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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35화 (135/389)

제135화

135화

제국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스는 다음과 같다.

공용 마법.

오러.

정령술.

프리스트.

게임에서는 4대 전투직이라고 부르는 메이저 클래스.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클래스가 존재한다.

연금술이나 대장장이 같은 생산직 외에도 요리나 음악, 미술 계통의 클래스도 존재한다.

(점성술도 가르치는구나.)

‘의외로 수강생이 많대.’

나 같은 현대인의 정신을 가진 자에게나 편견이 있을 뿐.

이곳에서 점성술은 하나의 클래스로 성립할 정도로 체계적인 이론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그 효과도 입증되었다.

마법이 통하는 세계이니 당연히 점 같은 것도 효과를 보는 세계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안이 여기에 드나든 적은 없었지?)

‘우선 사항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 점성술은 좋아하지 않았거든.’

아무래도 현대인으로서 거부감이 느껴진다.

이 세계에서 점성술은 사기가 아니란 걸 잘 알면서도 영 내키지 않는단 말이지.

요컨대 취향의 문제다.

‘진지하게 시험을 치러야 할 이유가 생겨 버렸으니 그런 걸 따질 수는 없지.’

여기만큼이나 내가 고득점을 딸 클래스는 달리 없었다.

‘필기는 점성술의 이론과 역사적인 유래를 묻는 것이 대부분일 거야.’

(그거면 특별할 건 없네. 그럼 시안이 노리는 건?)

‘실기!’

실전주의인 내게 이곳만큼이나 기회의 과목도 없으리라.

점성술의 실기가 무엇일까.

물어볼 필요가 있나?

‘당연히 점치는 거지.’

* * *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카데미에는 온갖 클래스가 있다.

이런 것도 가르치는 거야, 싶은 과목까지 있기 마련.

황제의 뜻에 따라 아카데미에서는 제국과 인류에 번영을 안겨 줄 가능성이 있는 지식이라면 어지간해서는 죄다 지원한다는 방침.

한때 학생의 명맥이 끊겼던 흑마법 클래스가 그래도 존속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런 아카데미의 방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점성술 역시 정식 교과목으로 성립시켜 육성하는 건 필로스 아카데미가 유일하다나.”

(점……. 별을 보거나 뭔가 물건을 던져서 맞추는 그거 말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니 엄청 없어 보이네.

‘그 정도로 느긋한 과목은 아닐 거야.’

점성술 클래스의 필기 시험장으로 들어오니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느 과목 못지않게 진지했다.

그 학생들이 참조하고 있는 교재의 두께도 살인적이었고.

(흑마법보다 점이 더 인기가 많니?)

‘제국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점성술이 더 잘나가는 모양이니까.’

현대인의 감성을 지닌 내 눈에나 미심쩍어 보이지 이곳 토박이들에게 점성술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마법 이상으로 친숙하고 필요하겠지.

‘농사, 병법, 정치, 의학 등 어느 분야에서도 점성술의 힘이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하니까.’

심지어 마법이나 오러 등의 전투 개념에서도 점성술을 익힌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안은 수업을 별로 듣지 않았지?)

‘시간의 한계도 있고, 점성술 자체의 효과도 꿰뚫고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이다.

다만 지금은 지식으로서의 가치보다는 내가 어디까지나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목하는 것일 뿐.

미리 신청해 둔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고 있자, 곧 점성술 클래스의 시험 감독을 맡은 교수가 들어왔다.

점성술 클래스 교수.

시딜레인 교수.

“허억……. 헉! 간신히 늦지 않은 모양이군요.”

지각할 뻔했는지 급히 달려와서 후줄근한 느낌을 도통 숨기지 못한다.

“그럼 시험을 치르도록 하죠. 음? ……거기 학생도 시험을 치르고자 온 것입니까?”

못 보던 얼굴이 있어서 그런지 의아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그렇겠지.

“신청은 했습니다.”

“……흑마법 클래스의 학생이군요. 수업 때는 얼굴을 본 적이 없는데 시험을 치겠다는 것입니까?”

어쩐지 믿지 못하겠다는 느낌.

규정상 수업을 듣지 않아도 시험은 치를 순 있다.

당연히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아마 얕보는 것처럼 보이려나.’

반대 입장이라고 해도 어이없겠지.

무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가능한 좋게좋게 굴러 가는 게 좋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둔 그럴듯한 말을 주저 없이 꺼냈다.

“기회가 그다지 없어서 교수님의 강의는 듣지 못했지만, 점성술의 중요성은 틈틈이 공부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흑마법사인 학생이 점성술을?”

“한때는 마법과 점성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뭐, 별것 아닌 설정 놀음이다.

“한때 마법의 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시절 마법사는 더 큰 성취를 위해서 별자리를 보거나, 혹은 자신이 시전할 마법의 결과를 점을 쳐서 알아보려고 했다더군요.”

“확실히 그런 시절도 있었죠.”

묘하게 흐뭇해하는 느낌으로 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

“저 역시 점성술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기에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본 과목의 시험을 치르고자 합니다.”

“……이유는 납득했습니다.”

이해한 모양이다.

스스로도 낯간지러운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뭐, 다른 사람의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거짓말만 느네.)

‘……반은 진심이야.’

내 마법을 보다 높은 경지에 도달시키기 위해 점성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직은 일러서 파고들지 않았을 뿐이지 언젠가는 이 클래스를 찾았을 것이다.

강력한 마법의 단점은 명중률이 떨어지거나 캐스팅 시간이 길다는 것.

그 시점에서 점성술의 일부 스킬을 터득한다면 명중률에 보정이 걸리고 캐스팅 속도에도 시너지가 발생한다.

게다가 흑마법의 특정 상위 스킬을 습득할 때 점성술 스킬이 그 습득 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이지만.’

어차피 오늘은 시험 성적이나 챙겨 가자고 온 것이니까.

곧 내 시험을 용인했는지 교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곧바로 필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학생들은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나 역시.

‘점성술 시험의 특징은…… 이론이 대부분 설정과 관련돼 있어.’

점성술의 유래.

그리고 어떤 점성술이 어디에서 유효한가.

요컨대 설정에 관한 질문.

‘게임 시절의 설정을 묻는 시험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과목.’

그것이 내가 이것을 택한 이유 중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실기이지만.’

* * *

필기시험을 간단히 끝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실기 시험이 시작된다.

“실기 시험은 이미 사전에 통보한 대로 치를 것입니다. ……거기 흑마법 클래스의 학생은 별도로 안내가 필요합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이미 사전 안내문을 숙지했으니까요.”

“과연……. 그렇다면 절차만 간단하게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실기 시험은 말 그대로 습득하고 있는 클래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하여 성과를 내야 한다.

오러 클래스 계통은 직접 교수급의 상대와 겨루어서 실력을 선보인다든가 하는 방식.

마법 계통은 마도구를 조합하든가 혹은 직접 마법을 영창하여 그 완성도를 심사한다.

그럼 점성술 클래스는 무슨 시험을 치를까.

‘점을 치겠지.’

다만 무엇으로 점을 치나?

참으로 모호한 문제이기에 점성술 클래스의 교수들은 시험 문제를 내기 위해 골머리를 썩인다나.

한때는 아예 경마장에라도 끌고 가서 시험을 치르는 게 어떨지 진지하게 거론했다가 학장에게 처맞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근처에 딱 적절한 경마 일정이 있습니다만…….”

……단순히 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농담입니다. 시험은 제대로 준비가 되었고,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미리 안내된 시험장에 도착했다.

훈련장 한 곳을 시험을 위해 개조했는지 평소와 다른 느낌의 기운이 새어 나오는 게 아닌가.

(공간 계통 마법의 기척이네.)

‘과연……. 시험은 그건가?’

예측했던 대로다.

점성술 클래스의 시험에서는 말 그대로 점을 치는 게 목적.

하물며 그것으로 경쟁을 하려면 확실하게 순위를 가를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해야겠지.

“간단합니다. 여러분들은 경주를 해 주시면 됩니다.”

아직도 경마에 미련이 있는 걸까.

설마 지각할 뻔한 게 아침 경마를 구경하느라 늦은 건 아니겠지?

“뭐, 단순히 달리라는 건 아닙니다. 딱히 달려 봐야 도착할 리도 없지만.”

시험장 안에는 공간 계열 마법과 정신 계통의 마법을 조합하여 만든 미궁이 있었다.

“길을 찾고 문을 고르면 됩니다.”

자기 앞날을 점치는 재주가 없다면, 당연히 길도 못 찾을 미궁.

‘찍기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길 찾기구먼.’

통과하는 속도에 따라 점수를 매길 것이다.

“아, 걱정은 마세요. 일정 시간이 경과 하거나 혹은 포기하면 자동으로 시험장 바깥으로 전송되는 구조입니다.”

포기하면 점수는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겠지.

“점성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앞날을 가늠하는 능력. 이 시험은 그런 역량을 중점적으로 볼 것입니다.”

어쩐지 미심쩍은 설명과 함께 규칙의 통보가 끝났다.

“그럼 호명하는 학생들은 준비 후 시험장에 들어가 주세요.”

시험장에는 열 명 단위로 학생들을 투입하는 모양이다.

나는 바로 1조에 포함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서 좋군.

(그럼 열심히 하렴. 도와주고 싶지만, 그럼 반칙이겠지? 악마로서 할 일은 없으려나.)

‘있어도 불길하니까 그다지 하고 싶진 않은데. ……뭐, 자신은 있으니까 걱정 마.’

에밀리의 응원을 뒤로하고 시험장에 들어가자 더 이상 염화는 들리지 않았다.

당연한 조치겠지.

본래라면 체육관 정도의 넓이겠지만 공간 계통의 마법을 적용한 결과, 광활한 미로가 그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20개쯤 보이는 문이 학생들을 기다린다.

“……알아서 선택해서 들어가라는 건가.”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스스로 가늠해야 하는 것.

듣자 하니 갈림길의 숫자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늘어난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25개. 다음은 30개. 최종적으로는 100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확실히 자기 앞길을 점칠 정도의 실력이 없다면 통과 못 하겠군.’

아마 통과 못 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을까.

신입생의 기준으로는 30퍼센트 정도 진행만 해도 싹수가 있는 정도이겠지.

‘그럼 어디 완주를 목표로 해 볼까.’

완전히 통과하는 게 목표다.

《잔여 스킬 포인트 : 29pt》

포인트도 충분히 여유가 있으니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는 데는 아무 문제도 없겠군.

《점성술 : 마력 통계》

《점성술 : 운의 총애》

《해당 스킬을 습득합니다.》

《합계 8pt를 소모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21pt》

점성술 계통의 선행 스킬을 습득했다.

다른 학생들을 보니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모양.

‘내가 사용할 스킬은…….’

흑마법사가 습득할 수 있는 점성술 계통의 복합 스킬.

《사령의 나침반을 습득합니다.》

《스킬 포인트 6pt가 소모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15pt》

허리춤에 매어 둔 병에서 미리 잡아 놓은 사령을 꺼낸다.

흑마법사가 익힐 수 있는 점성술 스킬.

‘사령을 소모해서 발동하는 스킬이지…….’

맵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미로 계통의 길을 찾기 위해 사용된다.

스킬을 발동시키며 병을 으스러트리자 손에는 보랏빛 안개로 이루어진 나침반 같은 것이 쥐어진다.

“자~, 그럼 어디로 가야 잘 들어가려나.”

사령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확인하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들어간다.

이 방식의 성공률은 흑마법 클래스 스킬의 종합 레벨과 개인의 스테이터스에 따라 갈린다.

지금의 나라면 9할 정도의 높은 적중률을 보이겠지.

“효과는 확실하군.”

계속해서 문을 통과한다.

문의 개수 따위는 세지 않고 오로지 내 시선은 내가 발휘하고 있는 스킬이 가리키는 곳만을 향한다.

믿는 것은 이것뿐.

‘어차피 자신의 능력만을 믿으면 현혹될 일도 없지.’

그저 나아가면 된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이번에는 대충 훑어봐도 세 자릿수에 가까운 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건 조금 쫄 뻔했네.’

아마 여기가 마지막 갈림길이겠지.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사령의 나침반에 마기를 주입한다.

조금 흔들거리긴 하지만, 제대로 길을 찾아낸다.

‘정가운데…….’

쓸데없는 것에 눈 돌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군.

코웃음을 치며 나는 마지막 문을 통과한다.

‘간단하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문을 나서자 시야가 바뀐다.

시험장의 바깥.

“음? 벌써 끝난 건가? 그렇군……. 중단한 건가.”

시딜레인 교수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관측 기록이 새겨진 아티팩트로 짐작되는 판을 확인한다.

순간, 표정이 굳는다.

“……자네, 대체 무슨 방법을?”

부정 따위는 없다. 그 증거는 저 아티팩트에 제대로 새겨져 있겠지.

교수는 몇 번이고 기록을 확인하고 나서 크게 감탄한다.

“놀랍군! 흑마법을 이용한 방식인가! 이런 식으로 가능하다고?!”

호들갑을 떠는군.

바라던 대로 1등은 따 놓은 모양이군.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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