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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269화 (269/389)

제269화

269화

닐버스가 마지막에 언급한 곳.

정보의 신빙성을 조금 고민한 나는 일단 가 보기로 결정했다.

허황된 소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함정일 가능성도 작고.

‘놈은 아마 그곳에 있는 무언가 때문에 고집스레 흑서를 손에 넣으려 했던 거 같은데.’

신경이 쓰인 것은 그때 엿들었던 대화.

‘어느 것이든 상관없으니 없어지기만 하면 된다?’

정령술이든 오러든 공용 마법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단지 흑마법을 노린 것은 흑마법사를 없앨 수 있는 전용 아이템인 흑서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묘하군…….’

메인 시나리오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다.

게임 당시, 각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은 지극히 간단했다.

악행을 꾸미는 자가 있고 그들을 물리치고 주변과 우호를 다지며 자신의 명성을 드높인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는 그들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무대였으니까.

당연히 사건이 해결되면 그 전의 사건은 언급되지 않고 바로 다음 시나리오로 향하게 된다.

‘그 탓에 각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던 거 같은데.’

물론 그것은 게임이기에 어물쩍 넘어간 것이기는 하다.

결국, 게임에서 마지막에 강림하는 것은 최종 보스. 종언의 흉성.

‘……하지만 가장 위협적이지 않은 보스였던가.’

난이도가 낮았다.

내용상으로는 온갖 피를 보고 개고생을 하지만, 일단 전투만 시작하면 심할 경우 한두 방에 다 죽어 가는 최종 보스님을 볼 수 있지.

뭐, 별수 없는 일이다.

레벨링을 하고 온갖 장비와 강력한 스킬을 습득하게 되면 깨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니까.

놈이 약한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가 강한 것이다.

레벨은 위대하고 스킬은 완전히 사기였지.

‘하지만 지금은 전제 조건이 달라…….’

게임이 아니라 현실.

최종 보스의 존재보다 그 외의 문제를 신경 쓰고 고심하고 있었다.

어쩌면 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

특히 원흉.

‘뒤에서 설치는 놈이 있기는 해.’

그 안개 같은 놈이라든가.

이미 녀석의 정체는 거의 확실시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게 누구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는 힘들었다.

이번에도 관련이 있나?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속는 셈 치고 닐버스가 말한 장소에 가 보기로 하였다.

《골사의 사막》

제국 서부에 위치한 불길한 땅.

“솔직히 나도 오고 싶은 장소는 아닌데…….”

내게는 올 만한 이유가 있는 장소는 아니었기에 그동안 머릿속에서 살짝 치워 놓은 곳이었다.

(흐음~,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네.)

에밀리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별로 정감이 가는 곳은 아닌걸.)

“악마의 시점에서도 그런가.”

(그야 아무런 생기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 뭐가 재미있겠니?)

단순히 척박한 땅이라는 뜻만은 아니었다.

새하얀 모래 같은 것이 깔린 땅.

당연히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설사 살고 싶다고 해도 불가능한 곳이다.

물 한 방울 없고, 심지어 곤충 같은 것도 살 수 없는 묘한 땅이기에.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과연 모래가 아니네.”

뭔가 신경이 쓰이는지 제멋대로 실체화한 에밀리가 이 사막의 새하얀 모래 같은 것을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뼛가루?”

“정답이야.”

멀리서 보면 알아보기 어렵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의 정체를 알게 된다.

“순수 100퍼센트 뼛가루가 쌓인 이상한 땅.”

“마계에도 이런 곳은 없겠는데.”

“왜 이런 게 존재하는지 물어도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어.”

모른다는 것이 게임의 설정이었으니까.

“제국 초기 시점에서 갑자기 생겨난 곳이라더군.”

본래는 평범한 땅이던 이곳이 어느 날 갑자기 뼛가루의 사막이 되어 버렸다.

“흐으으음~. 여기 이상하네.”

“뭐가?”

“딱히 이 뼛가루에 대해서 말하는 건 아니란다. 솔직히 희한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좋거든.”

에밀리가 신경 쓰는 것은 다른 문제.

“이상할 정도로 없네.”

“생물은 살지 않아. ……살 수가 없으니까.”

“그것도 아무래도 좋단다.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에밀리가 자신의 마기를 펼쳐 그 뼛가루의 모래를 조금 퍼 올린다.

무언가 감별하듯 에밀리의 눈썹이 조금 움찔거렸다.

“없네.”

“……혹시 마기를 말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에밀리.

“이런 게 가득한 땅이면 당연히 마기가 고일 텐데, 의심스러울 정도로 깨끗하네.”

“하긴…….”

마기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속성의 심상이나 물질에 발생하기가 쉽다.

가장 간단한 예가 무덤.

그곳에서 적절치 못한 상태로 방치된 시신에서 흔히 마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죽음이 마력을 마기로 변환시키는 속성 중 하나였기 때문에.

“분명 뼛가루면 보통 그쪽과 관련이 있는 소재이긴 하지.”

하지만 이곳은 이상하다.

이런 것으로 가득 찬 땅인데도 마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가공을 해 둔 건가? 이거 어느 생물의 것인지 알 수 있어?”

“어려울걸. 이 누나의 특기도 아니고. ……거기다 이렇게까지 난잡하게 섞여 있다면 특정하는 의미가 있으려나.”

“섞여 있어?”

묘한 표현에 나는 되물었다.

“인간, 짐승 혹은 그 외의 것? 정말 무분별하게 섞여 있네.”

“흠…….”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더 이 땅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야 그럴 수밖에.

“그렇다면 과연 이 대량의 뼛가루의 출처는……. 아니, 됐어.”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건전치 못하리라.

뭣보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다른 것이고.

“됐고. 찾아보자.”

“뭘 찾으려는 거니?”

“……뭐든 상관없어.”

게임에서 이곳은 의외로 존재감이 없는 장소였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채집할 소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도 아니다.

그저 사막 같은 맵만 펼쳐져 있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달리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죽하면 쓸데없는 소문만 나돌던 맵이었으니.’

추후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기간에 맞춰서 완성하지 못한 맵이다.

기타 등등…….

‘나도 여기에 올 거라고는 얼마 전까지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문제는 이 쓸데없이 넓기만 한 장소에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람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인해전술로 수색하는 게 정석이긴 한데, 이번에는 가능한 나 혼자 움직이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찾아야 할까.

“마법으로 죄다 박살 내서 엎어 버리면서 찾는 방법도 나쁘지 않겠지만. ……흠, 이런 경우에는.”

생각을 해 보자.

정말로 무작정 사막을 들쑤신다고 뭐가 나올까?

“나오지 않겠지. 그럼.”

나는 지도와 망원경을 꺼내서 두 개를 비교해 가며 어떤 것을 체크했다.

“뭐 하니?”

“대충 길을 좀 짐작해 보려고.”

이건 에밀리에게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게임 쪽 요소와 관련된 문제이니까.

내가 하려는 것은 대충 기억하는 게임상의 지도와 이곳의 실제 넓이를 비교하려는 것.

기억이 확실치는 않으나 대충 어느 정도 게임에서 구현되었을 당시의 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실제 이 사막은 그 맵 보다 훨씬 넓어.”

그 말을 중얼거리며 게임 당시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구역을 짚어 내기 위해 고심했다.

“이쪽이야. ……아마도.”

어렴풋이 기억하는 게임에서 구현된 맵의 넓이의 바깥 부분.

게임에서 묘사되지 않은 영역.

무언가를 숨기기 적절한 것 같은 지형을 골라서 뒤져 보기로 했다.

그 결과.

“다행히 허탕 친 건 아니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처음에 찍은 장소부터 찾아낼 수 있었다.

“결계 같은 건가. ……참 잘도 숨겨 놨네.”

위화감을 감지하고 그것을 살피며 결계를 해제할 방법을 고심했다.

“이런 타입은 부수는 편이 빠른가.”

정식으로 해제하려면 다소 머리가 아플 테니까.

나는 지팡이를 꺼내고는 그 결계가 가리고 있는 면에 가져다 댔다.

파지짓.

억지로 가져다 댄 반동으로 그 면에서 마력의 스파크 같은 것이 날뛴다.

“흥, 어디 버텨 보든가.”

망가트리는 법은 간단했다.

허용량 이상의 충격을 가하는 것.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안까지 부서질 수 있으니.

내 마력만을 억지로 흘려 넣어서 합선시키는 게 가장 우호적인 방법이다.

“우호적이니?”

“어차피 이곳에 뭔가 지으라는 허가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건 이미 확인해 두었어.”

따라서 뭔가 있으면 그것은 위법.

“때에 따라서는 통째로 불사르고 박살을 내도 부당함을 호소할 근거가 없지.”

정의는 나니까.

이미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해도 뒤탈이 있을 수 없다고 그 안전성을 확인하고 왔다.

“그러니 얌전히 털려라! 쨔사!”

파짓!

크게 한 번 소리가 울리더니 결계는 망가지고 안쪽의 풍경이 드러난다.

“응? 이건…….”

나는 천천히 고개를 위로 향했다.

높다.

“……탑.”

제법 낡은 양식의 탑이 눈에 들어왔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지 탑 꼭대기 부분은 이미 붕괴하여 무너져 내린 모양이다.

“허탕 칠 것 같지는 않군.”

대놓고 여기에 뭔가가 있어요! 하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헛고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 * *

《???????에 ?????하셨습니다.》

《해당 ????는 시나리오에 ????하지 않은 ????입니다.》

“뭐야…….”

“왜 그러니, 시안?”

“아니, 그냥 좀…….”

어떤 메시지가 뜨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겠지만, 이 시설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것은 나를 조금 당혹스럽게 했다.

마치 인식을 하지 못하는 느낌?

게임이었다면 ‘버그 떴네! 이 망할 똥겜!’이라고 욕하면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을 상황.

‘묘하군…….’

DLC 보스인 금악룡의 존재마저도 메시지는 제대로 인식하였다.

그렇다는 건 이제부터 들어온 이곳은 게임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것.

“제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은 경계하며 나는 에밀리를 조금 앞으로 보내어 살펴보면서 나아가게 했다.

“흐음~, 시안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함정이나 그런 건 보이지 않는걸.”

“마법적인 건 몰라도 물리적인 함정 같은 게 있을 수 있어.”

뭣보다 내가 이곳에 온 것 자체가 무언가가 있거나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하였다.

2층……. 3층……. 쭉 올라갔지만, 기대했던 대로 바로 무언가와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버려진 공방 같은 느낌이군.”

지금까지 올라온 층은 대부분이 이미 볼 장 다 보고 버려진 시설이라는 느낌.

그렇게 5층 정도까지 올라왔을 때였다.

“있네.”

아래층과 달리 엄중하게 잠겨 있는 문.

“출입을 위한 게 아니라 완전히 봉해 두기 위해서인가…….”

“들어갈 거니?”

“가야지.”

결계와 마찬가지로 문을 잠그고 있는 봉인을 힘으로 밀어붙여 망가트리고는 안으로 향했다.

“어머……. 이건 참 생각지도 못했네.”

“……젠장.”

에밀리가 놀란 듯 두리번거리고, 나는 입을 다물고 매섭게 그것들을 노려보았다.

마치 수조처럼 정체불명의 액체가 가득 찬 투명한 우리.

못해도 백여 개는 넘을 법한 그 우리 안에 무언가가 갇혀 있었다.

생물.

“짐승에다 몬스터……. 인간도 있나.”

“살아 있지는 않네.”

혹시 몰라서 에밀리에게 이것들의 생기를 확인해 보게 했으나 에밀리는 고개를 저으며 이미 죽어 있다고 말했다.

“실험이라도 한 거려나.”

“글쎄다. 난들 알겠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마음속 동요를 감추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알고 있다.

아니, 안다고 할 게 아니라 기시감이 있다고 해야겠지.

정확히는 여기 갇혀 있는 생물들 중 극히 일부만을 간신히 알아봤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공개 된 몬스터나 종족.’

게임 시절.

당시 운영진들이 DLC 판매를 결정하면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당시 초기 설정화에 그려진 게임에서 채택되지 못한 몬스터들을 추가로 공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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