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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버림받은 주민(1) (53/107)

52. 버림받은 주민(1)

비가 온 뒤 맑은 하늘. 습하면서도 따뜻한 빛에 절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다.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절망 그 자체였다. 

“흑···흑···” 

돌무더기에 깔려 눈을 감은 사내를 움켜쥐고 흐느끼는 아이. 

“아가!!!” 

이미 숨이 끊긴 아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울부짖는 여인. 

하선율은 그들을 지나치며 화민서에게 모든 광경을 보여줬다. 

화민서의 표정이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진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하선율은 그런 화민서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화민서의 말대로라면 화민서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수상해.’ 

정 뭣하면 진실을 파악하는 특성을 이용해서 말의 진의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일단, 소집 요청을 했으니까. 다른 녀석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하선율이 앞으로의 횡보를 떠올리며,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강우빈 용사님이 왕좌에 오르셨습니다.] 

[성의 군주가 탄생하였습니다!] 

푸른 하늘 위로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선율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상태창을 올려봤다. 

‘이 새끼가···’ 

하선율의 인상이 찡그려진다. 

성의 소유권이 사라지면 원래 소속된 왕국에 돌려주는 게 일반적인 절차이다. 

그런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성을 몰래 꿀꺽해? 

정확히는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장본인이니, 정당한 소유권 주장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최소한 먹기 전에 언급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뭐라고 말하냐···’ 

하몬 왕국과 관계가 있는 하선율은 난처했다. 국왕에게 뭐라고 말할지 벌써 머리가 아파지려던 차. 

“용사가 성을?” 

“처음부터 이러려고 서로 짜고 친 거 아니야?!” 

“들어갈 바엔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절망으로 가득하던 주민들의 얼굴에 분노가 차오른다. 

“역시 용사 새끼들은 믿으면 안 돼.” 

“당장 하몬으로 떠납시다!!!” 

하나둘씩 모이더니, 건물 잔해 속에서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성으로부터 떠나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다 한 사내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찾았다!!! 저년 때문이야! 모두 저년이 죽인 거라고!!!!!!!” 

“어디?! 어디 있어!” 

양손을 묶여 구속된 화민서를 발견한 것이다. 

“죽어!!” 

“우리 엄마 살려내!!!” 

건장한 사내를 시작으로 어린아이까지. 바닥에 떨어진 돌과 썩은 과일을 집어 던지기 시작한다. 

화민서의 흰 피부로 오물과 돌멩이가 날아든다. 

붉은 머리로 고약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유리 파편이 피부를 때리고, 거대한 돌이 육체를 짓이긴다. 

하지만 그 어떠한 돌팔매질에도 화민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이래 보여도 화민서는 랭킹 11위까지 올라간 괴물이지 않은가. 마음만 먹는다면 맨손으로도 여기 있는 수백 명의 주민을 학살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적당히 안 해?” 

그 상황을 직관하던 하선율의 음성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따끔한 살기에 분노로 가득하던 주민들이 주춤한다. 

“저 문양은···. 폐하가 임명하신 용사분 맞지?” 

“보면 모르냐. 폐하한테 데려가려고 연행하고 계신 거잖아.” 

부신의 동맹 길드가 척결이었다면 하몬 왕국을 대표하는 길드는 신화 길드였다. 

아무리 무지한 엘리드의 주민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바쁘니까, 좀 비키지?” 

날카로운 엄포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주민들이 길을 터준다. 

그대로 앞으로 나가려는데, 하선율의 앞으로 한 명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토는 찢어져 있었으며, 갑옷 여기저기에 잔기스가 가득했다. 흡사 전장에서 막 돌아온 패잔병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비키라니까?” 

“인사 올립니다. 부신의 기사단장을 맡았던 쿠반 에델론이라고 합니다.” 

“기사단장이고 나발이고 비키라고.” 

하선율이 신경질적으로 쿠반에게 다가간다. 

하선율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을뿐더러, 성까지 웬 이상한 놈에게 빼앗기지 않았던가. 

이대로 왕국에 돌아가면 영감에게 한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유엔의 재수 없는 새끼들과 화민서 건으로 토론까지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별 시답지도 않은 것들이 계속 건드린다. 

‘냄새나게, 그렇다고 씻길 수도 없고.’ 

특히 화민서가 뒤집어쓴 오물이 신경 쓰였다. 이제 성 밖으로 나가면 한동안 같이 다녀야 할 텐데. 

‘씻기고 데려가야겠네.’ 

더러운 걸 극도로 싫어하는 하선율은 판단을 내린 듯 쿠반의 앞에 섰다. 

그대로 앞을 가로막는 쿠반을 발로 후려 차려는데.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하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쿠반이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으며 소리쳤다. 

‘······’ 

아무리 짜증 나게 한다지만, 머리까지 처박은 주민을 발로 찰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었다. 

“진짜 거슬리게.” 

하선율은 그를 지나치며, 뒤에 서 있는 길드원들을 불렀다. 

“뭐해? 따라와. 시간 없다고.” 

“네? 네!” 

길드원들이 화민서를 끌며 하선율의 뒤를 따른다. 그러자 옆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 아이가 쿠반의 옆에 무릎을 꿇곤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수백 수천의 주민이 바닥에 머리를 내려찍었다. 

“제발.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그 모습에 하선율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진짜 귀찮게 하네···’ 

왜 이렇게 부탁하는지는 이해가 되긴 했다. 

용사가 통치하는 성에서 살기는 죽기보다 싫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하몬까지 무작정 걸어가기엔 생존 확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걸 테고. 

하지만 저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한시가 급한 지금, 주민들을 케어하면서 이동할 수는 없었다. 

주민들의 걸음 속도를 고려하면 아무리 못해도 3일은 걸려야 하몬에 도착할 수 있을테니까. 

거기다 이미 용병까지 고용해서 이들을 도와주라 명령하지 않았던가. 

‘난 할 만큼 했어.’ 

하선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이미 끝낸 상태였다. 

“무시하고 간다.” 

하선율이 냉정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대로 주민들을 무시한 채, 걸어 나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후웅- 

강렬한 바람과 함께. 

-끼이엑!!! 

거대한 그림자가 이들의 앞에 내려앉았다. 

자연스럽게 쏠린 시선의 중심으로 익숙한 사내가 비대한 새 위에서 읊조렸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그르릉- 그르릉- 

불사조가 숨을 내쉴 때마다 검은 불꽃이 새어 나온다. 

압도적인 크기에 수천 명의 시선이 검은 불사조에게 쏠렸다. 

“반갑습니다. 부신의 새로운 주인인 강우빈이라고 합니다.” 

우빈은 여유롭게 인사를 하며 불사조에서 내려왔다. 

우빈의 인사에 적의로 가득하던 주민들의 표정이 딱딱해진다. 

감히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분은···” 

그리고 여기 있는 대부분이 저 사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어둠이 가득한 지옥에서 유일하게 빛을 받던 영웅이 다름 아닌 저 사내였으니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와 함께하면 좋겠지만, 성을 떠나려는 여러분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책임지고 하몬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우빈의 발언에 딱딱하게 굳어있었던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정말로 도와주시는 건가요?” 

한 아이가 우빈에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아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무릎과 팔꿈치는 뭐에 찍힌 듯 피로 흥건했으며, 제대로 된 밥조차 먹지 못했는지, 볼을 움푹 패어 있었다. 

“책임지고 하몬까지 데려다줄게.” 

확답에도 몇몇 주민이 경계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없었다. 

“1시간 이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성문 앞으로 모여주세요.” 

우빈의 말이 끝나자, 수천 명으로 가득하던 주변이 한산해진다. 

떠나는 걸 독려할뿐더러 도와주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 하자는 거야?”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하선율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우빈을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었다. 

권력이라는 욕심으로 성을 먹은 건 그렇다 치는데, 왜 굳이 주민을 도와준다는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귀찮게 발목을 붙잡던, 주민들을 처리해준 건 나쁘지 않았다. 

“저랑 잠깐 대화 좀 하죠.” 

하선율이 이런저런 생각하던 그때, 우빈이 대화를 요청했다. 그렇게도 붙잡을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났다. 

“바쁜 거 안 보여? 그리고 성을 먹을 거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내가 아주 곤란해졌거든.”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곤란하셨다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미 늦었어. 시간 없으니까. 좀 비켜줄래?” 

하선율이 우빈의 사과를 가볍게 무시하곤, 앞으로 걸어 나간다. 

“잠깐이면 됩니다. 민서씨를, 부신을 이렇게 만든 세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때, 우빈이 중요한 사실을 언급해 왔다. 

“세력? 이걸 누가 했는지 안다는 소리야?”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그래서, 그 세력이 누군데.” 

하선율이 팔짱을 끼곤, 톡 쏘듯이 물었다. 

우빈은 아무 말 없이 하나의 포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띠링- 

[종언 아드로스의 정기] 

종류: 포션 

등급: A 

설명:종언 아드로스의 정기가 담긴 병입니다. 강력한 마기가 농축되어있습니다. 

이세현에게 실험하고 남은 포션 중 하나였다. 

“이게 뭐야?” 

하선율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포션을 집어든다. 

우빈은 그 모습을 보며, 눈매를 가라앉혔다. 

표독스럽게 올라간 눈매, 심술궂은 게 인상을 쓰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은 귀여운 상이다. 

그런 하선율의 머리 위엔 그 어떠한 문구도 떠올라있지 않았다. 거친 행동과는 다르게 바른 삶을 산 모양이었다. 

실제로 하선율에 대한 소문은 나쁘지 않았다. 

작은 마을의 주민을 도와주는가 하면, 굶주린 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봉사를 서슴지 않는다고 들었다. 

‘괜히 랭킹 2위가 아닌가.’ 

지금의 랭킹은 모르겠지만, 우빈이 던전에 갇히기 전, 하선율의 랭킹은 무려 2위였다. 

고지태를 가볍게 제압하던 그 힘을 보아하니, 현재도 제법 강한 것으로 추측됐다. 

그렇기에 우빈은 무력으로 화민서를 빼앗는 것이 아닌, 제안을 하려는 것이다. 

“부신을 이렇게 만든 원인입니다.” 

“이게?” 

우빈은 하선율의 손에들린 포션을 자연스럽게 빼앗곤,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영체를 꺼냈다. 

띠링- 

[레드 오크를 소환합니다.] 

펑-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오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선율은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그런 우빈의 행동을 응시했다. 

우빈은 바로 오크의 아가리 속에 포션을 집어넣었다. 

꽈드득- 

포션이 깨지며 내용물이 영체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자. 

띠링- 

[레드 오크가 아드로스의 정기에 감염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크르르르 

오크의 전신으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황빛 광체가 눈에 서리며, 영체 특유의 푸른빛이 검게 물든다. 

-으아아악!!!! 

감염된 오크가 소환한 우빈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벌리곤, 공격한다. 

스릉- 

깔끔한 검격에 오크의 머리가 떨어져 내린다. 오크의 육신이 빛무리로 변하며 사라진다.

“답이 됐을까요?” 

우빈은 검을 들곤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하선율에게 물었다. 하선율은 검을 거두며, 우빈을 향해 다가갔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뭐?”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죠.” 

“진짜, 말 한번 이쁘게 하네. 그래, 누가 만들었는데?” 

하선율의 질문에 우빈의 입술이 달싹였고, 

“······” 

하선율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 

강렬한 태양에 축축하던 대지가 말라간다. 

부신의 성문 앞. 수천 명의 주민이 모여 한 사내를 기다렸다. 

“진짜 도와주시는 걸까?” 

“넌 아직도 용사 새끼를 믿냐?” 

“믿지도 않으면서 넌 여기엔 왜 나왔는데?” 

“선택권이 없잖아.”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했으면 불안감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이들의 심리는 매우 불안했다. 

가족을 잃고 보금자리를 잃지 않았던가. 이제부터 떠나는 여행길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도 진짜 도와주신다면, 하몬까지는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너도 봤잖아. 거대한 신수.” 

“대단하긴 하더라. 그런 신수 위에 올라타면 무슨 기분일까?” 

분명 불안해야 정상이었지만,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분이 우리를 구해주신 거 맞지?” 

“맞아, 세계수의 축복이 그분한테 스며드는 걸 내가 똑똑히 봤어.” 

용사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하던 주민들 몇몇이 우빈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그때였다. 

쿠반이 버럭 소리치며, 주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용사한테 그렇게 당하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습니까?! 이용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겁니다!” 

쿠반은 부신의 기사단장이다. 당연하게도 주민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였으며,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었다. 

“우리를 하몬에 데려다주는 게, 그분한테 무슨 이득이 있죠?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건데요!” 

“맞아. 성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괜히 신경질은.” 

하지만 주민들은 그런 쿠반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 

쿠반은 주민들의 아우성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성을 지키지 못한 무능함과 더불어, 저들의 물음에대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왜 도와준다는 거지, 성을, 우리를 가지려고 한 거 아니었어?’ 

군주에게 있어, 영토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인적 자원이다. 그런데 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우리를 하몬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일까. 

쿠반의 분노가 의문에 잡아먹히던 그때였다. 

-끼이엑 

하늘로부터 거대한 새와 함께, 한 사내의 모습이 내려앉았다. 

“전부 모이셨나요? 그러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쿠반은 보이지도 않는 높이에서 말을 건네는 사내를 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면 그렇지.’ 

용사들은 항상 저런 식이었다. 비정상적인 힘을 이용해, 우리를 깔보며, 우월감을 즐긴다. 

저 사내 역시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신수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 주민들의 호감을 사려는 거겠지. 

‘내가 속을 줄 알고···’ 

쿠반의 경계심이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던 그때였다. 

띠링- 

[드래곤을 소환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거대한 드래곤이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띠링- 

[블랙 펜리르를 소환합니다.] 

6M는 가뿐히 넘을 거대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5명당 1개씩입니다. 와서 받아 가세요.” 

사내는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우와··· 이게 뭐야.” 

“와···” 

무언가를 받은 주민들의 앞으로 이상한 짐승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쿠반의 사고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던 그때였다. 

우빈이라는 사내가 쿠반에게 다가왔다. 

“기사 단장이라고 하셨죠?” 

“······.” 

“앞으로 주민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사내는 쿠반의 손에 하나의 물건을 쥐여주었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수정 구체였다. 

‘이게 뭐야···’ 

쿠반은 구체의 매혹적인 빛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구체를 움켜쥐었다. 

후우웅- 

강렬한 빛이 손아귀를 비집고 튀어나오자. 

“우와···” 

띠링- 

[드래고를 소환하였습니다.] 

거대한 도마뱀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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