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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66화 (166/389)

제166화

166화

“칫! 이 천한 놈들이…….”

상대 팀의 83기생들은 이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이겼다는 생각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상대는 천한 놈들.

출신도, 세력도 없는 것들이기에 녀석들을 짓뭉개는 일은 아주 간단할 거라고 여겼다.

그 오만한 생각이 뒤집힌 것은 훈련이 시작되자마자였다.

간단하게 상대 팀을 쳐부수자.

그런 생각으로 전진하던 귀족파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마법이 맞지 않았다.

각자 특기로 하는 마법을 자신 있게 캐스팅하여 펼쳤지만, 어째서인지 상대는 간단하게 막아 낸다.

마치 무엇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기닐 말티온. 말티온 백작가 출신. 특기는 전격 계통.”

“……빌리아 셉틴. 마탑 출신.”

어째서인지 평민파 아이들은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더니 너무나도 간단히 공격 패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엇이 특기인지 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이 천한 놈들이!”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침착성을 잃어버리고 마법을 마구 난사한다.

그러나 역시 막히거나 간단히 피해 낸다.

역시 알고 있다.

“귀한 분들은 큰일이네.”

“뭘 특기로 하는지 뻔히 다 알려져서.”

“……무슨 헛소리를, 크윽?!”

대답 대신 날아온 것은 반격을 위한 마법들.

그것들을 급히 방어하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후퇴하면서 그들은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본래라면 상대도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녀석들에게서 위협을 느낀 것이다.

* * *

내가 동기들에게 지시한 것은 복잡한 전략이 아니었다.

그저 정보.

“유망한 녀석들의 문제점은 그들의 정보가 뻔히 알려져 있다는 거니까.”

유명한 게 그들의 폐해라고 해야겠지.

“예를 들어 말티온 백작가. 대대로 우수한 마법사를 배출한 명문이고, 그 특기는 전격 계통이라고 했던가.”

자주 쓰는 마법이라든가 그 위력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쉬웠다.

명문가 녀석들의 비법은 의외로 주변에 널리 알려져서 적절한 수단만 있으면 금세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름 있는 녀석들 대부분은 게임에서도 구현돼 있는 인물들이니까.’

적으로 상대할 때의 공격 패턴이나 레벨도 어느 정도는 기록해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패턴을 유추해서 전략을 지시하는 건 어떻게든 되지.”

상세한 전략은 불가능해도 어떤 것을 조심해라, 하는 충고는 가능하다.

“의외로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사실 쟤네들에게 부족한 건 자신감이야. ……실제 전력 차는 그렇게 안 나.”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

사소한 개인적 기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전에서는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수준.

거기에다 상대 팀은 방심하고 있을 테니 더더욱 그 허를 찌르면 능히 이길 수 있다는 뜻.

“그리고 우리 팀은 내가 방어를 전담하고 나머지 전부 공격에 돌리고 있어. 아마 저쪽도 당황하겠지.”

전략으로서는 빵점.

하지만 이건 전쟁이 아니다. 고작 훈련. 어찌 되었건 이기기만 하면 그만.

“뭐, 일단은…… 절대 지지는 않게 해 줘야겠지만.”

“하긴, 시안도 이제 일할 시간이네.”

“뭐야? 벌써 왔어?”

에밀리가 기척을 알아채고 알려 준다.

동시에 데몬 스켈레톤도 사전에 내려 둔 명령대로 반응한다.

우리 쪽 애들이 전원 공격에 나섰으니 당연히 상대측 공격 인원도 간단히 도달하겠지.

애초에 돌격하는 녀석들은 막지 말라고 지시해 둔 게 나다.

그럼 감내해야지.

“전부 상대해 줘라. 내 뼈다귀들아.”

내가 앉은 채로 손짓하자, 데몬 스켈레톤들이 흩어진다.

바로 그 직후 사방에서 폭발음과 전투를 알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이 근처까지 접근한 녀석들과 내 스켈레톤들이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유감이지만, 방어는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아마 나름 대비는 했겠지만, 뚫기 쉽진 않겠지.

“……음?”

불기둥 하나가 크게 위로 치솟는다.

그것을 뚫고 사람의 그림자가 뛰쳐나와 이쪽을 향해 달려든다.

“아……. 저런 방법도 쓰나.”

내 스켈레톤을 무찌른 게 아니라 폭발로 떠밀고는 온 힘을 다해 뚫고 나왔나.

무모하지만, 확실히 저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군.

“흥, 그게 뭐?”

“누나가 상대할까?”

“됐어. 힘내서 왔잖아. 얼굴 정도는 봐줘야지.”

손을 휘휘 젓고는 나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일어났다.

“역시 방석이라도 가져왔어야 했나. 대충 앉으니까 은근히 엉덩이가 아프네.”

투덜거리는 사이에 제법 가까이 접근했다.

본 적 없는 얼굴이군. 82기생 선배인가.

“하핫! 이겼…….”

“아니거든요?”

뚫고 나왔고, 기다리고 있는 게 나 혼자라는 사실에 승리를 확신 한 듯 마법을 캐스팅하려 했으나.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바로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뭣?”

설마 맞서서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꽤 놀란 표정이다.

“고상하게 마법전을 펼칠 거라고 생각했나? 웃기시네.”

마법보다 빠른 게 있거든.

내 다리.

퍼억!

그 선배가 마법을 캐스팅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내가 뛰어들어 그를 걷어차서 넘어트렸다.

이 훈련은 어디까지나 대규모 공방전이다.

딱히 개인 간 전투에서 주먹이나 발길질을 하지 말란 법은 없거든.

“크악?!”

“제가 혼자 방어하고 있을 때 알아차렸어야죠. ……제가 저 뼈다귀보다 강하다는 것쯤은.”

그대로 가볍게 짓밟고는 포박용 마법을 써서 몸을 묶어 버렸다.

탈락시켜도 되지만, 마침 용무가 있었다.

“자~! 그럼 마침 잘됐네요. 선배.”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아뇨, 혼자 이렇게 기다리니까 너무 심심해서 말이죠. 조금 이야기나 나누죠. 주제는…….”

나는 친절하게 웃으며.

“그쪽 팀이 생각하고 있는 작전에 대해서 말이죠. 혹은 가지고 있는 수단에 대해서.”

탈탈 털어 주겠다는 심산을 숨기지 않고, 일방적인 대화를 청했다.

“설마 정말로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아니었을 거 아니에요?”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아.

세상에 정정당당한 승부 따위는 없지.

이 훈련을 통해 가지지 못한 학생들의 자신감을 높여 주자는 멕젠 학과장의 의도.

‘하지만 다른 놈들이라고 비슷한 생각을 안 했을까?’

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상대편은 이 기회를 통해 압도적인 힘을 선보여 귀족파 아이들의 자존심을 더욱 드높이고자 했겠지.

무엇보다 결과를 보이면 아카데미 내 평민 축출 의견은 더욱더 힘을 받을 테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들이 생각하는 건?

‘이겨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떤 짓을 해서라도.’

도를 넘는 짓은 반대로 명예를 실추시킬 테니 어림도 없지만.

정도껏 뭐든지 이용하리라.

적어도 나라면 그렇다.

“숨기지 말고 보여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쓸 거잖습니까.”

확인할 겸 무엇을 꾀하는지 봐 두는 게 낫겠지.

“……큭.”

“아니면 이대로 탈락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손아귀 위에 흑염을 일으키고는 위협하듯 말하자, 그 선배는 이를 갈며 각오한 듯 나를 노려보았다.

“후회하지 마라.”

“안 해요. 오히려 그편이 즐겁겠다 싶거든요.”

지나치게 일방적이면 보람이 없으니까.

내 노골적인 태도에 자존심이 구겨진 것인지 그 선배는 드디어 낑낑거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오호~! 과연…….”

그것을 알아보고 내가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콰가가가강!

주변에서 조금 전보다 더 격렬한 굉음이 울린다.

마치 상대 팀 학생들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듯이.

“……이건 우리 팀 녀석들에게 조금 빡세겠어.”

나는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알아채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기껏 준비한 게 도핑이냐.”

* * *

자신들이 고전하고 있음을 깨닫고 귀족파 아이들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훈련이라고 해도 패배한다면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

“큭, 빌어먹을 놈들이…….”

“야! 윌로트, 이대로는…….”

“알아! 칫, 이대로 질까 보냐.”

귀족파 학생들 중 그 사상이 가장 강한 것은 윌로트와 케인이었다.

특히 혈통의 우월함을 신봉하는 둘에게 지금의 상황은 썩 바람직하지 않았다.

“체면은 둘째 치고 이래서는 그분들이 실망할 텐데.”

“알아. 안다고! ……흥, 뭐, 됐다. 어차피 이기는 건 우리들이다.”

근거 없이 현 상황을 도피하기 위한 소리는 아니었다.

그들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받은 것을 쓴다.”

“하, 하지만…….”

“지는 것보다 나아. 무엇보다 그분들도 말씀하셨잖냐. 우리가 우월하기에 주시는 거라고.”

“그, 그래, 그렇지! 맞는 말이야. 윌로트.”

하찮은 자존심과 두려움 때문에 패배를 맛볼 순 없었다.

케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그것을 꺼냈다.

이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귀족파 아이들은 어떤 분에게 불려 갔다.

그는 귀족파 아이들의 혈통을 칭찬하며 그들의 승리가 당연하고 패배 따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거듭 강조했다.

이것은 그들에게 당연히 돌아올 승리를 얻어 내기 위한 수단.

그러니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다른 녀석들에게도 신호해라. 딴소리는 듣지 않겠다.”

“그래…….”

신호를 날렸다. 상공에 다섯 발의 파이어 볼을 쏘아 그것을 동시에 터트렸다.

“각오해라……. 천한 놈들! 특히 시안, 검은 머리의 놈!”

이를 갈며 윌로트가 꺼낸 것은 푸른색의 환약.

그것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약이다.

그것을…….

귀족파 아이들은 주저 없이 씹어 삼킨다.

* * *

82기생 선배 셋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여유를 부리는 미셀.

“더 보여 주실 마법은 없어요? 그럼 슬슬 끝낼까 하는데요.”

한 기수 위의 선배니까 조금은 기대했는데. 의외로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듯 작게 하품을 하며, 미셀은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어?”

그런 미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법전에 필사적이었던 삼인방이 묘한 낌새를 보였기 때문.

마법의 캐스팅도 멈추고는 무언가를 꺼내 삼킨다.

“약? 이제 와서 도핑 정도는 상관없는데…….”

마나라도 떨어진 건가?

본래라면 저렇게 허술하게 대놓고 먹는 것을 막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미셀은 일부러 막지 않았다.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아니, 보충용은 아닌 모양이네요.”

삼인방은 그 약을 삼키고 바로 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미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술 끝을 실룩였다.

“참 별난 약을 드시네요. 신기하네요. ……정말로 보기 드문 약을 드시다니.”

감탄과 경멸이 뒤섞인 말.

그 약을 먹고 난 뒤의 82기생 삼인방의 변화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마력이 증폭된다.

기존의 두 배? 아니, 세 배일까? 자신이 지니고 장악한 마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하는 도핑.

그 약의 정체는 알고 있다.

“청마환(靑魔丸)……. 뭐, 좋아요. 그딴 걸 먹고 놀 만해진다면 얼마든지 봐드릴게요~.”

미셀은 지팡이를 겨누었다.

싸움에 반칙은 없다.

쓸 수 있다면 뭐든 쓰는 게 진리.

“하지만 조금 실망했지만요.”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어투와 달리 그 지팡이에 가려진 시선은 아주 차가웠다.

“……전쟁터도 아닌데, 그딴 거에 의존하는 시점에서 마법사로서 실격이겠지만요.”

더는 놀이 상대로 대해 줄 마음도 사라졌다는 듯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비슷한 현상의 기척이 저 삼인방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느껴진다.

전부 귀족파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변화.

“참 대단하네요. 자칭 고귀하신 쓰레기는 말이죠.”

시안이 저 바보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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