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버림받은 주민(3)
굳게 닫힌 성문 앞. 백여 명의 기사가 석상처럼 서선, 문을 지킨다.
성벽 위론 백여 명의 궁사와 마법사가 사주경계를 한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나서 성을 지키는 듯 모습이지 않은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이해는 되었다.
부신이 함락되어 미쳐버린 사람들이 주변 국가를 공격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성을 먹은 그 사내 덕분에 더 이상 미쳐버린 사람은 없었지만,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무서워요···”
“분위기 장난 아니네.”
날이 선 시선이 쏠리자, 다가가는 부신의 피난민들이 공포에 질렸다.
계속 걸어가다 보니, 어느샌가 기사들의 지척에 도달했다.
“멈추세요. 하몬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네? 들어갈 수 없다고요?”
“출입 금지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기사의 엄포에 사람들이 당황한다. 선두에 선 사내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답한다.
“저희는 부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성을 잃어 갈 곳이 없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한 번만 더 경고를 무시하면, 바로 공격하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진짜 한 걸음이라도 더 접근하면 공격할 기세지 않은가.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럽게 한 사내에게 시선이 꽂혔다.
“쿠반 씨. 어떻게 좀 해봐요.”
“아저씨···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부신의 전 경비대장인 쿠반 에델론이었다.
여태까진 성하나 지키지 못했다며 원망의 시선을 보내더니, 정작 중요한 시점이 되자, 뭐라도 해보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기에 쿠반 역시 불만은 없었다.
성을 지키지, 못한것도 사실이며, 길을 잃은 주민을 이끌어야 하는 일도 기사로써 해야 할 본분이었으니까.
쿠반은 반쯤 부서진 갑옷을 이끌며, 경비병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경비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무섭게 칼을 빼 들며 앞으로 나섰다.
“분명 마지막 경고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돌아갈 고향이 사라졌습니다. 제발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쿠반이 무릎을 꿇곤, 고개를 조아린다. 이렇게까지 하면 최소한 윗선에 보고라도 올려줄 줄 알았다.
아무리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들, 동료를 가족을 주군을 잃은 백성들이다.
같은 폐하를 섬겼으며, 수십 년이 넘어가는 세월 동안, 돈을, 식량을 사람을 바쳤다.
후웅-
하지만 돌아온 건 발길질이었다.
퍽!
강한 충격이 쿠반의 머리를 강타한다. 순간 시야가 띵하며 앞이 검게 흐려진다.
“커헉-”
쿠반이 간신히 상체를 들어, 몸을 세우자. 경비 대장이 냉혈 차게 돌아, 자리로 되돌아가는 장면이 보였다.
“이봐! 쿠반씨! 괜찮은가?”
“아저씨! 괜찮아요?”
쿠반에게 주민들이 다가온다. 그래도 같이 온 식구라고 챙기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가져다 바친 곡물이 얼마인데!”
“세금은 또 어떻고! 매년 꼬박꼬박 가져가 놓고, 이제 와서 우리를 버려?!!!!”
적의와 아우성이 조금씩 커진다.
그 모습을 보는 경비대장의 표정이 사늘했다. 판단을 내린 듯 읊조렸다.
“뭐해? 안 쏘고.”
“네?”
“쏘라고.”
경비 대장의 말에 부하 기사가 흠칫 떨더니, 크게 소리쳤다.
“조준!!!!”
꽈드득-
성벽 위에 궁수가 부신의 피난민들을 겨눈다.
“미, 미친 새끼들. 알겠어. 알겠다고! 돌아가면 될 거 아니야.”
“일단 물러나죠.”
단호한 행동에 주민들이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이미 명령은 내려졌다.
“발사!!!!”
기사의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오자.
텅!!!!
수십 발의 화살이 쏘아졌다.
“꺄악!”
“도망쳐!!!”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주민들이 허겁지겁 뒤를 돌아보며 달려 나갔다.
‘이럴 수가···’
쿠반은 고개를 들곤 멍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봤다.
성벽의 높이가 제법 있어서인지, 날아오는 궤적이 뻔히 보였다.
화살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았다. 도망치는 어린아이의 등을 노력했으며, 달아나는 사내의 머리를 겨눴다.
쿠반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게 뭐야···.’
쿠반의 얼굴로 허망함이 떠오른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왕을 섬기는 아군이지 않은가.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료이지 않은가.
간단한 저항 한번, 발악 한 번 할 수 없는 약자에게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 것일까.
꽈드득-
화가 났다.
배신감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러 감정이 떠올랐지만, 그중 가장 화가 나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었다.
주군을 지키지 못한 무력함, 가족을 지키지 못한 무능함.
“젠장···”
이렇게 멍하니 주민들이 죽는 걸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
최소한 저 새끼들의 시선을 끌어 주민들이 도망갈 시간이라도 벌어야만 했다.
허망함에 꺼져가던 쿠반의 두 눈에 분노가 서린다.
죽음을 각오하곤 그대로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데, 문득 한 사내의 말이 떠올랐다.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위험할 때,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거라면···”
그거라면 지금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판단을 내린 쿠반은 바로 품속에 잠들어있는 푸른빛 구슬을 움켜쥐었다.
우우웅-
강렬한 빛이 손아귀 속에서 터져 나오자.
띠링-
[드래고를 소환하였습니다.]
3M 남짓의 거대한 도마뱀이 튀어나왔고, 화르륵-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강렬한 불꽃을 내뿜었다.
***
“제발! 제발 그만!!! 꺄악!!!”
비명이 메아리친다.
“아파! 아파!!!!”
이세현의 흰 피부가 끓어오르는 물처럼 울긋불긋해진다.
퍼억- 피부가 터지며, 진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자.
스스슷-
이세현의 피부 사이로 바퀴벌레 같은 벌레 수백 마리가 쏟아져 내린다.
태어난 벌레는 이세현의 전신을 뒤덮었다. 입으로 귀로 눈으로 파고든다.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이세현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허억-”
되살아난 이세현이 몸을 번쩍 일으켜 세우더니, 네발로 기며 우빈에게 다가온다.
“우빈아,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하라는 거 다 할게! 한번 만 봐줘···”
처절하게 애원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다음 시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것이다.
“또 뭐 해 줄까? 복수하고 싶은 거지? 뭐든 말만 해. 내 말이면 다들 의심조차 하지 않을걸?”
다급하게 읊조리는데, 우빈이 알던 이세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나쁘지 않네.’
아드로스의 실험 포션으로 죽은 횟수만 해도 수백 번이 넘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독하게 버티더니, 크로노스의 시련 앞에선 그녀조차 버티질 못했다.
『제발··· 그만하고 싶어···.』
언젠간 칼을 갈아 복수하겠다는 독기 남아있지도 않았다.
“우빈아? 뭐라고 말 좀 해봐. 내가 다 잘못했어.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무너진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을 이어나간다.
이세현의 아름다운 외모는 언제나 사내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무수한 시선은 그녀에게 우월감을 선사해줬다.
시크한 척, 있는 척은 다하더니, 고통 앞에선 별수 없는 모양이다.
우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동안 쌓여왔던 채증이 조금이나마 가시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
이세현의 존재는 아주 유용했다.
당장 하선율을 설득하는데, 이세현은 아주 큰 역할을했기때문이었다.
그저 얼굴 한번 보여주고, 우빈의 말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것만으로 하선율을 우빈의 계획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띠링-
[기생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그만! 제발 그만!!!”
메시지와 함께, 이세현의 피부에 여드름 같은 수포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 수포 끝으로부터 뿌리처럼 무언가가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세현의 피를 흡수하며, 근육을 영양분 삼는다. 탱글탱글하던 이세현의 피부가 쪼그라든다.
우빈은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세현의 특성에 호기심이 들었다.
[연금]
종류: 특성
등급: S
효과
-대상과 대상을 혼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합니다.
우빈이 과거 파티에 있을 때도, 이세현의 특성은 사기적이었다.
쓸모없는 아이템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영체까지.
이세현의 특성만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띠링-
[로얄 고블린][S]
[대마법사 샤논][S]
[전투대장 자이언트 오크][A]
[링링][A]
........
.....
....
.
우빈은 주민들을 이송하며 키워놓았던 영체를 확인했다.
특히 두 영체에게 시선이 꽂혔다.
[로얄 고블린]
분류: 고블린
등급: S
레벨: 100
HP: 5,800/5,800
MP: 310/310
스태미나: 300/300
생명력: 400
정신력: 210
지구력: 200
근력: 206
기량: 154
체력: 328
지력: 112
감각: 219
행운: 301
특성: [비굴한 왕]
스킬: [생존 본능] [익살스러운 통치] [카리스마] [고블린 병사 소환] [고블린 궁사 소환][-]
[대마법사 샤논]
분류: 인간
등급: S
레벨: 100
HP: 3,300/3,300
MP: 410/410
스태미나: 300/300
생명력: 150
정신력: 310
지구력: 200
근력: 171
기량: 166
체력: 241
지력: 472
감각: 212
행운: 208
특성: [얼어붙은 심장]
스킬: [냉기 강화] [아이스 메테오] [얼음 갑옷] [아이스 볼트] [-] [-]
C급에서 S급으로 올리는데 들어간 포인트는 무려 1,900만 포인트. 둘을 합치면 총 3800만 포인트라는 엄청난 수치가 소모된 상태였다.
그래도 성공했을 때의 기댓값은 상당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고지태에게서 얻어냈던 드래고닉보다는 성능이 약간 떨어진다는 것 정도인데.
만약, 이 S급 영체 두 개를 이세현의 연금으로 합치면 어떻게 될까?
과거 이세현이 영체를 연금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F급 두 개를 넣어서 합성했더니, 아예 새로운 F급 한 마리가 나왔던가?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결과물로 나온 영체가 합성한 두 영체보단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원래라면 별로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아무리 쓰레기를 넣는다고 해도 아이템 2개를 소모해, 하나의 아이템을 만드는 행위지이지 않은가. 결과적으론 손해가 확실했다.
‘쓸만한데.’
우빈은 저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그건 바로 주희가 가진 특성의 한계점 때문이었다.
[초월의 의지]
종류: 특성
등급: L
효과
-MAX에 도달한 대상에게 한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힘을 부여합니다.
F급인 아이템을 S급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사기적인 효과인건 확실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업그레이드시킨 본체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블린에 관련된 영체를 업그레이드하면 아무리 등급이 S급으로 높아져도 결과물은 고블린이었다.
이 법칙은 스킬 카드, 탈것, 날것 전부 마찬가지였다.
즉, 태생이 쓰레기면 아무리 많은 포인트를 투자해도 좋은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세현의 특성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떡잎부터 사기적인 씨앗을 발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F급도 사놓아야겠네.’
우빈은 이세현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문득 한 장소에 시선이 꽂혔다.
주황빛 액체가 담겨있는 수백 개의 포션 더미.
이세현의 실험실에서 챙겨온 포션이었다.
만약 아드로스의 정기랑 영체랑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당장 감염된 화민서의 전력이 크게 상승한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우빈이 흥미롭다는 듯 생각에 잠긴 그때.
띠링-
[이세현 용사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이세현 용사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때마침 이세현이 되살아났다.
이세현은 어김없이 우빈을 향해 기어 왔다.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그렁그렁 맺혀선 우빈의 다리를 붙잡는다.
“우빈아··· 제발···.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살려줘. 그만하고 싶어. 내가 뭘 해야 네 화가 풀릴까. 나랑 한번 할래?”
이성의 끈이 풀렸는지, 원래라면 절대 내뱉지 않을 말까지 하며, 애원한다.
순간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망가트리는 것도 나름 복수하는 쾌감이 느껴질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네 특성으로 이거 두 개를 합쳐.”
“어? 어! 알겠어! 아주 쉽지!”
우빈의 말에 이세현의 표정이 밝아진다. 마치 명령을 받은 개처럼 기꺼이 특성을 사용한다.
이세현의 손에 닿은 두 개의 아이템이 액체처럼 흐물거리더니, 뭉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아악- 빛이 서리는가 싶더니. 파스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아이템이 생성되었다.
‘이건 또 뭐야···’
띠링-
[로얄 고블린 카탈로그를 생성하였습니다.]
***
우뚝 솟은 절벽 위, 모닥불 앞으로 기름이 가득한 고기가 익어간다.
기름이 타닥 튀며, 육향이 퍼지는데 절로 침이 샘솟았다.
모두의 시선이 고기에 쏠린 그때, 신화 길드의 사내 한 명이 입을 뗐다.
“또 어디에 간걸까요?”
“내가 알겠냐. 설사병이라도 났나 보지.”
이들은 하선율에게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강우빈을 주시해 뭔가 이상한 점이 있으면 보고하고.
강우빈을 계속 관찰했지만, 하몬까지 오면서 별다른 이상점은 없었다.
때때로, 사라져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온 게 약간 수상하긴 했지만, 뭔가를 한다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지금 역시도 여태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라진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빈이 돌아왔다.
“우빈 오빠! 와서 식사하세요.”
숲속에서 우빈이 나타나자, 오유주라는 여자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런데 저 여자 너무 수상하지 않아요?”
“누구? 아, 귀엽게 생긴 저분?”
“네. 히든 보스 클리어할 때 말이에요. 저분한테 빛이 전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잖아요. 저만 그렇게 봤어요?”
“아니, 나도 그렇게 보이긴 했어. 그런데, 정작 보상을 받은 건 저 남자잖아.”
“그렇긴 하죠. 그냥 버그 같은 건가?”
둘의 대화를 듣던, 이태양이 익은 고기를 뽑아 길드원들에게 쥐여준다.
“다 익었습니다. 드시죠.”
“네! 다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길드원들은 대화하던 것도 잊은 듯 고기를 뜯기 시작한다.
이태양 역시 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며, 시선을 옮겼다.
“민서 씨한테도 나눠 주고 올게요.”
화민서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민주희.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몬에서 부신 빼앗긴 거 알면 난리 칠 텐데. 설마, 처들이오는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모르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오유주와 강우빈.
‘거슬려···’
이태양은 그런 우빈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강우빈.
하선율조차 어려워하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도 모자라, 부신을 통째로 먹은 장본인이었다.
이태양은 그런 우빈이 마음에 안 들었다.
쓸데없이 주민들을 돕는다며 위선 떠는 행동 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희귀 영체와 탈것을 소환하는데, 마치 너넨 이런 거 없지, 하며 자랑하는 것 같았다.
특히, 하선율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이 너무 거슬렸다.
도대체 우빈과 하선율은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원래의 계획도 변경한 채, 우리와 화민서를 여기에 두고 하몬에 간 것일까.
이태양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굴러가던 그때였다.
“뭐야··· 저건.”
아무것도 없는 푸른 하늘 위로 뜬금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풍요의 시대가 끝이 났습니다.]
[암흑기가 도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