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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222화 (222/389)

제222화

222화

“흑마법의 몰락입니까? 거기에 흑마법사가 전멸한다니……. 무엇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도, 대성녀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일어날 것이다.”

제국에서 흑마법사는 전멸한다고.

단순히 흑마법이라는 지식과 기술이 묻힌다는 뜻은 아니겠지.

좀 더 피비린내가 나는 의미.

“믿지 못하겠느냐?”

“아닙니다. 예지란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잘 알아듣는군.”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겠지.

“그러니 네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마.”

황제는 어디 네가 무엇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듯 흥미진진한 말투로 제안했다.

“어디 한번 그 웃기지도 않는 예언을 바꿔 보아라.”

* * *

제국 내에서 흑마법의 위상을 보다 높여라.

거기에 흑마법사의 전멸이 될 사태를 막아라.

황제가 단순히 나를 시험하기 위해 제안한 것만은 아니리라.

《현재 당신이 소속한 주 전공 클래스의 평판을 보다 높이십시오.》

아카데미에서뿐만이 아니라 제국 전역에서 소속된 클래스의 평판.

나는 당연히 흑마법이고.

(황제인가 하는 자도 별난 소릴 하네.)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야. ……이야기의 출처가 특히나 대성녀라면 더더욱.’

(대성녀. 교회의 성자 중 최고봉에 자리 잡은 인간이었지?)

‘교회의 투 톱 중 하나.’

공식적으로는 교황 다음으로 막강한 권한과 힘을 가진 존재.

실질적으로는 현재 교회의 무력 최강자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다.

(맞아. 성녀는 예언할 수 있었네. 그러네……. 그게 진짜 성녀니까.)

에밀리가 마치 잊고 있었다는 듯 아련하게 중얼거린다.

뭐, 아카데미에 있는 어느 성녀를 보면 잊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정통파 성직자다운 힘을 갖고 있거든.

‘대성녀는 일종의 미래 계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사실 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진짜 성녀라고 할 수 있다.

셩녀회의 성녀들은 사실 그저 강력한 신성력을 구사하는 이들일 뿐.

지금의 대성녀 이후로 아직 진정한 성녀의 능력을 깨달은 자는 없었다.

‘성녀들의 자질 부족은 제쳐 두고.’

문제는 대성녀가 보는 계시가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

‘그런 힘으로 보는 건 썩 좋지 않은 것들뿐이거든.’

(하긴, 좋은 것뿐이면 미래를 걱정할 일도 없겠지.)

‘당연한 소릴. 하여튼 황제는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인물은 아니야.’

짚이는 것도 있고.

거기다 그것과 별개로 흑마법 클래스의 명성과 평판을 높이는 것은 슬슬 고려해야 할 일이었다.

전공 클래스의 업적.

아카데미뿐 아니라 제국 전역으로 그 평판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었다.

‘흑의 시조에 관한 정보도 들어야 하니 일단은 따르는 게 이롭겠지.’

그것 외에도 소속된 클래스의 평판을 올려놓으면 자연스레 보너스도 발생했지.

이로운 점이 가득하니 무시할 이유가 없었다.

(그건 좋은데, 어떻게 평판을 올릴 건데?)

‘글쎄다…….’

무책임한 소리 같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게임이었다면 의뢰의 달성 혹은 아카데미에서의 연구 발표 같은 공적을 세우면 올라가겠지만.

게임처럼 편리하게 뿅뿅 하며 올라갈 리는 없겠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제국 내에서 흑마법의 주가를 단번에 치솟게 할 방안이.

‘일단은 전부터 틈틈이 생각해 둔 건 있는데. ……뭐, 전문가의 고견이 필요하겠군.’

혼자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분야, 특히나 제국 사회에서 흑마법의 위상에 관한 문제를 상담하려면 역시 전문가를 찾아야겠지.

‘다니엘 교수님께 여쭈자.’

그러라고 아카데미에 다니는 거잖아.

* * *

최근 다니엘 교수님의 기분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줄렛 백작령의 일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절하는 줄 알았지 뭔가요.”

그래도 그 걱정 뒤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서.

그리고 내가 황실에 가서 직접 공로를 치하 받은 일이나 작위를 받은 것도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 전부터 흑마법 클래스 수업에 청강을 오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지 뭔가요.”

본래 흑마법 클래스 수업의 모토는 오는 자는 막지 말고 가는 자에게는 저주를…….

농담이다.

언제든 열려 있는 수업.

그러나 정작 듣는 애들은 없었지.

“저도 보긴 봤는데. ……대충 속내는 보이던데요.”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이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황실에 가서 치하를 받을 정도의 일을 해냈다.

단순히 질투를 넘어서서 슬슬 궁금해지기 마련.

맛집의 비결을 캐 보듯.

혹시나 해서 수업을 청강해 보는 것인가.

“하긴 그런 목적이라도 있는 편이 보다 진지하게 듣겠습니다만.”

“지금은 그거라도 상관없어요. 듣다 보면 진지하게 강의에 열중하는 학생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런가.

참 희망찬 바람이군요.

“무엇보다 홀로 수업하는 시늉을 하는 것보다 백배 낫고요. ……아하하.”

“드릴 말씀이 없겠네요.”

아직도 그거 하고 계시는군요.

그러고 보니 내가 수업을 듣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맞네요. 시안. 그러고 보니 그 비술 이론은 결국 습득했나요?”

마침 생각이 난 것인지 다니엘 교수님이 불쑥 묻는다.

진마빙현제.

그 보고를 아직 안 했구나.

정확히는 슬쩍 모른 척 넘어가고 싶었다가 맞겠지만.

“시안?”

“습득은 했습니다. 그거 덕분에 이래저래 알차게 보냈고요.”

“세상에! 과연 그 선배가 언젠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아주 기뻐하겠네요.”

“글쎄요. 그건 어떨지…….”

개인적으로 언젠가 그 선배라는 양반의 면상 한번 꼭 보고 싶기는 하다.

“무슨 뜻이죠? 혹시 원하던 마법이 아니었나요?”

다니엘 교수님은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해독 이후에 원본과 사본을 내게 넘기고 아마 별개로 일이 바빠서 그것을 다시 살펴볼 틈도 없으셨겠지.

그럼 그냥 넘어갈까.

“맞아. 맞아, 다니엘. 이참에 시안에게 한 소리나 해 주는 게 어때?”

“야, 에밀리…….”

조용히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을 때, 에밀리가 멋대로 나와서 떠들기 시작한다.

“한 소리? 역시 문제가 있었나요?”

“그거 엄청 위험한 거지 뭐야. 무려 마왕의 기운과의 계약 비술이니까.”

“마왕? ……에? 지금 뭐라고?”

일부러 일러바치는군.

지난번 내가 진마빙현제의 원본을 멋대로 쓸 것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짓을 다시는 못 하도록 주의를 주라고 말할 셈이냐.

악마 주제에 무슨 그런 착실한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시안?”

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언제부터이지만, 신발에 뭐가 붙어서 안 떨어진다.

사령이네.

“보고해야죠?”

“……넵.”

하는 수 없이 이번에야말로 전부 털어놓았다.

적어도 진마빙현제의 이론 수첩에 적혀 있는 정보와 그 결과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마왕이라니, 그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다니엘 교수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내게서 원본과 해석본을 압수하고는 자세히 살펴보더니 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 풀렸으니 다행 아닐까요?”

“처음에는 폭주했다면서요! 대체 그 선배는 왜 이런 걸 남긴 것인지.”

덕분에 살았으니 마냥 욕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시안, 당연하지만 그 비술의 원본은 금지예요.”

“그, 그래도 어쩌면 필요하지도…….”

“엄히 금하도록 하겠어요. 어기면……. 엄하게 벌이라도 주도록 하죠.”

“딱히 겁나진 않은데요.”

“……네?”

“아뇨, 명심하겠습니다.”

지당하고말고. 나는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절대 헛짓거리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가능한 외부로 흘리지 않도록 해요.”

“역시 마왕과 관련된 기술이라서 그렇습니까?”

하긴, 마왕쯤 되면 금지될 만도 한가?

“……공식적으로 금지되지 않았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겠죠.”

“역사에도 마왕과의 계약을 노리고 참사를 일으킨 이들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런 바보들도 있긴 했다죠.”

덕분에 마왕과 관련되면 세간의 인식은 곱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던 것도 설마 마왕의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미친 발상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일 테고.

“그게 알려지면…….”

“……맞아요. 제 일이 늘어나요.”

“교수님?”

“이제 청강하러 오는 학생도 있고! 본격적으로 수업 계획도 짜려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현실적인 이유였네.

이게 알려지면 당연히 학회에서는 해명과 연구를 요구할 테고, 쓸데없이 바빠진다는 거군.

연구가 강제된다.

퇴근이 없어진다.

나는?

졸업이 없어지나?

“……생각해 보니 그거 귀찮네요.”

“그렇죠?”

아니, 교수님이 그리 말씀하시면.

귀찮다는 건 진심이다. 이걸 연구해 봐야 돈 한 푼 되지 않을 거 같고.

‘이상한 주목만 끌 거 같단 말이지.’

거기다 타인이 습득하게 해 봐야 내게 좋을 게 있냐? 없지? 응, 없어.

오케이, 숨기자.

혹 들키게 되면 적당한 핑계를 미리 생각해 두자.

“그 스승에 그 제자란 게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닥치렴, 에밀리.

“하지만 방치할 수는 없네요. ……대체 왜 이런 걸 남긴 것인지.”

“뭐, 본인 외엔 모르겠죠.”

그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이지만.

“……찾아봐야 하려나?”

“시도는 해 볼 수 있습니까?”

의외로 별것 아닌 듯 설명한다.

“잊었나요? 제국의 모든 흑마법사는 길드에 등록하고 주기적으로 공방의 소재지나 연구 목록을 신고해야 한답니다.”

“아…….”

그건 나도 잊고 있었던 상식이다.

그야 게임에서는 없던 지식이니까.

“당연히 시안도 등록되어 있어요. 다만 지금은 이쪽을 통해서 통보할 뿐이고요.”

그런 구조였군.

나는 당연히 그 수첩의 주인을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그럼 처음부터 찾아서 물었으면 되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어쩐지 시선을 피한다. 저건 뭔가 켕길 때의 반응인데.

그러고 보니 전에는 이 사람을 못 찾을 것처럼 말하지 않았어?

“시안. 그걸 문의하려면 길드에 가야 해요.”

“그렇겠죠. 가면 되잖습니까.”

“……개인적으로 전 길드 쪽에 얼굴을 비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이 무슨 한심한 말씀이실까. 애도 아니고.

아니, 의외로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이 많은 게 어른.

자동으로 처리되는 세상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직접 가야 한다면?

……나부터도 가기 싫네.

뭐, 다니엘 교수님의 반응은 단순히 어른의 귀찮음에서 비롯된 것 같진 않지만.

“흑마법 길드. ……제도의 본점에는 가 본 적이 없네요.”

“가면 안 돼요!”

“네, 네?!”

깜짝이야.

갑자기 기겁하며 소리치는 다니엘 교수님 때문에 놀랐다.

“시안, 똑똑히 들어요.”

어쩐지 조금 전 진마빙현제에 대한 주의를 줄 때보다 더 심각하게.

“절대 흑마법 길드 쪽은 쳐다보지도 마세요. ……특히 본점은 더더욱.”

왜 마왕의 힘에 대한 주의를 시킬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거냐.

“저희 흑마법사인뎁쇼.”

“흑마법사이니 더더욱 주의해야 할 일이죠.”

아니, 그러니까 길드가 왜?!

반대로 이렇게까지 정색을 하니까 호기심이 생길 것 같은데.

가 보고 싶다.

“시안, 제대로 된 흑마법사가 되려면 그딴 길드와는 상종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어째서죠?”

“그곳은…… 이제 글러 먹었어요.”

“그거 길드로서 존재 의의가 있긴 합니까?”

……생각해 보니 어렴풋하게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렇군.

역시 그럴 필요가 있었나.

“그런데 말입니다. 교수님.”

진지하게 주의를 시킨 건 그렇다고 쳐도.

“저 그 길드에 조만간 볼일이 있을 거 같습니다만.”

“……네?”

잠시 딴소리를 하긴 했지만, 내가 교수님께 한 가지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은 바로 흑마법 길드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

어떤 곳인지 듣고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거긴 사람이 갈 곳이 아닌데요?”

흑마법사에게 길드란 뭘까.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 글러 먹은 교수에게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제야 확신했다.

황제가 제안한, 흑마법사의 위기를 해결하는 문제.

그걸 위해서는 반드시 거기에 가 볼 필요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흑마법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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