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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오유성(2) (83/107)

87. 오유성(2)

두근-두근- 

오유성은 크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문을 넘어옴과 동시, 매캐한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상관없었다. 

그토록 꿈꾸던, 헌터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으니까. 

묘한 이질감이 전신을 뒤덮는다. 그렇게 1분이 지나갔을까. 어두운 방에 눈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낡은 지하실 같은 장소였다. 보이는 거라고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전부였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에 입장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의 특별한 효과가 활성화합니다.] 

“크로노스?” 

오유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품었다. 

여기는 뭘 하는 장소일까. 애초에 형은 무슨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각오는 됐어?” 

어느샌가 방 한편에 우빈이 앉아있었다. 우빈은 상자 같은 곳에 앉아, 오유성을 내려다봤다. 

어두웠지만, 묘하게 빛나는 두 눈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우빈이 다시 질문을 던져왔다. 이미 오유성의 마음은 확고했다. 

“말했잖아. 죽어도 포기 안 해.” 

오유성은 단순한 이유로 헌터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5년 전 그날. 6살도 되지 않은 오유성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쿵!!! 

지진이 일어난 듯 요동치는 대지. 

-도망쳐 유성아! 

오유성을 위해 미끼가 된 엄마. 

-여보! 

그런 엄마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아빠. 

오유성은 몬스터에게 처참하게 죽어가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몸을 숨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몸을 덜덜 떠는 것 말고는. 

아직도 꿈을 꿀 때면 저 장면을 보곤 한다. 

꽈드득- 

힘을 가질 수만 있다면 몬스터를 쳐 죽일 수만 있다면 목숨 따위는 얼마든지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뭐부터 할까. 역시 먼저 익숙해지는 게 좋겠지.”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우빈의 무심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선 맨몸으로 싸워봐.” 

띠링- 

[소년 고블린의 영혼석을 사용하였습니다.] 

고르르- 

우빈의 앞으로 작은 고블린 한 마리가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고, 

“자, 잠깐만!” 

-끼에에엑!!!! 

오유성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 

오유성의 키는 대략 140 언저리이다. 초등학생치곤 작은 키지만, 고블린은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을 정도로 조금 했다. 

-고르륵!!! 

“으악!!!!!” 

하지만 둘의 싸움은 치열하다 못해 처참했다. 

고륵! 

푸른 빛을 머금은 고블린이 작은 아가리를 펼쳐 악다문다. 

“아!!!!” 

오유성의 작은 팔로부터 핏물이 왈칵 터져 나온다. 

평범한 아이 같았으면 짐승 같은 공격에 전의를 상실하고 포기할 법도 했지만, 오유성은 달랐다. 

“죽어! 죽어!!!” 

이를 갈며 악을 쓰곤, 고블린의 두개골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러나 고블린의 치악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빨이 피부를 뚫고, 근육을 파열시키며, 뼈를 긁어내기 시작한다. 

오유성은 극도로 흥분해서인지, 고통을 느끼기보단, 더욱 강렬하게 저항했다. 작은 주먹으로 고블린의 머리를 치며, 손가락으로 눈을 후벼 판다. 

-고르르륵!!! 

고블린이 한쪽 눈을 잃은 채, 고통에 몸부림친다. 

오유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으아!!!!” 

그대로 고블린의 머리를 있는 힘껏 밟더니, 성난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오유성의 주먹에 고블린의 빛이 조금씩 흐릿해진다. 

띠링- 

[소년 고블린이 소멸합니다.] 

파스스- 

고블린의 육신이 빛무리로 변하며 사라진다. 

“허억···허억···” 

오유성은 바닥에 대짜로 뻗어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악바리는 있네.’ 

우빈은 그런 오유성을 보며, 손에 들린 영혼석을 바라봤다. 

띠링- 

[소년 고블린의 영혼석] 

종류: 영혼석 

등급: F 

레벨: 1 

효과 

-소년 고블린의 영체를 소환한다. 

이세현이 만들어놓은 희귀한 영혼석 중 하나인 소년 고블린이다. 

희귀한 영혼석 치곤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소년 고블린] 

분류: 고블린 

등급: F 

레벨: 1 

HP: 120/120 

MP: 2/2 

스태미나: 2/2 

생명력: 8 

정신력: 2 

지구력: 2 

근력: 8 

기량: 2 

체력: 7 

지력: 2 

감각: 7 

행운: 7 

특성: [약자의 긍지] 

스킬: [-] 

스테이터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약자의 긍지] 

종류: 특성 

등급: F 

효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획득합니다. 

그렇다고 특성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유성을 성장시키기엔 이만한 영혼석이 없어 보였다. 

때마침 키와 몸집이 딱 맞기도 했고. 

‘얼마나 버티려나.’ 

원래라면 귀찮다고 치부할만한 일이었는데, 막상 시작하자, 궁금했다. 

과연 저 꼬맹이가 어디까지 성장할지가. 

우빈은 바로 영혼석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띠링- 

[작업대에 소년 고블린의 영혼석을 고정합니다.] 

[소년 고블린에게 100포인트를 주입합니다.] 

[소년 고블린의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혼석으로 미약한 빛이 떠오르자, 영혼석이 품고 있는 마력이 상승한다. 

“뭐해? 죽어도 포기 안 한다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누가 포기했다고 그래.” 

우빈의 말에 대짜로 뻗어 거친 호흡을 내뱉던 오유성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오유성의 두 눈빛으로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무리 작은 고블린을 상대했다 해도, 오유성에게 있어 조금 전 싸움은 목숨을 건 사투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우빈은 그런 오유성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띠링- 

[소년 고블린의 영혼석을 사용하였습니다.] 

전보다 미묘하게 커진 고블린이 오유성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띠링- 

[소년 고블린] 

분류: 고블린 

등급: F 

레벨: 8(7↑) 

HP: 170/170 

MP: 4/4 

스태미나: 5/5 

생명력: 13(5↑) 

정신력: 4(2↑) 

지구력: 5(3↑) 

근력: 10(2↑) 

기량: 7(5↑) 

체력: 11(4↑) 

지력: 4(2↑) 

감각: 11(4↑) 

행운: 9(2↑) 

특성: [약자의 긍지] 

스킬: [-] 

오유성보다 머리 하나는 작던 고블린의 키가 어느샌가 오유성과 비슷해졌다. 

레벨이 8에 육박해 성장을 이뤄낸 소년 고블린. 그에 반해 여러 차례의 전투로 힘이 빠진 오유성은 소년 고블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형··· 이제 그만.” 

오유성의 눈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고블린의 이빨 자국이 선명했으며, 전신으로 멍이 가득했다. 

고르륵- 

콰직- 

푸른 빛을 머금은 영체가 오유성의 복부를 씹어먹기 시작한다. 영체는 살아있지만, 자아가 없다. 즉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본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 행위를 하는 건 떨어진 명령 때문이었다. 

그 명령을 내린 주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오유성을 내려다봤다. 

“형··· 너무 아파.” 

오유성이 꺼져가는 눈빛으로 우빈을 애절하게 올려다본다. 하지만 우빈의 표정엔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저 나지막하게 읊조릴 뿐이었다. 

“죽어도, 포기 안 한다며. 그냥 그렇게 죽을 거야?” 

단호하면서도 냉혹한 말에 오유성의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사기는 진즉 꺼졌다. 분노 또한 더 이상 차오르지 않았다. 

-살고 싶어. 

오직 하나의 본능만이 오유성의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제발··· 살려줘. 나 안 해. 이제 그만 할래.” 

본능이 머릿속을 지배하자,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고했었잖아. 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우빈은 죽어가는 오유성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고, 

띠링- 

[오유성 플레이어님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오유성의 첫 번째 죽음이 찾아왔다. 

[크로노스의 축복이 정현태 플레이어님에게 깃듭니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 

“주문하신 햄버거 세트 나왔습니다.” 

우빈은 손바닥 두 뼘 정도 오는 햄버거를 들곤,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햄버거 세트 하나에 8천 원이 넘냐.’ 

꼬르륵- 

배 속에서 요란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마음만 같아선 햄버거를 먹어 치우고 싶었지만, 지금 산 햄버거는 우빈이 먹을 게 아니었다.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야?” 

“어? 맞는 거 같은데. 대박. 사진 찍어달라고 해볼까? 나중에 엄청 유명해질 것 같은데.” 

길을 걸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오유성을 교육한다고 크로노스의 작업실에서 며칠을 보내서, 깜빡 잊고 있었다. 

‘귀찮아.’ 

우빈은 사람들이 말을 걸기 전, 대지를 박찼다. 우빈의 기량 수치는 일반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아득한 수준. 

“어?! 어디 갔어.” 

“우와. 신기해. 스킬인가 봐.” 

어느샌가 사라진 우빈의 모습에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우빈은 어느 한 건물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앙! 앙! 

그늘에 묶어둔 포메라니안이 우빈을 보자, 사납게 짖는다. 

‘귀찮다고.’ 

우빈은 편의점에서 산 생수와 강아지 간식을 까 바닥에 두었다. 

포메라니안이 혓바닥을 할짝거리며 물을 들이켜 마신다. 이윽고, 깐 캔도 허겁지겁 먹는다. 

오유성이 부탁해서 하는 일이었다. 이 녀석만 아니었다면 햄버거 단품 한 개 정도는 살 수 있었을 텐데. 

꼬르륵- 

우빈은 허기를 느끼며, 굳게 닫힌 문을 열었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에 입장하였습니다.]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의 특별한 효과가 활성화합니다.] 

우빈이 밖에 나와서 햄버거를 사는데 대략 1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크로노스의 축복으로 인해, 안과 밖의 시간의 흐름은 10,000배 차이가 나지 않는가. 

즉, 오유성은 우빈 없이 150,000분, 약 104일을 보낸 상태라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바뀌어있을까. 

우빈은 흥미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풍경을 바라봤다. 

오유성은 여기 들어와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첫 죽음을 경험했을 때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마음이 꺾였었다. 

-형 나, 그만할래. 안 해. 안 한다고! 

이글거리던 분노와 다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빈은 그런 오유성을 무시한 채, 고블린을 풀었다. 

분명 1번의 죽음으로 체력이 회복되었을 텐데. 지쳤을 때보다, 오유성은 더 빨리 고블린에게 잡아먹혔다. 

고블린에게 목을 뜯기고, 장기를 먹혔다. 

그렇게 20번을 넘게 죽었을 때였나, 조금씩 오유성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그만해! 

자신을 죽인, 괴롭힌 고블린에게 적의를 품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띠링- 

[소년 고블린] 

분류: 고블린 

등급: F 

레벨: 41(33↑) 

HP: 170/170 

MP: 4/4 

스태미나: 5/5 

생명력: 36(23↑) 

정신력: 24(20↑) 

지구력: 15(10↑) 

근력: 26(16↑) 

기량: 17(10↑) 

체력: 27(16↑) 

지력: 17(13↑) 

감각: 25(14↑) 

행운: 19(10↑) 

무려 레벨 41이라는 압도적인 능력 차이에도 오유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분명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오유성은 레벨 41의 소년 고블린을 이기지 못했다. 

‘쓸만한데.’ 

정면을 바라보는 우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파스스스- 

처참하게 목이 비틀어진 고블린의 육신이 녹아내린다. 

그런 고블린의 육신 앞으로 한 소년이 우뚝 서 있었다. 

분명, 키는 140 언저리로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소년의 주변으로 진득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소년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우빈을 바라봤다. 반가운 듯 활짝 웃는다. 

“형. 나 이겼어.” 

그 말을 남기곤, 오유성은 그대로 쓰러졌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잠이든 상태였다. 

104일 동안 몇 번을 죽고 살아났을까. 

‘이쯤 하면 됐으려나.’ 

마음만 같아선 내일 아침이 오기까지 계속 수련을 시킬까도 했지만, 이 정도면 실전에 돌입해도 충분해 보였다. 

우빈은 곤히 잠근 오유성의 입에 성배를 들이켜 부었고, 

“으~응.” 

오유성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철컹- 

두꺼운 철문이 닫히며, 이제는 정겨운 장소가 펼쳐진다. 

“정말 그거면 돼?” 

“응! 이거면 충분해.” 

우빈은 열심히 싸운 보상으로 오유성에게 하나의 아이템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집해온 아이템이 방 하나 가득 들어있었다. 

당장, 이세현과 차주성에게 빼앗은 S급 아이템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는데, 오유성이 고른 아이템은 초라한 건 한 자루. 

[레피드 스타+6] 

종류: 검 

등급: A 

내구력: 82/115 

공격력: 6(+6) 

근력: +3 

체력:+3 

룬석: [강화] [화염] [냉기] 

효과 

-급소 타격 시 데미지 70% 증가. 

레피드 스타였다. 

‘용케 찾았네.’ 

우빈은 오유성의 손에 들린 레피드 스타를 바라봤다. 

분명,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처박아둔 거 같았는데, 어떻게 찾아낸 건지. 

저 아이템은 우빈에게 가치가 있었다. 

그 새끼들에게 배신을 당한 그 시점, 가장 애지중지하던 아이템이자, 첫 복수를 기념하는 아이템이었다. 

“이제 검 배우는 거야?” 

오유성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아니, 이제 실전으로 갈 거야.” 

“뭐? 실전? 나 검 다룰 줄 모르는데.” 

지금까지 오유성은 맨몸으로 고블린을 상대했다. 

수많은 죽음을 통해, 그 누구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선을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너무 죽음에 익숙해지는 건 위험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였으니까. 

“던전이 제일 빠르겠지.” 

오유성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산 햄버거가 8천 원. 포메라니안에게 먹인 간식과 물이 3천 원. 

지금 우빈은 단 1원도 없는 상태였다. 

당장이라도 돈을 벌어서 배를 채우고 싶었다. 

햄버거를 사는 동안 알아본 결과 헌터증만 있다면 난이도에 맞는 던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빈의 헌터 등급은 S급. 즉, 어느 던전이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우빈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굳게 닫힌 문을 열었고, 화아악- 상쾌한 바람과 앙! 작은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유성과 우빈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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