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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의문의 세력(2) (102/107)

106. 의문의 세력(2)

매캐한 오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끈적이는 핏물이 전신을 뒤덮어, 불쾌감이 치솟는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띠링- 

[강우빈] 

지구의 주민 

레벨: 66(65↑) 

HP: 2,500/2,500 

MP: 250/250 

스태미나: 250 

생명력: 250 

정신력: 250 

지구력: 250 

근력: 250 

기량: 250 

체력: 250 

지력: 250 

감각: 250 

행운: 250 

미분배:325 

‘확실히 미쳤네.’ 

우빈은 피와 살점으로 가득한 전장의 중심에 앉아, 성장한 레벨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전투로 오른 레벨은 65였다. 

잡은 몬스터의 수준을 보면, 최소 레벨 80은 찍을 줄 알았는데, 민주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만약, 민주희가 가지고 있던 18회차 버프가 있었다면, 레벨 80이 아니라 레벨 100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까. 주희 씨는 잘 있으려나.’ 

길드를 하나 설립하기로 마음먹어서인지, 문득 민주희의 횡보가 궁금해졌다. 

당장, 민주희의 능력으로 성장시킨 스킬 카드와 영체는 우빈의 전력에 있어 상당량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희를 길드에 영입할 수만 있다면, 빠르게 길드의 전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알아봐야겠네.’ 

우빈은 레벨로부터 시선을 돌려, 미분배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고작 레벨 65를 올렸을 뿐인데, 미분배 스테이터스가 벌써 325나 쌓여버렸다. 

‘괜히 환생하는 게 아니구나.’ 

혜택은 미분배 스테이터가 끝이 아니었다. 

레벨이 50에 도달할 때였었을까? 하나의 문구가 우빈의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50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에게 특별한 힘이 부여됩니다.] 

[특성이 강화됩니다.] 

[특성에 부여할 추가 효과를 선택해주세요.] 

1. 지정 스킬 추가 

2. 지정된 스킬 추가 효과 부여 

3. 지정된 스킬 변경 

“특성이 강화된다고?” 

띠링- 

[무한의 경지] 

종류: 특성 

등급: S 

지정된 스킬: [주먹 강타] 

효과 

-설정한 스킬의 레벨 제한이 사라집니다. 

특성이라 하면 우빈을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근본이자 전부이지 않은가. 

만약, 무한의 경지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크로노스의 던전에 갇혀 끝없는 고통에 허덕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떠오른 메시지는 특별했다. 

안 그래도 사기적인 특성을 강화해주는 시스템이라니. 

두근-두근- 

과연 어떤 식으로 강화된다는 걸까? 선택하는 걸로 보아서, 강화할 능력을 고를 수 있다는 걸까. 

우빈의 표정이 기대감으로 차오른다. 그대로 추가 효과를 확인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칭호: 동족을 지킨 수호자가 발동됩니다.] 

[대상이 저지른 악행이 표시됩니다.] 

고요한 적막을 뚫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동족 살해][강간][사기][배신][마약 유통][동족 거래]······. 

저 칭호는 악행을 저지른 각성자에게 떠오르는 메시지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뜬금없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일까. 

“뭐야, 저건 또.” 

우빈이 자연스럽게 내뱉은 의문에, 죄목 위로 추가 메시지가 떠 오른다. 

[표시된 대상의 사고가 표기됩니다.] 

『뭐야?! 들, 들킨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림자 숨기는 랭커도 감지하지 못한다고.』 

메시지가 미약하게 요동친다. 어지간히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우빈은 메시지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나를 노리고 있는 건가.’ 

우빈의 감각 스테이터스는 정상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굳이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주변을 인기척은 물론, 적의를 가진 감정까지 전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언제부터 노리고 있던 걸까. 일본에서부터? 그게 아니라면 지구로 돌아온 직후? 

무수한 의문과 완벽에 가깝게 지운 기척이 우빈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하나만은 확실했다. 

저 녀석은 꽤 수준 높은 암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다.’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그때였다. 

『들켰을 리가 없어, 속전속결로 끝내자.』 

암살자가 우빈의 시선을 느꼈음에도 사실을 부정하며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기 있는 거, 아니까. 숨지 말고 나오지.” 

우빈은 현실을 부정하는 암살자의 외면에 쐐기를 박았다. 가까워지던 메시지가 뚝 멈춘다. 

사고를 표시하던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사고가 멈춘 것이다. 

그렇게 5초의 정적이 흘렀을까.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한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몸과 기척을 치밀하게 숨긴 것 치곤 얼굴을 가리진 않은 상태였다. 애초에 모습을 들킬 리 없다고 자신했기 때문이겠지. 

“제법이네.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들킨 건 처음이야.” 

암살자가 태연한 척,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뗐다. 그러나 당황한 기색을 지우진 못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빈은 암살자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떻게 한다.’ 

마음만 같아선 정비 타이밍을 방해한 녀석을 주먹 강타로 후려치고 싶었다. 

귀환 시스템을 통해 깨닫지 않았던가. 우빈이 겪지 못한 시스템은 각성자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했다. 

엘리드에 있을 때 다른 용사들과 벌어졌던 격차가 여기서는 통하지 않았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전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죽이기 전에 알아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왜 나를 공격했는지, 어떤 이유를 가지고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이유를. 

우빈이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녀석을 제압할까 고민하던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어?!!” 

분명 눈앞에 있던 암살자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거 싶더니, 쑤걱- 날카로운 무언가가 우빈의 눈알을 향해 맹렬히 쏘아지기 시작했다. 

우빈은 있는 힘껏, 머리를 옆으로 비틀었다. 

후웅- 

날카로운 단검이 볼 끝을 스치며, 우빈의 머리가 있던 허공을 관통한다. 

어느샌가 암살자가 우빈의 코앞에 도달해 공격을 한 것이었다. 

꽈드득- 

우빈은 바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빠르다.’ 

봐주고 알아내고 할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암살자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분명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빈의 주먹은 암살자의 복부에 닿지 않았다. 

후웅- 빠각!!!!!!!!!!! 

암살자의 매서운 발차기가 우빈의 관자놀이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우빈의 머리가 바닥을 쓸어내며, 뒤로 날아간다. 

띠링- 

[HP 1,2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바닥을 움켜쥐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사물이 2개로 흩어지며 시야가 흔들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걸 줄걸. 그랬네.’ 

충격이 제법 컸다. 

만약, 비브타노의 피부가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비브타노의 반사 데미지에 암살자가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집중하자.’ 

궁시렁대며, 아쉬워할 여유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상대는 카즈마처럼 우빈의 스테이터스를 능가하는 실력자였다. 가진 모든 수를 전부 써야만 했다. 

우빈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움직이려는데, 거슬리는 장면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뭐야, 괜히 쫄았네. 좆밥이었잖아.” 

일 합으로 우빈의 전력을 파악한 암살자가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뚝-뚝- 

우빈은 볼에 베인 상처를 손등으로 쓸며, 눈매를 좁혔다. 

다짜고짜 공격해놓곤, 한 수 아래라는 듯 깔보는 저 시선이 거슬렸다. 

‘여유를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겠네.’ 

지금 상태로 계속 싸움을 이어나간다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저놈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주먹 한 방 정도는 맞출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띠링- 

[미분배:325] 

미처 투자하지 못한 미분배 스테이터스가 남아있었다. 

띠링- 

기량: 250 → 575(325↑) 

우빈은 바로 기량에 모든 미분배 스테이터스를 투자했고, 

띠링- 

[칭호: 구원자의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기량 수치 최저 스테이터스가 같은 수치로 적용됩니다.] 

화아악- 

미친 듯한 충만감이 전신으로 차오른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처벅-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재생시킨 듯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암살자의 멍청한 표정을. 

****** 

싸움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비정상적으로 오른 스테이터스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그를 증명하는 게 바로 이 암살자의 상태였다. 

“허억······허억······” 

암살자가 복부를 움켜쥐곤 바닥을 나뒹군다. 

우빈이 한 거라곤 암살자가 처음 공격과 똑같이 내지른 칼을 피하면서 그대로 복부를 후려친 게 전부였다. 

하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아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암살자의 복부를 두드리자, 펑!!! 거대한 충격이 손끝을 타고 흘러왔다. 

흡사 주먹 강타로 대상을 폭사시킬 때 느껴지는 충격파라고 해야 할까. 

우빈은 고통에 허덕이는 암살자의 어깨를 짓밟으며 물었다. 

“너 뭐야. 왜 날 공격한 거지?” 

당연히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표시된 대상의 사고가 표기됩니다.] 

『괴물 같은 새끼. 어덯게 하지. 그걸 써야 하나. 씨발 그냥 포기하고 도망칠걸.』 

그저 이 상황을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으악!!!!!!!!!” 

우빈은 암살자의 어깨를 지그시 밟으며, 녀석의 눈을 응시했다. 

작업실로 데려가 고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볼 수 있는 수단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빈의 눈과 암살자의 눈 마주친 그 순간. 

띠링- 

[칭호: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가 발동됩니다.] 

[대상의 기억을 엿봅니다.] 

쑤우욱-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우빈의 시야로 무수히 많은 영상이 재생된다. 

대상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칭호: 진실을 꿰뚫어 보는 자는 지금까지 큰 역할을 하였다. 

정현태의 기억을 통해, 차주성의 아지트를 알아내는 걸 시작으로, 차주성의 기억 속 아지트에서 백발의 NPC를 찾는 정보까지. 

지금까지 많은 정보를 알려준 칭호이지 않은가. 하지만 만능은 아니었다. 

대상의 기억을 엿보는 만큼, 대상이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라던가. 오래돼서 기억이 흐릿한 장면은 노이즈가 낀 듯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 녀석의 기억이 그러했다. 

녀석의 최근 기억이 재생된다. 

-오늘도 잘 부탁하지. 

녀석의 핸드폰으로 간결한 문자 함께,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도착한 메시지엔 우빈의 개인 정보가 담겨있었다. 

암살자의 시야가 착수금으로 향한다. 

-착수금: 5,000,000,000원. 

암살자가 휘파람을 불며 입꼬리를 올린다. 

“오랜만에 재미있겠는데.” 

이 이후의 기억은 우빈을 추적하고, 던전에 뒤따라온 내용이 전부였다. 

‘없어.’ 

지금의 기억으로 녀석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암살자라는 건 알아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배후가 누구인지, 누가 사주를 한건지. 

‘좀 걸리겠는데.’ 

우빈은 정현태의 기억을 헤집었던 것처럼 녀석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독극물을 먹고 쓰러진, 남성. 

“아빠!!!!!!” 

그 모습에 울부짖는 딸. 

“처리했습니다.” 

암살자가 암살을 성공한 뒤, 누군가에 연락을 취한다. 

‘없어.’ 

조금 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제발······ 살려주세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여인. 

“시끄러우니까 좀 닥쳐!” 

그런 여인을 구타하며 겁탈하는 암살자. 

“아쉽네, 고분고분한 게, 꼴렸는데.” 

암살자는 그런 여인은 중국의 노예 상인에게 팔아치웠다. 

‘없어.’ 

우빈은 끝없이 녀석의 내면을 엿보았다. 

한 가족을 몰살하고 불태우는 치밀함. 연인 앞에서 여인을 강간하고 조롱하며 즐기는 악랄함. 살인에 앞서 고문하며, 즐기는 사이코패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 새끼에게 오더를 주는 놈의 정보는 담겨있지 않았다. 

배후는 언제나 간결한 연락을 통해, 암살자에게 오더만을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빈은 또렷한 기억만을 훑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암살자와 이 새끼를 조종하는 배후의 첫 만남 속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자.’ 

우빈은 더 깊숙이 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찌지직- 

노이즈가 시야를 가리고 영상이 울렁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지경에 도달한 그 순간이었다. 

“씨발 새끼야!!!!!!! 놓으라고! 그래, 같이 죽자.” 

암살자가 뭔가를 결심한 듯,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고, 

콰지지지지지지직- 

입속에 무언가를 넣곤 씹어 먹기 시작했다. 

유리로 만들어진 포션 병이었다. 

포션 병을 유리 채 씹은 녀석의 입안 가득 피가 차오른다. 

꿀꺽- 

녀석이 으깨진 유리 파편째로 포션을 삼킨다. 괴로움에 인상을 찌푸릴 법도 한데, 이상할 정도로 표정이 차분하다. 

“그러게, 빨리 죽였어야지.” 

암살자가 비열하게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아니나 다를까. 

구우우우우우우우- 

녀석의 전신으로 강렬한 진동이 느껴지가 싶더니, 

“으아!!!!!!!!!” 

암살자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흡사 좀비에 감염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어쩔 수 없지.’ 

암살자를 내려다보는 우빈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배후를 찾지는 못했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알아낸 상황이었다. 

이 녀석이 몰던 차를 시작으로 자주 애용하는 은행과 비밀번호, 심지어 배후와 연락하는 핸드폰의 위치까지 알아낸 상태였다. 

우빈이 판단을 내리고 녀석에게 주먹을 내려치려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종언 아드로스의 힘을 계승한 화신이 출현하였습니다.] 

화아아아아악- 

녀석의 명치로 익숙한 주황빛 광체가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으아아악!!!!!!!!!!!】 

암살자의 모습이 익숙한 모습으로 진화를 이뤄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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