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81화 (81/389)

제81화

81화

어림 반 푼어치도 없겠군.

“에밀리! 계속 놈을 견제해!”

공격하여 주의를 끄는 방법밖에 없으리라.

그사이에 해야 할 건 놈에게 먹힐 만한 방법을 획득하는 것.

‘지금 보유한 마법으로는 부족하겠군.’

《흑마법 - 흑요나선포》

《흑마법 – 흑요지옥덫》

《해당 스킬을 습득합니다.》

《해당 스킬의 숙련도를 Lv.2까지 일괄 상승시킵니다.》

《스킬 포인트 : 12pt가 소모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9pt》

유효한 특성의 흑마법을 연속적으로 습득한다.

효과는 알고 있으니 연습은 필요 없다.

‘조금만 더 주의를 끌어라.’

놈은 아직 진심으로 싸우지는 않고 있다.

검은 쥐지 않고 맨손만으로 공격에 대응하고 있을 뿐.

에밀리가 놈의 시선을 끌며 계속해서 흑염을 퍼붓는다.

“중장갑을 껴입은 놈한테 화염이라니, 거참 너무한 거 아니냐? 덥잖냐!”

그 화염을 정면으로 뚫고 놈이 주먹을 내리친다.

주먹이 닿기 전에 에밀리는 일시적으로 실체화를 해제하여 피하고는 놈의 뒤에서 다시 재소환하여 놈의 목을 노리려 했지만.

“소용없다. 악마.”

전부 간파한 놈의 주먹이 에밀리의 복부를 강타하여 그대로 쳐 낸다.

인간이었으면 그대로 반신이 날아가 절명했을 정도의 강력한 위력.

그러나 악마에게 육체적 손상은 큰 의미가 없다. 인간처럼 육체의 파손만으로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육체의 형태를 유지하고 수복하는 데는 마기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

“안됐군. 마계였다면 더 싸워 볼 만하겠지만 계약으로 존재가 묶인 지금은 그게 한계일 테니.”

“참 야만스러운 말이네. 이 누나는 딱히 싸움이 특기는 아니거든.”

현시점에서 에밀리가 놈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굳이 얼쩡거린 것은 시간 벌이.

놈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지 나를 향해 돌아보는 순간.

나는 막 캐스팅을 끝낸 마법을 쏘아 냈다.

-4서클 무속성 흑마법.

-흑요나선포.

소환된 2미터 크기의 흑요석 탄환이 거칠게 회전하며 검은 바람의 칼날을 휘감은 포탄이 되어 놈을 향해 쏘아진다.

풍 속성과, 충돌 시 무 속성 대미지를 동시에 입히는 공격 마법.

콰앙!

그것을 놈은 정면으로 얻어맞았다.

흑요석의 포탄이 산산이 부서지며 충격파가 땅을 가볍게 울린다.

놈의 발이 30센티 정도 바닥을 끌며 뒤로 밀려난다.

‘충돌 시의 넉백과 경직……. 하지만 대미지는 그다지 입지 않았나.’

놈은 어리둥절한 듯 자신의 갑옷의 몸통 부분을 문지르고 있다.

“……조금은 놀랍군. 갑옷이 찌그러졌나.”

“아예 뚫려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워하지 마라, 꼬맹이. 이 갑옷을 찌그러트린 놈은 그리 흔하지는 않거든. 그리고 뚫었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었을 거다.”

“그러시겠지.”

빈정거리듯 중얼거리며, 나는 신속히 다음 방법을 이행했다.

그거 한 방으로 이놈을 쓰러트릴 거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굳이 고르고 골라 이 마법을 왜 네게 처박은 건지 가르쳐 주마.”

공격력이 더 높은 흑마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왜 내가 굳이 흑요석의 포탄 따위를 날렸을까.

하물며 물리적 내성이 높은 놈을 향해.

“……흠?”

놈이 의아한 듯 먼저 신음을 냈다.

삐걱거리는 소음이 들리며 갑옷의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듯 멈춘 것이다.

“파편인가.”

“부딪힌 흑요석의 탄환은 깨지지만 그 파편은 상대에게 묻어 움직임을 봉하는 일종의 결계가 되지.”

부가 효과.

적중한 상대에게 일시적인 민첩성의 대폭적인 저하를 가져온다.

“재주가 좋군.”

“그뿐만이 아니야.”

거기에다 이 흑요석의 탄환은 4서클의 흑마법 중 독특한 사용법을 지니고 있다.

“포석이지.”

이것을 사용해 명중해야 다음에 이어질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게 된다.

“내가 쓸 수 있는 흑마법 중 비주얼이 가장 흉악한 녀석이다.”

바로 다음 마법을 발동시킨다.

놈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흑요석의 파편이 검게 빛나며 반응한다.

“……마법으로 소환한 물체를 매개체로 또 다른 마법을 쓰는 거냐?”

“보는 그대로.”

입 아프게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직접 보고 몸으로 체감해 봐라.

반응하는 흑요석의 파편이 점차 자라난다.

손톱 정도의 크기에서 주먹 정도로……. 더욱 빠르게 자라나며 마치 마구잡이로 성장하는 넝쿨식물처럼 놈의 주변을 옭아맨다.

자라난 흑요석 나무의 칼날이 놈의 갑옷에 점차 스치기 시작한다.

“그대로 갈려 버려라. 시끄러운 깡통 자식.”

-흑요지옥덫.

구속된 상대의 주변에 끊임없이 자라난 흑요석이 포위하고 그대로 고속으로 회전하며 피격 대상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린다.

카가가가가가강!

쇳덩어리가 공작 기계에 갈리는 듯한 소음이 일대의 모든 소리를 잡아먹는다.

절삭 속도는 더욱 가속하고.

“마무리다.”

그 회전이 최대에 이른 순간, 내가 손을 내리긋자 그대로 모든 흑요석이 반짝이더니 폭발하며 소멸한다.

“……위력 한번 요란스럽네.”

그사이 다시 몸을 수복한 에밀리가 내 곁으로 돌아와 감탄한다.

“방심하지 마. 아직 멀었어.”

“그래, 저걸로는 죽지 않겠네.”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간신히 대미지가 들어가는 공격을 퍼부은 것이지 저걸로 뒈질 놈은 아니다.

폭연이 걷히자 놈의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욕지거리가 나온다.

놈의 갑옷은 제법 흠이 새겨지고 패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손상은 적었다.

놈이 방패처럼 내세우고 있는 대검.

“그거 안 쓰는 거 아니었나. 믿지도 않았지만.”

“하핫, 미안하군. 꼬맹이. 나도 모르게 쥐었지 뭐냐. ……뭐, 쫄았다는 뜻이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

자랑스럽긴 개뿔.

저 괴물이 조금이나마 진지해졌다는 뜻이다.

놈이 고개를 들자, 투구에서 희미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울리더니 그대로 깨지며 부서진다.

“이런, 역시 그 교수에게 얻어맞을 때 삐걱거린다 했더니……. 기어이 이 꼬맹이가 망가트리는군.”

아깝다고 혀를 차면서 놈이 맨얼굴을 드러낸다.

의외로 보기 힘든 면상이지.

본래라면 한참 나중에나 볼 법한 얼굴이니.

나는 말없이 그 모습을 확인한다.

틀림없다.

“뭐냐, 꼬맹아. 상상보다 잘생겨서 감탄하고 있나?”

“퍽이나. 그 꼴을 하고 잘생기고 말고가 어딨어?”

“흑마법사잖냐. 취향이 좀 다를 수도 있잖냐.”

낄낄거리는 놈의 면상.

아니, 면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으리라.

얼굴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해골.”

성인 남성의 해골. 그 눈구멍 안쪽에서는 눈동자 대신에 검푸른 불꽃이 자리 잡고 있다.

“데스 나이트……. 어쩐지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더니.”

에밀리가 녀석의 정체를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타락한 기사.

수명의 굴레를 죽음이라는 형태로 묶어 두고 더럽혀진 오러를 펼치며 끊임없이 살육만을 반복하는 타락의 형태.

“돌아가면 한 소리 듣겠군. 하사받은 갑옷도 망가트린 데다 애송이 앞에서 면상도 까 버렸으니.”

이죽대며 혼잣말을 하는 놈의 눈구멍 안쪽에서 더럽혀진 푸른 불길이 거칠게 타오른다.

“……진심으로 쳐 죽일 수밖에 없잖냐.”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으면서.”

단지 놀아 주다가 죽이든지.

아니면 진심으로 단칼에 쪼개 버리든지의 차이일 뿐.

난 둘 다 싫거든?

“그리고 넌 날 못 죽여. 이 덜 뒈진 해골 자식아.”

“호오……. 객기냐? 아니면 공포에 실성이라도 했냐?”

틀리다.

허세는 아니다.

틀림없이 레벨의 차이, 능력치의 차이, 무엇보다 가진 역량의 차이로는 지금 내가 저 괴물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그나마 방심하고 있을 때 한 방 허를 찌르는 게 현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분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그렇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후회하지도 않고.

“충분히 할 만큼 했거든.”

만족했다는 뜻이 아니다. 새하얗게 불태운 것도 아닙니다.

“시간 벌이는 충분했어.”

“……뭣?”

단 한마디도 내가 놈을 쓰러트리겠다고 말한 적 없다.

놈의 눈구멍 안쪽의 푸른 불길이 의문의 감정을 표현하듯 흔들린다.

“교대다.”

내가 위를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희미하게 간신히 한 겹만이 남아 있던 결계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진다.

“부탁드립니다. ……학장님.”

힘을 다한 결계를 막무가내로 깨 버리고 난입한 이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노인.

제국 아카데미의 총책임자.

학장 필레프 팔레네우스.

마왕의 가장 신뢰받는 수하를 상대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인물일 것이다.

* * *

도박은 아니었다.

나는 학장이 이 상황에서 개입할 것이라고 거의 9할 이상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본래 시나리오니까.

‘혈목의 토벌을 실패할 때 학생들을 직접 구조한 게 그니까.’

결계의 상태를 보고 구원이 올 타이밍을 가늠했다.

관건은 정확히 필요한 타이밍에 그가 개입할 수 있을까 하는 점.

‘문제는 학장이 내부 상황을 모른다는 점이니까.’

그럼 알리면 그만.

요란스레 마법을 난사하여 이쪽의 위치를 알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그는 우선적으로 이쪽에 개입했다.

“어찌 된 일인지 이 늙은이의 눈으로는 파악이 힘들군. ……한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늠하듯 학장은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살펴본다.

널브러져 있는 학생들.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

그리고 딱 봐도 나 적이요, 하는 느낌으로 서 있는 데스 나이트 켈니오스.

“제법 고된 일정이었나 보군.”

“학장님, 이 사태는…….”

“괜찮네. 설명이라면 나중에 느긋하게 듣겠네.”

일일이 듣지 않아도 된다.

학장의 어투에서 점차 묘한 기운이 실리기 시작한다.

“데스 나이트……. 예사 애송이는 아닌 모양이군. 누구와 계약을 하였지?”

위압감을 실으며 묻는다.

“대답할 리가 없잖냐. 영감탱이. ……댁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실수했군. 애송이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가졌나.”

“학생들에게 볼일이 있다면 책임자인 이 늙은이가 대신 이야기를 들어 주지. ……단.”

학장의 몸이 잔상처럼 흔들린다.

“산산조각이 난 자네의 머리를 두고 말이네만.”

차마 보이지 않았다.

내 시점에서 보인 것은 학장의 움직임이 한 차례 흔들린 것.

그리고 켈니오스의 머리 위로 뭔가 떨어졌다는 것.

지축이 흔들리며 충격파가 일으킨 폭풍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애들 배려는 안 해?! 저 노인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내 몸이 그대로 떠밀려 나간다. 버틸 체력이 없었다.

푸념하며 날아가려 하자, 뒤에서 부드러운 무언가가 받아 준다.

에밀리다.

“어머? 한숨 자려고?”

“이런 곳에서 퍽이나 잠이 오겠다.”

일어날 힘도 없다. 나는 별수 없이 그대로 에밀리에게 푹 안긴 채로 싸움을 지켜보았다.

……어떤 의미로는 특등석이네.

“뒷방 늙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저래 보여도 전성기 때는 혼자서 성 하나를 일격에 깨부수는 맹장이었던 모양이니.”

그 설정대로 학장의 위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리라.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은 틀림없이 학장이 저 데스 나이트를 몰아붙이는 모습이었다.

학장이 내리친 도끼를 켈니오스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간신히 대검을 치켜들어 받아 내고 있었다.

“큭! 괴물 같은 노인 같으니!”

“……괴물에게 들으니 섭섭하군.”

가소롭다는 듯 학장은 더욱 도끼에 힘을 가한다.

콰지지직. 지면에 균열이 가면서 버티고 있던 데스 나이트의 몸이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밑으로 가라앉는다.

“뼈다귀는 고이 묻어야 하지 않겠나.”

“유감이지만, 땅속은 그다지 편하지 않거든! 하긴, 댁 같은 노인네는 곧 알겠군!”

데스 나이트 특유의 사악한 몸에 보랏빛의 화염이 폭발하듯 일렁이기 시작한다.

오러. 그것도 타락한 마나를 이용한 힘.

파지지짓.

상반된 오러의 기운에 의해 대검과 도끼의 날 사이에 스파크가 일며 본격적으로 대립한다.

“이 오러……. 고작 사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밀도와 예리함……. 대체 자네는.”

“이름을 떠벌리는 건 뒈진 이후로 때려치웠다!”

켈니오스가 학장의 도끼를 튕겨 내었다.

학장은 튕겨 나가는 도끼의 궤도를 힘만으로 틀어 다시 몰아붙였고, 켈니오스 역시 대검을 휘둘러 받아친다.

‘호각……. 아니, 밀리는 건 저 뼈다귀 쪽일 거야.’

아직 나는 근접 전투의 우열을 가릴 정도의 눈썰미는 없었다.

마법은 그렇다고 쳐도 근접 전투는 한참 햇병아리 신세니.

하지만 저 싸움의 승패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며 뭔가가 떨어졌다.

부러진 대검의 반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