빠진 거야.’ 

이번 히든 퀘스트에 투입된 길드원은 길드에서 손꼽는 엘리트로 구성하였다. 

그중 하선율 다음으로 유능한 녀석이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히든 퀘스트가 클리어되고부터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또 여자나 꼬시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새끼는 눈치도 없나.’ 

사태가 심각한 만큼 원래라면 눈감아줬을 법한 행동에 이가 갈렸다. 

한번 걸리면 제대로 밟아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마스터!!!” 

저 멀리서 녀석이 손바닥을 휘휘 저으며 세상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신화 길드 소속인 이태양이었다. 

순간 면상에 주먹을 갈길까도 했지만, 분노를 삭였다. 보는 눈도 많을뿐더러, 애초에 농땡이를 피운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벌써 끝났어요?” 

“어.” 

이태양이 하선율 뒤에 있는 화민서를 향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괜찮으세요? 아까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 

“기운네세요. 마스터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러시는 거니까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하선율이 이태양의 귀를 잡아당긴다. 

“아야야야.” 

이태양이 실실 입꼬리를 올린 채, 끌려온다. 그대로 하선율의 입술 근처까지 딸려오자, 하선율은 이태양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는 여기 남아서 동태를 살펴, 특히 조금 전 나갔던 강우빈.” 

그 말에 실실 웃던 이태양의 표정이 딱딱하게 경직된다. 

“절대 놓치지 마.” 

말이 끝남과 동시 이태양의 귀를 밀어낸다. 이태양이 뒷걸음질 치며 밀려난다. 

“알겠어요. 그냥 좋게 말로 하시지.” 

“나는 하몬에 다녀오겠다. 유엔에 데려가서 이 사실을 알려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선율이 자신을 지켜보건 용사들에게 소리쳤다. 

“신화 길드에서 단기로 용병을 고용하고 싶은데, 하실 의향 있으신 분 계신가요?” 

여기 있는 40여 명 중 소속 길드가 있는 인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왕국의 존폐 걸린 히든 퀘스트. 개인적인 욕심으로 도전하기엔 리스크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줄 건데요?” 

“가격 들어보고. 생각해볼게요.” 

“하루당 20만 룬.” 

“이, 이십만 룬이요?!” 

엄청난 수치에 용사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제가 다시 올 때까지 부신의 주민을 보살펴주세요. 무너진 건물 재건과 식량 지급 등, 세부적인 사항은 이 녀석이 해줄 겁니다.” 

하선율이 이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선율은 신화 길드의 수장일 뿐 부신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하몬과의 관계 역시 그저 동맹 관계일 뿐 충성을 다할 이유도 없었고. 

그런데 개인 룬까지 소모해가며 용병을 고용하고 있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아무리 룬이 많고 괴물 같은 힘이 있다 한들, 사회가 문화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5대 왕국이 이렇게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산을 날려버릴 힘이 있으면 뭐 하겠는가. 왕국이 없으면 제대로 된 밥 한 끼, 따뜻한 이부자리 하나 없는 산속에서 살아야 할 텐데. 

지출이 크긴 하지만,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찰나. 

크르릉- 

눈앞으로 거대한 짐승의 모습이 포착됐다. 

흡사 하이에나의 대가리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 5M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섬뜩하게 생긴 머리가 무려 3개라는 것이다. 각자의 자아를 가진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숨을 내뱉는데, 미약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딱 봐도 좋아 보였다. 감히 어중이떠중이는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몇 등급이에요?” 

“나한테 팔 생각 없어? 비싸게 쳐줄게.”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많은 사람이 저 탈것에 흥미를 보였다. 

‘분명 저 여자는···’ 

“좋아 보이죠?” 

이태양이 하선율의 상념을 깼다. 

“우빈씨가 저 둘에게 주고 간 탈 것이에요. 그냥 선물이라고 주던데. 제가 다 부럽더라니까요?” 

“뭐?! 저걸 그냥 줬다고?!” 

S급 탈 것의 추정 가치는 500만 룬 정도로 측정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에서 책정한 가격. 

탈것의 희소성은 평범한 아이템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도 그럴 게 탈것은 한번 죽으면 되살릴 수 없었으며, 애초에 구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대게 필드 보스나 월드 보스에게서 아주 가끔 드랍되는 게 전부였으니까. 

저 탈 것은 아무리 적게 측정해도 1,000만 룬, 그 이상의 가치로 판단됐다. 

그런데 저런 희귀한 탈 것을 그냥 선물로 줬다고? 

‘정말 뭐 하는 놈이야.’ 

*** 

띠링- 

[구원자] 

종류: 칭호 

등급: UL 

설명: 위험에 빠진 엘리드를 구원한 영웅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영웅은 모든 것이 완벽해야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엘리드의 영웅에게 약점을 보완할 힘을 부여합니다. 

효과 

-하나의 스테이터스를 선택해주세요. 최저 스테이터스가 같은 수치로 적용됩니다. 

(주의! 선택은 번복할 수 없습니다.) 

우빈은 새로운 칭호의 효과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미쳤네.’ 

읽기만 했는데 사기성이 느껴졌다. 

최저 스테이터스를 선택한 스테이터스의 수치로 바꿔주는 효과라니. 

기량을 선택하면 제일 낮은 스테이터스가 237로 올라간다는 뜻일까? 

당장 올인한 기량 수치의 사기성을 느껴보지 않았던가. 

여태까지 만난 그 누구도 우빈의 움직임을 파악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힘을 주었다. 

만약, 저 수치가 근력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맨손으로 필드 보스 정도는 뭉갤 악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만약, 지력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급 스킬인 파이어 볼을 메테오 급 위력으로 증가시켜 줄지도 몰랐다. 

이 칭호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었다. 

단순히 스테이터스 수치를 레벨로 환산한다 쳐도 우빈의 레벨인 188의 2배인 376에 도달해야 얻을 수 있는 수치를 부여한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약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강우빈] 

레벨: 188 

HP: 2380/2380 

MP: 238/238 

스태미나: 238/238 

생명력: 50 

정신력: 50 

지구력: 50 

근력: 50 

기량: 237 

체력: 50 

지력: 50 

감각: 50 

행운: 50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우빈이 가진 최저 스테이터스는 기량을 제외한 전부라는 것이었다. 

이러면 예측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랜덤한 최저 스테이터스에 적용. 

2. 최저 스테이터스를 만들도록 강요. 

3. 모든 스테이터스에 적용. 

뭐가 되었든 손해 볼 게 하나 없었다. 스테이터스는 어떤 것이든 쓰임새가 반드시 존재했으니까. 

띠링- 

[기량 수치로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빈은 망설임 없이 시스템창을 선택하였고, 

띠링- 

[최저 스테이터스 수치가 기량 수치와 같아집니다.] 

기꺼운 메시지와 함께, 미친 듯한 충만감이 차오르자 볼 수 있었다. 

띠링- 

[강우빈] 

레벨: 188 

HP: 2,380/4,250 

MP: 238/425 

스태미나: 238/425 

생명력: 237(187↑) 

정신력: 237(187↑) 

지구력: 237(187↑) 

근력: 237(187↑) 

기량: 237 

체력: 237(187↑) 

지력: 237(187↑) 

감각: 237(187↑) 

행운: 237(187↑) 

*** 

따스한 햇볕이 조금 열린 창문을 타고 흘러 실내를 밝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소리가 들어오는 방안. 

호로록- 

한 사내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쾅!!! 

그러나 고요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적막을 뚫고, 한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강우빈, 그 새끼가 던전에서 탈출했다며?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안 말했어!” 

그 여인은 함지연, 무섭게 이를 갈며, 티타임을 가지던 차주성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야, 생각보다 일찍 왔네.” 

“지금 차나 마시고 있을 때야?!” 

버럭 소리치는데, 순간 주변의 사물이 흔들리며, 살기가 짙게 퍼져나간다. 

“일단 진정하고. 실험실 어떻게 됐어?” 

차주성의 긴 손가락이 멱살을 쥔 함지연의 주먹을 감싼다. 차가운 손길에 분노로 가득하던 함지연의 표정이 누그러든다. 

“칫-” 

함지연이 멱살을 놓더니, 고개를 홱 돌리곤, 팔짱을 낀다. 

“완전 박살이 나 있었어. 건물이 통째로 증발한 듯 남아있는 게 없더라. 여태까지 모아놓았던 자료, 결과물 전부.” 

“······.” 

“그리고 거기에서 두 구의 시체를 찾았어. 현태가 가지고 다니던 브로치랑 세현이가 연구할 때 입던 옷을 입고 있었지.” 

함지연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두 개의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엔 나니까, 조금만 기다리라던데?” 

꽈드득- 

함지연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애써 화를 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시체는 너무 심하게 훼손돼있어서 세현이랑 현태인지 확인하는 건 어려웠어. 실험실 앞에 묻어놓았으니까. 직접 보고 싶으면 가서 보던가.” 

하고 싶은 말은 전부 했는지, 함지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세웠다. 

“어디가?” 

“어디긴, 그 새끼 잡아야지.” 

“어디서?” 

“······” 

차주성의 질문에 함지연은 입을 닫았다.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왜? 뭐 아는 거 있어?” 

“글쎄···” 

차주성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답한다. 

“그 녀석이 뭘 하든 바뀌는 건 없어. 계획은 그대로 진행할 거니까.” 

“······” 

“아마 조만간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올 거야. 정수가 아주 기특한 일을 시작했거든.” 

“뭐? 또 뭔데! 나도 알려달라고!” 

함지연이 양손을 꽉 쥐곤 소리치던 그때였다. 

띠링- 

차주성의 앞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글귀를 읽어나가는 차주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 

거기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적혀 있었다. 

-부신을 함락시킨 척결 길드의 마스터, 화민서 생포 완료. 유엔의 간부 전원은 즉시 소환에 응해주세요. 

*** 

끼이익- 철컹- 

문을 밀자, 뒤틀린 경첩이 빠지며 문이 내려앉는다. 

어둠이 가득한 복도를 걸어 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식어있는 무수한 시체를 지나치자, 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른 장소보다 높이 자리 잡은 의자. 무너진 천장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의자를 비춘다. 

우빈은 그 의자를 향해 걸어 나갔다. 

띠링- 

[주인 없는 성에 입장하였습니다.] 

[왕좌에 올라 성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부신에 들어오자 떠오른 메시지였다. 

“성을 소유한다.” 

들어본 적은 있었다. 

전쟁이나 몬스터의 습격으로 멸망한 성을 이런 식으로 소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걸. 

하지만 이렇게 직접 본 경우는 처음이었다. 

성이 이렇게까지 망하는 경우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5대 왕국이 서로 견제하고 영토로 대립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적은 몬스터이지 않은가. 

엘리드에 용사가 전이된 시점, 이례로 5대 왕국은 사소한 전쟁 한번 벌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성이 함락되는 경우는 타락한 용사의 깽판이나 몬스터의 습격 정도뿐인데,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특수한 경우엔 막대한 보상이 붙었고, 보상을 노린 용사들이 득달같이 들러붙어 금세 되찾았다. 

그럴 때마다 성의 소유권은 원래 가지고 있던, 왕국에게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대처였다. 

굳이 왕국의 눈 밖에 날 이유가 없었으며, 성을 관리할 시간에 성장하여 힘을 키우는 게 더 이득이었으니까. 

지금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성에 입장한 용사 대부분은 부신의 원래 속해있던 하몬 왕국에게 성을 돌려줄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우빈의 생각은 달랐다. 

‘나쁘지 않은데.’ 

안 그래도 우빈을 위해 움직여줄 장기 말이 필요하던 시점이지 않은가. 때마침 좋은 기회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주민들의 충성도를 어떻게 쌓느냐 정도인데. 

우빈은 판단을 내린 듯 왕좌를 향해 손을 뻗었고, 손끝이 왕좌에 닿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뭐하냐 거기서.” 

한 사내의 음성이 흘러나왔고, 시선을 옮기자, 익숙한 사내가 우빈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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