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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2화 (12/389)

제12화

12화

아카데미에서 첫 학기가 시작되는 날.

그 시작을 알리듯 눈을 뜨고 하품을 할 무렵, 머릿속에서 메시지가 울렸다.

《기습 평가 항목 점수가 정산됩니다.》

《사전 준비》

《해당 퀘스트는 사전 고지가 되지 않는 기습 평가 항목입니다.》

《평가 항목》

《1. 금화 3개 이상을 획득 -2pt》

《2. 거처를 확보 -2pt》

《3. 스테이터스 합계 30 이상 상승 -2pt》

《4. 서브 퀘스트를 1개 이상 획득 -2pt》

《스킬 포인트 총 8pt를 획득하였습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5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업 보너스 스킬 포인트 25pt를 획득합니다.》

참 잘했어요.

“무슨 쪽지 시험도 아니고.”

생각해 보면 게임에서도 학기가 시작되기 전 3일은 지역에 관한 안내나 약간의 튜토리얼이 진행됐었지.

비슷한 개념인가.

3일을 알차게 보낸 덕에 제법 후한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5》

《체력 : 94》《마력 : 112》《민첩 : 87》《행운 : 79》

《물리방어 : 5》《마법방어 : 9》《정신내성 : 3》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33pt》

강해지는군! 강해지고 있어!

“시안? 천장을 올려다보며 뭘 그렇게 고민하니?”

한편 에밀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심하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별일 아니야. 오늘부터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니 생각 좀 정리할 게 있어서.”

“수업이라……. 헤에? 그러네. 오늘부터였구나.”

에밀리는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듯 묘한 웃음을 짓는다.

아니겠지만, 혹시 모르니 당부는 해 두자.

“애꿎은 애들한테 장난치지 말라고 말한 거 기억하지?”

“어머? 이 누나를 뭐로 보니. 서큐버스는 의리의 종족이란다. 계약하지 않은 자유의 몸이라면 몰라도 계약을 한 이상 함부로 타인에게 손은 안 대요!”

……서큐버스의 입에서 의리 어쩌고 하는 말을 들을 줄이야. 말세군.

“뭣보다 시안이 대체 뭘 할지 궁금할 뿐이거든.”

“……그 말은 꼭 내가 뭔가 사고라도 칠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니니?”

“……됐고, 나갈 준비나 하자.”

첫날부터 수업에 늦으면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니까.

주인공이라면 몰라도 악당에게는 지각이 허용되지 않는다.

성실함만이 악당의 미덕이거든.

그리고 굳이 내가 뭘 한다면 그것밖에 없다.

“우등생 흉내밖에 안 낼 거거든?”

* * *

재능이 있는 자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자질이 무엇이든 꽃피우게 한다.

이곳에서는 배우지 못할 것이 없고, 도외시하는 지식과 재능 또한 없다.

‘그야말로 배움의 잡탕 찌개…….’

검술, 학문, 마법 같은 것부터 시작하여.

정령술이나 연금술 같은 기예도 연구하고 가르침을 베푼다.

그것도 모자라 철을 다루는 기술과 그림이나 음악 같은 예술까지.

말 그대로 배우고 깨우칠 자질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는 뜻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곳.

‘생각해 보면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지내는 건 나쁘지 않아.’

배울 수 있다.

내 지식은 게임으로 얻은 설정과 꼼수에만 국한되어 있고, 정작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 약간 허술한 면이 있다.

그나마 눈뜨고 코 베이지 않는 건 본래 ‘시안’이 가지고 있는 면이 어느 정도 섞여 있기 때문.

‘가능한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건 확실하게 배워 두는 게 좋겠지.’

가능한 수업은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방침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내게는 중요할지도 몰라.’

예를 들면 지금 듣고 있는 수업.

마력이론학.

마법과 관련된 클래스에 속한 학생이라면 반드시 수강해야 할 필수 교양과목.

그 외에도 연금술이나 정령술 등, 마나를 다루는 재주나 지식이 있어야 하는 학과에서도 적잖게 듣게 되는 수업이다.

“오늘은 마나의 조작 이론과 개념에 대한 설명과 실습을 해 보겠네.”

수업을 진행하는 피에튼 교수.

주 전공은 공용 마법.

마법사로서 5서클에 이르고, 수많은 논문을 제출하여 마법 학계에서도 인재라고 불리는 명교수다.

“마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특징이 무엇인가를 자네들은 꼭 알아야 하네.”

기초 중의 기초.

“자네들은 마나를 감지하고 다룰 수는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을 걸세.”

전자 기계에 비유해 보자.

편리한 기계를 사용하는 데에는 익숙해져 있어도 그 원리를 알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용법만을 익히고 쓰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마법도 마찬가지다. 술식, 마나를 조작하여 정해진 이론을 통해 변화시켜 현상을 일으키는 것.

외우고 반복하면 쓸 수 있지만, 어째서 그게 가능한지 아는가?

“우선은 마나의 기초를 이해해야겠지. 흠, 마나의 기초적인 특성에 대해 설명해 보겠나? 시안?”

그런데 화살이 왜 이쪽으로 와 꽂힙니까?

“마나의 특성 말입니까?”

“그렇다네. 기초적인 특징만 말해 보게.”

기초라.

이 개념은 다행히 게임에서 언급된 설정이다. 대답하지 못할 건 없겠군.

“마나의 제1 특징은 특징이 없다는 것입니다.”

“호오, 계속해 보게.”

“기본적으로 정제되지 않고 제어되지 않은 자연체의 마나는 아무런 특성도 없습니다.”

마나는 어디에든 있다.

대기 중에 포함된 비중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근소하게 물. 그 외에 식품에도 소량 머물러 있는 근본적인 에너지 원소.

“하지만 기본적인 마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촉각, 미각, 후각 등으로도 감지할 수 없습니다.”

단위가 작기 때문이 아니라 무색, 무취, 무미이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도 가늠할 수 없다.

“예외가 있다면 육체의 감각을 벗어난 인지능력. 흔히 마나의 각성 상태라 불리는 제6감입니다만.”

“거기까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네. 그렇다면 그 특징이 없는 마나를 왜 우리들이 추구하고 이용하는가?”

이 아저씨, 묘하게 신이 난 모양이다.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별로 없어서인가?

“제2 특징입니다만, 그런 자연체의 마나에 특정 조건을 입력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특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연체의 마나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마나는 여러 가지 갈래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만능이자 자연의 자원이라 불리는 마나.

“예를 들어 기사들은 마나에 물리력을 부가하여 오러를 형성하고 저희의 경우는 술식이라는 조건을 끼워 맞춰서 현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잘 이해하고 있군.”

어쩐지 흡족한 얼굴이다.

“시안, 흑마법과의 신입생이던가? 다니엘 교수가 아주 좋아하겠군.”

다니엘 교수라면 아직 대면하지 못한 아카데미의 흑마법 클래스 교수였던가.

첫 수업 준비가 난항을 겪어서 아직 시작하려면 더 걸릴 모양이다.

“시안의 대답대로 마나를 이용하는 조건을 이해하고 또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일세.”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일까. 상상만 해도 머리가 어질하겠지.

“하루아침에 그 정도의 식견에 도달하라는 뜻은 아니네. 우선은 기초로 그 마나의 조작 이론을 연습해 보도록 하지.”

교수가 손짓하자, 수업을 보조하는 제자들이 잽싸게 테이블을 들고 나르며 무언가를 세팅한다.

짙은 푸른빛을 띠는 광물이 수십 개.

“이게 뭔지 모르는 자는 아마 없을 걸세.”

마정석이다.

마나가 어떤 이유로 응축되고 고체화되어 존재하는 광물.

본래라면 연료나 연구의 재료 정도로 쓰이겠지만.

“이 마정석의 응축된 마나에 간섭하여 그것을 통해 마나의 조작 감각을 연습하는 것이네.”

오늘의 과제는 마나의 제어력 향상.

다룰 수 있는 마나의 폭이 넓어져야 그 힘과 전술의 다양성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좋은 기록을 낸 학생에게는 특별히 추가 점수를 주도록 하겠네.”

과연 몇이나 받을까.

마나의 제어 요령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숙련된 마법사조차 평생을 단련해야 하는 영역.

당연히 햇병아리들이 구사할 수 있는 경지는 무척 낮으리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론을 듣고 도전하지만 기껏해야 마정석 한 개, 혹은 조금 싹수가 있는 학생들은 두 개 정도의 마나를 제어할 뿐이다.

딱히 질책하지 않는 걸로 봐서 그 정도면 우수한 걸까.

“다음, 셀리디아 밀로닐.”

어디서 본 듯한 고양이 귀가 먼저 눈에 띄는 소녀가 일어났다.

셀리디아 밀로닐.

소속은 정령술 클래스.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시키는 대로 마정석을 쌓아 둔 테이블 앞에 서서.

“…….”

그저 가만히 노려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족히 열 개가 넘는 마정석이 반응하며 빛을 흩뿌려 댄다.

“아주 훌륭하군. 못해도 5년은 수련해야 될 텐데.”

“……간단해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그녀는 교수의 칭찬조차 듣는 둥 마는 둥 물러난다.

과제니까 하긴 하지만, 성과니 주변의 칭찬이니 하는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어 보이는군.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어떻게 할래? 시안? 다들 기대하는데?)

‘하필 저 천재의 다음 차례라서 괜한 기대감만 주게 생겼네.’

아니, 기대하지 말라니까요? 귀찮게.

저 무뚝뚝이 정령사가 괜한 천재성을 보인 탓에 나에 대한 기대치만 올라갔다.

제발 다음 사람을 배려하라고!

‘……그럼 나도 배려 안 하면 되지!’

이렇게 된 거 작정하고 연습이나 해 보자.

마나의 조작 이론.

‘마나는 무엇에 의해 감응하고, 무엇으로 조작하는가.’

그 구절에 대한 해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교수가 설명한 것 이상의 진실된 해답을.

하지만 입 아프게 떠들어 봐야 몽상가 취급만을 당하니 그저 내가 할 것은.

‘실천.’

그리고 과시하는 것.

마정석을 쌓아 놓은 테이블 앞에 서서 손을 뻗었다.

눈을 감고 마나를 의식한다.

감각의 범위를 넓히고 그 안에 감지되는 모든 마나에 조작을 위한 명령을 내린다.

‘마나를 다루는 진리는 의식.’

아직 설명하지 않은 마나의 제3 특성.

마나는 사고하는 존재의 의식에 이끌린다.

마나는 생각을 알아챈다. 그리고 그 깊이가 깊고 뚜렷하게 바랄수록 응답해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작정하면 얼마만큼의 마나가 화답해 줄까.

“……허어?”

누군가 의문스러운 숨을 삼켰다.

위화감을 느낀 걸까.

처음에 빛난 것은 쌓아 놓은 마정석들.

하나…… 둘…… 다섯 개를 넘어 열 개…… 열두 개…….

그리고 스무 개 이상.

마정석의 마나가 빛으로 환원되어 흘러나와 내 지시에 맞춰 휘감긴다.

‘아직 멀었다.’

더 제어할 수 있다.

본래 나의 자질인지 아니면 에밀리의 도움으로 요령을 알아 가며 수련한 덕인지 여유가 생긴다.

더 제어할 마나는 어디 있지? 대기 중의 것으로는 모자란다.

그렇다면?

화르르륵. 교실 내 천장과 벽의 상단에 설치된 램프가 점멸했다.

아카데미 내의 램프는 마정석을 넣어 그것을 연소하여 빛을 내는 타입의 장치다.

‘장난 좀 쳐 볼까.’

강제로 점멸하여 마치 불꽃이 나오는 기세처럼 흘러나온 마나가 내가 제어하는 흐름에 합류한다.

주변에 물들 정도의 빛은 곧 내 제어에 놓여 변화를 거친다.

마기.

흑마법사의 재능이 많은 나는 기본적으로 통솔하는 모든 기운이 마기의 성질로 변화한다.

그 검은 격류가 내 주변에 몰아치는 모습에 왠지 조금 흥미가 생긴다.

이거 좀 폼 나지 않냐?

“…….”

다들 숨소리조차 간신히 내고 있었다.

특히 셀리디아는 눈앞에서 터진 폭죽을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쪽을 주시하고 있다.

“어떻습니까? 교수님?”

“……훌륭하군.”

교수조차도 예상치 못했다는 듯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칭찬한다.

어쩐지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다.

“심상치 않은 감응력이군……. 정말로 신입생인가?”

“원래 이상적인 신입생은 뭐든지 잘하는 법입니다.”

그런 신입이 어딨냐고?

바로 여기 있다.

《수업 중 우수한 성과를 어필합니다.》

《평판이 상승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무엇보다 얻는 것은 학점뿐이 아닐지어니.

‘이 정도면 우등생 흉내를 낼 맛은 날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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