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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첫 실습(1) (73/107)

77. 첫 실습(1)

수천수만 개의 쇠사슬이 커튼처럼 호선을 그리며 한 존재는 옭아맨다. 

우빈의 시선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이 수년을 못 씻은 듯 떡져 있으며, 피부는 검게 보일 정도로 떼가 가득한 거인이 있었다. 

흡사 조선 시대 죄인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초라할 정도로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우빈은 감상은 달랐다. 

의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눈으로 초월적인 빛이 이글거린다. 

저 존재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혀오는 압박감이 밀려들었다. 

당장이라도 눈을 내리깔고 싶은 충동이 치솟던 그때였다. 

【너였구나.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는데. 축하한다. 용사.】 

거대한 존재가 입을 떼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라는 형태를 무시한 채,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싶은 말 없어?】 

우빈이 대꾸하지 않자, 눈앞의 존재가 말을 걸어왔다. 

묻고 싶은 거야 많았다. 가장 처음 물은 건 정해져 있었다. 

“뭐야 넌.” 

【그래, 대부분 그것부터 물어보더군.】 

그 존재는 익숙하다는 듯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신.】 

“뭐?” 

【엄연히 말하면 조금 다르지만, 너희가 정의하는 신이라는 개념과 유사한 존재다. 답이 됐으려나?】 

“······.” 

뜻밖이라거나, 놀라운 답은 아니었다. 다만, 당당하게 본인의 입으로 저 말을 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러지 말고 여기 와서 앉지 그래. 묻고 싶은 게 고작 그거 하나는 아닐 거 아니야. 나도 너한테 흥미가 있거든.】 

우빈이 대꾸 없이 멀뚱히 서 있자, 거대한 존재가 자신의 바닥을 응시하며, 제안했다. 

굳이 저놈의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지만, 우빈은 순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래.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우빈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치아를 보이며 기뻐한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우빈의 표정이 굳어간다. 

숨을 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저놈의 존재감이라는 압박도 있지만, 

“좀 씻지, 그래.” 

악취가 너무나도 심했다. 

【으하하하하.】 

우빈이 인상을 찡그리며, 손등으로 코를 막자, 거대한 존재가 껄껄대며 박장대소한다. 

【보면 알잖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고.】 

우빈은 가던 걸 포기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한 거 같은데.”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서로의 눈이 교차하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우빈은 저 거대한 존재를 보며, 천천히 입을 뗐고, 

“그래서 날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 속. 

꽈지직-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공간이 일그러진 듯한 울렁거림이 파도를 친다. 

그 앞으로 한 여인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태블릿을 조작한다. 

“하아··· 그년 때문에 진즉 끝낼 작업을 지금 다 했네.” 

이 여인은 이혜지. 척결 길드 소속인 프로 서포터였다. 

서포터가 하는 일은 프로 헌터를 보조해주며, 사냥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않은가. 

직업 특성상 서포터 역시 각성자가 대부분이었으며 봉급도 후해, 사회에서의 인식이 뛰어났다. 

원래라면 시민의 통제 및 게이트 보고서 작성은 길드에서 따로 관리하는 팀이 있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혜지는 지금은 혼자서 이 모든 일을 다 해야만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정상적인 게이트 공략이 아닌, 길드와 국가가 협업을 맺어 진행하는 교육 시스템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교육이 목적인 만큼 공략하는 게이트의 수준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돈이나 제대로 쳐 주던가.’ 

페이가 처참할 수준으로 허접했다. 

안 그래도 봉사 수준의 업무에 짜증 나 죽겠는데, 교육생 중 한 명이 너무 거슬렸다. 

헌터 사관학교면 2년 전 시행한 국가 교육 시스템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게이트와 던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헌터와 서포터를 양성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걸어가며 길을 닦았던 1세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별다른 노력 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역시 그러한 시간이지 않은가. 

고개를 숙여가며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첫 번째 교육부터 무단으로 지각이나 하다니. 

“이따가 보자.” 

정신머리가 글러 처먹었다. 

이혜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번에 함께할 헌터의 목록을 훑어보았다. 

이혜지의 경우엔 오랫동안 서포터로 활동한 베테랑으로 파견을 나왔지만, 헌터의 경우엔 아니다. 

프로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신입 1명과 헌터 사관학교의 생도 4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포터와 달리 헌터는 그 수가 적었으며, 교육으로 배치되는 F급 게이트는 화력 무기를 가진 일반인조차 저리할 정도로 난이도가 쉬웠으니까. 

‘뭐야?’ 

그러나 지금 지원 나온 이름 중 이혜지의 눈을 사로잡는 헌터가 있었다. 

[헌터 4팀 팀장 지운성] 

‘운성 씨가 왜 여기를?’ 

지운성. 

이혜지가 속한 척결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세였다. 

실제로 마스터와 돈독한 친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귀환 전 이세계에서 역시 척결의 일원으로 제법 이름을 날린 사람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왜 이런 하급 게이트에 파견을 나오신 걸까? 

‘조카라고 했었지.’ 

이번 실습에 참여한 인원 중 마스터의 조카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마스터가 특별히 신경 써서 운성씨에게 부탁을 한 거겠지. 

‘역시 한국은 인맥이면 다 된다니까.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으려나.’ 

이혜지가 마스터의 조카라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그때였다. 

“아, 더워···” 

“긴장된다. 게이트 속은 어떨까? 너 몬스터 실제로 본 적 있어?” 

“당연히 봤지. 저번에 대구로 여행 갔는데, 트롤이 눈앞에 튀어나왔었다니까?” 

“트, 트롤?!!! 엄청 위험했던 거 아니야?” 

“위험했었지.” 

저 멀리서, 게이트 봉쇄 작업을 끝마친 교육생들이 사담을 나누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다. 교관님. 말씀하신 대로, 안내 표지판이랑 접근 금지 테이핑 전부 끝내고 왔습니다. 접근하시는 분들한테 설명도 잘 전달해드렸고요.” 

이혜지의 앞으로 똘똘한 여생도 한 명이 보고를 시작했다. 

‘역시 다르네.’ 

깔끔한 단발에 오똑한 콧날. 이번 교육생들의 리더인 이 여학생이 마스터의 조카 고우림이었다. 

“고생했어. 이건 이번 게이트 정보니까. 숙지해놓아.” 

이혜지는 준비해둔 프린트를 건네며, 앞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AM 11:00] 

말한 시간은 11시 정각. 분명 늦지는 않았는데, 이미 미운털이 박힌 상태여서 그럴까. 

상대적으로 늦게 온 지금의 상황이 거슬렸다. 

“허억···허억··· 다녀왔습니다!” 

도착한 강희나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꾸벅인다. 

갑작스러운 강희나의 등장에 고우림 일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 어떻게···” 

희나는 고우림을 보며, 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고우림이 한 악행을 말할까도 했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고우림이 순순히 인정하지도 않을 것 같기도 했고, 

“표지판은 내가 했으니까. 됐을 테고, 접근 금지 테이핑했어?” 

“접근 금지 테이핑이요? 아?! 죄송합니다. 테이프가 없어서···” 

교관인 이혜지 역시 강희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 않았으니까. 

“테이프도 준비 안 하고 뭐 했어? 그리고 넌 왜 장비가 없지?” 

“네? 그게···” 

장비라면 학교에서 실습용으로 지급한 갑옷을 말했다. 

그 갑옷을 챙기러 간 학교이지 않은가. 고우림의 술수로 실습에 늦었어도, 강희나는 지급품을 챙기러 보품실에 갔었다. 

하지만 장비를 챙길 수가 없었다. 

고우림이 희나 앞으로 배정된 보급품까지 싹 다 챙겨 갔기 때문이었다. 

“너는 진짜, 안 되겠다. 이리 와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이혜지가 강희나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철그럭- 

야생적인 날붙이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번 게이트에 배정된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명의 사내였다. 

4명은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갑옷을 덕지덕지 입고 있었지만, 선두에 선 사내는 아니었다. 

깔끔한 흰 셔츠와 청바지, 어디에서나 볼법한 캐쥬얼한 복장이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굳이 시스템의 힘이 깃든 장비를 입지 않아도 이런 게이트 따위는 충분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진짜, 운 한번 좋네, 너는 이따가 따로 한번 보자.” 

이혜지는 강희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이더니, 다가오는 헌터들을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운성씨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혜지씨, 길을 찾느라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방금 세팅을 끝냈는걸요.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0분 뒤에 바로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둘의 대화를 구경하는 고우림 일행의 눈빛이 반짝인다. 

“와··· 저 사람 지운성 맞지?” 

“어제에 티비에서 봤어. 이번에 한국 랭킹에 올라갔다던 그분 맞지?” 

“나도 봤는데. 실물이 훨씬 잘 생겼다.” 

헌터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 랭킹에 든 상급 헌터가 고작 교육이나 하러 이런 곳에 오다니. 

“고맙다. 우림아.” 

“개쩐다···.” 

“우림아, 시간 되면 운성님한테 사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봐 줄 수 있어?” 

당연히 고우림의 인맥 덕분이라고 생각되었다. 

“어?! 어. 당연하지!” 

고우림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역시 삼촌이야.’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기뻐하던 그때였다. 

스르륵- 

지운성의 시선이 고우림 쪽으로 향했다. 

씨익 눈웃음을 치며, 걸어오는데, 고우림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표정 관리를 했다. 

“우림아, 일로 오신다.” 

“너한테 인사하려고 하나 봐!” 

옆에 서 있는 아이들이 호들갑을 떤다. 

그렇게 고우림의 어깨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켜 올라다는데. 

“어?” 

지운성이 고우림을 지나쳐, 한 여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너구나. 꼭 한번 찾아가고 싶었는데, 마스터가 눈에 띄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도 말려서 말이야.” 

지운성은 시선을 낮춰, 멀뚱히 서 있는 강희나를 향해 손바닥을 건넨다. 

“네?! 저, 저를요?!” 

“어. 네 오빠한테, 큰 빚을 졌었거든.” 

“네? 또요?” 

“또?” 

“아, 아닙니다.” 

희나는 지운성이 한 악수를 받아들었다.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까. 걱정말고, 나만 따라와. 자세한 이야기는 던전을 끝내고 또 하자.” 

“네? 아, 네.” 

둘의 말을 듣던 고우림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입술을 잘끈 씹으며, 눈을 찡그리는데, 고우림의 분노가 보는 것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뭐야. 운성님이라도 아는 사이인 거야?” 

“쟤는 뭐 만나는 헌터님들마다 다 아는 척하냐.” 

“그러니까.” 

“설마, 쟤 때문에 여기 오신 건가?” 

옆에 있던 애들의 대화를 듣던 고우림의 미간이 사악하게 구겨진다.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옆에 있던 애들을 쏘아본다. 

“안 닥쳐?!” 

“아, 미, 미안···” 

그렇게 고우림의 심기가 분노로 가득 차오르던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까 좀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지운성의 질문에 희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혜지에게 향한다. 

흠칫- 

이혜지의 어깨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시선이 파르르 떨린다. 

“?” 

지운성은 이상한 기류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제가······” 

강희나의 입술이 천천히 달싹였다. 

*** 

“그러면 입장하겠습니다.” 

지운성이 익숙하다는 듯, 이질적으로 울렁거리는 허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스르륵- 

육신이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듯, 지운성의 모습이 사라진다. 

“후우··· 가자!” 

“할 수 있다!!!!” 

지운성에게 교육을 받으러 온 학생들이 기합을 넣으며 하나둘씩 모습을 감춘다. 

날붙이 소리로 긴장감을 더하던, 게이트 앞으로 고요함이 찾아왔다. 

“우리는 30분 뒤에 들어가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헌터가 게이트에 들어간 뒤, 서포터는 30분 늦게 입장한다. 

애초에 서포터는 사냥이 아닌 헌터들이 생활할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일이 본업이었으니까. 

이혜지는 교육생들에게 말한 뒤, 강희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강희나는 고우림이 건넨 던전 정보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었다. 

‘누구지? 분명 길드장님의 조카는 고우림인데···’ 

이혜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희나. 

굳이 알아보지 않았지만, 특별한 연줄은 없어 보였다. 

당장, 복장만 하더라도 그렇다. 

헤지다 못해, 구멍 난 후드티, 아무리 사냥이 아닌 교육으로 들어가는 던전이라고 하지만 장비 하나 챙겨오지 못한 몰골. 

딱 봐도 집안의 수준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지운성은 어떻게 저런 아이를 알고 있는 것일까. 뭔가 모르는 연줄이라도 있는 건가? 

‘망했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하나만은 확실했다. 

지금 강희나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혜지는 지금 강희나에게 많은 것을 행한 상태였다. 

당장 늦게 온 걸 뭐라고 한 거 넘어 정강이를 발로 차고, 사소한 걸 꼬투리 잡아 몰아붙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따로 불러서 제대로 밟기 전에 지운성이 도착했다는 것 정도인데. 

‘아직 늦지 않았어.’ 

이 정도 상황이면 얼마든지 회복 가능한 상태였다. 

이혜지는 강희나를 향해 다가갔다. 공부하던 강희나의 손을 잡곤, 고우림 일행과 거리를 벌렸다. 

“아까 있었던 일은 사과할게. 내가 너무 과했었어.” 

“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발로 정강이 찬 거 말이야. 말로도 충분했는데, 폭력까지 쓴 건 내 잘못이야. 미안.” 

“아닙니다. 제가 지각해서 벌어진 일인 걸요.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혜지의 말에 강희나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한다. 

‘나쁜 애는 아닌 거 같네.’ 

당장 지운성에 물음에 강희나의 답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구타에 사소한 꼬투리로 몰아붙여 압박하지 않았던가. 

충분히 안 좋게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지각을 해서요. 죄송합니다.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너, 성격 하난 마음에 든다. 아무리 서포터여도 장비 없이 들어가는 건 위험해.” 

이혜지는 인벤토리에서 예비용으로 사두었던, 장비를 강희나에게 건넸다. 

“이건···” 

“가져. 사과에 대한 마음이라고 생각해. 이제 곧 출발할거니까. 빨리 입어.” 

“감사합니다!” 

강희나는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했고, 

‘거슬려, 거슬려···’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고우림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갔다. 

3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 그러면 들어간다.” 

별다른 문제 없이 모두가 게이트로 걸어 나가던 그때였다. 

강희나를 바라보는 고우림의 표정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마치 뭔가를 결심한 듯 작게 중얼거렸다. 

“던전에서는 사건 사고가 잦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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