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의문의 세력(4)
철벅-
소름 끼치는 근육 섬유 다발이 바닥을 두드린다.
움찔- 움찔-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근육이 불끈거리며, 꿈틀거린다.
촤좌좌좌좌좌좌좌-
비슷한 근육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마 상황을 모르고 이 중심에 서 있었다면, 지옥에 왔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오싹한 광경이 이어졌다.
우빈은 살점의 중심에 서서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끈적한 핏물과 오물이 전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띠링-
[트윈 드레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1,000,000,000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000,000 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
슬슬 더뎌지고 있다고 생각되던, 레벨이 순식간에 상승하였기 때문이었다.
[트윈 드레이크의 핵을 획득하였습니다.]
우우웅-
우빈의 손아귀 안, 축구공만 한 구체가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드레이크의 몸통을 폭발시킨 그때, 놈의 명치 부근에서 발견한 아이템이었다.
보상은 이 밖에도 더 있었다.
띠링-
[트윈 드레이크의 분노를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카드: 드레이크 스톰을 획득하였습니다.]
[트윈 드레이크의 상의 갑주를 획득하였습니다.]
........
.....
....
.
우빈의 눈앞으로 십여 가지의 문구가 떠오른다.
‘확실히 급이 높은 놈이었나 보네.’
흡사 월드 보스나 필드 보스를 처치했을 때의 보상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한 명한테 초점이 맞춰진 보상이 아닌 다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보상으로 판단되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띠링-
[트윈 드레이크의 분노]
종류: 장검
등급: A
내구력: 120/120
공격력: 7
근력:+5
기량:+3
효과
-트윈 드레이크의 비늘 갑주 발동.
-트윈 드레이크의 비늘 갑주 발동 시, 모든 능력치 20% 상승.
*트윈 드레이크의 비늘 갑주: 전신으로 드레이크의 단단한 비늘이 생성됩니다.
아이템의 등급이 좀 떨어진다는 것 정도인데. 그래도, 전부 기대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띠링-
[트윈 드레이크의 핵]
종류: 강화석
등급: S
설명: 트윈 드레이크 전용 아이템의 등급을 업그레이드합니다.
(주의! 실패 시 아이템이 파괴됩니다.)
“어떻게 쓰는 거지?”
등급을 업그레이드한다니, A급인 트윈 드레이크의 분노를 S급으로 올려준다는 의미일까?
궁금했다.
우빈은 바로 실험에 나섰다.
영체나 탈것처럼 마력을 불어넣으면 사용할 수 있으려나.
우웅웅-
트윈 드레이크의 핵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이번에 얻은 트윈 드레이크의 분노에 가져다 대본다.
띠링-
[강화석은 특정 직업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지금은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당장은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인듯싶었다.
띠링-
[트윈 드레이크의 핵을 인벤토리에 넣었습니다.]
우빈은 아이템을 챙긴 뒤, 주변을 응시했다.
“와···.”
최수호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폭사 당한 트윈 드레이크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누, 누구야? 한국인 같은데, 혼자서 저걸, 한방에 때려잡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누구더라?”
최수호의 주변으로 리젠 된 트윈 드레이크를 구경 온 헌터 10여 명이 우빈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헌터 자격증 취득 때처럼 귀찮게 달려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우빈은 바로 최수호에게 다가갔다.
“이제 볼일은 전부 끝냈습니다. 가시죠.”
“네? 아! 네. 모셔다드려야죠.”
최수호가 우빈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어디론가 급히 연락을 취했고,
“따라오세요. 준비해 놓겠다고 합니다.”
우빈과 최수호는 던전 밖으로 이동했다.
준비는 신속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빈을 데려다줄 차 한 대가 도착했다.
“이대로 가도 되나요?”
우빈은 손바닥을 펼치며, 최수호에게 물었다. 우빈의 전신으로 드레이크의 피와 오물이 가득했다.
모셔주겠다며 몰아온 차는 딱 봐도 좋아 보이는 고급 외제차. 찝찝할 법도 한데, 최수호는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 괜찮습니다. 던전을 제공해드린 것 말곤, 아무것도 못 해드렸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우빈은 그런 최수호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아침만 해도, 북적거리던 게이트의 주변으로 고요함이 감돈다.
새벽이라는 시간 때문에 인원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최수호가 게이트를 점검한다며, 헌터들을 돌려보냈기 때문이었다.
딱히 우빈에게 말은 안 했지만, 우빈에게 쏟아진 시선을 의식해서 한 행동으로 판단되었다.
왜일까.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걸까. 하선율에게 따로 부탁을 받아서? 그게 아니라면, 첫 만남 당시 말했던, PVP를 위해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우빈은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사냥 내내 조용히 닥치고 있던 과묵함 하며, 알아서 주변을 정리한 눈치까지.
‘시너지가 좋아.’
특히, 녀석이 말했던 놈의 특성.
적이라면 경계해야 할 능력이지만, 아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녀석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주먹 강타의 데미지를 흡수해 얻은 무력은 우빈과 필적할 수준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핸드폰 좀 잠깐 주실 수 있나요.”
“네? 아, 네.”
최수호가 별다른 거부 없이 자신의 핸드폰을 넘긴다. 우빈은 자신의 번호를 누른 뒤, 최수호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길드를 만들 겁니다. 생각 있으면 연락주세요.”
“네? 길드요? 지금 영입 제안하시는 거예요?”
우빈은 의아해하는 최수호를 뒤로한 채, 자동차의 문을 열며, 작게 읊조렸다.
“저희 길드로 오시면, 아까 말했던 대련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철컹-
우빈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고, 우빈이 탄 최고급 외제차가 조금씩 멀어져 갔다.
“·········”
최수호는 멍하니 멀어져 가는 외제차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곤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이네.”
엘리드에서 최수호의 삶은 그야말로 엘리트 그 자체였다.
누구나 원하던 대기업. 세이버에 들어가 부러움의 시선을 독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무서울 게 없었다. 그 어떠한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저 사내를 만난 뒤로, 모든 게 망가져 버렸다.
정의라 믿었던 세이버의 추악한 면을 발견하게 되었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때, 사냥을 마친 개처럼 버려졌다.
아직도 수배에 올랐던 그때를 떠올리면, 솜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 트라우마는 지구에 귀환했을 당시에도 사라지지 않았었다.
여타 평범한 귀환자들과 달리 최수호는 각성자의 삶을 살지 않았다.
평범한 생활을 살아하던 그때, 한 여인이 최수호를 찾아왔었다.
-다시는 이용당하면서 살기 싫어. 그런데 나 혼자서는 무리야. 나랑 같이 위로 올라가자.
그 결과가 지금 최수호의 자리였다.
‘나도 참 많이 올라왔구나.’
최수호가 과거를 떠올리며, 감회에 빠져있는데, 게이트를 관리하는 소울 길드의 사람이 최수호를 향해 다가왔다.
“대략 30%의 시체를 처리했습니다. 이 속도면 1시간 내로 전부 치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 치우면, 어떻게 할까요?”
“전부 치우는 데로, 바로 정상 운영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소울 길드 사람이 최수호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리 특별할것없는 보고와 명령이었다. 다만, 직원이 게이트로 돌아가면 서 한 말이 문제였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스터.”
마스터.
그렇다, 최수호는 소울 길드의 단순한 간부가 아니었다.
직접 길드를 만들고, 한 땀 한 땀 자리를 넓혀, 소울 길드라는 거대 기업을 만든 설립자. 길드 마스터였던 것이었다.
물론, 실질적인 길드의 업무나 중요한 판단은 부길마인 서희빈이 처리하기는 했다만.
그렇기에, 최수호는 우빈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아까 말했던 대련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두근-두근-
욕심이 생겼다. 그때의 충만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꽈드득-
최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우빈을 떠올리며, 눈을 반짝이던 그때였다.
찌이잉-찌이잉-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M 4:12]
지금 시간은 새벽 4시이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예의 없는 놈이 지금 전화를 한 것일까.
“여보세요?”
불만을 품으며, 받은 핸드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윽!”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최수호가 눈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확인한다.
[부재중 전화(231)]
핸드폰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전화가 걸려온 상태였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전화를···. 아?!”
걱정스럽게 묻던 최수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망했다.’
동생과 한 약속을 떠올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아니 정확히는 어제.
동생은 마지막 실기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 결과에 따라 수석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날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본, 최수호는 호기롭게 동생에게 외쳤다.
“승패가 뭐가 중요해. 잘 됐다. 마침 그날 오빠 쉬는 날이거든? 졸업 선물 겸 입학 선물로, 가지고 싶은 거 사줄게. 괴룡의 날갯짓 가지고 싶다고 했었나?”
그 말에 동생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엄청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긴 한데. 이정도까지 집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지간히도 독하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새벽 4시까지 200통이 넘는 전화를 남기면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지.
어찌 되었든 동생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건 맞았다.
“미안,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갈···”
최수호는 필사적으로 동생에게 사과했고,
-급한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을 해야할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우수워?!!
“윽! 미, 미안··· 대신 원하는 거 다 사줄게. 바로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10여 분 넘는 시간 동안 동생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
우우웅-
세련된 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추어 선다.
“도착했습니다. 강우빈 헌터님. 편안한 밤 되세요.”
운전기사가 도착을 알렸다.
우빈은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멀리 집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적응했나 보네.’
엘리드에 있을 당시만 해도, 이 정도 피로함은 피곤한 축에도 끼지 못했다. 일주일간 씻지 못해도, 당연하다는 듯, 생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피곤했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가서, 쉬고 싶었다.
특히, 전신을 뒤덮은 드레이크의 피와 오물이 굳어가며, 메마른 대지처럼 쩍쩍 갈라지는데, 불쾌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집에 갈 수 없었다. 들어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띠링-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과 연결된 문(최형욱)을 생성합니다.]
최형욱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며칠 더 작업실에 가둬놓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최형욱의 기억을 들여다본 결과, 최형욱에게 명령을 내린 녀석들은 지나칠 정도로 의심이 많았으니까.
벌써 최형욱이 사라졌다는 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우빈이 무사히 던전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몰랐고.
미끼를 뿌리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최형욱이 무사하단 걸 알려야 했다.
‘어디 잘 있으려나.’
우빈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문을 열기 시작했고,
“으악!!!!!!!!!!!!!!”
처절한 비명이 우빈을 반겨주었다.
***
짹-짹-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와 함께, 따스한 햇볕이 창문 너머로 흘러들어온다.
“읏!”
강희나는 양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온몸이 뻐근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아 한숨도 못 잤다.
‘우림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당장 어제 고우림에게 습격을 당하지 않았던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 흐느끼는 침음성.
몸을 관통당해, 죽어가던 재희.
두근-두근-
아직도 눈을 감으면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만약, 우빈이 준 스킬 카드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잘못한 거 없어.’
희나는 주먹을 꽉 쥐며, 표정을 굳혔다.
처음부터 희나를 싫어하며 괴롭힌 건 고우림이다.
던전에서 몬스터에게 포션을 준 것도, 범인이 희나라고 조작한 것도, 전부 고우림이 저지른 악행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고우림의 상황이었다.
우림이의 아빠는 횡령죄로 입건되었으며, 고우림은 헌터 경찰에 인계되어 구속되었다.
아마 둘 다 징역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땅한 결과였다. 통쾌한 흐름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것일까.
“아! 몰라.”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바뀌는 건 하나 없었다.
강희나는 고개를 저으며 고우림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강희나는 이불을 개곤,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는 들어 왔으려나?’
어제 있었던 고우림 건으로 우빈에게 상담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제 하루종일 우빈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인터넷 기사로 우빈의 소식이 들려올 뿐이었다.
[세계최초! 환생의 제단에서 보랏빛 광체가 터져 나오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우빈!!!!]
전투력 측정 때도 그렇고, 이 기사도 그렇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엄청난 이야기라,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우빈을 떠올리며, 거실로 향한 그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 1등 했어! 헌터 사관학교에 다닐 수 있대!!!!!”
오유성이 주먹을 꽉 쥐곤, 우빈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오유성의 저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들은 상태였다.
우빈의 특훈 덕분에 최종 대련에서 1등을 해 헌터 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나.
“잘했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열심히 해봐.”
“응!”
오유성이 우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친 난만한 아이처럼 씨익 웃는다.
그 표정을 본, 강희나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몬스터에게 집을 잃고, 괴물에게 부모를 잃은 오유성은 너무 빠르게 철이 들었다.
언제나 어른스러웠으며, 경계심으로 똘똘 뭉친 녀석이었다.
하지만 우빈을 만나고부터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제 나이에 맞게 행동한다고 해야 하나.
“애들아, 밥 먹자!”
강희나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광경을 보며, 고우림을 잊어가던 그때, 엄마가 식사하자고 불렀고,
“잘 먹겠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북적이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한편.
찌잉-
무의식적으로 틀어놓은 거실의 티비에서 하나의 뉴스 속보가 떠올랐다.
모자이크했지만, 붉은 실루엣은 구토를 유발했다.
-긴급 속보입니다. 소울 길드가 관리하는 트윈 드레이크의 둥지 인근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훼손이 너무 심해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한편······.
그 영상 속, 뉴스 속보 너머. 익숙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찰칵- 시체를 핸드폰으로 촬영하곤,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리했습니다.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서, 깔끔하게 해치우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증거는 완벽하게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사내는 다름 아닌 최형욱.
“그런데 그놈이 익숙한 물건 하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형욱은 마치 준비했다는 듯, 손에 들린 주황빛 구슬을 핸드폰으로 찍어 전송하였고,
찌이이잉-
10분이 지나자, 하나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띠링-
-물건을 직접 보고 싶은데. 마침 잘 됐군. 안 그래도 자네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피곤할 테니, 푹 쉬고. 내일 중으로 한번 보자고. 시간과 장소는 이따가 남겨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