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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47화 (147/389)

제147화

147화

“뭐야, 이 녀석! 검이 전혀 듣지 않잖아!”

“제길! 몬스터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규칙 위반 아니냐고!”

누가 봐도 고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필사적인 외침.

마시놀린은 주저했다.

일단은 여기서 벗어날까 생각하고 그대로 빠지려 했지만.

“아차…….”

콰직.

무심코 발을 헛디디며 나뭇가지를 밟은 것이다.

실수로 낸 기척에 사람들의 주목이 쏠린다. 잘못하면 양측 모두에게 공격을 받을 상황.

할 수 없이 마시놀린은 심호흡을 한 차례 내뱉고는 과감히 뛰쳐나왔다.

“자,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한 거 같네요!”

“누구야?!”

“윽! 정령술 클래스의 마시놀린 클랜스라고 해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령술?! 마침 잘됐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분하긴 했지만, 의외였던 건 그녀의 난입으로 되레 오러 클래스 동급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 것이다.

“우리 좀 도와줘!”

“제가 왜요?!”

지당한 말이다. 오히려 마시놀린은 진지하게 저 셋의 등 뒤를 노릴까 고민하던 차였다.

“야! 우리를 여기서 탈락시키면 너 혼자 이 괴물 같은 스켈레톤과 싸워서 이길 거 같아?”

“제 정령술을 뭐로 보는 건데요! 저쯤은…… 저쯤은…….”

욱해서 큰소리치려던 마시놀린은 스켈레톤과 눈이 마주친다.

응, 무섭네. 무리야.

“……뭘 하면 되죠?”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구나. 누군지 모르겠지만.”

“됐고! 그런데 왜 스켈레톤이 있는 거예요!”

“누가 소환했나 보지! 그래! 그 흑마법사 놈밖에 더 있어?”

시험장에 몬스터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마법을 이용해 불러낸 것. 평범한 마법사가 언데드를 부를 일은 없지만.

딱 한 명 용의자가 있지 않은가.

“시안……. 그 시안인가요?!”

“그놈밖에 더 있겠어! 젠장! 모습도 안 보이고 이런 괴물이나 뿌려 대다니!”

반칙은 아니리라.

“이 뼈다귀를 쓰러트리고 시안 그 자식을 찾아내자고!”

“……알겠어요.”

마시놀린은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고는 바로 협력을 맺을 것을 동의했다.

시안의 소문은 들었다.

저 스켈레톤이 그의 작품이라면 여기서 협력해서 쓰러트려 시안의 전력을 깎는 게 더 유리하리라.

“흥! 운이 좋네요! 저 마시놀린 클랜스의 도움을 받다니!”

신성력 정도는 아니지만 정령술의 기운은 언데드에게 나름 유효한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게 기본 통념.

마시놀린은 특기인 정령술을 발동시켰다.

“나와요. 피닐.”

정령술 고유의 마력이 폭발할 듯 발산하며 그 중심에서 불타는 새 형태의 정령이 튀어나온다.

중급에 해당하는 불 정령. 애칭은 피닐.

“태워 버려!”

“그럴 생각이에요!”

지시에 따라 불의 정령이 날갯짓을 하며 스켈레톤에게 돌진했다.

언데드는 특히 불에 약하다.

“단번에 재로 만들어 버려요! 그리고 시안! 보고 있으면 나오시죠!”

승리를 확신하며 으스대는 그녀였지만.

곧 웃음소리가 작아진 것은…….

“야…….”

“그런데 안 타는데?”

“……네?”

정령의 화염이 거세게 타오르나 어째 스켈레톤에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오히려 무슨 짓이냐는 듯 고개까지 갸웃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왜 불이 안 통해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엉터리 정령사!”

“누가 엉터리라는 거예요!”

“제길! 우리끼리 싸울 때냐!”

“됐고! 일제히 덤벼!”

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전원이 스켈레톤에게 덤벼들었다.

간신히 스켈레톤을 쓰러트린 것은 거의 요행에 가까웠다.

“허억! 헉! 겨우 쓰러졌나.”

“우리가 이겼다고! 시안! 그 망할 자식!”

성취감이 담긴 짜증을 내뱉으며 아이들이 한숨을 돌리려던 그 순간이었다.

“…….”

마시놀린만이 위화감을 느낀다.

아직도 정령들이 불안을 호소한다. 저 스켈레톤이 쓰러졌는데 왜?

“설마?!”

그녀의 안색에서 핏기가 살짝 가시려던 순간이었다.

부스럭.

무언가의 기척.

그리고 그녀뿐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 역시 말도 못 한 채 눈을 크게 떴다.

추가로 모습을 드러낸 스켈레톤 2체.

그것도 간신히 쓰러트린 것과 동일한 형태다.

“시안, 그 망할…….”

그 욕설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허무하게 들린 건 탈락한 그 아이들이 전송되는 기척뿐.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뒤.

이날의 광경을 두고 교수들이 대량의 언데드를 소환하여 특별 시험에 사용한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지 여부를 놓고 3일 밤낮을 논쟁한 것은 사소한 일에 속하리라.

* * *

데몬 스켈레톤의 행동은 단편적인 정보이긴 하지만 어렴풋하게는 전해진다.

“잘 휩쓸고 있나 보네.”

순식간에 신입생들의 7할이 탈락했다.

내 언데드뿐이 아니라 알피네나 셀리디아를 비롯하여 실력 있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날뛰고 있는 덕이기도 했지만.

“시안? 정말로 이거 뒷일은 괜찮겠니?”

“뭐, 어때? 처음 시작한 범인은 따로 있어. 나쁜 건 내가 아니잖아?”

시안은 나쁘지 않잖아, 그렇지?

“그래서 나쁜 짓의 대명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참으로 기가 차다 못해 할 말도 나오지 않사와요.”

이미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적당히 도발하자 언짢은 느낌으로 대답이 되돌아왔다.

연금술사 제일렌.

어떻게 숨어 있었을까는 딱히 궁금하지도 않다. 왜냐면 아카데미의 교복을 걸치고 있으니까.

변장 따위는 쉽겠지.

“제 작품을 언데드 따위로 만들어 버리다니.”

“성능이 시원찮기에 거들어 준 거야. 저 장난감으로 애들을 공격하려던 거 아니었어? 아~! 시험장 밖으로 내쫓으려던 게 아니었던가.”

“건방져요. 애송이.”

불쾌해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의뢰를 방해하는 것만큼 기술자로서 화딱지 나는 일도 없을 테니까.

“의외야. 리올레이트 공작의 의뢰도 받고 있었냐?”

“제국 귀족의 대부분은 제 유력한 후원자여요. 하지만 이렇게 망쳐서야 참으로 면목이 없사와요.”

“괜찮아. 돌아가서 변명할 필요는 없을 거야.”

넌 여기서 끝장날 테니.

“……살벌한 말을 하는군요. 이전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어요?”

제일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고작 한 번 충돌했다. 그런데 내가 이토록 방해를 해 대니 기가 막히겠지.

내 알 바 아니지만.

“그 한 번이면 충분해. 어차피 조만간 댁을 찾아내서 끝장을 내 주려 했거든.”

“무서운 말이어요. 어째서 그렇게까지?”

“내가 조심성이 많아서 말이야. ……뒤끝을 남길 상대가 생기지 않도록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특히 악인이라면 더더욱.

“참으로 무서운 아이네요. 하지만 주제를 모르는군요.”

“아직 뭔가 보여 줄 거라도 남았냐? 제일렌?”

어차피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그녀가 직접 나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리라.

“제 작품은 아직도 많이 이 숲에 숨겨 두었사와요.”

“알아. 얼마나 숨겼지? 몇 백? 몇 천?”

아마 아카데미의 교수들 중 누군가에게 뇌물 혹은 공작가의 인맥을 통해 미리 준비를 해 둔 것이겠지.

요컨대 작정하면 얼마든지 나 정도는 포위할 수 있다는 건가.

“전부 대응할 수 있겠사와요?”

“어림도 없지. 난 그렇게 만능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마.

(그거 진짜 하려고?)

“한다면 하거든.”

내 의도를 알고 있는 에밀리가 걱정되는 듯 말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우선 대강 날려 버리자고.”

손가락을 튕기는 시늉을 한다.

콰아아아앙!

사방에서 들리는 굉음.

화염과 폭연이 숲 곳곳에서 치솟는다.

“지금 뭘…….”

“내 언데드에게는 또 한 가지 재주가 있거든.”

그리 대단한 재주는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언데드 자체의 마기를 인화시켜서 터트리는 방법을 쓸 수 있어.”

요컨대 언데드 폭탄.

그것으로 제일렌이 시험장 전체에 숨겨 놓은 잔여 호문클루스를 날려 버린다.

대부분의 학생을 탈락시킨 지금에서야 쓸 수 있는 방법인 셈.

“미쳤어요. 어찌 감당하려고?”

“내가 왜? 아카데미의 시험장에 수작을 부린 건 최악의 연금술사씨가 아니었던가.”

이 녀석만 잡으면 내가 책임질 일은 하나도 없다.

“저지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삼류 연금술사.”

“……크윽.”

내 조롱에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제일렌의 얼굴에 노골적인 분노가 어린다.

“후회하게 해 드리죠.”

도망치지 않는다. 아직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

그리고 그것 역시 대강은 짐작한다.

제일렌 토벌 퀘스트의 최종전.

분명 궁지에 몰린 제일렌은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것을 내놓겠지.

“꺼내 봐. 전부 박살 내 줄 테니까 분해하면서 뒈지시고.”

“……시안, 대체 누가 악당이니?”

쟤야, 쟤.

그 제일렌이 품에서 무언가 꺼낸다.

아티팩트. 소환 계열의 물건인가.

제일렌의 전투력은 개조한 신체 능력을 감안해도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비전투직인 연금술사이니까.

그러나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은 점은 그녀가 비뚤어진 연금술의 재능을 통해 만들어 낸 여러 광기의 작품들.

“제 걸작을 보여 주겠사와요.”

소환 아티팩트를 가동시키자 허공에 타원형의 게이트가 열리고 거기서 무언가가 낙하했다.

“……역시 저건가.”

출현한 것은 족히 20미터는 될 법한 거구를 자랑하는 괴물.

“어머……. 저것도 연금술인가 하는 걸로 만든 걸까.”

“그렇사와요! 거기 악마!”

자신이 창조한 것을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기술자의 버릇이겠지.

“저의 연금술의 신체 구성 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을 개조하는 정도 따위가 아니랍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어떤 몬스터든 혹은 그 이상의 존재든.

“모든 것을 창조하는 지식의 경지. 그것을 추구하는 제가 최근에 만들어 낸 걸작을 소개하죠.”

오만한 광기를 선보이며 제일렌은 연극조로 과장된 몸짓을 하면서 자신의 창조물에 대해 언급한다.

“……걸작이라.”

그 자랑하는 걸작인지 뭔지 하는 것의 정체를 눈으로 재확인하며 나는 피식 웃었다.

거구와 그것에 걸맞은 파충류의 날개.

전신을 뒤덮은 것은 녹색의 강철 같은 비늘.

진홍빛의 안광이 이쪽을 내려다본다.

“드래곤인가?”

어디를 봐도 드래곤.

다만 진짜가 아니라 연금술로 재현한 모조 드래곤.

“정답이어요. 이것이 제 걸작!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인하다고 여겨지는 생물.”

그것은 흡사 영웅담에서나 나올 법한 가공할 존재.

틀림없이 최강의 생물 중 하나로 거론될 종족.

그것이 바로 드래곤.

“알케미스트 드래곤. 제 걸작의 실전 상대가 된 것을 영광으로 여겨도 좋아요. 시안.”

제일렌은 자신의 창조물 앞에서 광소를 터트린다.

“……연금술사는 용도 만들어 내는구나.”

“구조만 안다면 어지간한 생물은 흉내 내니까. 이론상으로 못 만들 것도 없겠지.”

에밀리마저도 감탄할 그 괴물을 앞에 두고 나는 무덤덤하게 그것을 눈여겨보면서 혀를 찼다.

‘역시 저걸 끌고 나오는구나.’

알케미스트 드래곤.

제일렌 토벌 퀘스트의 마지막에 상대하게 되는 괴물.

무려 연금술로 재현한 드래곤.

(위험하지 않겠니? 드래곤이라면 어지간한 악마 이상의 괴물이잖니.)

‘농담 마, 에밀리. 저딴 가짜를 두고?’

겁먹을 이유가 없다.

드래곤이라고 해 봤자 가장 하급에 해당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까.

‘오히려 저걸 꺼내길 기다렸어!’

소환을 저지하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제발 불러 달라고 애원하며 요청까지 하고 싶었다.

비록 가짜이지만 정교한 기술에 의해 복제된 드래곤.

요컨대.

‘만들어진 괴물이지만, 저 소재는 제대로 드래곤의 것으로 판정되거든!’

제일렌 토벌 퀘스트는 흑마법사 클래스만이 아니라 어떤 클래스로 육성해도 클리어하기를 권장하는 이유는.

구하기 힘들고 사냥하기도 힘든 드래곤 계열 소재를 여기서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건 사냥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인 거 알지?)

‘하하, 내가 고작 저딴 걸 사냥 못 할 거 같아?’

지팡이를 겨누며 반대쪽 손을 까닥였다.

놀아 주겠다는 뜻.

“그럼 어디 그 가짜 드래곤을 가지고 덤벼 봐, 삼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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