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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54화 (154/389)

제154화

154화

사소한 일이든 사소하지 않은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것이 미셀 위스티닐이 가진 이념!

하지만 그녀도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우와아~! 보통 난리가 아니네.”

시험장의 무대가 된 숲을 상공에서 대강 훑어보았다.

폭연의 흔적.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 그리고 박살이 나거나 불태워진 저급 악마의 잔해.

“……잠깐 조는 사이에 망했네.”

진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딱히 시험 성적 때문에 곤란한 건 아니었다.

시험이라면 여유로웠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수준 낮은 경쟁은 그다지 의욕이 나지 않는 법.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라면 또 모를까.

그렇기에 혼나지 않을 선에서 점수만을 확보하고 내뺐다.

흔히 말하는 농땡이.

“깜박 잠들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평소의 그녀였다면 웃어 자지러질 정도의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딱 봐도 평범하지 않은 상위급의 스켈레톤이 신입생들을 탈락시키지 않나.

심지어는 그 스켈레톤은 미셀과 마주치고도 그녀를 무시했다.

처음에는 무슨 짓인가 싶어 짜증을 낼 뻔했지만, 이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거 시안의 짓이네.”

아마 공격 대상에서 자신을 제외시켜 놓은 것이겠지.

시안은 자신처럼 그가 아는 아이들을 스켈레톤의 공격 대상에서 제외시켜 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를 방해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내버려 두기로 결정.

무엇보다.

“……걜 지켜보는 게 할배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험에서 미셀이 방관만 하고 있던 것은 반쯤은 그녀의 본의가 아니었다.

지혜의 숲에서 날아온 편지.

그것이 이유였다.

“솔직히 어서 돌아오라고 지긋지긋하게 잔소리나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본래는 편지를 볼 생각도 없었는데, 지난번 시안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편지에 쓰여 있던 것은 그녀도 이해하지 못할 부탁.

“중간 평가의 결말을 지켜보라? 이곳에 불길한 운명의 조작자가 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무려 지혜의 숲 원로들의 필체와 직인이 찍혀 있었기에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아니, 이유라도 적어 놓으라고요……. 망할 할배.”

나이를 먹으면 대화가 부족해진다.

말해지 않으면 모른다니까요? 미셀은 삐죽거리며 일단 받은 부탁은 수행하기로 했다.

딱히 편지와 같이 온 금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도시 생활에는 돈이 필요하긴 하지.

무서운 도시 생활 같으니.

“시안을 지켜보면 된다는 판단은 정답이었는데…….”

정확히는 최근 시안과 모종의 교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엘시아 리올레이트.

“리올레이트가의 수작질이라는 건 알고 있어.”

리올레이트가의 어둠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기원이 된 고유 능력에 대해서 전해진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

뭐, 저것은 마법도 아니기에 미셀에게는 별 관심 없는 이야기였지만.

거슬리는 일을 한다면 그냥 깨부수면 그만이고.

‘……아마 시안의 목적은 저것.’

시험과 아무 관계도 없는 외부인과 엘시아 리올레이트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주저했다.

개입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망할 편지에는 딱히 어쩌라는 지시는 없었고.

적으로 보이는 소녀가 괴인으로 변하였을 때는 만일을 위해 개입할 준비를 하려 했지만.

그것도 곧 시안이 나타나면서 정리되었다.

“……라고 답장을 보내면 되려나.”

단순히 리올레이트가의 일탈을 확인하려고 전언을 보내신 걸까?

미심쩍어하며 미셀은 잠시 고민했다.

고작 권력가가 벌이는 뻘짓 하나 때문에 지켜보라고 지시를 보낼 리는 없었다.

그들을 시대착오적인 노인네라고 투덜거리는 미셀도 그것만큼은 인정한다.

‘아니면…… 다른 것?’

미셀은 다른 것에 주목했다.

아주 희미하게.

“앗!”

지금 막 생겨난 위화감을 그녀는 간신히 알아챈 것이다.

“아하핫! 잘도 내 감각을 속이려 했것다?”

깨달음과 호기심이 섞인 웃음을 짓는다.

“누군지 몰라도 건방져.”

괴인이 소멸하고 그 잔재가 흩날릴 때 위화감을 느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방향으로 그 잔재가 흘러간다.

일정 방향.

그 잔재에 섞인 어떤 특정한 무언가가 옮겨지고 있다.

“우와아~! 뭔가 성가실 거 같네.”

아마 이것이리라.

확신을 가진 미셀은 그 미세한 위화감을 추적하여 그 지점에 도달했다.

시험장의 가장 구석진 곳.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

‘이거 뭐야?’

웬만한 괴상한 것은 숲에 있는 시절부터 봐 온 그녀였지만, 이것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있다.

아니, 그것을 누군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안개였다.

그 안개는 기이하게도 여러 가지 색이 뒤섞여 있었다.

오색.

적, 청, 녹, 백, 흑.

그 색들이 뒤섞여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것을 이루고 있었다.

‘은폐술? 아니……. 그것과는 좀 다른 거 같은데.’

그것을 사람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적어도 그것은 지성이 깃든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안개 인간은 조금 전 시안이 쓰러트린 괴인의 잔재를 모으고 있다.

[이상하네……. 오늘 수확할 예정이긴 했지만, 적어도 이 아이는 아니었는데.]

의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지성이 있었다.

[엘시아가 아니라 밀리안? ……언젠가 회수하려 했지만, 이 순서는 역시 이상하네? ……게다가 어째서 그 아이의 스킬이 여기서 그 색을 되찾았던 거지? 우연일까?]

이해 못 할 혼잣말.

[어그러져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셀리디아 밀로닐도 그렇고, 알피네 역시 이상한 영향을 받고 있고.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중얼거리는 이름은 분명 같은 83기수 신입생들의 이름.

‘……뭐야? 저거?’

미셀은 고민했고.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저것은 호기심만으로 관여할 게 아니다.

분명 편지에는 그랬지. 지켜보라고.

만약 저것이 지혜의 숲의 원로가 말한,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네.’

미셀은 과시욕투성이의 소녀이긴 해도 멍청하지는 않았다.

독이 들었는지 아닌지 꼭 깨물어 먹어 봐야 아는 건 아니지 않은가.

‘위험해.’

이미 기척을 은폐하기 위한 마법은 걸어 둔 상태다.

어지간히 노련한 마법사라고 해도 미셀의 존재를 쉽게 알아차리진 못하리라.

이대로 괜한 짓만 하지 않으면.

그러나 미셀은 곧 그런 판단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켜보고 있는 건 미셀 위스티닐?]

한순간 놀라서 기침을 할 뻔했다.

분명 소리도 내지 않았을 텐데.

감이 좋은 야생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알아차릴 수 없었으리라.

[용무가 있다면 나와서 말해 주지 않을래? ……하긴, 그럴 리 없겠지만.]

안개 인간이 손짓했다.

순식간에 미셀이 숨어 있던 지점의 모든 것이 얼어붙어 결정화가 되듯이 바스러져 가루가 된다.

‘뭐, 뭐야?! 마법이 아냐!’

비슷한 현상이라면 리올레이트가의 고유 스킬이 있지만, 그것과도 근본적인 성질이 달랐다.

저것이 더욱 고약하면서 불길했다.

“이래서! 그 노인들이 하는 부탁이 싫은 거야!”

판단은 신속했다.

미셀이 내린 결론은 하나.

지팡이를 꺼내고는 빠르게 주문을 캐스팅하여 터트리듯 발동시킨다.

그 안개 인간의 주변에 다섯 개나 되는 화염의 구체가 마치 꽃봉오리처럼 부푸는가 싶더니.

터진다.

“박살이나 나 버려!”

-플레임 플라워.

5서클에 해당하는 화염 마법.

그것을 그녀는 무려 다섯 개나 연속적으로 발동해 터트린 것이다.

어지간한 몬스터라도 형체도 안 남을 어마어마한 위력.

그럼에도 위기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크에게 돌멩이를 던져 봐라. 그것이 제대로 먹히기나 하겠나?

흡사 그런 느낌.

“이상하네……. 아카데미에 대체 무슨 괴물이 돌아다니는 걸까.”

[섭섭한 말이네. 미셀 위스티닐. 괴물이라니. 조금 서글플 뻔했어. 하지만 이해해. 나라도 네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할 테니.]

화염이 사라진다.

역시나 안개 인간은 멀쩡히 선 채 푸념을 터트린다.

[걱정 마. 나는 인간을 죽이지 못해.]

“무슨 개소리를…….”

[그런 제약이니까. 지성이 없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영혼이 깃든 것에는 위협을 가할 수 없어.]

“그걸 믿겠어?”

당연히 믿을 리가 없다.

가장 위험한 게 자신은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괴물이라고 숲의 노인들은 가르쳤다.

이게 딱 그 말이다.

[하지만 난처하네. 아직은 보여서는 안 됐는데, 이것도 어그러진 걸까.]

“……무슨 말이야.”

[알려 줄 마음은 없어. ……그리고 오늘을 네가 기억하게 둘 수도 없단다. 미셀 위스티닐.]

“해치지 못한다며?”

[오늘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해가 되는 걸까?]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도망칠 수 있을까?

잠깐의 유예라도 벌어 누군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방도를 궁리하지만, 어느 쪽이나 시원찮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안개 인간이 걸어온다.

되든 안 되든 미셀은 일단 최대한 도망쳐 보자고 작정하고는 마력을 끌어올리려 할 때였다.

“세 발자국만 옆으로 움직여. 딱 가려져 있거든.”

그 소년의 목소리.

미셀은 고민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옆으로 몸을 날렸고.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그녀의 등 뒤에서 골창이 날아가 안개 인간을 꿰뚫는다.

“시안! 그 괴물에겐 마법이 안 통해! 당장 도망쳐!”

“알아. ……통할 리가 없는 건 내가 더 잘 알 거다.”

미셀의 경고에 이를 갈며 등장한 시안은 혀를 차면서 그 안개 인간을 주시했다.

“역시 저것도 존재했나.”

* * *

밀리안을 토벌하고 난 뒤의 이상한 흐름에 대해 내게 알려 준 것은 에밀리였다.

“시안, 저 괴물이 부서지고 난 뒤에 잔재가 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네.”

“……그거 어디로 가고 있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리라.

짐작 가는 데가 있었다.

우연찮게 그 조건이 들어맞았다면? 어쩌면 그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에밀리가 감지해 낸 장소로 가니 역시 그것이 있었다.

“어째서 미셀이 저거랑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시험 내내 이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서 농땡이를 치든가 혹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여겼는데.

“그, 그게 말이야. 아하하…….”

“됐어. 나중에 물을게. ……문제는 저 괴물이다만.”

“그래! 저거! 시안, 혹시 아는 게…….”

“없어. 이번엔 정말로 없어.”

미셀에게는 유감스럽겠지만, 이번만큼은 딱히 대답해 줄 말이 없었다.

모르쇠가 아니다.

아마 게임을 해 본 어느 유저든 저것의 정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장 되지 않은 보스니까.’

당시 이 세상이 게임 ‘연애 전기’로 불리던 때의 이야기다.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특히 최근에 나온 게임이라면 단순히 엔딩만으로 모든 콘텐츠를 끝내지 않는다.

추가 콘텐츠.

까놓고 말해서 DLC.

보다 높은 난이도의 보스와 도전 과제를 당연히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차 DLC까지 출시됐을 무렵, 당시 공식 홈페이지에 어떤 게시글이 올라왔다.

<더미데이터 하나 발견함. 아직 미실장 보스인 듯.>

<보스치고 수수하지 않아?>

<딱 봐도 피 깎으면 ‘나 변신해요!’라고 주장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소개된 것이 바로 저 눈앞의 이름 모를 존재.

전신이 다색의 안개로 이루어진 이상한 괴인이었다.

파일명조차 <?????>으로 되어 있기에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보스.

그런데 그 무렵, 게임 내에서 한 가지 버그가 발견되었다.

어째서인지 각 시나리오가 끝날 무렵에 저 괴인이 출현하게 되었던 것.

유출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끄러웠지만, 결국에는 버그였다는 것으로 논란은 진정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쓰러트릴 수 없었다.

어떤 상호작용도 불가능했고, 대미지를 입힐 수도 없었다.

‘혹시나 그게 적용되었다면 어쩌면 출현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이것만큼은 미지의 영역이다.

결국은 출시되지 않았고.

그 뒤에 내가 ‘시안’이 되었기에 이젠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다.

‘역시 공격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고.’

미셀에게 한 말을 얼핏 들었다. 혼이 있는 존재를 죽이지 못한다고?

‘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신경이 쓰인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저것을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 어어어어어어어?]

거기에다 더욱 의외였던 건?

[시안? 설마 그 시안?]

저 괴물이 어째서인지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네. 어째서 시안이 나오는 걸까?]

글쎄, 왜일까?

내가 더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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