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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196화 (196/389)

제196화

196화

생각보다 빨리 셀리디아를 찾아냈으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정령사들이 도통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히려 계약 정령들이 단체로 팀킬을 저지르는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제 실력…… 아니,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정령사.

셀리디아 밀로닐.

“정령들이 이상할 때, 나만은 괜찮았어.”

이곳에 떨어지고 나서 며칠간의 일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상황의 수습을 위해 바로 행동했다.

다른 정령술 클래스 아이들의 확보.

그리고 그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계약 정령의 제압.

겸사겸사 방해하는 마법사들도 처리하고.

다행히 합류 이후에는 순조로웠다.

마법사들은 내가 꾀어내어 처리하고 정령술 클래스 아이들 역시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애들은 전부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치하는 것은 폭주 중인 두 마리의 정령.

저 두 마리가 마지막이겠지.

“……여기 와서부터 이상하게 상태가 좋아.”

두 마리의 정령과 대치하며 셀리디아는 홀로 나서면서 손을 까딱였다.

덤비라는 듯.

광분하여 난폭한 기세로 돌진해 오는 두 마리의 정령을 상대로.

셀리디아는 말없이 손을 아래로 내리긋는다.

공중에서 떨어진 것은 각각 화염과 번개로 이루어진 팔.

콰가가가강!

셀리디아의 정령술 에너지에 그대로 짓눌러 압도된 폭주 정령은 말 그대로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힘이 늘었군. 특정 속성만을 구분해 실체화시켜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해졌냐?”

“응. 여기 와서 가능해졌어. 이상하게 힘이 넘쳐.”

폭주 중인 정령들을 추가로 봉인하고 난 뒤 셀리디아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이상한 일이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야. 이곳은 정령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장소이거든.”

그녀를 포함해 다른 정령사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 상황의 실체를 나는 알고 있다.

“하긴, 이곳의 현상을 생각하면 저 고양이 귀 아가씨의 힘이 증폭되는 것도 당연하네.”

에밀리 역시 짐작 가는 것이 있다는 말투.

“무슨 뜻이야?”

“여기 와서 위화감을 느낀 적 없어?”

“위화감…….”

셀리디아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다시 자신의 두 손을 살핀다.

자신의 몸.

그녀 자신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 질문을 듣고 바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느낌. 마치 익숙한 장소에 온 거 같은 느낌? ……그리고.”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정령력의 속성이 높아.”

“정답이야.”

잘 알았네요. 나는 칭찬하듯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땅의 특성은 기이할 정도로 대기 중 마나의 밀도, 특히 정령의 속성력이 높아.”

필드 특성.

게임 당시의 기준이라면, 그 특성에 이렇게 표기되고 있을 것이다.

《정령술 특화 보정 +160%》

정령사에게 유리한 맵이라고 할 수 있겠지.

뭐, 여기까지면 좋은 효과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나치면 반대로 독이 되겠지.”

나는 설명하면서 마시놀린이 안고 있는 불의 정령을 흘겨보았다.

“저희가 계약 정령의 힘이 늘어나서 제어하지 못한다는 의미인가요?”

“딱히 너희의 탓이라는 건 아니야.”

만약 그것뿐이라면 선배 기수의 정령도 마찬가지로 폭주하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겠지.

“또 하나의 원인이 있어. 이곳에 온 정령은 공황 상태가 되거든.”

“……공황? 뭔가 두려워한다는 건가요?”

“그러고 보면, 어쩐지 여기가 익숙하지만 싫은 느낌도 들어.”

“셀리디아가 유일하게 힘을 잃지 않은 건 정령술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야.”

셀리디아는 별개의 계약 정령을 두지 않는다.

다루는 정령술이 자신 그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령의 키메라.

어디까지나 인간이 정령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인간의 의지로 정령술을 다루는 존재.’

그렇기에 정령이 느끼는 공황 상태에 빠질 일이 없기에 증폭된 힘만을 누리는 셈이다.

“이곳이 어디길래 그래요?”

“시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다는 듯 묻는 마시놀린과, 반대로 셀리디아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이 드러난다.

“셀리디아는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나 보네.”

“……예전에 아빠에게 들은 적이 있어. 이론상의 이야기라고만 들었는데.”

“아, 확실히 그 교수님이면 알 법하군.”

셀리디아의 아버지.

첼리델 밀로닐 교수.

그러고 보니, 그는 다른 일로 바빠서 이번 실습은 직접 인솔을 못 했다고 했던가.

만약 그가 있었다면 내가 설명해 줄 필요도 없이 바로 이곳의 정체를 깨달았을 것이다.

“정령에게 유리한 세계.”

“그 말대로야. 셀리디아.”

“무슨 뜻이죠?”

“비유하자면, 물고기가 가장 활발하게 헤엄칠 수 있는 곳이 어디냐는 뜻.”

이상한 비유이긴 하지만, 그것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숨길 필요 없이 바로 답을 가르쳐 주는 게 낫겠지.

“여긴 정령계야.”

세계를 넘어서 날려 버리는 전이의 비술.

그 비술은 단순히 우리들을 낯선 땅에 떨어트리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인간이 갈 수 없는 세계로 보내 버린 것이다.

정령계.

모든 정령의 유래가 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

“말도 안 돼요!”

마시놀린이 있는 힘껏 부정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게 이상한 거예요, 셀리디아!”

수긍하는 셀리디아와 달리, 평범한 정령사인 마시놀린은 쉽게 믿질 않는다.

“여기가 정령계라니.”

그녀가 이상한 게 아니다. 이걸 바로 이해하는 쪽이 별난 것이다.

“조금 전 정령들이 두려워하는 게 원인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이상해요.”

“그런가?”

“정령계는 정령들의 고향. 조금 전 비유한 것처럼 물고기가 헤엄치는 물 그 자체잖아요.”

어째서 그 물을 두려워하는가. 당연한 의문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물 자체가 아니야. 이곳의 주인에 대해서지.”

“……주인?”

아마 어지간한 정령사도 모르는 일이겠지.

적어도 83기생은 아직 배우지 못한 이론.

“정확히는 가설이라고 해야 하나. ……주장한 자는 있는데, 입증한 자가 없거든.”

유일하게 그것을 주장한 정령사 외에는 그 누구도 확인을 못 한 지식.

하지만 정작 그것을 주장한 자의 주장을 무시하기에는 그 사람의 영향력이 실로 컸다.

“그게 누구?”

“너희도 들은 적은 있을 거야. 역대 최고의 정령사.”

“아…….”

정령사가 그 이름을 모른다면 돌팔이라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인물.

“녹의 시조.”

“……네?!”

“정령술의 시조.”

지금의 계약 정령술의 기틀이 되는 이론을 완성한 자.

녹의 시조.

제스피니아 말틴.

최고의 천재라고 일컫는 정령사가 남긴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간들 중 유일하게 자력으로 정령계를 오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정령사야.”

“들은 적이 있어요. 시조의 전설은 정령사라면 모르는 자가 없어요.”

“……그랬어? 몰랐어.”

여기 진심으로 몰랐다는 듯 귀를 쫑긋거리는 정령사가 있는데?

“셀리디아는 수업 때 거의 조니까요.”

“헤헴!”

“칭찬 아니라고. ……하여튼 수업 때 졸았던 누구를 위해 설명하자면, 정령계는 연결되지 않은 복수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군.”

인간의 상식으로 비유하자면 영지라는 개념.

“각 정령계는 그 세계의 주체가 되는 왕의 수만큼 나누어져 있다더라고.”

“하지만 그걸 확인한 자는…….”

“그 시조 외에는 없지.”

사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결국 근거 역시 게임의 설정대로.

“예를 들면 불의 정령은 불의 정령왕의 세계에 속한 피조물이라고 할 수 있어.”

당연히 이곳이 정령계이지만, 저 불새의 고향이라고는 할 수는 없었다.

“비유하자면, 국적은 같아도 남의 집에 끌려 들어와서 갇힌 느낌인가.”

“그것만으로는 공황 상태를 설명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 집주인이 어지간히 두려운 상대면 또 모르지.”

각 정령계는 각각의 왕에 속해 있다.

“그럼 여긴 어딜까?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

풍경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었다.

이 정령계는 그 어떤 속성의 정령의 특성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몬스터가 가득한 위험천만한 땅.

혼란 그 자체.

당연히 평범한 정령사는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런 내 설명을 들은 셀리디아는 짐작 가는 게 있는 듯 안색이 어두워진다.

그야 알지는 못해도 면식은 있을 테니까.

“시안, 그거 설마…….”

“꽤 골치 아픈 주인의 땅이라는 거지. ……평범한 정령은 여기 오기만 해도 겁에 질려서 울 정도로.”

요컨대 정령계이지만.

정령사에게 최악의 정령계.

그것을 시조는 이렇게 설명했다.

“폐정령계.”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진 정령의 땅이라고.

* * *

[생각해 보니까 여기에 손님을 초대한 건 처음이거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돌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어둠의 정령 밀레이토스에게 마탑의 원로 로벨타스는 대놓고 이마를 찡그렸다.

어지간히 미움 받네. 어둠의 정령은 키득거리며 웃는다.

[전에 본 적이 있어. 인간은 손님을 안내하기 위한 안내문 같은 걸 주던데……. 아! 생각났다, 관광 팸플릿! 나도 만들어야겠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

[그렇지만 소감은 듣고 싶은걸. ……최소한 인간들이 살아 있을 때 말이지.]

“제대로 된 감상은 듣지 못하니 관두게.”

[흥, 그건 서운하네.]

“뭣보다 이런 고약한 땅을 누가 정령계라고 생각하겠나. ……그 어린 정령사들을 동정하고 싶을 정도군.”

[하하,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네. 사냥감을 동정하는 사냥꾼이 어디 있어?]

“정령의 왕치고는 경솔한 발언이군.”

[권속도 계약자도 없는 왕이야. 크큭, 나야말로 그 아이들을 아낄 이유가 있을까.]

로벨타스는 더는 대화도 나누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정령사들을 동정한다는 말은 어느 정도 그의 본심이기도 하였다.

저런 정령왕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그 자리에서 정령술 수련을 그만두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

“……그런데 그 검은 뭐지?”

로벨타스는 어둠의 정령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정령이 검도 쓰나?”

[아니, 빌린 거야. ……너희가 확보한 인간이 가지고 있던 거야. ……이 애도 마침 나랑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고.]

“보통 검이 아닌가. ……뭔가 깃들어 있군. 요정?”

검 자체에 인격이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뭔가 다른 것이 심어져 있다.

“요정? 별일이군. 그런 검은 계약된 일족 외에는 대화가 불가능할 텐데.”

[그건 인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는 조금 다르거든. 약간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특별한 사정이라고?”

[궁금하면 가르쳐 줄까?]

“필요 없소. 사악한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진 않으니.”

[현명하네. ……반대로 어리석은가.]

“마음대로 지껄여.”

그런 말에 혹할 자신이 아니다.

로벨타스는 등을 돌렸다.

[가려고? 바쁘네.]

“네놈이 말한 그 사냥감 말이네만. ……제자들이 고전하는 모양이군. 못난 녀석들 같으니.”

[곤란해. 정령사의 확보는 필요해. 백작이 원하는 비술에 그 아이들이 필요하니까.]

어디까지나 전이의 비술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본래 로벨타스가 상정하던 안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저 어둠의 정령이 제안한 비술의 수정안은 나름 흥미로웠다.

정확히는 그 결과가 필요하다.

그것만 얻어 간다면 마탑 내에서 그의 지위는 확고해진다.

“사악한 지식은 혐오스럽지만, 그 결과를 관측할 필요는 있겠지.”

[크큭, 마탑의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지껄여라. 사악한 정령.”

[그것보다 제대로 확보해 줘. 그 아이들과 계약한 정령이 없다면 비술의 완성은 힘들어.]

“알고 있네. 못난 제자들의 뒤치다꺼리는 스승의 의무이니.”

[기대할게. 늙고 어리석은 마법사.]

“닥쳐라. 사악한 정령.”

조롱을 담은 대꾸에 늙은 마법사는 거칠게 대답하고 이내 사라졌다.

어지간히 밉보였군. 하지만 불쾌하기는커녕 귀엽다는 듯 웃는다.

[정말로 어리석어. 스스로 충분히 배웠다고 착각하는 인간만큼 놀리기 좋은 건 없어. ……그렇지?]

어둠의 정령은 요정 검을 향해 묻는다.

[취향이 고약해? 그것보다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같은 목적을 둔 동맹끼리 말이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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